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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안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연구를 진행하다가 죽는 일은 이제 와서는 정말 흔한 일이기에 그녀가 습격당한 것일 수도 있었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에 조급함을 느낀 나는 텍사스에게 말해 문을 베어버릴 것을 부탁했다.


"... 해보지"


그녀가 검을 뽑아 문을 베어내려는 순간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보이는 것은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는 텍사스와 비슷한 키의 여성과 뒤쪽에서 똑같이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로

두 손을 들고 무릎을 꿇고 있는 저번에 봤던 아이가 있었다.

나와 텍사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같았다.


"하??????"


"이런 상황입니다만...... 우선 들어와주세요"


연구소 안에 들어와 의자에 앉은 우리는 약 5분간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녀에게 자초 지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의 근원은 저 아이와 함께 우리를 위해 팬케이크를 준비하다가 밀가루를 엎은 것 같다.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정리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두 분 다 커피로 괜찮으신가요"


옆에서 안경을 쓰고 있는 건장한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아마 분위기로 보았을 때 이 아이의 아버지 이자 내 눈앞에 있는 여성의 남편 되는 사람이겠지.


남성은 커피를 타오고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저희 남편이 낯가림을 많이 해서요, 죄송합니다"


"우선 그러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번에 전화로 연락받았던 플라워라고 합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닥터라고 소개한다.


"이름은 텍사스, 펭귄 물류에서 근무 중이야"


"그런데 두 분은 무슨 이유로 저희 연구소에 오시게 된 건가요..?"


우린 이곳을 왜 온 걸까 삘이 와서? 건물이 예뻐서? 프로스트 노바를 조사하기 위해?


"이곳만이 북쪽 에어리어에서 유일하게 색을 띠고 있더군, 그래서 이유가 뭔가 하고 와본 거야"


내가 곤란해 하자 텍사스가 대신 답변해 줬다, 

저 말이 맞긴 하지만 과연 그 말을 듣고 납득해 줄까? 라는 생각을 하며 플라워 씨 쪽을 보고 있자니

마치 당연하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답변해 준다.


"그렇네요 음... 정말 별거 아닌 이유이긴 한데요"


"저희는 부부 둘 다 연구원이거든요 그래서 연구소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아이도 자동적으로 연구소에 있게끔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연구소라도 아이한테 맞게끔 좀 꾸며본 게 어쩌다 보니 이곳 유일한 색 있는 건물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정말 별거 아닌 이유였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 텍사스와 함께 일어나 나가려는 찰나


"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오셨다고 하셨죠 아마도 두 분이 조사하고 계신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우리가 찾고 있는 게 뭔지 안다? 프로스트 노바에 관한 정보가 있는 걸까?


"눈꽃의 춤이라고 아시나요? 저희 마을에서 열리는 몇 안 되는 축제 중 하나인데 아마 전 그거라고 생각돼요"


축제? 프로스트노바의 행동이 아니라면 최근 이상기후는 어떻게 된 것이지?


"이상기후요? 그건 아마도 하늘과 관련돼있을 거예요"


"최근 들어 하늘에 넓게 퍼져있는 재들이 비를 맞아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그로 인해 태양빛이 들어오게 되면서 온도가 달라져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그건 이 마을 주민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인가?"


"그렇죠?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알려주니까요"


충격이었다. 마치 비어있던 퍼즐 조각들이 날라와 맞춰지듯 내 뇌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 당연히 주민들은 프로스트 노바에 대해 알지도 목격 정보도 없는 게 당연했다.

그녀는 이 마을 근처도 오지 않았을 테니깐. 완전히 헛짚었다.


그때 뒤에서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언제까지 손들고 있어야 돼?"


"후... 충분히 반성했지?"


"응! 반성했어!"


"좋아 위로 올라가서 아빠한테 씻겨달라고 해"


"네~"


나는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간단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을까 그녀와의 출장에 너무 신났던 게 분명하다.


"저기 저기 아저씨"


옷을 끌어당기는 느낌과 함께 깊은 자책의 늪에서 나의 정신이 깨어난다.

아래를 보니 아까의 그 아이가 나의 옷을 손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저씨랑 저기 언니는 부부야?"


옆에서 커피를 뿜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황급히 부부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둘이 사이좋게 돌아다닌다고 애들이 그러는걸~ 어른 남자랑 여자가 사이좋게 다니면 선생님이 부부라고 했어!"


"어머, 부부셨던 건가요?"


너까지?!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두뇌 회전이 안된다.

나는 텍사스라면 이 상황을 빠져나가게 도와줄 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 앞에는 커피를 뿜어 축축해진 탁자와 얼굴이 빨개져 꼬리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절대 이 상황을 도와주진 못할 것 같다 판단된 나는 맞불 전략을 택했다.


별거 없다. 그냥 부부라고 인정했다.


내가 인정함과 동시에 옆에서 커피잔이 엎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밑을 봤다.


"봐봐~! 역시 부부 맞잖아! 얼레리 꼴레리~서로 좋아한대요~"


아이는 우리를 놀리며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아이... 무서워...


"두 분이 부부라면 좋은 데이트 코스가 있어요 잠시만요?"


어른은 어른대로 흥분한 것 같다. 우리의 동의도 없이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동안 나는 텍사스한테 사과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뭐......됐어, 하아..."


무서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2층에서 뛰어내려왔다.


"여기요"라며 건넨 손에는 티켓으로 보이는 종이가 2장 있었다.


예의상 받아서 무슨 티켓인지 보고 있으려니 그녀가 설명을 해줬다.


"원래는 마을 사람들에게 주는 티켓인데요 저희 부부는 그날 중요한 연구가 있어서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고민 중 이였거든요"


"괜찮다면 부디 가주세요 분명 분위기라던가 좋을 태니깐요 후후"


아, 이거 완전히 거절할 수 없는 패턴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로봇이 되어 그저 고개를 끄덕 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보니 우리는 연구소 밖으로 나와있었다.

"그럼 부디 그 티켓을 써주세요"

환히 웃는 그 얼굴을 마지막으로 끼익하며 문이 닫혔다.


남은 것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로봇과 손에 들린 티켓 2장 아까부터 고개를 숙이고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늑대가 한 마리 있었다.


"닥터 정신 차려"


끄덕 끄덕


"닥터?"


끄덕 끄덕


"... 여보?"


뭐? 여보? 하?????????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텍사스 쪽을 쳐다봤다.


그녀도 말하고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져선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가 그 말을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준다.


그 후로도 여보라고 다시 불러달라고 했지만 텍사스의 무시로 듣지 못한 거는 비밀이다...



아무튼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며 티켓을 살펴봤다.



축제의 이름은 눈꽃의 춤으로 밤에 열리는 축제다.


3일 뒤의 밤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열리는 축제로 열리는 장소는 북쪽 에어리어에 위치한 관측소라고 한다.

북쪽 에어리어 면 주민들이 안 오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때 그녀가

"맞아요, 와봤자 연구원들이거나 부부들이라 되게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축제죠 저랑 남편도 거기서 만났으니깐요"

라고 한 기억이 난다.


또한 며칠 전 마을장과의 통화에서 텍사스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좋은 장소로 관측소를 추천받은 게 떠오르면서

얼굴이 더욱 붉어져 온다.



그렇게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숙소로 도착해 간단하게 씻고 거실에 마주 앉는다.


"우선 임무는 끝난 거 같네... 닥터"


맞다. 프로스트노바의 짓이 아닌 자연현상이었다는 걸 알았다.

씻으며 핸드폰으로 찾아보니 그것과 관련된 논문 또한 나와 있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이런 것조차 안 찾아봤단 말인가?


"그럼 어떻게 할까 박사. 바로 귀환할까?"


이게 문제다. 출장의 기한은 일주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임무를 해결했다.

하지만 바로 돌아가기에는 탁자에 펼쳐져 있는 티켓 2장이 신경 쓰인다.


"... 나랑 거기에 가고 싶은 거야 닥터?"


윽, 정곡을 찔렸다. 솔직히 텍사스랑 또 언제 단둘이 데이트를 해보겠는가.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이자 텍사스의 꼬리가 천천히 양옆으로 휙휙 움직인다.


"그럼 가자 닥터"


"나도 이 축제가 어떤지 흥미있으니깐 말이지"


하지만 텍사스가 간과하지 못했던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티켓 뒤쪽에 적혀있는 부부 동반 축제라는 안내문.

그렇다. 연구원이 아닌 이상 우린 부부 입장으로 가는 거다.

하지만 이때의1 나는 그걸 그다지 신경 못 썼다.

텍사스와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깐.







자고 일어나 5일차 아침.



일어났더니 꼬리가 보인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1번 잡아당긴다.

2번 얼굴을 파묻는다.

3번 입에 넣는다.


그리고 나는 2번을 택했다.


"박사?"


푹신푹신해서 배고 자도 좋고 겨울철에 안고 자도 따뜻한 거 같은 꼬리다.

내가 장담하지 이 꼬리만 시장에 내놔도 100만 용문화는 거뜬히 넘길 거다.


그렇게 수분 정도 꼬리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고 있자니 잠기운이 가셨다.

그리고 대신해서 부끄러움과 당혹감이 찾아왔다.


어쩌지, 텍사스의 표정이 예측되지 않는다.

혼나겠지. 틀림없이 혼날 거다. 응! 맞자!


나는 각오를 다지고 꼬리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다 즐겼어 닥터?"


"밑에 밥해놨으니까 씻고 먹으러 와"


혼나지 않아...? 당혹스러워서 텍사스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나면 가끔 만지게 해준다고 한건 나잖아?"


맞다 분명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였을 줄이야.


밖으로 나간 텍사스를 보며 산뜻하다면 산뜻한 5일차의 아침이 시작됐다.



.......할 게 없다. 출장나온 이유는 끝났고 텍사스와의 축제는 2일 뒤다.


밥을 먹은 이후 켈시에게 연락해 프로스트 노바에 관한 마을의 정보를 전달했다.

그러니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응, 그럼 남은 2일 동안 거기서 좀 쉬다 오도록 해 전달할 건 그게 끝이지? 전화 끊을게"


자기 할 말만 하더니 끊어 버렸다. 이런 고양이 년이?


얼떨결에 2일짜리 휴가를 얻어버린 나는 숙소에 있던 책을 몇 권 가져와 벽난로 앞 의자에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바닥에 다 읽은 책이 한 권 두 권 쌓이고 어느새 5권 정도 쌓였을 무렵 바깥에 해가 지고 있었다.


읽던 책에 책갈피를 꽂고


텍사스가 뭘 하고 있나 찾아보자 내 옆에 새 책을 3권 정도 놔둔 채로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전혀 눈치 못 챘다. 언제부터 내 옆에 있던 걸까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뒤로 치우며

자고 있는 그녀를 옮겨주기 위해 텍사스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2층으로 올라가 그녀의 방을 열어 침대에 편하게 눕혀줬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텍사스의 방에서 담배 한 개비와 성냥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