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등불이 수없이 장식된 공간 속,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여성이 밖에서 들려오는 거센 자연의 소리를 눈을 감은 채로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마치 피아노의 흑건과 백건을 수놓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으며 등불에 비친 얼굴은 티 하나 없는 백색의
진주처럼 고왔다. 귀는 자연의 소리에 기울인 상태로 천천히 눈을 열며, 그녀의 목소리는 누군가에게 물음을 표했다.
“못 돌아가니?”
침대 아래에서 앉은 채로 짐을 정리하고 있던 청년이 답답함과 짜증이 섞인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청년은 질문한 여성처럼 독특한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으며 검지만 한, 왼쪽 귀에서 목까지 찢어진 흔적이
남은 상처는 오래전에 아물어 보였고 다시 돋아난 살은 약간 분홍색을 띠고 있었다.
“하늘이 미쳤는지... 얼음으로 된 돌멩이도 떨어트리네요.”
청년은 말하는 도중에 목에 무언가 낀 듯한 불편한 감각을 기침으로 털어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성은 청년의 짜증과는 반대로 기뻐하는 내색을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아들이랑 같이 잘 수 있겠네.”
웃음을 머금은 능청스러운 대답에 아들이라 불린 청년은 못마땅스러워했지만, 진심으로 그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어머니의 미소를 보자 답답한 마음이 누그러져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띠었다. 정리를 마친 가방의 지퍼를 주욱 닫으며
안에 들어 있던 꾸러미를 자신의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니?”
“컬럼비아에서 가져왔어요.”
“어머, 과자? 보석처럼 생겼네!”
그녀가 들어 올린 투명한 비닐 꾸러미 안에 있던 과자들이 등불의 빛을 머금었다. 동그란 과자의 두 겹 사이에는 과자와 같은 색상을
지닌 크림이 끼어 있었으며 각기 형형색색이었기에, 빛을 머금은 과자들은 아름다운 루비와 에메랄드, 토파즈처럼 빛을 띠었다.
“먹기 아까운걸.”
“그럼 제가 다 먹어도 돼요?”
아들의 농담에 어머니는 살짝 뾰로통한 얼굴로 꾸러미의 리본을 풀고선 빨간색과 노란색 과자 두 개를 집어 입에 밀어 넣었다.
그런 어머니를 본 청년의 얼굴에는 더 이상 답답함도, 짜증도 섞여 있지 않았으며 미소는 입가에서 번져 떨어지질 않았다.
청년은 눈 앞에 있는 어머니를 보자 문득 생각난 사실을, 혼잣말로 조용히 말했다.
“다람쥐 닮았네.”
“―?”
여성은 아들이 비유한 다람쥐의 볼주머니처럼 입안에 과자를 가득 채워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귀에는 손을 대며 ‘뭐?’라고 하는 제스쳐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기에 청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다른 대답을 꺼냈다.
“천천히 드세요.”
분주히 움직이던 여성의 입이 느려지다가 천천히 움직임이 멈추자, 팔짱을 낀 채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입술을 삐죽삐죽 움직이며
마지막까지 맛을 음미하는 그 동작은 이윽고 간단한 평가가 되어 돌아왔다.
“너무 달아!”
“그럼 나머진 카피오 할머니에게 갖다 드릴게요.”
“절반만, 안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걸.”
“억지로 먹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쿠키 부분은 정말 맛있었고ㅡ”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 여성은 과자가 담긴 비닐 꾸러미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아들의 얼굴을 보며
이전처럼 보여준 장난스러움 모습은 전혀 담겨있지 않은 채로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아들이 가져온 선물이잖아.”
사뭇 진지한 어머니의 대답에 청년은 줄곧 입가에 걸려 있었던 미소가 점차 옅어지다가 사라졌다.
천천히 고개를 떨군 청년의 눈에는 어머니의 모습 대신 등불로 일렁이는 그림자들만이 보였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등불이 공간을 어둠으로 물들이자 청년이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쉐라그에는 물에 젖지 않는 신기한 직물로 만든 옷이 있대요.”
“편리하겠다.”
“시에스타라는 곳은 밤낮으로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해요.”
“시끄럽지 않겠니?”
“이베리아는 두 눈에 다 담을 수 없는 풀빛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고 들었어요.”
“신기한 색깔이네.”
청년은 어머니가 대답을 피하고 있음을 알았다. 청년이 가장 듣고 싶어하고 어머니 스스로도 가장 원하는 대답이었지만
그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아들에게 짐을 지우게 된다는 마음에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
청년은 그런 모순을 더 이상 버티기 싫었기에, 직접 소리 내 어머니에게 말했다.
“직접 같이 가봐요.”
“그래.”
씁쓸히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어머니에게 청년은 하루의 끝을 알리는 말로 전등의 불을 끄며 대화를 끝마쳤다.
“잘 자요 엄마.”
“잘 자렴 오루스.” 문학
등불이 전부 꺼지자 멀리서부터 조용히, 얼음으로 된 돌멩이들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어두워진 공간을 가득 메웠다.
얘들은 누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