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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운전한지 30분이 지났을 무렵 welcome이라는 간판과 함께 우리는 동쪽 에어리어에 도착했다. 대충 둘러보자
남녀 가릴 것 없이 다 즐겁게 웃으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우선 저녁을 먹고 이동하는 건 어때?"
박사 쪽에서 나에게 먼저 제안을 해왔다.
"나쁘지 않은 제안인 것 같아"
우린 근처 공용주차장에 차를 댄 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보폭에 맞춰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이 남자는 로도스라는 이름의 제약회사에 수장이며
이름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닥터 혹은 독타라고 부른다.
"흠... 파스타가 나으려나? 아니 역시 면은 좀 그렇지 그럼 역시 고기인가? 하지만 고기는 냄새가 밸 텐데.. 텍사스는 뭘 먹고 싶어?"
"아무거나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거 굉장히 어려운 말인 건 알고 말하는 거지..?"
모양새만 봐서는 데이트를 하고 있는 그럴듯한 커플 한 쌍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린 조사를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
옆에서 수차례 끙끙거리며 고민을 하더니 박사는 지도를 펼치지도 않고 곧장 나를 안내한다.
그 잠깐 사이에 이곳의 지리를 외운 건가? 경의로울 정도의 기억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격장, 인형 뽑기, 노래방 등등을 다니니 어느 순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텍사스 마지막으로 들리고 싶은 장소가 있어"
"나는 상관없는데 어디로 가려는 거야? 차가 필요한가?"
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가보면 안다'라는 말 한마디만을 남겨두고 앞으로 향했다.
완전히 뜬 달, 그 아름다운 달빛을 받아 기분 좋듯이 흔들리는 꽃들 그 가운데 닥터는 서있었다.
"바로 여기야!"
고개를 약간만 올려다보면 이곳이 어디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남녀 요소 다 좋아하고 특히 엑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곳 놀이동산이다.
"하지만 올 거라면 낮에 왔던 게 좋았던 거 아니야? 지금은 너무 늦어서 별로 못 탈 거라고 생각하는데"
"걱정하지 마 우리는 단 한 가지 놀이기구를 타러 이곳까지 온 거니깐"
단 한 가지라는 말을 듣고 나는 롤러코스터, 회전목마, 자이로드롭 등 수많은 놀이기구를 떠올려낸다.
무엇도 재미있는 놀이기구이지만 굳이 단 한 개만을 타기 위해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뭘 타는 건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네, 내가 말한 놀이기구는 대관람차야"
"지도만 보고선 여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라서 가장 높은 장소에서 내려다보고 싶어서 온 건데 괜찮으면 같이 안 탈래?"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는 닥터를 보며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같이 안 탈 수가 있을까.
나는 수락했고 우리는 티켓을 끊어 대관람차에 탑승했다.
"사실 이걸 탄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어"
"관찰이 목적이 아니었던 건가?"
"물론 그것도 목적이 맞는데 아마 이제 곧 보일 거라고 생각해"
그 말이 지나자 한 칸이 움직일 때마다 5분씩 멈추어있던 대관람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관람차가 점점 회전하여
우리가 타고 있는 칸이 위쪽을 향하게 됐을 때 그건 보이기 시작했다.
살면서 본 몇 안 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
각각 떨어져 있는 에어리어들이 다른 빛을 빛내며 마치 꽃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낸다.
박사는 이걸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여기까지 데려온 걸까?
애써 흥분한 기분을 진정시키고자 심호흡을 하고 박사 쪽을 보니 기분 나쁘게 싱글벙글 웃고 있다.
"틀림없이 아름답긴 하네 그런데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그러자 박사는 손가락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천천히 박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장소로 시야를 이동시키니 나는 부끄러워 죽고 싶어졌다
그곳에는 나 자신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자신의 존재감을 방출하고 있는 내 꼬리가 있었다.
흔들리는 꼬리를 잡고 무릎 위에 올려놓으니 박사가 어느순간 웃는 걸 멈추고 밖을 보며 입을 연다.
"텍사스는 언제나 쉬려고 하지 않고 일을 하려고 하니깐 말이지 적어도 2일 정도는 같이 놀면서 쉬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말을 하고 멋쩍게 웃음을 짓는다
"역시 상사랑 다니면서 노는 거는 재미없었겠지?"
그 말을 듣고 지난 2일간 나는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평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갈 뿐이었던 하루가 2일 동안은 달랐다.
수많은 생각을 했고 박사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본 날에는 어딘가 이상이 있는 줄 알고 당황하기도 했었다.
"재미있었어, 소라가 매일 옷 끝을 붙잡고 물어볼 정도로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닥터는 크게 웃으며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며 무릎을 탁탁 친다.
"그래도 말이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언젠가 소라에게도 말 못 할 추억을 많이 쌓아나가고 싶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닥터에게 물어 따지려는 찰나 대관람차가 땅에 도착했고 박사는 내리고 있었다.
"끄으응 피곤하다... 내일부터 일하려면 오늘은 일찍 자야겠는걸......."
기지개를 펴며 걸어가는 박사는 놀이동산의 마지막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는 걸 들으며 내 앞으로 가더니
반바퀴를 빙 돌아 나를 마주 본다.
"그러고 보니 말하지 않았었지"
"이번 출장 잘 부탁해 텍사스"
악수를 건네는 박사의 손을 얼떨결에 잡으며 "나야말로 잘 부탁해 닥터" 승락을 해버린다.
그렇게 아까의 의미심장한 말을 다시금 물어볼 타이밍을 놓쳐버리고만 나는 숙소로 돌아간 이후로도 물어볼 수 없었다.
텍댕개좋아
재밋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