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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건 얼룩바위자고새의 소리일 거에요. 전 아직 청각까지 망가지진 않았으니 확실하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요? 헤헤, 이래뵈도 어렸을 때부터 새들을 엄청 좋아했었거든요. 폴가레프라는 이름을 아세요? 음, 모를 수도 있어요. 그렇게 큰 마을은 아니었으니까요. 현 단위 지도에나 나오는 조그만 농사짓는 마을인데, 배를 딸 때만 되면 사는 사람들보다 새들이 더 많이 날아왔어요. 할아버지가 지은 원두막에서 책을 읽다 보면 지붕에 내려앉은 자고새랑 큰유리새랑 멧새들이 지루할 새도 없이 짹짹거렸죠. 그 소리를 벗삼아 7학년 교과서 책장을 넘겼고 성악 교과서를 잠시 넘기다가 초급기계공학 입문서를 넘겼답니다. 성악은...아시죠, 배나무골 꼬마가 손대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 뭐 그런 거죠.


이크, 슬슬 이쪽으로 총알이 날아오네요. 제 등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없다는 건...그 친구들 썩 괜찮은 친구들이었는데. 저희 석궁부대원 중에 그루샤라는 꼬마애가 있었어요. 용감하고 당찬 아이였죠. 명령도 없이 도망칠 위인은 아니었으니 만약에 여기서 살아남거든 또 삽이 필요해질 거에요. 또 울적한 얘기만 하고 있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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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고새는 겁도 없나 봐. 총소리가 이렇게 요란스럽고 화살이 쐑쐑거리면서 날아다니는데도 저기 마가목 꼭대기에 앉아서 꿈쩍도 안 하는 게 보이세요? 어쩌면 저 새도 총알이나 화살 따위가 날아다니는 건 너무 많이 봐서 무덤덤해진 걸지도 모르겠어요. 저만 해도 폴가레프 시절에는 이런 커다란 칼을 제가 차고 이런 험한 구덩이에 쪼그려서 싸움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건 상상도 못해봤으니까요...또 우울한 얘기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칼이란 거 참 묘하더라고요. 처음 들 때는 그리도 무겁던 통짜 오리지늄 덩어리의 무게감이, 처음 사람을 찔렀을 때 손으로 전해져서 평생 기억날것같던 고기를 가르고 뼈를 박살내놓는 느낌이 어느 순간부터는 느껴지지도 않더라고. 다 그렇게 적응하고 무뎌지는 건가 싶어요. 제 몸에 돋은 돌만 해도 그래요. 처음 어깨죽지에 생겼을 때도 조금 지나니까 결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팔을 쓰는 방법을 익혔고, 그게 목덜미로 번져서 성대를 망가뜨린 뒤에는 손짓이랑 필담으로 어떻게든 제 뜻을 전하는 방법을 배웠고...다 익숙해지는 거죠. 사람이 노래 없는 삶에도 익숙해질 수 있고 몸에 돋아난 돌조각 몇 개 때문에 돌을 얻어맞는 삶에도 익숙해질 수 있더라고요. 그깟 칼 좀 쥐는 거라고 못 익숙해졌겠어요? 아무튼 삶이 칼이네요. 헤헤! 칼이 삶이고. 그러니 잘 드는 삶을 살아봐야겠죠. 숫돌을 여기 뒀을 텐데...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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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늄 칼을 가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그냥 부엌칼 따위를 가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볼거리랍니다. 금쪽같은 손녀가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을 올가 할머니가 보셨으면 집안 귀염둥이가 뜨내기 칼갈이 노릇이나 하고 있다며 우셨겠지만, 그래도 이 칼을 가는 모습은 직접 바라볼 가치가 있어요. 


거칠거칠한 숫돌이 광석 칼날 위를 핥고 지나갈 때마다 칼 위에서는...불꽃이 일렁거려요. 아직 말을 할 수 있을 때 아츠학이랬나, 아무튼 대학에서 강의까지 하시다 오셨다는 배운 캐스터 분인 즈보보다 부인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코웃음을 치시면서 무슨 오리지늄의 반응...뭐라고 하셨더라...무슨 반향이랬나...아무튼 어려운 말로 불길은 아닌 다른 작용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하긴 이게 뜨겁진 않으니 불은 아니겠죠. 제 생각이요? 이건 불이에요. 그것도 아주 멋들어진 불이요. 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제 광석 덩어리가 커지건 말건, 이 불꽃이 칼 위에서 넘실대는 모습은 볼 가치가 있어요. 칼날이 갑옷을 썰고 뼈를 분지를 때마다 불꽃은 점점 아름다워지고 커져요. 저는요, 이런 불길을 손 안에 잡아보지 못한 비감염자 친구들이 오히려 안쓰러워요. 그 친구들은 이런 불덩어리를 손에 든 저를 안쓰럽게 보겠지만요. 뭐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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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딱 알맞게 됐네요. 칼날의 첨단이 거의 유리처럼 투명해진 게 보이시나요? 아주 날카로워진 거에요. 머리카락도 세로로 깔끔하게 두 쪽을 내버릴 수가 있죠. 이렇게 보면 이 칼도 꼭 색유리로 만든 것 같아요. 언제까지나 이렇게 깔끔하게 반짝거리면 좋겠지만, 총소리가 멈췄네요. 곧 쟤들이 이쪽으로 올 거에요. 총알 맞은 채로 버둥대는 동포들의 얼굴에 창날을 박고 시체를 주워가서 쓰레기처럼 태우려고요.


이번에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거에요. 두고 보라죠. 


가면은 벗어 둘 거에요. 이번만큼은 놈들에게 제 낯을 보여주고 싶어요. 후드도 벗어버릴 거에요. 이제 똑같이 생긴 마스크 뒤로 숨진 않을 거에요. 마지막까지 그러고 싶진 않아서요. 이놈이고 저놈이고 시꺼먼 탈바가지만 뒤집어쓰고 말이야. 이젠 사람 눈코입귀가 어느 구석에 붙어있는지도 가물거릴 판이라고, 그건 싫어요. 눈을 홉뜨고 죽건 울면서 쓰러지건 피눈물을 흘리건 저놈들이 내 얼굴을 보게 만들 거야. 내 목을 보게 만들 거야...




안녕, 자기들. 노래를 불러서 자기들을 맞아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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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어, 그거 설마...물놀이 튜브야? 진짜로? 왜? 어째서? 잠깐만 그걸 왜 이쪽으로 휘두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