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의 외진 마을
9:37 P.M.
아이리스
예상했던 것보다 꼬박 네 시간이나 늦어졌어요......
아이리스
시간이 얼마 없는데......
베나
거리에는 사람 한 명 없고, 이런 곳에 지도가 있을 리도 만무하고... 곤란하게 됐네.
토가와 사키코
각자 흩어져서 찾아보고, 상황이 생기면 통신기기로 연락하는 게 어떨까요.
베나
좋은 생각이야......
비그나
잠깐, 다른 사람은 상관없는데......
비그나
사키코, 너는 단독 행동 경험이 없잖아. 너 혼자 가게 둘 수는 없어.
토가와 사키코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토가와 사키코
편지에 분명히 쓰여 있었어요. "이게 제 마지막 편지에요." 라고.
토가와 사키코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소녀는......
비그나
하지만...!
토가와 사키코
......비그나, 괜찮아요.
토가와 사키코
위슬래시 씨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제 지금 능력이라면, 이미 작전팀에 합류할 수 있다고요.
토가와 사키코
(통신기기를 꺼내며) 만약 곤란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제일 먼저 연락할게요. 네?
베나
그래, 우리도 있잖아!
비그나
......알았어. 그럼 반드시 조심해야 해.
토가와 사키코
네. 아이리스 씨, 그 아이의 이름과 주소는요?
아이리스
이름은 '안'... 주소는 '가든 스트리트 33번지'예요.
토가와 사키코
알겠습니다. 그럼 이 교차로부터, 각자 흩어져서 찾아보죠!
토가와 사키코
휴— 휴— 여긴 왜 이렇게 길이 복잡한 거야?
토가와 사키코
저쪽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꽃을 팔고 있나?
토가와 사키코
어째서 이 시간에 아직도 꽃을 파는 사람이......
토가와 사키코
상관없어, 사람을 찾는 게 먼저야!
토가와 사키코
저기요—!
토가와 사키코
안녕하세요, 혹시 가든 스트리트가 어디인지 아시나요?
꽃 파는 부인
여기가 가든 스트리트란다. 아가씨, 꽃이라도 사려무나?
토가와 사키코
아뇨, 꽃은 사지 않을게요... 혹시 가든 스트리트 33번지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시나요?
꽃 파는 부인
하늘을 올려다보렴. 석양을 마주 보고, 서쪽으로 골목 끝까지 쭉 가면, 마지막 집이 33번지란다.
토가와 사키코
할머니, 지금은 이미 밤인데요......
꽃 파는 부인
오, 이 늙은이가 깜빡했구나... 어쩐지 길에 발소리 하나 없더라니. 나도 이제 장사 접고 집에 가야겠구나.
토가와 사키코
앞이 안 보이시는 건가요...?
꽃 파는 부인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너는 아직 길을 찾고 있지 않니? 어서 가보렴.
꽃 파는 부인
밤은 어둡고 등불도 희미하니, 다시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토가와 사키코
감사합니다... 할머니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가든 스트리트 33번지
토가와 사키코
서쪽으로 계속 걸어오면... 여기가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곳이구나.
사키코가 낡은 나무 문을 천천히 밀자, 문틀이 날카롭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토가와 사키코
윽... 술 냄새가 왜 이렇게 심해?!
바닥은 흙탕물 묻은 신발 자국으로 가득했고, 방 안쪽 끝에는 남루한 차림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술병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취한 남자
비었어...
취한 남자
비었고...
취한 남자
...또 비었잖아!
취한 남자
안나! 안나!!
취한 남자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게냐?!
취한 남자
흐흑, 너도 그 여자처럼, 날 버리고 도망친 게냐?!
토가와 사키코
......
취한 남자
으... 안나... 안나......
취한 남자
다시는 술 안 마실게! 이제부터 열심히 살 테니까!
남자는 고통스럽게 무릎을 꿇었고, 이내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 깨뜨린 술병 조각이 그의 손바닥을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
취한 남자
아악! 안나, 이 바닥에... 피... 피가 나!
취한 남자
나 죽는다! 안나, 빨리 돌아와! 나 죽는다고!!
취한 남자
안나... 돌아왔구나?
토가와 사키코
저는 안나가 아니에요.
취한 남자
네가 안나야... 네가 안나다!
취한 남자
날 못 알아보는 게냐? 나다.
남자는 사키코를 향해 기어왔지만, 이내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인지, 사키코는 강렬한 슬픔을 느꼈다.
그녀는 부서진 문틀을 손으로 짚었다——
누더기 옷의 소녀
......
토가와 사키코
......
누더기 옷의 소녀
저는——
토가와 사키코
가자.
토가와 사키코
사실 그 발표되지 않은 이야기가, 너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이니?
안나
......네.
안나
저는 동화를 아주 좋아해요. 엄마가 떠나시기 전에, 저에게 동화책을 아주 많이 사주셨어요.
안나
그때 우리 가족은 정말 행복했어요. 저, 엄마... 그리고 아빠도요.
안나
하지만 엄마가 떠나신 뒤로, 그런 행복은 제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안나
제가 겪은 모든 걸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지만, 억압과 절망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안나
그래서 모든 문장의 의미를 정반대로 뒤집어서, 가장 아름다운 동화로 만들었던 거예요.
안나
...하지만 저는 이제 동화를 읽지 않아요.
토가와 사키코
안나......
안나
(몸을 떤다)
안나
제, 제발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 주세요......
토가와 사키코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안나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당신은 이미 저에게 무척 다정해요.
토가와 사키코
아이리스도 있어. 그녀는 널 무척 걱정하고 있어.
안나
아이리스를 아세요?
토가와 사키코
응, 난 그녀를 따라서 널 찾아온 거야. 방금 연락했는데,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대.
안나
아이리스......
토가와 사키코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아?
안나
그녀가 무척 바쁘고,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걸 알아요......
토가와 사키코
너는 그녀에게 아주 소중한 친구야.
안나
......
안나
사실... 오늘 하루에도 몇 번이고 높은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어요......
안나
하지만 주머니에는 그녀가 써준 편지들이 가득했고, 제 손은 계속 그 편지들을 꽉 쥐고 있었어요.
안나
그녀는 제게 열심히 살아가라고 격려해줬고, 제 이야기 속 아름다운 꿈이 언젠가 찾아올 거라고 말해줬어요.
안나
저 자신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그녀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토가와 사키코
그녀를 완전히 믿어도 돼.
토가와 사키코
그녀는 진짜 요정이거든.
안나
요정이요?
토가와 사키코
그녀가 오면 알게 될 거야. 네가 어른이 되기 전에——
사키코는 무심코 시계로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괘종시계가 높은 벽에 걸려 있었고, 시침과 분침은 천천히 다가가 곧 겹쳐지려 하고 있었다.
토가와 사키코
이런......
안나
왜 그러세요?
토가와 사키코
아이리스가 어른이 되기 전에 하라고...
안나
생일 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이리스가 제 생일을 챙겨주려고요?
토가와 사키코
응,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안나
괜찮아요, 저는 생일을 챙겨본 지 오래됐는걸요.
안나
그리고 저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에요. 사람은 어른이 되면, 축하 같은 건 필요 없어져요.
사키코가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 그녀의 시선이 한 물건에 멎었다.
토가와 사키코
......
토가와 사키코
안나, 내가 너에게 생일 축하를 해줘도 될까?
안나
......네?
안나
......
안나
......
안나
......네.
그곳에는 피아노 한 대가 있었다.
달빛이 그 위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마치 오늘 밤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
설령 아이리스의 아름다운 꿈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사키코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안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토가와 사키코
'어른'이 되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 이 자장가를 선물로 너에게 보낼게.
안나
......네!
사키코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고, 안은 그 아래에 앉았다.
심장 박동과 초침 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서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두근, 두근.
째깍, 째깍.
사키코의 두 손이 흑백 건반 위를 유영했다.
음표들은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뛰어오르며, 한 소녀의 기적 같은 탄생에 가장 진실한 축복을 보냈다.
이 대지에 와주어서 고마워.
너의 미래가 순탄하기를.
너의 동심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마지막 음표가 내려앉는 순간, 교회의 종소리가 정확히 울려 퍼졌다.
토가와 사키코
생일 축하해, 안......
사키코는 소녀를 향해 돌아섰지만, 그녀는 이미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표정에는 달콤함이 깃들어 있었다.
아이리스
생일 축하해, 안나.
아이리스
베나는 아직 교회에서 안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는 밖에서 잠시 산책해요.
토가와 사키코
마지막에 겨우 시간을 맞췄네요.
아이리스
네, 아슬아슬했지만 정말 다행이에요.
토가와 사키코
마지막에 그녀에게 어떤 꿈을 만들어 주셨나요?
아이리스
새하얀 방이요.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깨끗한 곳이었죠.
아이리스
방 안에서, 저는 먼저 그녀에게 제가 만든 꿈속으로 들어올 의향이 있는지 물었어요.
토가와 사키코
아이리스는 정말 귀족 아가씨 같네요.
아이리스
베나의 그런 말은 믿지 마세요......
아이리스
"꿈속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아이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아이리스
이건 모두 꿈의 성에 규정된 필수 절차예요.
토가와 사키코
알겠습니다—
토가와 사키코
그럼 마지막에, 그녀에게 또 다른 말도 했나요?
아이리스
꿈속에서 안에게 말해줬어요. 그녀의 글은 정말 아름다우니, 계속해서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요.
아이리스
어떤 스타일이든, 어떤 이야기든, 심지어 동화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요.
토가와 사키코
네, 그건 저도 그녀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에요.
아이리스
저는 그녀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씩 그녀의 눈앞에 보여주었어요.
아이리스
과일을 좋아하는 충치 아저씨, 거꾸로 걷는 인형 아가씨... 그들 모두가 함께 다과회를 열었죠.
토가와 사키코
정말 좋네요. 안이 계속 그 꿈속에 머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이리스
꿈은 탐닉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에요.
토가와 사키코
......?
아이리스
아무리 아름다운 꿈이라도, 결국에는 깨어나야만 해요.
토가와 사키코
현실이 엉망진창이어도, 깨어나야만 하나요?
토가와 사키코
아이리스와 베나는 그렇게나 강력한 오리지늄 아츠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이리스
사키코, 당신은 동화와 꿈의 성이 가진 힘을 조금 오해하고 있어요. 현실에 비하면, 저희의 능력은 정말 미미하답니다.
아이리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이들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씨앗 하나를 남기는 것뿐이에요.
아이리스
그것은 어릴 적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일 수도, 혹은 어떤 물건일 수도 있죠.
아이리스
그 씨앗은 평소에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사람이 가장 연약해진 순간에 힘을 줄 거예요.
토가와 사키코
......
아이리스
......제가 너무 진지했나요?
토가와 사키코
아니에요. 그 말을 할 때, 당신의 눈빛은 무척 단호해 보였어요.
토가와 사키코
앞으로 안은 당신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꿈을 떠올릴 때마다, 살아갈 용기를 다시 얻게 될 거라고 믿어요.
아이리스
네, 저도 믿어요. 하지만 저와 당신의 이유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토가와 사키코
네?
아이리스
그녀를 위해 꿈을 만들기 전, 저는 그녀의 마음속에 이미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아이리스
신념의 씨앗은, 꿈의 성이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꿈을 통해서만 심을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아이리스
당신 덕분이에요, 사키코.
???
맞아, 사키코 너 피아노 정말 잘 치더라!
비그나
내가 전부터 너 음악 잘할 거라고 했잖아. 다음 로도스 아일랜드 공연에는 반드시 참가해야 해!
토가와 사키코
으, 비그나,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말아요......
비그나와 사키코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아이리스는 작은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이리스
사키코, 전에 이상한 꿈을 꾼다고 했죠?
아이리스
이 목걸이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앞으로는 악몽을 좀 덜 꾸게 될 거예요.
토가와 사키코
이걸... 제가 정말 받아도 될까요?
아이리스
걱정 말고 받아요. 비싼 물건은 아니고, 그냥 작은 마법을 걸어둔 것뿐이니까.
비그나
에— 나도 갖고 싶어!
아이리스
너도 악몽을 꾸니?
비그나
아마... 어쩌면? 기억 안 나!
아이리스
아니, 나는 알 수 있어. 너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늘 꿀잠만 잤는걸.
비그나
에이— 너희 같은 요정들이랑 엮이면 정말 피곤하다니까. 비밀이 하나도 없어!
곁에서 동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사키코는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부드러운 서늘함이 목덜미를 통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토가와 사키코
아, 정말 아름다워......
토가와 사키코
아이리스, 비그나, 이것 좀 보세요——
아무도 없었다.
토가와 사키코
비그나?
토가와 사키코
아이리스?
사키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토가와 사키코
다들... 어디 갔어요?
사키코는 방금 전의 교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점점 더 빨라졌다.
토가와 사키코
베나!
토가와 사키코
안나!
토가와 사키코
에......? 어째서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온 거지......?
의아해하는 오퍼레이터
사키코 씨?
의아해하는 오퍼레이터
괜찮으세요?
토가와 사키코
......
???
저, 저기... 괜찮, 아요?
토가와 사키코
(돌아본다)——!
???
저, 안녕하세요?
미스미 우이카
응, 모든 게 예전 그대로... 꼭 꿈을 꾸는 것 같아.
토가와 사키코
네...... 꿈?
비그나
사키코, 사키코?
토가와 사키코
으음...... 응?
비그나
해가 중천이야, 슬슬 일어나야지?
토가와 사키코
추워......
토가와 사키코
머리가 아파......
???
사, 키, 코.
???
사——키——코——!
토가와 사키코
으... 여긴 어디지?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거대한 성 안에 있었다.
거대한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자, 두 개의 달이 밤하늘에 걸려 있었다.
차가운 실내 온도에 정신이 조금 들자,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
(의아한 듯 킁킁거리는 소리)
토가와 사키코
이 괴물들은 대체 뭐지?!
???
어머, 누가 깨어났나 보네?
토가와 사키코
——!
그림자 속에서, 구두굽이 바닥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림자 속의 인물은, 사키코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또각, 또각.
???
흥, 재미없게.
안나네 가정은 아베무1화랑 비슷한거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