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의 아츠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내 방 전체가 흔들려 갈 때쯤 그 진동은 마치 벽을 치닫고 오듯 쾅쾅 하는 굉음과 함께 나의 몸으로 뛰어든다.


정신을 잃고 차갑고도 고독한 어둠 속에서 홀로 길을 헤매다 보면 점점 자신을 찾아달라는 듯 희미하게 빛나는 빛을 발견하고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향해 달려간다.


맨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어둠. 그리고 점점 커져가는 태양빛....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군"


그리고 내 옆에서 내기를 이겨 기쁜 듯 보이는 서리별까지.


나는 완벽하게 과거로 돌아왔음을 피부로 실감한다.




그래,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서리별이 죽은 시점? 그게 아니라면 그가 절망한 시점? 아, 그래. 그가 답을 찾은 시점부터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네. 그럼 어디 보자... 한 여인을 잃은 남자의 신파극을 시작해볼까.



그는 처음에는 절망했어. 오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시체안치소의 직원들이었겠지. 그가 절망하고 있었다는 모습은 가히 과거에 그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고 그 직원들은 말하고 다녔겠지.


그다음 마지막으로 그가 발견된 것은 그가 숙소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은지 일주일째 되던 날이였어. 인물복이 참 좋은 사람이야. 그대로 숙소 안에서 죽을뻔 한 것을 구한 것은 그를 좋아하는 한 토끼 한 마리와 그 토끼를 보호하듯 서있는 고양이 한 마리였으니깐 말이지.


그녀들이 처음 숙소문을 열자 영양실조, 갈증, 파상풍 뭐하나 빠뜨릴 수 없는 상태였어, 벽에는 오줌칠이 되어있었으며 온갖 물건들이 부서지고 깨진체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지. 그 사이에 시체처럼 보이는 불쌍한 인간 한 마리가 누워있었어.


그리고는... 뭐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는 곧장 격리조치를 당한 다음 온갖 치료법을 다 사용해서 잠에서 깨어났지. 잊은 건 아니겠지? 여기는 제약회사야. 큼, 그런데 정작 그는 죽을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았어. 왜냐고? 그야 일어나자마자 한 말이 "모스티마를 찾아와" 였으니까 말이지.



모스티마라... 분명 그녀는 로도스에 자주 들리지는 않는 타락한 천사지. 하지만 정말 다행이야 그녀는 마침 지금 로도스에 와있거든. 응? 왜 와 있냐고? 그러네, 이것도 분명 재밌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겠어. 모처럼이니 그녀의 말을 인용해볼까? "모스티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맛있는 다과 정도는 준비해와야지 않겠어?"

뭐, 하지만 걱정하지 마 분명 언젠가는 그녀의 이야기도 풀리는 날이 오겠지.


그래... 내가 어디까지 말했었더라? 아아아... 그래 거기야 좋았어. 그는 모스티마를 불렀어. 물론 바로 오게는 하지 못했지 그의 상태는 끔찍했으니깐. 하루 정도의 시간 만에 육체적 상처는 다 치료됐어. 하나 문제는 정신적 상처였지. 이 부분은 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으니깐.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어.


하루... 이틀... 나흘... 사흘... 닷새쯤 지났을까 약들로 억제되고 어느 정도 원래의 정신이 돌아온 그가 다시 한번 모스 티마를 불러와 달라고 요청했어. 이번에는 그 요청을 안 들어줄 이유가 없었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병실의 문을 열고 모스티마가 들어왔어.


그녀의 표정은 음... 그래 새하얀 도화지처럼 무표정이었어. 평소에는 농담이라도 칠 그녀지만 웃음기 하나 없는 무표정에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놀람도 잠시였어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입으로 꺼낼 필요가 있었거든. 사실상 5일 동안 그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


그는 곧장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는 계획을 설명했어.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기대감에 넘쳐나는 그의 표정을 보면 볼수록 그녀의 무표정은 깨지기 시작했어. "그만... 그만... 제발 그만..."이라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지.


그는 당혹스러웠어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손을 그녀에게 향하려던 찰나에 그녀가 입을 열었어. "253" 그리고는 방이 진동하기 시작했지 마치 거대한 힘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처럼 군데군데 금이 가기 시작하고 그녀의 주변이 파란색 안개로 뒤덮이기 시작하지. 그리고 그는 그녀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보고 놀랐어. 그녀는 울고 있었으니깐.




그리고 그는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뜨자 먼지 냄새와 계속하여 진동하는 소리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지하에 있었어.



하암... 그래 그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


구출되자마자 그는 로도스로 향했어 다시 한번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으니깐.


이쯤 되면 너희들도 그의 계획을 눈치챌 수 있을 거야. 맞아, 그는 과거로 돌아와서 서리별을 구해내려고 하고 있어. 어리석기 그지없지 '죽음'이라는 개념은 필멸자가 잔재주를 부린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야.



그는 미리 용문으로 찾아가 서리별과 마지막으로 싸운 장소에 사전 준비를 하기 시작해. 켈시에게 협박하듯 부탁해 얻어낸 아미야 손에 끼여있는 10개의 반지와 같은 물건을 기둥 뒤에 숨겨두고 여러 의료키트를 온갖 장소에 숨겨뒀지. 또한 그걸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작전부터 대폭 수정에 들어갔어. 모든 부대에 있는 힐러들을 그 장소에 모이게 한 거지.


너희들이 하는 게임으로 비유하면 블레이즈, 그레이스로, 아마야를 제외한 9명을 힐러로 꾸린 거야. 물론 이건 게임이 아니야 현실이지. 한 부대에만 힐러를 이렇게 배치하면 다른 부대는 힐러가 없게 돼버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듯했어 마치 과거의 박사라고 불렸던 모습처럼.



그리고는 운명의 그날이 찾아왔지. 용문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서리별은 지하로 대피하게 되고 곧장 그곳으로는 로도스 아일랜드가 도착하게 되지. 그다음은 너희도 아는 대로 흘러갔어 그녀를 말로 회유하는 것도 생각했었고 실제로 해봤지만 씨알도 안 먹혔거든. 오히려 더 분노한 듯 보였지.


전투가 끝이나고 그는 기둥에서 반지를 꺼내 그녀의 곁으로 달려갔어. 그리고 곧장 힐러 9명이 치료를 시작했지.


하지만 죽음은 피할수없어. 힐을 하는 양보다 더 빨리 그녀의 생명력이 떨어졌고 반지는 이미 아츠를 다 써 죽어가는 그녀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지.


겨울이 지듯 점점 몸의 힘이 빠져가는 걸 느끼는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마지막 말을 전해 "박사, 이렇게 불러도 되지?"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 이 세상에서 어쩌면, 선택이란 건 아무런 의미 없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난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선택할 거야." "내 손으로 직접...... 내가 심은 열매의 결실을 따낼 거야." "박사, 이제부터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나는 너희 곁에 있을 거야." 약속된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그는 부정하고 또 부정하고 또 부정하지 어찌나 주먹을 강하게 쥐었으면 주먹에서 피가 흐르고 있어. 그리고 결국 그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그 대사를 서리별은 선언하지.


"난.....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가고 싶어."


그리고 고개를 떨구는 그녀를 보고 그는 완벽한 절망의 늪에 빠진 체로 그녀의 시신을 끌어안은 체 정신이 죽 어버리.................................................................................................................



그때였나? 지하에 푸른색의 안개가 끼기 시작했던 게 말이야. 지독한 광대의 웃음소리와 함께 시간은 과거로 또 과거로 돌아가.


필멸자는 죽음을 막을 수는 없어. 하나 죽음을 보고 괴로워하는 자의 고통을 즐기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박사는 모스티마를 찾고 모스 티마는 그의 방으로 들어가서 그의 표정을 확인하지. 오오 맙소사... 절망하고 있는 표정이야 하지만 아직이야 그는 아직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거든.


저 희망마저 잃는다면 과면 어떤 표정일까? 그 표정은 어떤 맛일까?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던 그녀는 중독되어 버릴 것만 같은 박사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시간을 과거로 돌리려다가 깨닫게 되지,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야. 다른 시간 축의 자기 자신도 똑같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는 말해. "254" 사람의 절망에 중독된 그녀는 또 다시 그의 절망을 볼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그를 지켜보고자 하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야겠네. 응? 결말이 궁금하다고? 애야, 때로는 결말보다 그 과정이 중요한 법이 있는 거란다. 어서 방으로 들어가서 자렴.


아니... 자기 전에 4-10 돌리는 거는 잊지 말고 말이야... 크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