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하아..."
나는 숨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아랑곳 않고 뛰었다.
뒤에서 나를 쫓는 녀석에게 잡힌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발길이 닿는 곳이면 상관 않고 계속 뛰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내가 도달한 곳은 전혀 막다른 길이였다.
내가 보고 있는 앞은 방화문에 의해 차단되어 있음과 동시에 옆에 있는 계단 통로는 이미 잔해에 깔려 있었다.
"젠장! 젠장 맞을!"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달려온 복도엔 나의 절망에 신경 쓰지 않고 그 녀석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죽음을 직감했지만 그래도 한 손에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다시 잡고, 녀석이 오길 기다렸다.
아무도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몇 일 전만 해도 나는 우르수스의 체르노보그에 사는 노래 듣는 거랑 꿀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느 때랑 다름없이 나는 월요일을 저주하고 주말이 오기를 바라며
가방을 싸고 가족한테 대충 인사하고 학교에 가는 그런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런 일상은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학교가 가면을 쓰고 무장한 사람들로부터 봉쇄되어 아무도 나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다들 낙관적인 생각을 하였다.
'곧 군대가 와서 진압해줄 것이다.'
'내 아빠가 높은 사람이니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바램과 희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갔다.
상황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들 지치고 날카로워졌다.
그러다가 한 식량 창고에 불이 나고, 귀족 가문의 학생들이 또 다른 식량 창고를 점거하고 약탈하기 시작하자
기름에 불이 붙듯이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학생을 죽이고 음식을 빼앗는 짓이 빠르게 퍼졌다.
처음엔 이런 방법은 나중에 안 좋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난 다른 학생들을 말려보려고 노력 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욕설과 전력을 다해 휘두르는 둔기와 칼날이었다.
결국엔 나도 배고픔에 인내를 저버리고 말았고,
나 역시 살기 위해 비품실에 남아있던 야구 방망이를 꺼내 나보다 약한 학생들의 물건을 빼앗았다.
다른 학생이 가지고 있던 초코바를 위해 그 학생을 방망이로 위협했다.
누군가를 누군가로부터 약탈한 음료수를 얻기 위해 머리를 후려쳤다.
내 식량을 가져가려는 놈을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팼다.
고작 음료수 같은 거 때문에 다른 놈들을 팬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이걸 가져가면 내 친구가 죽는다고 소리칠 때 난 마음속으로 미안하다고 되뇌었으며,
살려 달라고 울면서 바라는 것을 볼 때마다 나도 울고 싶었고,
살아남은 날 밤에는 오늘 내가 죽인 누군가가 꿈에 나와 나를 절망에 빠트렸다.
하지만 난 누구보다 더욱 살고 싶었다.
살아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맨날 학교 갈 때 지나치던 맛 없는 빵집에 있던 빵이 너무 먹고 싶었다.
평소에 질리도록 들었던 노래가 너무 듣고 싶었다.
마트에서 팔던 떫은맛이 나는 꿀이 너무 먹고 싶었다.
살아남아서 이 지옥에서 나가 어딘가에 있을 가족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끔찍한 상황에 놓이고 아무리 내가 더러운 짓을 한다 한들
살고 싶었다.
맛없는 빵을 먹기 위해서라면 난 누군가의 머리통을 후려칠 것이고,
질린 노래를 듣기 위해서라면 난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누군가를 팰 것이며,
떫은 꿀을 먹기 위해서라면 난 애원하는 녀석들의 고통을 외면할 것이고,
가족을 보기 위해서라면 마땅히 다른 놈들을 죽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봉쇄된 학교의 일상처럼,
다른 애들을 위협하고, 귀족 학생 일행으로부터 숨어다니며 보냈다.
그러다 나는 방망이로 패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는 놈의 가방을 뒤지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나한테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난 방망이를 잡고 경계태세를 취했지만, 누구인지를 알아보자 난 두려움에 빠졌다.
예전엔 학교에서 누군가를 괴롭히는 놈들을 처단했었고,
지금은 약자로부터 약탈하는 녀석들과 귀족 학생들을 단죄한다고 들었던 그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네가 얘를 죽였냐는 듯이 묻는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난 그렇다고 말하는 대신 바로 몸을 돌려 있는 힘껏 달렸지만,
이에 놓칠세라 그 녀석도 바로 내 뒤를 뒤따라왔다.
난 살고 싶었기에 숨이 차도 계속 달렸다.
맛없는 빵을 위해 계속 달렸다.
질린 노래를 위해 계속 달렸다.
떫은 꿀을 위해 계속 달렸다.
가족을 위해 계속 달렸다.
하지만 난 방화문과 건물 잔해 때문에 가로막혀 독 안에 든 쥐가 되었고,
그 녀석이 천천히 오고 있었다.
"잠깐! 내 얘기 좀 들어봐!"
난 숨이 차지만 변명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
변명을 하지만 속으론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한텐 죽이는 거 말고 다른 선택이 있었다.
"다른 애들이 날 죽이려고 해서 그런 거야!"
난 야구 방망이를 방어보단 누군가로부터 음식을 빼앗기 위해 이용했다.
그 녀석은 멈추지 않고 계속 왔다.
"나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야!"
난 물자가 풍족할 때도 누군가를 약탈했다.
'난 살아남고 싶다고!'
이것 만큼은 진짜였다.
하지만 난 이 변명을 하지 못했다. 말 대신 피가 입에서 솟구쳐 나왔기 때문이다.
"잠..ㄲ.."
동시에 복부 쪽에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복도 바닥에 나를 중심으로 붉은 선혈이 떨어지다 이내 번져나갔다.
그런데도 살고 싶어서 난 서 있으려고 노력하였지만 이번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에 난 비틀거리며 벽에 쓰러져 버렸다.
복부 쪽에 비해 보잘것없는 통증이 엉덩이와 등 쪽에 느껴졌다.
난 점점 감기는 눈으로 앞을 보니 그 녀석이 피가 떨어지고 있는 도끼를 들고 날 보고 있었다.
그 녀석의 표정은 증오도 분노도 기쁨도 아닌 그저 무표정이였다.
피를 이루어진 강은 점점 퍼져나가고 있었고 방금까지 있었던 격렬한 통증은 사라져 오직 나른함만이 남았다.
'제발 살려줘..'
난 말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단 말이야..'
'나한테 기회를 다시 한 번만 줘..'
'다시는 안 그럴게..'
하지만 이런 건 전부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리고
'집에 오면 다시 보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충 인사하고 나온 가족들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들은 나를 더욱 살기를 간절하게 만들었지만
애석하게도 복부가 도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지금은 그저 죽음을 더욱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난 살고 싶어... 동장군...'
바깥에 들리지 않는 외침이었다.
...
녀석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 것 같지만 입에 피가 고여 그저 부글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난 녀석이 매고 있던 가방에서 피에 젖어 쓸모 없어진 물건들만 빼고 전부 챙겼다.
그리고 도끼에 묻은 피를 닦은 다음, 난 방화문과 시체를 등지고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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