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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의 아침


최근 들어 나의 아침은 조금은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원래라면 6시에 일어나 씻고 일을 하러 떠나겠지만 지금은 부엌으로 향한다.


부엌에 도착하면 머리를 묶고 핸드폰을 켜 요리 레시피를 검색한다.


스크롤을 쓱 쓱 내리다 보면 언젠가 박사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미트볼이 나온다.


이곳에는 웬만한 재료는 다 있어 굳이 사러나갈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재료를 썰어 프라이팬에 넣고 볶으며 출장 오기 전을 회상해본다.



ㅡㅡㅡ



때는 북쪽 마을에 오기 2일 전.



나는 켈시에게 불려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리를 꼰 체 서류들을 넘기며 읽어나가고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수장이 보인다.


"미안 이 서류까지는 읽어야 돼서 잠깐 여기 앉아 있어줘"


그녀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옆에 있는 침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침상에 앉아 시계의 분침이 5칸 정도 움직였을 때 서류에 사인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손님을 불러놓고 미안하네 급한 서류였어서 말이지 이해 좀 해줘"


"충분히 이해해 수장이란 자리는 많이 바쁘겠지"


"이해해 준다니까 고맙네"

그녀는 책상의 2번째 서랍을 열고 서류뭉치를 뒤지더니 한 서류를 뽑아낸다.


"잠깐 이것 좀 봐줄래?"


서류를 받아 첫 장을 읽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글자는 박사의 과로로 인한 입원 횟수.

예전에는 일정한 횟수였지만 닥터가 기억을 잃었던 시점부터 눈에 띄게 횟수가 증가해 나가고 있다.


"닥터의 입원 기록이네 이건 왜?"


"지금부터 그쪽에 의뢰할 내용이랑 상관있기 때문이지"


그리곤 잠시 뜸을 들이고 나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본다.


"독타 그 녀석이랑 단둘이서 휴가 좀 다녀와줘"


"휴가라면 혼자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원래라면 그게 맞지만 상황이 좀 특별해 그 서류 뒤 페이지 중간을 확인해봐"


나는 서류를 넘겨 켈시가 말한 곳을 보았다.


"지금까지 휴가를 사용한 대원들의 기록이야"


말 그대로였다. 다 평균적으로 3번에서 4번 많으면 7번까지 사용한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맨 왼쪽이 독타 그 녀석의 기록이고."


닥터의 기록? 다시 시야를 맨 왼쪽으로 돌리자 그곳엔 내가 지나쳤던 닥터의 기록이 있었다.


휴가 횟수 0회.


"이제 알았지? 그 녀석은 휴가를 줘도 일을 해, 휴가를 줘봤자란 소리야 그래서 그 녀석을 우린 '출장'이라는 이름인

휴가에 보내기로 했어"


"그렇다면 나는 닥터의 엄호로 고용하는 건가?"


"물론 그것도 있는데 펭귄 로지스틱스에서의 휴가가 필요한 대원으로 네가 뽑혔어"


최근 엑시아가 날 보고 히죽히죽 웃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것 때문이었군


"뭐, 그래서 이게 더미 서류"


탁! 하고 아까 막 사인한 서류를 손바닥으로 내리친다.


"그리고 진짜 계획은 두 명의 휴가야 모쪼록 안 다치고 쉬다 오도록 해"


"독타에 관해서는 텍사스 너한테 맡길게 조금이라도 눈치 까고 그 미친놈이 일하려고 하면 확! 알겠지..?"


말을 끝마치는 켈시의 눈은 사냥감을 사냥하는 짐승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럼 잘 갔다 와"




ㅡㅡㅡ




"그럼 잘 갔다 와...... 인가"


다 익은 미트볼을 하나 젓가락으로 찔러 먹어보면서 닥터의 입맛에 맞게 간을 친다.


"슬슬 깨우면 되겠지"










만약 일어났더니 늑대 귀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


만질 탠가? 아니 역시 빨던가? 아니라면 손가락을 넣어볼 탠가?


나는 힘겹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곧 그 고민이 무력해지게 내 시야에서 귀가 떠나갔다.



"밥해뒀으니까 같이 먹자"



출장을 온 이후로 6일 내내 텍사스가 아침을 챙겨주고 있다.

분명 일찍 일어나서 만들어야 됐겠지. 그녀에겐 고마울 따름이다.


아래로 내려가 식탁을 보면 처음 그녀가 준 여행식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이 펼쳐져 있다.

최근 텍사스의 요리가 내 입맛에 점점 맞춘 것도 있는지 텍사스의 요리를 먹는 것이 내 새로운 취미이기도 하다.


"음... 역시 평생 먹고 싶네 텍사스의 요리"


"내 요리가 그렇게까지 먹고 싶은가? 로도스에도 닥터한테 요리를 해주는 대원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지 텍사스의 요리는 특별하다고"


나는 이번 출장이 아니면 다시는 맛보지 못할 그녀의 요리를 잊지 않기 위해 입안에서 오랫동안 씹어 먹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닥터?"


밥을 다 먹고 식기를 세척하고 있던 중 텍사스가 물어온다.


"그러네, 씻고 나서 전에 그 연구소에 가봐야 할 것 같아"


"그 연구소..? 아아, 예의 그곳인가 거긴 왜?"


"어젯밤에 부탁을 하나 받아서 말이지..."


"부탁?"


"플라워 씨랑 남편분이 동시에 일이 있어가지고 집이 비는데 그동안 잠시 딸 좀 맡아달라고 하셨어"


"즉 애 보기네"


"그런 거지"




깨끗이 닦은 접시는 하얗고 또 하얘서 마치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이런 밝은 미래는 원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뜨거운 태양빛을 맞으며 연구소 앞에 서서 노크를 하고 있었다.


"애야 문 좀 열어주렴"


똑똑


침묵


"애야..?"


똑 또또 똑똑!


드디어 문 건너편에서 반응이 있었다!


"누구세요?"


"텍사스 언니랑 닥터 오빠야"


"으음... 저는 그런 사람 몰라요!"


"이건 곤란한데..." 내가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 텍사스가 한숨을 쉬더니 문 앞으로 갔다.


"저번에 왔던 그 부부야"


"뭣!?"


"... 아! 늑대 언니! 잠시만요"


띠로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닫혀있던 문이 열린다.

저번과 달리 바로 밑을 볼 수 있었고 그 아이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실례합니다"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텍사스를 보며 나는 뇌 속에서 텍사스가 말한 부부를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아저씨는 안 들어와요?"


"아저씨... 하아 실례하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내 뒤로 문이 닫혔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어야 했다. 도망갈 길 또한 사라졌다는 것을




아이의 안내를 받아서 2층으로 올라가니 여러 인형이나 장난감이 바닥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래층과는 대조되게 느껴졌다.



"여기가 내가 노는 곳이야! 언니랑 아저씨도 같이 놀자~?"



아이와 놀아본 적이 없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자 텍사스가 자연스럽게 아이의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한다.


"그래 뭐하고 놀까 우리?"


속으로 나는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억을 잃기 전이라면 다들 내가 더 대단하다 하겠지만 기억을 잃은 지금은 아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대원들의 전투 때 고작 명령을 내리는 것뿐이니깐.


"소꿉놀이!"


과연 텍사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분명 불편하게 생각하겠지.


"어떤 소꿉놀이?"


하지만 나는 기억을 잃은 채로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지금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딸! 언니가 엄마! 아저씨가 아빠! 인 3인 가족이야!"


...내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틈에 이상한 단어가 들린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거겠지.


"그럼 그전에 우리 딸은 이름이 뭐야?"


"소녀!"


"소녀..? 그게 진짜 이름이야?"


"응!"


"그렇구나... 응.. 예쁜 이름이네"


'소년' '소녀' '아무개' 같은 이름은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제 와선 흔한 이름이다.

언제 죽고 죽일지 모르는 세계에서 아이에게 과한 정을 주게 된다면 그건 곧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로도스 아일랜드에도 이름이 없고 코드네임만 있는 경우도 다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


갑자기 시작! 이라고 해봤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결국 나는 텍사스와 결혼한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며 임하기로 결정했다.


"덜컥, 아빠 왔다"


"와~ 아빠다~"


아이가 달려와서 나한테 안긴다.

아니 너무 세게 안기잖아! 갈비뼈아파! 이게 아버지들의 고통이란 녀석인가!?


"아빠한테 그렇게 뛰어가서 안기면 안 되지 아빠 아야 하잖아"


"아빠 미안!"


"아니... 어 나는 괜찮아"


그리고 시선을 아이한테서 올려 텍사스를 쳐다보자 남자가 듣고 싶어 하는 대사 top10에 무조건 있는 대사를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여보 다녀왔어?"


"욕탕 댑혀놨으니까 목욕해도 되고 아니면 밥 먹을래? 그것도 아니라면..."


".......커피 먹을래?"


마지막이 내가 알던 대사가 아니었지만 텍사스 나름대로는 노력한 거겠지...


"다 같이 목욕하자!"


갑자기 아이가 손을 들면서 외친다.


"다 같이?"


"응! 다 같이! 분명 즐거울 거야!"


"그럼 다 같이 목욕하자"


나는 한순간 진짜로 다 같이 목욕을 하는 것인가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욕실은 바로 한 걸음 옆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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