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어에서 유동 때 싸지른 글을 다듬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걸 왜 적었나 싶다.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별일 없겠지 싶어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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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말할 거 없어?”
분노에 일그러진 시선이 어느 리유니온 병사에게 향했다. 그는 고통에 몸 서림 친 채 걸쭉한 핏덩이를 내뱉었다. 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에 손이 묶인 채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그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죄죄죄송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이미 늦었어.”
리유니온의 필사적인 외침에 기계적인 어조로 반응하며 어디론가 향했다. 구석에 끝이 뾰족한 쇠막대기를 챙기고 다시 그의 앞에 섰다.
초점을 잃은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쇠막대기를 들려는 순간.
“잠깐만. 그, 그래. 하나 더 기억났어!”
죽음의 문턱이 다가오자, 그는 마지막 기억을 짜냈다.
“그래, 그 녀석이야. 그 녀석의 이름은······.”
리유니온 병사에게서 들은 이름과 생김새를 들었다. 그는 만족해하며 쇠막대기로 내리치려던 것을 멈추고 그 끝을 바닥으로 향했다. 리유니온 병사는 살 가능성이 생겼다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졌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의심스런 눈초리로 리유니온을 쏘아대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그러니깐 살려줘.
절박한 심정으로 목숨을 구걸하는 리유니온 병사를 향해,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망설임 없이 쇠막대기를 내질러 오른쪽 눈에서 뒤통수까지 단숨에 꿰뚫었다. 리유니온의 몸이 한 번 꿈틀하더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쇠막대기 끝을 여러 번 휘저으며 분이 나 풀릴 때까지 돌리다가 뽑았다. 터진 눈알이 뽑혀 나왔고, 뇌로 추정되는 뇌간이 날에 잔뜩 들러붙었다. 구멍이 뚫린 머리에서 진득한 피가 왈칵 쏟아졌다. 처참한 몰골을 무표정하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단 번에 죽여 버린 것이, 그가 선사한 마지막 자비였다.
◇◇◇◇
감겨있던 눈이 떠졌다. 처음 눈을 떴을 때 머릿속에 안개가 끼얹은 듯 의식이 몽롱했다가 점차 정신을 차렸다.
크루스는 쇠사슬이 천장에 매달린 수갑에 손이 묶였다.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앉을 수가 없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목이 따끔거릴 정도로 말랐지만 이런 상태로는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목 뒤의 묵직한 통증이 찾아왔다.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고 싶으나 테이프로 입까지 막아 놨다. 수갑에 묶여있던 팔을 움직이니 쇠사슬 부딪히는 방 안을 울렸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오른쪽에 리유니온 가면을 쓴 자가 양쪽에 두 명이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쇠사슬이 천장에 매달린 수갑에 손이 묶인 채 테이프로 입을 막혀있었다.
“읍ㅡ 으브ㅡ.”
가면을 쓴 채 그들이 나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크루스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한층 더 극대화 시켜준 건 저 멀리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소리였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고, 크루스는 온몸이 떨린 채 곁눈질로 상대방을 힐끔 보았지만 후드를 뒤집어써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절하기 전, 작전 도중에 날 습격했던 자였다. 그는 무방비하게 묶여있던 우리를 힐끔 보고는, 고개를 돌려 책상 쪽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피 묻은 쇠파이프가 보였고 그걸 집어든 그는 우리 쪽으로 향했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기운이 마음 구석구석을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쇠파이프로 리유니온을 내리쳤다.
처음에 다리를 맞아서 온몸이 떨렸고 지렁이처럼 꿈틀대는 복부를 다시 한 번 쇠파이프로 맞았다. 위장 속 내용물이 튜브를 누른 듯 입으로 흘러내렸다. 노란 위액이 눈앞에 흩어졌고, 곧이어 핏덩어리도 걸쭉하게 흘렀다.
크루스는 테이프로 인해 새어나오지 못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리유니온은 그저 신음할 뿐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손을 멈추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분노가 다 풀렸는지, 아니면 재미가 다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박사의 옷을 입은 그는 용문 대원에게 무릎 차기를 한 후 몇 걸음 떨어져있던 곳에 가서 유리병을 챙겼다.
리유니온의 눈에서 눈물이 질질 흐르고 도살장에서 모든 과정을 끝낸 돼지처럼 축 쳐졌다가 유리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보고 침을 흘렸다.
곧이어 용문 대원 앞에 다가온 그는 그의 테이프를 떼어주었다.
“무, 물.”
물을 달라며 스스로 입을 벌렸다. 그에 대답해주듯 유리병에 담긴 액체를 그의 입에 부어주었다.
액체가 그의 식도에 닿자 목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액체를 들이 부었다.
그리고 나보고 하는 말.
“다음은 너야.”
◇◇◇◇
박사는 늘 공개모집권이란 걸 사용했다. 그리고 늘 높은 확률로 그 가방에선 하얀 빛이 흘러나온다.
실망했는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공개모집권을 사용하는 박사. 나는 그런 박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하얀빛이 나오는 원인을 제거해버리면 박사는 행복해하지 않을까. 그렇게 그들을 묶을 장소부터 납치 경로 등 여러 가지 머릴 짜내며 계획을 세웠지만 어느 날, 작전 도중에 박사의 오른팔에 화살을 맞았다. 심한 상처는 아니지만 난 그를 맞춘 상대방을 찾아내 크루스를 죽일 때 같이 죽였다.
크루스를 없애버린 후부터 박사는 노란색으로 반짝이는 메달을 손쉽게 얻었다. 매우 기뻐 보이는 표정. 그 미소를 더 보고 싶어서 오늘도 계획을 세운다. 다음은 누구로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민하던 도중.
“스카디?”
박사가 나를 불렀다.
“응?”
나는 흠칫 놀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태연한 척을 했다.
“오늘 말이야. 시에스타로 갈 건데. 같이 갈래?”
그 말을 듣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다음 계획은 뒤로 미뤄야겠다.
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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