피드백 언제나 환영! 드디어 명빵갤에 올린 것들 다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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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에 들어오는 오퍼레이터들은 본디 적대 세력과의 전투를 주요 업무로 상정하고 입사한다. 다만 소강상태일 경우엔 박사의 비서업무를 맡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유시간이 허용되어 있어, 각자 원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대개 개인 활동이 주지만, 일부 오퍼레이터처럼 동료들을 돕는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퍼퓨머 같이 상담을 해주거나. 굼이나 마터호른같이 요리를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건 블루포이즌이나 바이비크 등의 오퍼레이터들이 주최하는 패션 관련 서비스.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의 여성 대원의 비율이 압도적인 로도스인 만큼 리퀘스트가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언제나 붐비는 드레스룸이지만, 지금 이 방을 전세 내다시피 있는 건 박사와 스카디뿐이었다. 업무시간이 끝나서 절전상태인 형광등의 희미한 빛깔 아래, 박사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커튼 너머의 여성이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박사, 나갈게.”
“다 입었나 보네?”

벽에 있는 전원을 키자, 번쩍이는 섬광이 어둠에 적응된 그의 눈을 찔러서, 무심코 박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따가운 감각이 어느 정도 잦아들면서 서서히 떠지는 눈꺼풀. 그리고 점점 선명해지는 그의 시야엔, 열린 커튼 너머에 어색한 듯 이리저리 몸을 돌리고 있는 스카디가 보였다.
팔을 감싸는 긴 가죽 장갑을 둘러싼 폭이 넓은 검은색 토시. 양쪽 끝부분을 치장하는 붉은색 자수와 토시의 끝부분에 박힌 스카디의 이니셜인 SK가 형광등에 반짝였으며, 토시로 가려지지 않은 어깨의 흰 살결은 여성의 가련함을 강조했다.
목부터 가슴 중간까지는 검은색, 가슴 아래부터 양 갈래로 퍼지기 시작해 종아리까지 닿는 회색의 민소매 롱 코트. 그 안의 가녀린 신체를 감싸는, 검은색으로 통일한 민소매 셔츠와 가죽바지. 광택이 번쩍이는 짙은 갈색의 신상 부츠. 이 모든 게 합쳐지면서 자타공인 아름답다고 할 만한 스카디의 신체비율이랑 절묘한 하모니를 일으켰다.

“음. 좋네. 예쁜데?”
“박사, 이건 대체...”
“새 전투복이야. 저번 전투 때 옷이 많이 손상됐잖아? 그래서 이참에 오퍼레이터들한테 부탁 좀 해봤어.”
“원래 옷이랑 많이 다르진 않네.”
“아무래도 편하게 다니려면 평소랑 비슷한 옷을 입는 게 낫지 않겠어? 그래서 원형을 최대한 유지해 달라고 리퀘스트를 넣었지.”
“흠...”

스카디는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자신의 새로운 옷을 느꼈다. 맨발로 걷는 것 같은 부드럽고 편한 가죽 부츠의 촉감. 고급 소재를 사용했는지 물속에 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거치적거리지 않는 옷의 질감. 예전에 입고 있던 옷도 나름대로 자신의 신체에 맞춘 오더 메이드였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에 비하면 백조 앞의 닭 정도밖에 안 되는 퀄리티나 다름없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빙글빙글 작은 원을 그리며 걷길 몇 초. 자신의 옷을 잠시 유심히 보던 스카디는, 재밌는 생각이 났다는 듯 박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혹시 박사의 취향도 들어간 거야? 여기라던가...”

장난기가 섞인 표정과 함께, 스카디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천천히, 어찌 보면 요염하게, 옷 너머로 존재감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드러내고 있는 커다란 흉부를 강조하는 가슴 바로 아래의 끈에서부터, 안쪽 허벅지를 훤히 드러내는 가죽바지까지 향하는 손가락의 아다지오(adagio). 세 줄 사이사이로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처럼 튀어나온, 물면 육즙이 흘러나올 것 같은 고혹적인 허벅지살. 에로스를 진하게 자극하는 풍경에, 무심코 박사의 시선이 진동했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아닌 척 고개를 돌렸지만, 박사의 시선은 여전히 스카디의 흉부와 허벅지로 향하려고 저항했다. 이성의 척력을 능가하는 성욕의 인력. 만유인력의 법칙이 행성의 핵 쪽으로만 향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대발견(?)을 의도치 않게 알게 돼버린 박사였다.
‘여성미를 더 살리는 쪽으로 디자인했다’는 말이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설마 이런 뜻일 줄이야. 이성이 드라이아이스처럼 승화해버릴 것 같은 감각을 버티면서, 박사는 새 옷과 함께 남겨진 바이비크의 편지 내용을 떠올렸다. 예전에 실수로 그녀의 맨몸을 본 적이 있는지라 스카디가 외모와 키, 신체비율 전부 훌륭한 미녀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리모델링된 의상이 그녀의 체형을 부각시키면서 안 그래도 머리랑 아랫도리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박사의 정욕이 더욱더 힘차게 용솟음치도록 자극했다. 우물쭈물하는 그의 모습이 귀여운 듯, 스카디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아니, 아니다.”

자신의 허벅지에 관심 있으면 만져보겠냐고 도발할 생각에 스카디는 입을 열었으나, 이윽고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그 장면’과 함께 브레이크가 걸렸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철과 화염에 둘러싸여 먼지 한 톨 없이 사라지는 살풍경. 얼마나 그를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할 것이냐, 그에게 같은 비극을 경험하게 만들 것이냐는 스스로에게의 채찍질. 그에게 장난치고 싶다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솔직한 욕망. 두 어긋나는 심리가 부딪히며 스카디의 가슴을 애태우게 만들었다.
바운티 헌터는 언제나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와도 같이.

“아무튼 새 옷을 준비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전투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아.”
“아직 줄 게 하나 더 남았는걸? 벌써 만족하면 곤란해.”
“더 있는 거야?”
“응. 원래는 며칠 후에 정식으로 할 생각이었긴 했는데...”

빨리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스카디를 제지하듯, 박사는 싱긋 웃었다. 잠시 뺨을 긁적이다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목을 풀려는 듯 헛기침 몇 번.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박사는 입을 열었다.

“오퍼레이터 스카디. 로도스 최고지도자의 권한으로서 명한다.”

평소의 그 나른한 표정과 기운 없어 보이는 목소리랑 상반된, 진지한 얼굴과 어조. 지금 이 순간 여성의 앞에 있는 건 평소에 보는 소탈한 남성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위엄이 갖춰진 ‘박사’였다. 오랫동안 싸워온 스카디도 무심코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 정도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박사에게서 느껴졌다.

“최근 3달 간 여러 전투에서의 공훈과 지난 용문 전투에서의 활약을 높이 평가하며, 그 공훈을 치하하려 한다. 메딕 오퍼레이터 켈시, 캐스터 오퍼레이터 아미야, 가드 오퍼레이터 도베르만, 그리고 총괄 책임자인 나까지 합해 4명이 동의한 결과로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듯 뒤적이는 소리가 두 사람의 사이를 감쌌다. 이윽고, 무언가를 쥔 박사의 손은 서서히 스카디를 향해 다가갔다.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의아해하다가 자신의 흉부로 향하는 것에 깜짝 놀라는 스카디였지만, 박사가 무작정 그럴 인물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며 심호흡과 함께 눈을 감으며 불안을 잠재웠다.
딸깍. 무언가가 채워지는 소리가 채워졌다. 그 소리와 함께 눈을 떠 고개를 숙인 스카디의 시야에 보이는 건...

“이 시간부로 두 번째 승진이 통과되었음을 알린다.”

토시 위에 있는 자신의 이니셜 위에 붙여진, 두 쌍의 흰 칼날 문양이 반짝이는 작은 배지(badge). 오퍼레이터에게 로도스의 상층부 인사 바로 아래 정도의 계급이랑 급료, 정보 열람 권한이 부여되는 현재로서 주어질 수 있는 최고급 승진의 증표.
상층부 인사 중 6할 이상의 동의와 큰 위기를 해결할 수준의 공훈을 세워야만 승인되어서 오퍼레이터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받는, 달리 말하자면 로도스가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에이스 중 한 명임을 의미하는, 2차 정예화의 훈장이었다.

“승진...? 내가...?”

상황 파악이 덜 됐는지, 한 방 먹은 것 같은 얼굴로 스카디는 박사를 바라보았다. 지금 짓궂은 장난을 하고 있는 건가 하며 의심했지만 진지한 저 눈빛을 보아하니 그는 지금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박사,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계속 말했잖아. 날 가까이 두면 불행이 닥칠 거라고. 그런데도 날 더 가까이 둘 생각이야?”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박사의 모습에 스카디의 마음속 수면이 일렁였다.

“커다란 재1앙이 로도스에 닥쳐와서, 너에게 끔찍한 불행이 찾아올 걸 아는데도?”
“불확실한 먼 미래 때문에 망설일 필요는 없잖아?”
“내가 널 지킬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파도가 덮쳐올 건데?”
“상관없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모...”
“스카디.”

수면은 거칠어지면서 파고(波高)가 점점 높아져갔다. 그런 냉정을 잃을 만큼 거칠어지는 스카디의 파도에 맞서는 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면서 눈을 맞추고 있는 박사의 시선이었다. 평소와 같이 가까이 다가오면서도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진지한 그의 눈빛은, 무심코 스카디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로도스나 내가 이겨낼 수가 없는 거면, 너 혼자선 그 ‘재앙’이라는 걸 어떻게 이겨낼 건데?”

생각도 해보지 못한 질문이 기습하면서, 급소를 맞은 것 같이, 잠시 숨을 쉴 수 없는 갑갑함이 스카디를 덮쳤다.
나 혼자서? 박사가 말한 한 마디가 그녀의 머리를 맴돌았다.

“예전부터 계속 말했지? 혼자서 짐을 지지 말리고. 그래. 네 말대로 상상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닥쳐올지도 모르지. 너와 우리 로도스를 노리고 말이야.”

박사의 뇌리에 오전에 익명의 오퍼레이터가 보낸 보고서의 실루엣이 지나갔다. 해당 오퍼레이터가 내린 추론으로는 거대한 조직이 스카디랑 그녀에 연관된 자들에게 막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고, 목숨을 쉽게 앗아갈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같은 물건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그녀를 파멸에 이끌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즉 그의 추론이 정답에 가깝다면, 이미 로도스는 거대한 맹수의 입안에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쩌란 건데? 이미 로도스는 규모에 관계없이 갖가지 재1앙이랑 적대 세력과 싸워 왔어. 그것이 도시와 도시 사이의 일이건, 대원 한 명과 관련된 일이건. 손이 닿을 수 있는 영역까지 사람들을 도왔지. 그리고 이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그 ‘재앙’이라는 것에 맞서고 있는 너도 도우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그 오퍼레이터는 그런 위험이 있다면 스카디를 넘길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마음 같아선 그 보고서를 쓴 대원에게 딱밤을 한 대 먹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나면서, 무심코 스카디의 어깨 위에 있는 박사의 손에 악력이 가해졌다.

“왜...”

박사의 시야를 피하며 고개를 떨군 스카디의 작은 목소리가 박사에게 들려왔다.

“왜 그렇게까지 내 일에 개입하려 드는 거야?”

울분, 짜증, 당혹. 부정적인 감정이 압축된 것 같은 날이 선 어조가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융화되어, 그의 전신을 쿡쿡 찔렀다.

“넌 내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며, 하물며 가족도 아니야. 그저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관계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참견하려 하는 건데? 선을 넘지 말라고.”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는 거짓된 폭언. 그것은 스카디 자신도 알고 있었다. 자제하려 해도 그녀의 입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 남자를 더 이상 말려들게 하면 안 돼.’ ‘이 남자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설령 이 때문에 자신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버려지더라도 그를 지키고 싶다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눈앞의 남성을 강하게 밀쳐내려는 결론에서 나온, 마음속 깊이 뿌리박혀 있는 그녀의 반쪽자리 본심이 일으킨 행동.
이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보기 싫다는 듯, 찰랑이는 은발 아래로 가려진 스카디의 루비색 눈은 질끈 감겼다.

“모르겠어.”

어깨에서 박사의 손길이 멀어져 갔다. 자신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걸 짐작한 스카디는, 가슴이 미어지는 걸 감추려고 자신의 옷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너에게 이 훈장을 달아주려 한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스카디의 뿌연 시야에 다시 박사의 모습이 내비쳤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에 맞추려 하는 그의 시선엔, 일말의 불쾌함도 보이지 않았었다.

“스카디. 솔직히 나도 너에게 왜 다가가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단순한 동정심인지. 로도스의 식구라는 이유에서 기반한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걸 뛰어넘은 모종의 감정 때문인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변함없이 상냥하고 따스한 박사의 시선이 스카디를 향하고 있었다. 다만 그의 시야엔 눈앞의 은발의 여성만이 아닌, 둘을 둘러싼 공간을 넘어선 추상적인 ‘무언가’ 또한 비치고 있었다.

“서로 어떤 관계인지를 모르니까.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착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니까.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틀어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감정은 물리적으로나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니까, 너와의 관계가 어떤 형태인지 알아내고, 그걸 증명하고 싶은 ‘상징’을 남기고 싶었으니까.”

휘몰아치는 폭풍이 사라져간다. 사나운 해일의 파고가 점차 낮아져간다. 시야를 방해하는 안개와 비는 점차 모습을 감춰 간다. 대해(大海)에 들어온 ‘나그네’에게, 처음으로 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훈장을 통해 너와의 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은 거였을 거야. 너를 이만큼 신뢰한다고. 그만큼 널 도와주고 싶다고. 혼자 있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고 말이야.”

그를 밀쳐내려 했던 여성의 반쪽자리 본심에 가려진, 깊고 깊은 심저(心底)에 십수 년간 시계의 초침이 멈춘 채 매몰되어온, 또 다른 반쪽의 본심.
‘날 떠나지 말아줘.’ ‘내 옆에 있어줘.’ ‘같이 걸어줬으면 좋겠어.’ ‘혼자이고 싶지 않아.’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못한 채 심해 속을 방황하고 있는 어린 ‘소녀’에게, 따스한 햇살과도 같은 ‘나그네’의 손길이 다가와, 그녀를 수면 위로 이끌었다.

“그러니, 이 참견쟁이의 참견을 허락해주지 않을래?”

밖으로 나온 ‘소녀’를 맞이하는 건 비구름이나 거센 바람이 아닌,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 그리고 그녀의 손을 꽉 쥔 채 옆에서 싱긋 웃고 있는 ‘나그네’의 모습.
거품같이 금방 덧없이 사라질 것 같아서 애써 무시해 왔던, 진정으로 희망했던 풍경이 온 감각으로 느껴진 게 너무나도 기뻐서, ‘소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힐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날 원한다면, 꽤나 곤란해. 그렇지만...”

스카디는 팔을 당겨 박사를 일으켰다. 이어진 손을 절대 놓지 않으려는 듯 꽉 쥔 채, 잠시 숨을 고르며 날뛰는 심장을 잠재웠다.
상반된 감정이 충돌하며 가슴속에 스파크를 일으켰다. 갈라지는 둑 너머로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 조금 전이랑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다가오는 저릿저릿한 심장소리. 입술을 잠시 깨물던 스카디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각오가 되어 있다면, 나와 함께 저 끝없는 어둠과 맞설 준비를 해.”
“바라던 바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이윽고 스카디는 박사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추해 보일 것 같은 지금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사춘기 소녀와도 같은 센세이션을 감춘 채, 10년 넘게 쌓아온 모든 감정을 조용히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박사는 그런 그녀의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이며, 훌쩍이는 소리가 그치기를 느긋하게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