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연약하고 부드러운 기억을, 아무도 모를 때까지 감싸 안는다.
하지만 목이 터져라 외친다 한들, 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 수 있을까?
나는,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으리.
흔들리는 갑판에서 단단한 땅으로, 다시 대지를 딛는 감각에 사키코는 조금 안심했다.
마음씨 좋은 뱃사공
아가씨, 계속 말동무가 되어줘서 고마워.
마음씨 좋은 뱃사공
이 섬은 육지에서 워낙 멀어서, 아가씨가 없었으면 나 혼자 바다만 쳐다보면서 배를 몰다가 심심해서 미쳐버렸을 거야.
토가와 사키코
아저씨와 이야기하면서, 저도 바다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마음씨 좋은 뱃사공
아가씨 옷차림을 보니 이 동네 사람 같지는 않은데, 이런 아무도 찾지 않는 작은 섬에는 어쩐 일이야?
토가와 사키코
......찾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어서요.
마음씨 좋은 뱃사공
이 섬 사람이야?
토가와 사키코
......아마 아닐 거예요.
마음씨 좋은 뱃사공
그거 참 희한하네. 이 섬에는 밖으로 나가는 사람만 있지,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토가와 사키코
사실 저도 그녀가 여기에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어요......
사키코의 손에는 이 작은 섬으로 가는 배편 티켓 한 장뿐이었다. 이것이 모르페우스의 악랄한 장난이든 아니든, 그녀에게는 이 선택지 하나밖에 없었다.
마음씨 좋은 뱃사공
(어깨를 두드리며) 에이, 괜찮아! 이 섬에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여기 사는 주민들한테 물어보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토가와 사키코
......네.
마음씨 좋은 뱃사공
근데 아가씨, 사람을 찾든 못 찾든, 정오가 지나면 반드시 여기로 돌아와야 해.
마음씨 좋은 뱃사공
여기는 배편이 워낙 드물어서, 만약 놓치면 적어도 다음 달까지는 기다려야 떠날 수 있어.
토가와 사키코
하지만 지금이 벌써......
마음씨 좋은 뱃사공
에휴, 이것도 어쩔 수 없지.
마음씨 좋은 뱃사공
나도 좀 더 기다려줄 수는 있지만, 밤에 항해하는 건 위험하니까.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돌아가야 해.
토가와 사키코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
(큰 소리로) 도—레—미—
??
음, 들려요.
???
(작은 소리로) 도—레—미—
??
......
???
방금 멀리서 한번 반복했는데... 안 들렸나요?
??
......네. 방금은, 소리가 없었어요.
???
......일단 안대부터 벗겨줄게요.
에이야퍄들라
결과는 어떤가요?
미스미 우이카
낙관적이지는 않네요... 지난번보다, 조금 더 가까워졌어요.
에이야퍄들라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야외 탐사 나갈 때는, 주변 상황에 더 주의하도록 할게요.
미스미 우이카
에이야퍄들라, 당신은 자신의 안전을 좀 더 생각해야 해요.
미스미 우이카
이 섬에 온 지 얼마나 됐죠?
에이야퍄들라
두 달 전에 도착했어요.
미스미 우이카
당신의 청력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당신을 도와줄 제대로 된 의사가 없어요.
미스미 우이카
오늘 부두에 배가 정박할 테니, 제가 짐 싸는 걸 도와줄게요. 이따가 바로 돌아가는 배를 타세요.
에이야퍄들라
안 돼요. 여기 화산의 마지막 데이터 그룹을 아직 다 수집하지 못했어요......
미스미 우이카
하지만 당신의 몸은——
에이야퍄들라
이 작은 섬에 오기 전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의사 선생님께 건강 평가를 부탁드렸어요.
에이야퍄들라
음... 상황이 확실히 좋지는 않지만, 의사 선생님께 석 달 안에는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어요.
에이야퍄들라
선생님은 화산 연구가 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허락해 주셨죠.
미스미 우이카
......
에이야퍄들라
우이카 씨, 저는 화산을 좋아해요. 당신이 별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에이야퍄들라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날 밤 제가 산에서 길을 잃었다가 마침 별을 보고 있던 당신을 만났던 거잖아요?
미스미 우이카
......다음에 산에 탐사하러 갈 때는, 저를 꼭 불러주세요.
에이야퍄들라
네, 문제없어요!
에이야퍄들라
아침 날씨가 정말 좋네요......
에이야퍄들라
우이카 씨, 노래 한 곡 들을 수 있을까요?
에이야퍄들라
왠지 이런 날씨에는, 노래를 들으면서 저 멀리 화산과 바다를 바라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미스미 우이카
네, 그럼 제가 좀 더 가까이 갈게요......
우이카는 두 사람의 거리를 살짝 좁혔다. 그녀는 에이야퍄들라의 작은 귀가 쫑긋 세워지고, 그 안에 있는 보청기가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미스미 우이카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뒤틀린 하늘을 그리며, 무심코 상상하게 돼"
"날개 없는 네가, 내 곁으로 타락해오기를"
"나는 불행히도, 신성하고 고결한 것을 건드리고 말았네"
"오직 오늘 밤 네가, 나의 신화가 되어주기만을—"
"......"
에이야퍄들라
정말 듣기 좋네요!
미스미 우이카
......고마워요.
에이야퍄들라
이 노래는 누가 쓴 건가요?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이 섬의 노래인가요?
미스미 우이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예전에 들었던 노래 중 하나겠죠, 무심코 기억하게 된......
에이야퍄들라
하지만, 우이카 씨... 지금 무척 슬퍼 보여요.
미스미 우이카
네......?
의아해하는 섬 주민
음? 미스미 우이카?
의아해하는 섬 주민
존, 자네 이런 이름 들어본 적 있나?
똑같이 의아해하는 섬 주민
기억에 없는데. 이름만 들어도 섬 밖 사람 아니야?
토가와 사키코
아저씨, 혹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주실 수 있을까요?
토가와 사키코
근처 할머니께서, 아저씨가 이 섬에서 발이 가장 넓고 아는 사람도 제일 많아서, 분명 단서를 주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의아해하는 섬 주민
에휴... 근데 이 섬에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우리가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면, 새로 온 사람 아니겠어?
의아해하는 섬 주민
어, 전에 화산 뒤편에 별장 한 채가 있고, 거기에 웬 괴짜가 산다고 하지 않았어?
똑같이 의아해하는 섬 주민
음...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똑같이 의아해하는 섬 주민
정확한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아무래도 그 사람밖에 없을 것 같은데.
토가와 사키코
그럼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저기, 섬 일주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20킬로미터쯤 가서, 산 뒤쪽으로 돌아가면 그 별장이 보일 거야.
토가와 사키코
알겠습니다. 20킬로미터, 차로 가면 30분 정도......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아, 여긴 차가 없어.
토가와 사키코
차가 없다고요?!
똑같이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아까 올 때 못 봤어? 우리 섬에 차가 어디 있겠어?
토가와 사키코
하지만, 도로는 분명히 잘 관리되어 있던데요......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그거야 예전에 섬 밖 사람들 관광 오라고 꼬시려고 그랬지. 근데 다 고치고 나니 아무도 안 오고, 오히려 더 가난해졌지 뭐야.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아가씨, 만약 시간이 급하면, 이 자전거라도 빌려줄게.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쓸 만은 할 거야. 빨리 밟으면,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걸.
토가와 사키코
......
사키코는 아저씨 뒤에 있는 낡은 자전거를 바라보았다. 차체는 여기저기 낡아빠졌고, 위에 그려진 그림도 많이 벗겨져 있었다. 모든 것이 그것이 겪어온 풍파를 말해주는 듯했다.
똑같이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힘내! 새로운 얼굴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무사히 그 사람도 찾고, 섬에서 즐겁게 놀다 가!
토가와 사키코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사키코는 가볍게 페달을 밟았다——
토가와 사키코
이 자전거... 움직이기만 한다면...
토가와 사키코
문제없어!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조심해, 앞은 내리막길이야——
충고는 언제나 한 발짝 늦었고, 소녀는 이미 낡은 자전거와 함께 통제 불능 상태로 비탈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토가와 사키코
아아아——————!
더 이상 의아해하지 않는 섬 주민
......재미있지?
모르페우스
하하하하하하하하......
모르페우스
정말이지— 너무 웃겨! 하하하하하!
울프
모, 모르페우스 님.
울프
제, 생각엔, 좀, 심한......
모르페우스
닥쳐.
울프
......
모르페우스
이건 쟤가 직접 동의한 내기야. 나는 우리 사이의 약속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모르페우스
나는 반드시 쟤의 약점을 찾아내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꿈을 엮어줄 거야.
모르페우스
쟤도 깨닫게 될 거야——
모르페우스
내가 바로 꿈의 성 최고의 '꿈의 주관자'라는 걸.
모르페우스
......아이리스, 그 녀석, 그 녀석이 나보다 강할 리가 없어.
에이야퍄들라
해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서, 나무 그늘이 점점 줄어드네요......
에이야퍄들라
조금 더워지는 것 같아요.
미스미 우이카
제 숙소가 여기서 가까우니, 제 집에 가서 잠시 쉬시는 건 어때요?
에이야퍄들라
우와— 정말 순식간에 시원해졌어요!
에이야퍄들라
이 거실 정말 넓네요— 이렇게 텅 빈 방은, 겨울에는 무척 춥겠어요.
미스미 우이카
저쪽 벽난로에 불을 피우면, 집이 금방 따뜻해져요.
미스미 우이카
하지만 저 혼자 있을 때는, 작은 난로 하나를 소파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에이야퍄들라
음, 저는 당신이 아가씨일 줄은 몰랐네요......
미스미 우이카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는 아가씨가 아니라, 그저 이곳의 집사일 뿐이에요.
에이야퍄들라
(작은 목소리로) 제가 집주인 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요......?
미스미 우이카
괜찮아요. 지금은 여기 저 혼자 살고 있으니까요.
미스미 우이카
이 집의 주인은... 돌아오지 않은 지 아주 오래됐어요.
에이야퍄들라
왠지... 그녀를 무척 그리워하는 것 같네요.
미스미 우이카
네, 주종 관계라기보다는, 저희는 조금 더 특별한 관계였을지도 몰라요......
미스미 우이카
그녀는 제게 처음으로 시선을 준 사람이었고, 이후 저의 첫 번째 소중한 친구가 되었죠.
미스미 우이카
그녀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고, 저는 옆 의자에 앉아 그녀를 위해 화음을 맞춰 노래했어요.
미스미 우이카
처음에는, 저희는 정말 즐거웠어요... 정말로.
에이야퍄들라
하지만, 그녀는 어째서 떠난 건가요? 이 작은 섬을, 이... '집'을 떠나서?
미스미 우이카
어째서일까요... 어쩌면, 여기에 남고 싶었던 건, 처음부터 저 혼자뿐이었던 걸까요?
자전거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귀에 거슬렸고, 균형을 잡기도 점점 더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체력도 점차 바닥나고 있었다.
토가와 사키코
아—!
급커브 길에서, 자전거가 갑자기 통제력을 잃었고, 사키코는 관성에 의해 튕겨 나갔다.
토가와 사키코
윽......
고통을 꾹 참고, 그녀는 몸을 일으켜, 힘겹게 목적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머나먼 산기슭에, 희미하게 집 한 채가 보였다.
토가와 사키코
저건......
그 집을 바라보자, 이유도 없이 수많은 낯선 기억들이 사키코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토가와 사키코
저, 저건——
우이카의 꿈속에서, 어린 시절의 사키코와 우이카는 저곳에서 놀았다.
어른이 된 후, 그녀들은 저곳에서 함께 생활했다.
토가와 사키코
이것들은... 전부 우이카의 꿈인 건가?
모르페우스
흥흥—♪ 흥흥흥—♪
모르페우스
음... 어때, 내 덕분에 너도 이제 볼 수 있게 됐지?
모르페우스
내가 쟤를 위해 멋진 꿈을 많이 만들어주긴 했지만, 우이카라는 이 아이의 가장 큰 소원은 너와 함께 있는 거더라.
모르페우스
단지 꿈의 마지막에는, 항상 그녀 혼자뿐이었지만.
모르페우스
매번 결말은 네가 통제 불능이 돼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거였어——
모르페우스
토가와 사키코, 너 정말 잔인한 사람이구나.
토가와 사키코
내가... 잔인하다고......
모르페우스
그 녀석한테 못 들었어?
모르페우스
꿈은 사람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진실한 생각이야. 그리고 미스미 우이카의 마음속에서는—— 그녀가 너와 함께 있기를 갈망할수록, 너에게 더 닿을 수 없게 되는 거지.
모르페우스
아무도 없는 작은 섬을 만들어내도, 여기에 너와 그녀 단둘만 있어도, 그녀는 몇 번이고 얻었다가 다시 잃는 고통을 맛볼 수밖에 없어.
모르페우스
그녀의 그 작은 행복은, 언제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지.
모르페우스
쯧쯧, 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절망적이면, 꿈조차도 구원해주지 못하는 걸까.
토가와 사키코
......우이카, 내가 너를 그 악몽 속에서 끌어내 줄게.
모르페우스
정말? 정말로?!
모르페우스
그럼 기대해 볼게——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분노에 차 씩씩거리는 표정을 기대해 볼게!
모르페우스가 거리낌 없이 미친 것처럼 웃는 그때, 멀리서 선박의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곧 출항한다는 신호였다.
노래불러달라니까 납감조노래 부르노 ㅅㅂㅋㅋㅋㅋ
진짜 그거라고? 이모이모야 - dc App
중간에 나온 우이카 노래는 Imprisoned XII 이라는 실제 아베무지카의 곡으로 우이카가 사키코를 생각하며 쓴 가사. 유튜브에서 한국어 자막과 함께 볼 수 있음 - dc App
우이카네 꿈은 그냥 희망고문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