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efef2becdc31f63f80ddb402cb203c64185c4fb1cba5856b365eaf23cbe9f96f7ee60aa4aa7bb5aa1b


2cabd719b1836cf051b1cfb806d91b6cd4ca4e9cba1a4cdac3c2ccce9e43e8f91f9c4c106e


[님프] 에르미 에르미, 들리면 대답해줘, 들리면 대답해줘~


(고장난 통신기 소리)


[님프] 에르미...... 왜 반응이 없지?


2cabd719b1836df751abdfbb1bd02a0286f8f64671dfbb3abbb508c65538cebee46a9ad71438


[이상한 행인] 디얄 아가씨, 일단 제 손 좀 풀어주겠습니까?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 담배라도 좀 피울 수 없을까요?


[님프] 안 돼요! 당신을 용광로로 돌려보낼 때까지 안 풀어줄 거예요.


[이상한 행인] 사람을 착각하셨군요. 용광로에 갈 계획은 있었지만, 그곳에서 탈출한 건 아닙니다.


[이상한 행인] 제 옷 주머니에 컬럼비아에서 발급한 신분증이 있는데, 손을 풀어준다면 보여줄 수 있어요.


2cabd719b1836cf151b2dfa11bee757e4c92e6cf22094e40df044195dcbf8bd4614451


[펄] 컬럼비아에서 카즈델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펄] 림 빌리턴에서 왔다고 하면 믿었을지도 모르겠어.


(고장난 통신기 소리)


[님프] 에르미, 들려? 저기, 에르미......


[이상한 행인] 그 상자 속 통신 술식은 이미 고장났습니다. 아무리 두들겨도 안 고쳐져요.


[님프] 그런 말을 하다니! 당신이 제 가방을 망가트렸잖아요!


[이상한 행인] 만약 제가 그 상자를 수리해 주겠다면 이 쇠사슬을 풀어줄 건가요?


[님프] 진짜 고칠 수 있어요?


[님프] 괜한 짓은 하지 마요! 저, 저한테 당신을 상대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이상한 행인]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절대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요.


[펄] 잠깐, 님프. 진심이야? 이 사람은 레버...... 선조님한테 빙의됐는데, 정말 풀어주려고?


[이상한 행인] 참견하는 젊은이, 레버넌트와 디얄에 대해 잘 모르는군요. 레버넌트에게 정신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 디얄일 겁니다.


[님프] 일단 한 손을 풀어줄게요...... 아! 왜 빠져나가려 해요! 거짓말쟁이!


[펄] 나쁜 뜻이 있을 줄 알았다니까!


[이상한 행인] 이렇게 오랫동안 두 손이 묶여 있으면 정말 힘들다고요.


[펄] 당신처럼 철판으로 된 몸도 아파하는 거야?


[이상한 행인] 철이 아니라 주석입니다. 아프면서도 아프지 않죠. 그러니까......


금속으로 된 손가락 마디가 날렵하게 담배 한 개비를 집었는데, 그 담배는 마치 허공에서 나타난 듯했다.


담배를 입에 대고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신 뒤, 괴상한 남자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로 돌리고 손바닥의 불씨를 하나씩 꼼꼼히 눌러 껐다.


[이상한 행인] 후우—— 좋군요.


[이상한 행인] 카즈델에서는 이 정도 품질의 담배를 구할 수 없으니 아껴서 써야겠죠.


[님프] 저기요, 가방을 고쳐주겠다 했잖아요.


[이상한 행인] 거짓말이었습니다.


[이상한 행인] 그 안의 술식은 리치가 만든 것인데, 그 오만한 녀석들은 수리 가능성을 절대 설계할 때 고려하지 않는단 말이죠. 그들 중 일부는 확실히 오만해질 자격이 있습니다만.


[님프] 말은 많아도 억지부릴 뿐이잖아요!


[이상한 행인] 끝까지 들어보세요. 당신의 목적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닙니까? 고칠 수는 없어도, 제가 그 리치를 찾아주면 되지 않겠나요?


[님프] 제가 누굴 찾는지 어떻게 아는데요?


[이상한 행인] 모르죠, 하지만 알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혔고, 그의 입에서 회백색 연기가 천천히 뿜어져 나왔다.


잿빛 안개가 흩어졌다. 고여 있는 물에 돌을 던진 것처럼, 레버넌트가 남긴 파동이 휩쓸자 카즈델 전체가 한순간 정적에 휩싸인 것 같았다.


잠시 후 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밀려왔고, 잿빛 안개도 깨끗이 사라졌다.


[펄]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님프] 당신은...... 누구죠?


[이상한 행인] 그냥 틴맨이라 부르면 됩니다.


[펄] 틴맨......?


[틴맨] 보세요, 당신이 찾는 사람이 왔군요.


2cabd719ebc23b9936e98f8a4792756c1e1ce177af9010726b9b2311cbf28ecd0cc2


[에르망가르드] 대지를 돌아다니는 레버넌트 얼마 없을 텐데, 당신은 누구죠?


[님프] 자기 이름이 틴맨이래.


[펄] 컬럼비아에서 왔다고 그랬지.


[에르망가르드] ......카즈델이 당신을 위한 자리를 준비해두지 못했네요.


[틴맨] 당신 탓이 아닙니다. 저도 여길 떠날 때,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에르망가르드] 무엇을 원하시죠?


[님프] 큰 용광로에 가보고 싶다 그랬어.


[에르망가르드] 니니!


[님프] 알겠어~ 안 끼어들 테니까 물어봐, 물어봐.


[에르망가르드] 그럼 여쭤볼 게......아니, 더 물을 것도 없는 것 같네요.


[에르망가르드] 원래 당신 정도의 손님이면 제가 선생님을 불러와야 하겠지만......


[틴맨] 당신의 선생이라면 혹시 그 고집불통 영감 말입니까? 그렇다면 그에게 말하지 마세요. 제 이번 휴가가 완전히 엉망이 될 테니까요.


[에르망가르드] 혼령 용광로 밑에 가 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다른 사람들 몰래 모시고 갈 수 있어요.


[틴맨] (고개를 저으며) 들어가서 보고 싶군요.


[에르망가르드] 누구를 보시려고요?


[틴맨] 누가 더 있겠습니까?


[에르망가르드] ......


[에르망가르드] 니니, 레버넌트 조각은 다 찾았나요?


[님프] 이 가방에 다 들어있어. 여기!


젊은 리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소 변형된 상자를 뒤쪽의 그림자에 던져 넣었다.


그녀의 시선은 디얄과 레버넌트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그들의 어깨 너머 먼 곳에 있는 혼령 용광로를 향했다.


[에르망가르드] 그러면 가 보죠.


[에르망가르드] 니니, 이번 보수는 제가 시간을 내서 전달할요. 그리고 약속했던 서프라이즈도 공개해야죠. 당신이 큰 용광로 안쪽을 구경해보고 싶다는 걸 제가 모를 줄 알았나요?


[님프] 정말?!


[님프] 그러면 친구랑 같이 가도 될까? 친절한 도움들 덕분에 이렇게 빨리 조각을 찾을 수 있었거든.


[펄] 크흠. 솔직히 나도 어렸을 때부터 큰 용광로에 들어가서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싶었지.


[에르망가르드] 음...... 어차피 오늘 어긴 규칙이 하나가 아니니까요.


[님프] 그러면 잠깐만 기다려줘. 내가 모두를 불러올게!


[에르망가르드] '모두'? 잠깐만요......


[님프] 참, 나한테 주는 보수는 폐기되는 이철 부품으로 바꿀 수 있을까? ......펄, 에르미한테 설명 좀 부탁할게~


[펄] 어, 그래. 


(님프가 달려감)


[틴맨] 몇 걸음만에 저렇게 멀리 가다니, 젊은이들은 참 기운이 넘치는군요.


[펄] 자기소개를 마직 못했네. 나는 '아래쪽'에서, 흔히 말하는 빈민가에서 왔어.


[펄] 거기 사람들은 나를 '조언자'라고 부르고, 나는 그 사람들을 대변하지. 틴맨 선생하고 리치 부인은 나를 펄이라 부르면 돼.


[에르망가르드] 부인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틴맨] 하, 젊은이는...... 어떤 면에서는 아직 지나치게 젊군.





2fbaef33ebd63db469add9a012ee3102e9ea69f34bfb56d30bcf9105c64f73fe


[님프]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나까지. 다섯 명 다 왔어!


[에르망가르드] 니니, 용광로 안은 위험한데, 왜 이렇게 사람들을 많이 데려왔어요? 그리고 뒤에 숨어 있는 그 아이까지......


0cabd719e4c43f9960afd58a4785716a9ec89e2fcc4d7068fbdc1ffecd1dd6570bcaeaa0


[체리] 어린이 티켓 고마워 언니.


[에르망가르드] 여긴 관광지도 아니고, 티켓도 안 판다고요! 아이는 들어가면 안 돼요!


[님프] 미안, 체리. 나는 최선을 다했어...... 다음 기회는 어떨까?


[에르망가르드] 다음은 없어요!


[체리] 괜찮아 님프 언니. 나는 큰 용광로에 우리 용광로처럼 빵이 잔뜩 붙어 있을줄 알았는데, 까맣고 더러워서 재미 없잖아!


[님프] 빵이라니, 우리 절대로 용광로에서 음식을 막 익혀먹었던 적 없잖아. 체리, 말 조심해! 너희 할아버지가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빨리 돌아가야지.


[에르망가르드] 아직 사람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어떡하죠?


[님프] 에르미, 이 사람들은 모두 나를 많이 도와줬어. 너도 방금 약속했잖아! 모두들 절대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에르망가르드] 니니가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죠. 당신들이 직접 보증해줘야겠어요.


2cabd719ebc23b993feb83e62980676c19379daf98ec4aaf055c3176d76197952a5b


[크라우니] 저는 상관 없습니다. 저는 그저 그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흔적을 보고 싶을 뿐...... 혼령 용광로의 청사진에도 그녀의 서명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에르망가르드] 혼령 용광로에 언제부터 청사진이 있었죠?


[에르망가르드] 여기저기 보는 건 괜찮은데, 함부로 만지지는 마세요. 가고일 씨, 당신은 뭘 두리번거리고 있나요?


2cabd719ebc23b9937eb848a4792757905a282c964f5c071fc24300bc7e33d633e


[머드락] 만약 도시 밖으로 통하는 충분히 넓은 파이프가 있다면......


[펄] 가고일은 이런 복잡한 건축 시스템에 관심이 있는 법이지. 걱정 마, 이 사람은 그냥 파이프가 충분히 튼튼한지 평가하고 있는 거야.


[머드락] 그래, 주로 그 속을 지나갈 수 있는지에 관해서.


[에르망가르드] 조언자 씨, 당신은 어떻죠? 방금 말했던 것처럼 그저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싶은 건가요?


[펄] (손을 펼치며)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


[에르망가르드] 흥.


[에르망가르드] 칼라이샤, 당신도 왔네요. 동족을 떠난 나흐체러르가 여긴 무슨 일이죠?


2cabd719ebc23b993feb83e7298067654adbcb38de85cb9512dbc58332d0a041b75c


[칼라이샤] 동족을 떠났다고? 아니, 나는 그들과 이념이 다를 뿐이야.


[칼라이샤] 내가 왜 여기 왔는지에 대해서는...... 그래, 이 귀여운 아이의 친절한 초대를 거절하기 어려웠거든.


[칼라이샤] 물론 혼령 용광로에서 수준 높은 주술 의식을 배울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칼라이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거야. 심지어 우리를 여기에 초대한 건 디얄인걸.


[틴맨] 담배를 하나 다 피웠는데, 왜 아직도 결정이 되지 않은 겁니까? 누군가 약속을 여겼나요?


[틴맨] 리치, 스승한테서 그런 나쁜 버릇을 배우면 안 돼요. 예전에 리치는 믿을 수 있기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에르망가르드] 저는 역사를 깊이 탐구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아무 말이나 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에르망가르드] 그래요 그래, 준비되면 출발하죠. 뒤처지지 않게 잘 따라오세요.


[님프] 좋아! 에르미 최고~ 너는 그 꽉 막힌 늙은이와는 다를 줄 알았다니까!





2fbaef24e9d33bad20afd8b236ef203efe4f4d4f012d


[에르망가르드] 다음 길목에서 오른쪽이에요.


[에르망가르드] 세 걸음 앞에 바닥이 갈라진 곳이 있으니까, 왼쪽으로 붙어서 가세요.


[에르망가르드] 눈을 떠도 돼요. 도착했어요.





78efef2becdc31f63d80c5b404da252749307bc01ef7ce12be098799a3f826ea13de593ec62d6c


[님프] 안쪽은 이렇게 생겼구나! 희미하게 빛나고 있어......


[칼라이샤] 주술의 코어야.


[칼라이샤] 여기는 혼령 용광로의 가장 깊은 곳이지. 내가 알기로는 용광로가 건설된 이후로 리치만이 여기서 레버넌트를 달래는 의식을 진행했어.


[펄]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의식에서 우리를 여기로 이끈 불꽃이 터져나와던 거지. 에르망가르드 씨, 뭔가 지시 사항이라도 있어?


[에르망가르드] 틴맨 씨, 그러면 방금 말한대로 하면 될까요?


[틴맨] 문제 없습니다. 제가 지켜보면서 돕죠.


[에르망가르드] 그 불꽃은 사고였고, 의식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에르망가르드] 선생님은 저한테 카즈델에 흩어진 조각을 찾으라 하셨고, 저는 이 임무를 님프한테 맡겼는데, 님프는 여러분의 도움을 받았죠. 그러니까......


[에르망가르드] 선생님은 여러분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빚진 거예요.


[에르망가르드] 지식 성전의 관리인으로서, 선생님의 빚은 정말 갚지고 다양한 일에 이용될 수 있죠.


[에르망가르드] 하지만 저는 선생님의 제자로서, 독단적으로 그분을 대신해서 그 빚을 정말 정말 어려운 일에 쓰기로 했어요.


[펄] 아주 무서운 말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지금 나가도 될까?


[님프] 안 돼! 내가 초대한 거니까, 가더라도 내가 먼저 가야지!


[틴맨] 크흠, 사실 별거 아닌데, 모두들 겁을 먹었군요. 그녀는 그 고집 늙은이한테 혼나고 속으로 화를 참고 있었는데, 지금은 당신들이 자리를 되돌리는 것을 도와주길 바라는 겁니다.


[펄] 무슨 자리요?


[에르망가르드] 레버넌트의...... 자리요. 저는 선생님이 끝내지 못한 의식을 멋지게 해내겠어요. 여러분들을 할 건가요? 하지 않을 건가요?





[크라우니] 아아아!


[크라우니] 죄송해요, 그냥 어색한 침묵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 소리나 내 봤어요.


[크라우니] 어, 제가 말했다시피, 저는 그저 들어와서 그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구경하고 싶던 건데...... 이제 다 봤어요! 레버넌트 같은 건 여러분에게 맡길게요.


[펄] 오는 길 내내 눈도 뜨지 못하게 하던데, 어떻게 다 봤다는 거야?


[칼라이샤] 그저 의식을 구경하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이 리치의 뜻은 우리까지 참여하라는 거지?


[머드락] 레버넌트를 상대할 거면 아미아에게도 알려야 하지 않으려나? 그리고 바벨의 그 사람들에게도.


[펄] 우리는 여기로 모이는 길에 레버넌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어. 작은 조각이라도 카즈델의 평화를 깰 수 있지.


[님프] 펄, 식은땀 그만 흘려! 네 말처럼 과장되지는 않았잖아.


[펄] 과장이라고? 님프, 잘 생각해봐. 아무 조각이나 우리가 더 늦게 찾아냈다면 무슨 일이 있었겠어?


[펄] 불량배들은 다투다가 칼을 뽑아서 피를 흘렸을 테고, 정신 나간 거대 석상이 휘두르는 주먹을 멈출 수 없었겠지......


[펄] 게다가 이제는 우리가 용광로에서 수백 년 타오른 레버넌트들을 마주해야 한다니, 그 속의 위험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틴맨] 할 수 있죠.


[틴맨] 제가 돕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칼라이샤] 한 명의 레버넌트. 고향을 버렸다가 성급히 돌아온, 강력한 레버넌트.


[칼라이샤] 그렇다면 이견은 없어.


[님프] 나도 이견 없어! 이렇게 대단한 선조님이 우리를 지켜 주시는데, 뭐가 무섭겠어?


[펄] 님프, 너무 흥분한 거 아니야? 틴맨 씨가 도와준다 해도 우리 몇 명이 선조들의 마음을 풀어주기는 어려울걸?


[님프] 뭘 그렇게 어려워해? 우리는 오는 길에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났는데, 모두 고생은 했어도 다들 활기차게 살고 있잖아?


[님프] 아마 저번 의식이 성공하지 못한 건 선조님들이 싫증나서 그랬을 거야. 매번 미래니 희생이니 하는 말들로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 있겠어?


[님프] 지금 카즈델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선조님들께 말씀드린다면, 선조님들도 좀 더 힘을 낼지도 몰라!


[님프] 그리고, 레버넌트들이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크라우니] 그거 말이 되네요, 저도 낄래요!


[머드락]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레버넌트들에게서 도시의 비밀 통로 같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다면......


[님프] 너도 같이 하자! 펄, 아직도 망설이는 거야?


[펄] 위험은 좀 있겠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될 이유도 생각나지 않네. 나도 할게.


[님프] 자, 그러면 선조님들께 새로운 의식을 바치자! 틴맨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틴맨] 흥미롭군요. 제가 리치에게 동의했던 것도 그녀가 비슷한 말을 했기 때문이었죠.


[님프] 아, 정말요? 에르미......


[에르망가르드] 카즈델의 앞길을 걷는 것은 우리들이지, 그들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에르망가르드] 그러니까 우리는 당연히 이런 일을 할 자격이 있죠.


[에르망가르드] 귀를 막으세요. 주문을 외울 거예요.





2fbaef24e9d33bad20afd8b236ef203efe4f4d4f012d


[에르망가르드] 다시 한 번. 긴장을 늦추고...... 부서진 혼령이여, 가까이 와서 저에게 답해주십시오.


[에르망가르드] 불 속에서...... 핏줄까지 녹이며...... 저에게 답해주십시오.


[에르망가르드] ......


[에르망가르드] 어째서인지 아무 반응이 없어.


[에르망가르드] 틴맨 씨, 거기 계시나요?





79e4ef21b48007a267a9dfbb119f343321f2fac7254a1bbd8c7b2e40cb


[에르망가르드] 조금 지나치게 깊이 와버렸나...... 아무 반응이 없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에르망가르드] 안 돼, 벌써 돌이켜보는 건 실패를 미리 선언하는 것과 같아.


끝없는 그림자 속에서, 차가운 빛이 내 의식 주변을 맴돌며 여러 겹의 궤적을 그려낸다.


그 속의 법칙을 이해하려 하면 바로 길을 잃게 될 것이다. 멈추자. 생각해, 생각하는 거야......


이건..... 레버넌트의 조각이다. 생각났다. 나는 그것들을 한 무더기로 모아봤지만, 그것은 계속 별빛의 부스러기처럼 빈틈으로 빠져나간다.


그들은 말하고 있다. 하나, 둘. 수많은 소리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추위가 물러나고, 단단한 얼음이 활활 타오른다.


조급함. 원한. 혼란...... 그들은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이 귀찮아진 것이다.


그들은...... 나를 조각내버릴 것이다.


(화면이 흔들림)


[차분한 목소리] 물러나십시오...... 셋, 둘, 하나. 감지를 끊고, 뒤로 물러나세요!





78efef2becdc31f63d80c5b404da252749307bc01ef7ce12be098799a3f826ea13de593ec62d6c


[에르망가르드] !!!


[님프] 에르미! 괜찮아? 방금 그 자리에서 떨고 있어서 무서웠어!


[에르망가르드] 저...... 저는 괜찮아요. 틴맨 씨는요?


[펄] 저기 벽에 기대서 고개를 숙인 채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금속 관절들이 아프지는 않으려나?


[님프] 의식은 성공했어?


[에르망가르드] 방금 조각을 용광로에 돌려뒀어요. 거의 죽을 뻔했는데, 틴맨 씨가 저를 구해줬죠.


[틴맨] 도왔을 뿐이지, 구해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당신의 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겠죠.


[펄] 저 사람은 분명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이 소리는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것 같아.


[틴맨] 젊은이에게 패기가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당신은 너무 깊이 들어갔어요. 저 같은 늙은이가 지켜보면서 경험을 좀 나눠주는 게 좋을 겁니다.


[에르망가르드] 하지만 레버넌트들은 아직 제 부름에 답하지 않았어요.


[틴맨] 제가 예상하기로는, 오랫동안 용광로 안에 있으면서 그들의 뇌가 다 타버렸을 겁니다. 아니, 뇌는 진작부터 없었군요.


[틴맨] 거기 꾀가 많은 젊은이, 네, 당신이요. 제 옷 안쪽 주머니에서 공책과 펜 몇 자루를 꺼내주시죠.


[펄] 다가갔더니 갑자기 깨어나서 내 손을 붙잡는 건 아니지? 무서운 이야기에서는 보통 그러던데.


[틴맨] 저는 그렇게 심심하지 않습니다. 공책을 꺼내서 각자 레버넌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다음, 뜯어낸 페이지를 불태우면 됩니다.


[틴맨] 제 바지 주머니에 라이터가 있고, 아츠로 불을 붙여도 다를 건 없어요.


[에르망가르드] 그러면 그들이 받을 수 있나요?


[틴맨] 아무래도 제 체면이 있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틴맨] 뭐든지 써도 되지만,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을 써주면 좋겠군요. 거기, 당신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습니까?


[틴맨] 카즈델이군요. 쓰고, 뜯어내고, 태우세요.


[님프] 당신은 지금...... 


[틴맨] 익숙한 상대를 만나서 몇 마디 하는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2fbaef24e9d33bad20afd8b236ef203efe4f4d4f012d


[님프] 다 썼어! 에르미, 이걸 불덩이로 바꾸는 거 도와줄래?


[에르망가르드] 그런 오리지늄 아츠는 당신이 직접 할 수는...... 됐어요, 같이 태울 사람 있나요?


[펄] 괜찮아, 라이터를 찾았어.





78efef2becdc31f63df1c6bb11f11a39b142ece0813cbce6b256


[펄] 님프, 뭐라고 썼어?


[님프] 쉿...... 소원은 말해버리면 효과가 없다고.


[에르망가르드] 소원 비는 게 아니거든요!


[님프] 느껴져? 용광로가 떨리는 것 같은데...... 보인다!


[님프] 선조님들이 나타났어!





2fbaef24e9d33bad20afd8b236ef203efe4f4d4f012d


너와 이야기를 해야겠군.


[틴맨] 저 말입니까? 사실 그때 그는 저한테도 찾아왔죠. 하지만 저는 그와 함께 가지 않았습니다.


[틴맨] 그가 지닌 뼈가 달그락거리는 걸 봤는데, 그 속에 당신도 있었나요?


기억나지 않아.


이곳에서 기억은 좋을 게 없다. 그저...... 고통을 더할 뿐.


[틴맨] 하지만 아직 저를 알아볼 수 있군요.


네가 원망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는 네가 원망스럽다.


원망이 불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 이것 또한 그가 원하는 것이었지.


[틴맨] 당신들의 원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가끔은 원망하죠.


너는 돌아와서는 안 됐다. 어째서 돌아온 것이지?


[틴맨] 그저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이라 할까요. 컬럼비아에 오래 머물다보니, 매일 눈을 뜰 때마다 한 무더기의 새로운 물건들을 보는 게 익숙해졌어요. 그래도 가끔씩 과거가 생각나고, 옛 친구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틴맨] 그래서 휴가를 내고 와 봤죠. 몇 백 년이 지났는데, 카즈델이 또 한 번 재건되었다고 하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틴맨] 듣기로는 곧 이 용광로를 수리할 것이라 하던데, 그때 의식을 열어서 여러분을 모두 풀어줄 것이라 하더군요. 허허, 당신이 의식의 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것은...... 장례식에 더 가깝다. 끝이 없는 장례식이지.


[틴맨] 알고 있습니다.


[틴맨] 레버넌트는 죽은지 오래지만 그래도 장례식이 필요하죠.


[틴맨] 알고 있죠, 알고 있어......


[틴맨] 컬럼비아 어떤 지방의 장례식에서는 농담을 합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농담을 해서 모두 웃으며 우는 것을 잊어버리죠. 저는 이런 풍습이 널리 퍼져야 할 좋은 풍습이라 생각해요.


[틴맨] 마침 각자 재밌는 생각을 가진 흥미로운 아이들을 만나게 됐으니 한 번 들어보시죠.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연습해본다 치고요.


[틴맨] 하지만 그들을 겁먹게 하지는 마세요. 모두...... 카즈델의 좋은 아이들이니까요.





78efef2becdc31f63d80c5b404da252749307bc01ef7ce12be098799a3f826ea13de593ec62d6c


[틴맨] ......잠깐이었는데 어쩐지 다리가 뻣뻣하군. 틈틈이 관절 부품 관리를 해야겠어.


[틴맨] 어라? 제 라이터는 어디갔습니까?


[머드락] 그 꾀 많은 젊은이가 가져갔어.


[님프] 느껴져? 용광로가 떨리는 것 같은데...... 보인다!


[님프] 선조님들이 나타났어!


[에르망가르드] 님프, 조심해요! 이쪽으로 와요.


너희들은 자신이 레버넌트의 앞에서 카즈델의 미래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크라우니] 미래에 대한 것만은 아니죠...... 제가 쓴 것은 사실 전설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크라우니] 그 용병들의 말은 그럴듯했고, 저는 반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마침 당신들에게 증언을 부탁하고 싶었죠. 정말로 지하로 내려앉아서 커다란 구덩이만 남은 카즈델이 존재했나요?


겨우 말다툼 때문에 카즈델이 지하 깊이 빠져들도록 저주하는 것이냐?


[크라우니] 이게 왜 저주죠? 만약 그곳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저는 그곳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어쩌면 잃어버린 보물을 발굴하고, 제 스타일을 넓힐 수도 있겠죠.


[크라우니] 개인전 제목은 정해뒀어요. ‘잃어버린 카즈델, 오래된 시대의 메아리’. 어찌나 멋진가요!


[펄] 역사 속 그 많은 카즈델 중에 하나는 정말 부주의로 내려앉았을지도......


[펄] 아, 말 실수 했네, 화내지 말아줘요.


[펄] 저는 그런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카즈델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진지하게 썼죠.


[틴맨] 그렇습니까? 어디보자...... ‘살카즈가 서로 돕고, 다른 종족도 도시 밖에 모여 있을 필요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카즈델.’


[틴맨]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곳에 오며, 종족은 관계 없고 왕정도 없다.’ 펄, 이게 당신 것입니까?


[님프] 그, 그건 제 거예요! 다 태웠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머드락] 종족은 관계 없고...... 왕정도 없다......


[머드락] 내가 뭐라고 썼는지도 볼 수 있어?


[틴맨] 가능하죠. 스읍...... 상당히 대담한 아이디어군요. 하지만 실현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머드락] 이건 과거에 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이야. 아주 먼 과거에 다른 가고일에게 했던 말이지. 


[님프] (작은 목소리로) 에르미 에르미, 지금은 의식의 어느 단계야?


[에르망가르드] 어느 단계도 아니에요. 선조님이 나타나신 순간부터 이 의식은 완전히 제 통제를 벗어났죠.


[에르망가르드] 지금은 이 모든게 선조님들이 우리한테 장난치는 듯한 느낌이네요.


[님프] 장난?


[에르망가르드] 선조님들은 뭔가 ‘색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었나봐요.


[틴맨] 지하로 내려가거나,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왕정이 없거나, 도시 전체가 레버넌트가 되거나...... 정말 대담한 생각들이군요. 여러분은 정말로......


너희들은 정말로, 이런 카즈델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하나?


만약, 카즈델이 여기서부터 잘못된 길을 향하게 된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이지?


[님프] 하지만 ‘잘못된 길’이란 없어요.


[님프] 카즈델이 결국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는 모두 카즈델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해요.


[님프] 사람들의 생활이 나아진다면, 어떻게 잘못된 길이라 할 수 있을까요?


[님프] 험난한 진흙탕길이라도 갈 곳이 없는 절벽보다는 낫죠...... 안 그런가요?


용광로의 코어는 한참동안 반응이 없었고, 틴맨도 다시 고개를 숙인채 규칙적으로 손가락으로 팔을 두드릴 뿐이었다.


님프는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손에 든 스태프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지 말고 빨리 말 좀 해주세요.’ 님프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크라우니에게 보내려 했지만, 그쪽을 바라봤을 때는 머나먼 그림자만이 보였다.


그런 카즈델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직접 가서 시도해보도록 해라.


좋고 나쁨을 너희가 스스로 증명해라. 실수의 득실을 너희가 스스로 책임져라.


내가 너희의 자격을 확인해보겠다. 카즈델의...... 다른 길을 찾아낼 자격이 있는가를.


[님프] 가다니...... 어디로요?


너희 자신이 말한 이야기의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