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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밝은 빛을 느끼고 눈을 뜬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커튼이 쳐진 창문
커튼의 빈틈으로부터 내려오는 빛을 눈으로 따라오면
탁자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는 커피가 보인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온몸에서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신음소리를 내며 가까스로 앉으니 몸에서 담요가 흘러내린다.
전부다 굳이 물어볼 것도 없이 텍사스가 해준 거겠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스트레칭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부엌에서 그녀가 나온다.
"박사 일어났어?"
기분 탓일까 조금은 그녀의 말투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
나는 곧바로 자는동안 해준 것들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정도는 별거 아닌 일이지"
텍사스는 접시 두 개를 들고 오더니 탁자에 내려놓고 나의 건너편 의자에 앉는다.
"간단하게 만들어봤어 맛은 보장 못 해"
하며 내가 새벽동안 조사한 신문들을 들쳐본다.
고개를 내려 탁자를 보자 흰 접시에 계란 스크램블, 버터에 구운 것 같은 식빵 1조각, 육포 4조각 그리고 딸기잼이 약간 놓여 있다.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자 눈이 마주쳤다 이게 뭐지?라는 말을 표정으로 말하니
"어제 여기 있는 동안은 아침을 먹게 해준다고 했으니깐"
다시 고개를 내려 다시 한번 접시를 봤다.
요리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음식이 있다.
하지만 이 음식은 텍사스가 만들어 줬다는 것만으로도 요리로서 성립되는 마법 같은 일이 발생한다.
세상에 맙소사 나는 그녀가 아침을 먹게 해준다고 했을 때에는 그저 하룻밤의 농담인 줄 알았는데 설마하니
진짜로 준비를 해주다니
나는 빵을 반으로 자른 후 반쪽을 들어 딸기잼을 바르고 그 사이에 육포를 놓고 계란 스크램블을 올린 후 다시 빵을 올리고
군침을 삼켰다.
굳이 앞을 보지 않아도 그녀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평생 오늘을 잊지 않기로 하며 신에게 감사를 올리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식빵은 부드러웠다. 마치 솜사탕처럼 씹자마자 잘라졌으며 버터의 풍미가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육포는 딱딱했다 그렇기에 씹는 식감을 줬으며 턱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계란 스크램블은 바삭했다 마치 방금 튀겨낸 치킨처럼 그러니깐.. 계란 껍질이 그대로 씹혔다
다시 식빵의 부드러움.
그러니깐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끔찍했다.
계란 스크램블에 관해서는 실드조차 설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텍사스가 해준 음식이라는 것만을 생각하며 다 먹었다.
그리고 분명 그녀도 자신의 접시를 가져왔다 구성은 내 것과 동일.
만약 저걸 텍사스가 먹는다면 내가 맛없는 걸 억지로 먹은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다.
나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또한 빠르게 계산을 끝냈고
나는 텍사스에게 이걸론 배가 차지 않는다면서 그녀의 접시까지 요구했다.
"아침이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내 기준에 맞춘 것이 폐해였네"
"미안 괜찮다면 내 것도 먹어도 좋아"
나는 마음속으로 텍사스에게 미친 듯이 사과하며 그녀의 접시도 다 먹었다.
그녀의 음식을 다 먹는 동안 잠시 텍사스는 바깥으로 나갔다 들어오더니
어제 내가 신문에 집어둔 부분들을 다 확인한 것 같다.
그녀가 근처로 오니 익숙한 담배 냄새가 난다.
내가 냄새를 맡는 걸 눈치챈 건지 동물의 본능인지 텍사스도 팔을 자기 코 쪽으로 가져가서 냄새를 맡는다.
"그렇게까지 심한가?"
맨날 담배를 피우는 그녀 귀에 이런 부분은 무신경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나는 괜찮다고 하고 조금은 식어버린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나갈 준비를 다 마치고 시간은 오후 2시
우린 북쪽 에어리어에 있는 과학시설들부터 들리기로 했다.
어제와 다르게 많이 돌아다녀야 할 거 같다고 판단돼서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몇 십분 정도 달리자 북쪽 에어리어임을 알리는 팻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나타난 것에 나와 텍사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한순간에 주변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이게 방금까지의 그 도시가 맞나? 할 정도로 급변해 버린 도시의 모습
하늘은 재로 인해 태양이 보이지 않으며, 푸른 하늘이 아닌 회색으로 물들어 버린 하늘이 보여온다.
주민은 일절 보이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연구복을 입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멋이 아닌 실용만을 챙긴 회색의 네모난 건물들이 골목을 허락하지 않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 세상이 다시 한번 종말을 맞이 한 줄 알았다.
나는 왜 주민들이 흑색 지역이라 부르며 이곳을 오지 않으려 하는지 깨달았다.
분명 처음에는 궁금증에 못 이겨 마을장에 경고와 충고에도 불구하고 몇몇 인간은 이곳을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음의 준비를 할 것도 없이 팻말 몇 개만 꼴랑 나오더니 바로 이 광경을 맞이하는 것이다.
푸른 하늘을 보며 태어나 푸른 하늘 아래에서 자란 인간들은 갑작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붕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은 이 도시가 지나온 길을 파헤치면 나오겠지.
"그런데 어떡하지 닥터? 갑자기 아무 데나 들어갈 수도 없을 텐데"
맞다, 어떤 미친 연구소가 갑자기 들이닥친 외부인에게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며 자기들이 연구하는 것들,
알아낸 것들 같은 값비싼 정보를 넘기겠는가.
이럴 줄 알고 어제 새벽에 마을장과 통화를 했다.
당연하지만 다짜고짜 연구소로 들이닥치는 것은 곤란하다 하였고 그 대신 뭘 연구하고 있는지와 다른 정보 한 가지를 알려줬는데
"우선, 본 이동 도시는 자체적으로 광석 병의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그 외에는 여러 식물을 교배시켜 우수한 종을 개량 중인 것 정도일까요"
"이 이상의 자세한 정보는 전달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대신 로도스의 수장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건......입니다"
"건투를 빌겠습니다 로도스의 수장"
나는 얼굴이 씨빨개져서 전화기를 소파에 던졌다.
오늘 새벽일을 회상하고 있자 옆에서 텍사스의 시선이 미친 듯이 느껴진다
아차 그녀의 질문에 아직까지 답을 안 해줬다
마을장이 알려준 정보를 마지막에 알려준 걸 제외하고 말해주니
텍사스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해 온다.
삐졌구나.
뭐 이런 걸로 삐지나 싶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도 히비스커스에게 닥터는 너무 여자의 마음을 몰라요!라며 혼난
전적도 있다.
이럴 때에는 화재 전환이 최고다. 내 인생 전부를 걸고 보장한다 즉빵이다.
나는 이제 동쪽 에어리어 가자고 텍사스에게 얘기해 줬다.
차를 돌리는 텍사스였지만 그 외에 이렇다 할 반응은 없다.
나는 동쪽 에어리어에 작지만 놀이공원이 있다고 말해줬다.
잠깐 귀가 움찔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반응은 없다.
나는 결정타로 동쪽 에어리어에 소라에 관련된 굿즈를 파는 숍이 있다고 알려줬다.
빙고. 눈에 띄게 그녀의 동물귀가 움찔 움찔 하며 의자 너머로도 꼬리가 좌우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차의 속도도 점점 올라가는 게 어지간히 많이 좋은가 보다.
그런데 의외였다 설마하니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으로
그 텍사스가 이렇게 눈에 띄도록 삐지다니.
아니, 어쩌면 그녀는 과거나 지금이나 그대로고 내가 텍사스를 더 잘 알게 된 걸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뻐져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누군가 텍사스의 삐진 얼굴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바로 말해줄 거다
알고 싶나? 하지만 유감! 나만의 비밀이야!
그런 말을 하는 상상을 하니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북쪽 에어리어를 나가려던 그 순간 그 찰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매서운 위화감이 들어온다.
뭐지? 내가 뭘 놓친 거지?
나는 빠르게 텍사스에게 차량을 멈추도록 지시했다.
차량이 급정거하고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창문을 내려 얼굴을 내밀고 빠르게 옆을 본다.
찾아야 한다 위화감을 놓치지 마.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실제론 몇 초도 안 흘렀겠지.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찾았다 위화감의 정체를.
난 처음에 이곳은 회색의 네모난 건물들이 빽빽하다고 했을거다.
하지만 단 하나의 건물만은 아니었다.
다른 건물들을 비웃듯 그 건물만은 회색의 하늘 아래 마치 눈꽃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으며
건물의 옥상엔 생명력을 자랑하듯 푸른빛을 가진 나무가 자라있었다.
그리고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건물 옥상엔 여자아이가 발을 앞뒤로 흔들며 걸터앉아있었다.
특별, 특이, 별난, 비정상 그 어떤 수식어구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다.
"무슨 일이야 닥터?"
무슨 상황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텍사스가 물어오자
나는 내가 발견한 것을 알려주며 내일 가장 먼저 저 건물로 가자고 그녀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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