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파린 뽕맛에 버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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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오늘 검진 다 끝났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박사가 검사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2주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정기검진 날이었다. 그의 옆에는 검사를 진행한 담당의인 와파린이 서있었다. 그녀는 검진 결과서를 한 손으로 들고 팔랑거리며 박사에게 건네주었다.
"혈액 검사결과 이상 무. 다만 오늘은 늘 하던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을 채혈했어. 평소에 하던 검사지만 그래도 박사니까, 이 정도는 해야 급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대비할 수 있겠지."
"선생님이 그러시다면야 저도 기꺼이 도와드려야죠. 켈시가 요즘 뭐라고 하진 않아요?"
박사가 싱긋 웃으며 검진을 위해 걷었던 소매를 내렸다. 와파린이 팔짱을 끼며 불만스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박사에게 쓸데없는 짓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나서야 금지령이 풀렸어. 엄한 짓을 한 건 내 탓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게 불편할 뿐이야."
"전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선생님도 나쁜 뜻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크흠..."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그 날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와파린은 로도스에서 가장 오래된 경력을 가진 인재였다.
경험과 세월에서 우러나오는 그녀의 의술과 지식은 다른 대원들에게 항상 놀라움과 경악을 선사해 주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대처하며 적재적소에 알맞은 의술을 발휘하는 그녀는, 로도스의 수장인 박사조차 존경심을 품을만한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바람만 살짝 불어도 날아갈 것만 같은 키 작고 여린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로도스에 오래 있던 만큼 내부 사정도 잘 알고 있었다. 또 그만큼 박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전공은 혈액학이다. 프로로서 자부심이 가득한 그녀는 거짓말 하나 보탬 없이 모든 대원의 혈액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기억하고 있었다. 박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가 말하기를 사람은 각자 다른 혈액의 맛과 향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었지만 살카즈 중에서도 흡혈귀인 와파린에겐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박사의 것은 치명적이다 못해 아주 매혹적인 것이라 했다.
살짝만 냄새만 맡아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끌리는 향기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박사의 피를 탐하고 싶었다.
전문의로서 피에 대해 식량과 환자 사이의 구분이 확실한 그녀였지만 박사의 피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그의 정기검진 차 채혈을 했을 때, 실수로 그녀 얼굴에 박사의 피가 튀어버린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동안 꾹 붙잡아뒀던 이성의 끈이 너무 쉽게 풀려버린 나머지, 본능에 점령 당한 채 피를 마시기 위해 박사를 덮쳤다.
목덜미를 깨물며 흡혈하는 현장을 켈시가 목격하고 둘을 떼어 놓아서야 사건이 끝이 났고, 박사 접근 금지령이 그녀 앞에 떨어져서야 제정신을 차린 와파린이었다.
결국, 다음부턴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지장까지 찍어서야 금지령이 해제되었다.
"어쨌든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이만 가볼게요."
"그래. 박사도 수고해."
와파린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척 애써 유혹을 뒤로하고 덤덤하게 박사에게 말했다.
박사는 풀어 헤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검사실을 나가려던 순간, 그녀에게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곤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선생님."
"왜, 왜 그러지?"
유난히 과한 리액션과 높아진 목소리와 함께 와파린이 박사를 뒤돌아보았다.
"여기 목 카라 부분에 뭐가 묻어 있어서요."
"응? 아, 아..."
박사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새하얀 가운과 극명히 대비되는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알법한 핏자국이었다.
"크, 크흠...채혈과 혈액 검사를 한다고 피가 조금 튀어 버린 것 같군. 고맙네. 금방 갈아입고 오지."
그녀는 허겁지겁 하얀 가운을 벗어 던졌다. 식은땀에 말까지 더듬는 와파린의 모습에 박사가 그녀에게 걱정하는 어투로 말했다.
"선생님도 쉬면서 하세요. 급한 것도 아닌데. 무슨 일 있었어요?"
"없어, 그런거. 알겠으니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 박사도 박사 할 일 있잖나."
"아, 알겠어요. 수고하세요."
등까지 떠밀면서 내보내는 그녀의 모습에 박사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와파린 본인의 강력한 주장에 어쩔 수 없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박사가 검사실을 나가고 걸어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복도 끝에서 사라지고 문까지 닫히는 것을 봐서야 와파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 들켰겠지?"
그러면서도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약간의 불안함이 서려 있었다. 벽에 기대어 앉으면서 혹시나 박사가 알아채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시작한 그녀였다.
살짝 혀로 송곳니를 핥자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강하게 느껴졌던 혈액의 맛이 은은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먹어 버렸군. 적당히 마신다는 게 그만...꼬리가 길면 잡힐 테니 여기까지 해야겠어. 박사도 눈치채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켈시 그 녀석에게 들켜버리면 한 소리 듣는 거로 더 이상 끝나지 않을 테니 그만해야겠지."
확실히 선을 긋는 프로의 생각이라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라도 지금의 그녀 앞에선 모두 헛된 것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몇 분 전만 하더라도 그녀는 정기검진이라는 핑계로 수면 마취 상태에 빠진 박사의 피를 마구 마셔댔으니까.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빨 구멍이 난 상처에 약까지 발라 아무런 느낌도 못 느끼게 하면서,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목 뒷부분을 통해 피를 마시는 치밀함까지 세운 와파린의 모습은 의사라기보단 유혹을 견디지 못한 범죄자에 가까웠다.
"...예비분이라도 남겨 놓을 걸 그랬나. 아쉽구만..."
그러나 행동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당장 박사의 혈액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큰 공간을 차지했다.
조금만 더 맛보았으면, 이란 아쉬움과 함께 와파린은 맛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입맛을 다셨다. 불가항력이라니 뭐니 핑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좀 더 피를 맛보고 싶었다.
◆
'끄응...집중을 할 수가 없군...'
시간이 지나고 박사의 혈액을 맛보지 못한 날이 늘어나면서 그녀에게 금단증상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와파린 선생님, 여기 혈중 오리지늄 밀도에 따른 신체 변화 말이죠. 질문 드릴게 있는데요."
바로 옆에서 질문하는 박사의 말이 들리지 않을 만큼 그 후폭풍은 어마무시했다.
금단증상은 그녀의 집중력을 흐뜨려 놓고도 남았다. 실험과 검사에 신경을 곤두세워도 부족한 판국에 이런 악재까지 겹치니 와파린의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금단증상까지 오다니. 전문의로서 굴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군. 역시 조절을 할 걸 그랬나....'
"지난 검사결과와 대조해 봤을 때 유독 이 부분만 눈에 띄는 변화가...선생님?"
박사가 그녀를 보면서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박사의 눈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컨디션이 난조하듯 잔뜩 찡그린 표정과 경련이 일어난듯한 떨고 있는 손과 입술.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라고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그녀의 모습은 심각했다. 마치 병에 걸린 환자처럼 새하얀 피부가 푸른 빛으로 창백하게 변하고 있었다.
'통제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더는 안돼. 잠깐 식용 혈액이라도 먹어서 당장 증상이라도 완화해야겠어.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못하겠─.'
"와파린 선생님!"
"우왁?!"
옆에서 박사가 소리치듯 말하자 그제야 그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무, 무슨 일이지, 박사?"
"아뇨. 옆에서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을 안 하셔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으, 응? 아, 아니? 아무 일도 없다만?"
"땀까지 흘리시는 걸 보면 아닌 거 같은데, 힘들면 무리하시지 말고 잠깐 쉬세요."
애써 시선을 피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와파린이 말했지만 이미 금단증상이 눈에 띌 정도로 나타난 지금, 그걸 본 박사가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 그녀를 부축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와파린이 식겁을 하며 박사의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아,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잖나! 그,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실험 준비를 부탁하지. 금방 돌아올 거니까 얼른 준비할 수 있도록!"
몸을 픽 돌리며 문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아무리 봐도 꺼림칙할 뿐이었다. 본인이 괜찮다곤 했지만, 타인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애써 올라오는 금단증상을 있는 힘껏 참으면서 욕구를 몰래 해소하기 위해 실험실을 나가려던 순간, 아찔한 느낌과 함께 다리의 힘이 풀려 버렸다.
"아─."
"선생님!"
지탱해주는 힘이 사라지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녀를 박사가 허겁지겁 달려와 두 손으로 받았다.
그녀의 상태를 보니 심각하다는 표현으로 그칠 수준이 아니었다. 잔뜩 붉게 상기된 얼굴과 뚝뚝 흐르는 식은땀들.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모습에 박사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잠깐만요, 약 가져올 테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박사는 와파린을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뉘이고는 약을 가져오기 위해 자리를 박찼다.
"자, 잠깐 박사!"
그러나 그런 박사를, 와파린이 재빠르게 잡았다.
"야, 약은 필요 없어..."
"네?"
"...피, 읏, 아─, 피, 그대의 피가...필요해..."
"선생님?"
"크읏, 하─, 더는, 못 참겠─."
"?!"
얼굴 끝까지 올라오는 열과 끓어오르는 욕구에 버티지 못한 와파린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박사의 손가락을 망설임 없이 깨물었다.
뾰족한 송곳니가 피부를 파고들어 오자 느껴지는 따끔함에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빼려던 박사였지만, 그보다 더욱 강하게 와파린이 두 손으로 부여잡고는 열정적으로 손가락을 핡고 빨기 시작했다.
"읍, 츕, 츄릅─."
송곳니가 박힌 부분에서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왔다. 혀끝으로 박사의 피란 걸 단번에 알아챈 와파린은 혀로 쉴 새 없이 넘기면서 삼키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 너무─맛있어.'
그토록 자신이 원하던 것이 입안에 퍼지자 막힌 속이 뚫리듯 감탄사를 내뱉는 그녀였다.
언제나 맛봐도 질리지 않는 맛과 향기가 그녀의 오감을 감싸기 시작했다. 박사의 손가락을 이리저리 핥으며 탐닉하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 위엄과 카리스마 넘치는 와파린과는 동떨어진 모습 그 자체였다.
몽롱해진 정신이었지만 지금의 욕구가 해소된 몸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얼굴의 안색이 돌아오고 금단증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박사였지만 와파린의 상태가 호전된 모습을 보이자 아무 말 없이 넘어갔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행동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박사는 그녀의 욕구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핫?!"
상태가 나아지자 빠르게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녀였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둘러 손가락을 물었던 입을 떼자 붉은 피가 한 방울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피부 표피를 관통한 것도 모자라 주위에 선명히 난 이빨 자국에 그녀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미,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그만...! 손은 괜찮나? 이리 줘봐!"
"예. 그냥 살짝 따끔한 정도라..."
그녀는 서둘러 연고와 반창고를 들고 와 박사의 손가락 상처 부위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실력 있는 전문의임에도 다급한 마음에 실수로 반창고를 떨어뜨리는 모습은 그녀가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었다.
"저기 와파린 선생님. 조금 전 그거, 어떻게 된 건지 설명 해주실 수 있나요?"
"....."
박사의 질문에 밴드를 붙이려던 와파린의 손이 우뚝 멈췄다. 우물쭈물거렸지만 이미 사고가 저질러진 시점에서 침묵은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입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먼저 사과부터 할게. 미안해, 박사.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그녀는 박사 앞에 앉은 채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전부터 정기검진할 때마다 피를 몰래 마시고 있었어. 채혈을 핑계로 평소보다 많은 양을 뽑아내서 그걸로 내 욕구를 채우고 있었고."
"그럼 지금까지 검진에서 뽑아낸 피 대부분은..."
"그, 그래. 전부 내가 마셔버렸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전부다."
"....."
살짝 충격이었다. 그런 박사의 표정을 이해하듯 와파린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흡혈충동을 억제할 수 있니, 식량과 환자 사이 선은 확실히 긋고 있다니. 그렇게 떠벌리고 다닌 주제에 이런 모습을 보여서 정말 면목이 없군. 그래도 내 이런 짓은 다른 대원에겐 하지 않았으니, 그것만은 알아 두게."
그녀는 늘 항상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곧잘 이런 말을 했다. 훈련을 거듭한 프로로서 선을 확실히 긋는다고. 자신이 의사로서 결심한 마음가짐인 만큼 어기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몇 분 전에 한 행동은 욕구를 이기지 못한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이었고 그녀에게 크나큰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매우 엄격한 와파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못돼먹은 행동을 저질렀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내가 직접 켈시 선생에게 말할테니 박사는...눈치 없는 부탁인 건 알지만 다른 대원들에겐 함구해주게. 괜히 분위기만 뒤숭숭해질테니."
"예? 잠깐만요, 선생님!"
박사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을 벗고 실험실을 나가려던 그녀 옆을 따라갔다.
"어쩌시게요?"
"어쩌긴 뭘 어쩌겠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로도스의 지도자인 널 내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했으니 책임지고 나가야지."
"네, 네? 실수였잖아요. 선생님을 제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실수인 걸 알았으니까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잖아요?"
"아니, 그렇게 단정 짓고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종족 특성 이전에 의사로서 지켜야 할 마음가짐을 저버린 꼴이라고. 박사의 생각은 알겠다만, 이번엔 내가 책임을 져야 해."
"아, 안돼요!"
박사가 양팔을 벌리며 실험실 문을 막아섰다.
"...박사, 나 지금 장난치는 게 아니야. 진지하게 말하는 거니 나와."
"저도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그, 뭐냐. 분명 가볍게 넘어갈 문제도 아니고 책임도 져야겠지만, 그런답시고 이렇게 무작정 나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면서 박사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곰곰이 생각할 여유가 없어 생각나는 대로 말이 나왔다.
"앞으로 의료부서의 일이 많아질 거라면서요. 그럼 선생님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 없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이번 일의 책임은 그냥 여기서 더 열심히 일하는 거로 하면 되죠. 네?"
"...억지로 끼워 맞춘 궤변일 뿐이야. 그런 거로 없어질 그런 문제도 아니고."
"아, 진짜! 자꾸 그렇게 나오시면 저도 선생님 못 보내 드려요? 로도스의 지도자로서 은퇴서에 절대 도장 안 찍어 드릴 거에요."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박사는 어린아이처럼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분명 설득력 없는 말과 행동이긴 했지만,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박사의 태도에 와파린은 어쩔 수 없는 듯 손을 들었다.
"아, 알겠어. 그렇게까진 하지 않을 테니 진정해. 정말이지 못 당하겠군."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환해지는 박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박사 말대로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책임을 지는 거라면 그렇게 하지. 앞으론 주의를 기울일 테니,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네."
"그래도 가끔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제 피야 넘쳐나는데 선생님의 컨디션을 위해서면야 조금 정도는 나눠드릴 수 있는─."
"어, 진심인가?!"
반짝반짝하는 눈과 함께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그녀의 모습에 박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
"아, 미, 미안해! 내가 또 바보 같은 소리를! 이젠 정말 정신 차릴 테니 방금 한 말은 못들은 걸로 해줘!"
와파린이 서둘러 손을 올리며 표정을 고쳤다.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대는 모습에 박사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뇨. 대원들의 희망 사항을 들어주는 것도 제 할 일 중 하나니까요. 장난으로 한 말은 아니니까 정말로 힘드시면 말씀만 하세─."
"....."
박사의 말이 중간에 끊긴 것은 다름 아닌 또다시 기대에 젖은 그녀의 표정 때문이었다.
◆
"배려해줘서 고맙네. 조금만 먹을 테니 안심하게."
"그냥 다 드세요."
"윽..."
와파린은 부끄러운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런 상황에 다다르게 된 건 명백한 그녀의 잘못이긴 했지만 기쁘기도 했다. 합법적(?)으로 그의 피를 마실 기회였으니까.
와파린의 숨길 수 없는 솔직한 모습에 박사는 욕구가 풀릴 때까지 그녀를 도와주기로 했다. 이대로 가다간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럴 바엔 이번만큼은 그녀를 도와주자는 것이 박사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박사는 그녀 앞으로 팔을 내밀었다. 희미하게 도드라진 근육 위로 솟아나 있는 핏줄이 와파린의 눈앞에 들어왔다. 저 팔 안쪽 혈관에 박사의 피가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심장을 점차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눈치 볼 필요도 없이, 남의 시선 의식할 필요 없이, 숨을 죽이며 몰래 흡혈을 할 필요 없이 마음껏 박사의 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기 시작한 그녀였다.
양손으로 팔을 잡으며, 파르르 떨리는 입으로 와파린은 박사의 팔을 물었다.
"그, 그럼...아─."
그녀의 입술이 박사의 팔에 닿자마자 따듯하고 축축한 느낌에 이어 주삿바늘이 피부를 찌르는 듯한 따끔함이 찾아왔다.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증이 없어서 별것 아니었지만, 뒤이어 곧바로 혀가 피부에 닿자 부드럽고 축축한 느낌이 박사의 눈썹을 찡그리게 하였다.
싫은 건 아니었다. 단지 익숙지 않을 뿐이었다.
"흐음, 읍, 츄릅─, 하아, 츕─."
피부에서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왔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사탕과도 같은 달콤한 맛에 그녀의 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여전히 쉽게 중독될 마약과도 같은 맛과 향기에 와파린의 정신은 금방 녹아버렸다. 대체 그의 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증을 미치도록 유발하였다. 와파린은 눈을 감으면서 그의 피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음, 츄릅, 하음, 읍, 츄르릅─, 음─."
'느낌 되게 이상하네 이거...'
와파린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자제가 안 되는 모습과 더불어 애달프다고까지 느껴질 만한 모습에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박사도 과거 자신의 피가 무슨 맛인지 궁금하여 맛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저 정도로 음미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냥 쇠 냄새가 비릿하게 날 뿐인, 타인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도 와파린은 박사의 혈액을 미친 듯이 탐하고 있었다.
박사의 몸에 있는 모든 피를 마실 작정인지 입가에 침이 새는 것도 알지 못한 채, 그녀는 어느덧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신 입술과 이빨을 움직였다.
피가 한 방울씩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와파린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기가 올라왔다.
욕구를 해소하면서 찾아오는 쾌락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지 다리를 배배 꼬면서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무언가 위험한 스위치가 켜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사는 서둘러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아!"
더욱더 그의 피를 원하듯 와파린이 박사의 팔을 세게 물어 버렸다.
"자, 잠깐만! 선생님?!"
그냥 넘어가기 힘들 정도로 고통이 느껴지자 박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아...상상 이상이야...너무 맛있어...'
그러나 그녀의 정신은 이미 박사의 피로 마구마구 지배당하고 있었다.
머리 끝까지 올라온 열기와 격동하는 심장. 그리고 전신의 신경 타고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은 이미 와파린의 몸과 정신을 차지한지 오래였다.
더는 그녀에게 박사의 말, 아니 주변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핫, 흐읍, 츕, 츄릅─, 하아, 하, 츄릅─, 츕─, 흐읍, 음─."
혈액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피부를 핥는 혀와 피를 넘기는 목젖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침을 넘기는 소리가 실험실을 가득 메웠다.
흐물해진 의식에 생각이 짧아진 그녀는 박사의 시선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녀의 종족에게 남겨진 본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불타버린 지금은 그녀는 완전한 한 마리의 흡혈귀였다.
"읍, 하아...하아...음, 으음─."
어느 정도 욕구를 충족한 와파린이 흐리멍텅한 눈매와 함께 입을 떼었다.
박사의 팔과 와파린의 이빨 사이로 혈액이 섞인 불그스름한 타액이 가늘게 늘어졌다. 그녀는 여전히 정신이 풀린 표정으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바라면 끝이 없다는 걸 그녀를 통해 보여주는 건지, 혀끝으로 살짝 느껴진 피 맛에 당장의 충족감이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그 피를 갖고 싶게 만들었다.
"아야야...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세게 무시면─."
박사의 뒷말이 와파린의 돌발 행동과 함께 묻혀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검사실 천장 전등 빛의 역광으로 인해 더욱 빛나고 있는 그녀의 붉은 안광이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벽 쪽으로 그를 몰아 넘어뜨려 위에서 내려보고 있는 그녀도.
"저기, 선생님? 괜찮으신 거 맞죠? 어찌 표정이 무서운─?!"
또 다시 뒷말이 묻혀 버렸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넘어진 충격으로 옷매무새가 흐트러지는 바람에 상의 한 쪽이 쓸려 박사의 쇄골 부분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근육이 두꺼운 팔과 달리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모습이 와파린의 본능을 자극해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일절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박사의 목과 어깨 사이를 물었다.
"하읍, 으음─, 츄릅, 츕, 꿀꺽─, 하아, 흐읍─."
'팔에서 맛보던 것과 달라...더 뜨겁고 달콤한 맛이다. 신체 부위마다 혈액의 농도가 다른 건가...? 계속, 더 마시고 싶어...'
입으로 열심히 박사의 피를 탐하면서도 드는 생각은 오직 맛에 대한 감상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녀의 본능이었다.
이젠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냥 오래전부터 묵혀왔던 원초적인 본능에 순응할 뿐이었다.
젊어지는 느낌이 이런 걸까 싶기도 하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 황홀경에 그녀는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나올 수 없었다.
"으, 아...!"
박사는 애써 억지로라도 그녀를 떼어 놓기 위해 팔에 힘을 주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흡혈로 인해 몸의 생기가 돌아온 시점에서 그녀의 힘은 박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다.
목덜미 부분으로도 모자라 그녀는 다른 부위의 피를 탐하기 위해 억지로 박사의 상의를 벗기기 시작했다. 벗긴다는 표현보단 단추를 억지로 뜯고 옷을 찢는다는 쪽이 더 어울릴 것이다.
박사의 가슴팍이 와파린의 눈에 들어왔다. 자극으로 인해 묘하게 발달한 근육과 더불어 붉어진 피부와 확장된 혈관들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맹수처럼 곧바로 가슴팍을 물었다.
"꿀꺽, 꿀꺽─, 읍, 하아...하아...더, 더 많이─, 하읍─."
"잠시만요, 선생님! 더 이상은 위험해요! 거기는─윽!"
가슴에서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박사의 말이 목구멍으로 다시 삼켜졌다.
안돼. 이대로 가다간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버린다. 다급해진 박사는 이상한 감각과 고통을 있는 힘껏 참으며 소리쳤다.
"선생님! 와파린 선생님!!"
".....아!"
다급한 목소리가 와파린의 정신을 깨웠다. 몸을 일으켜 살펴보니 박사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고통스러워하는 표정과 함께 목덜미와 가슴팍에 선명한 이빨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거기서 새빨간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극으로 인해 붉어진 피부와 강하게 붙잡은 탓에 생겨난 손자국은 덤이었다.
"으, 아─, 미안해, 박사. 미안해─!"
와파린은 울먹이며 허겁지겁 응급상자를 가져왔다.
와카스
와카스추
모기련
오...
왜 야스 안함
유사야스라서 의미가 있는것
와 졸라꼴려 ㅅ발
씹가능
더써와 시발
야쓰 ㅇㄷ?
머야 시발 왜 하다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