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쿠사의 어느 빈민가에서, 라플란드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라플란드 자신이 생각하기로는, 분명 조직에 반기를 든 마피아의 암살 의뢰를 받고, 그 마피아를 암살하러 가는 길이었다. 빈민가를 통해 마피아의 근거지로 향하고 있던 라플란드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그 사람과 몇 합을 주고 받았다가 자신이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들어,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

라플란드가 생각하기에는, 상대는 분명 자신과 같은 킬러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칼을 쓰는 방식이 상대를 제압하려는 목적이 아닌, 죽이려는 목적이 매우 강했다.

"하아, 하아."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라플란드는 막다른 길에 놓여 있었고, 습격을 한 사람은 점점 걸어오고 있었다. 검을 휘둘러 상대를 저지하려 해보지만, 상대는 가볍게 받아치고는 라플란드에게 접근해 오른발을 걷어찼고, 라플란드는 넘어졌다.

라플란드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고, 상대는 양손으로 검을 높이 들고는 자신의 목을 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검이 휘둘러져 라플란드의 목에 닿는 순간,


*


"헉, 허억, 헉..."

라플란드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목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라플란드는 손으로 목을 잡아보았고, 다행히도 목은 아직 잘 붙어있었다.

방금 꾼 꿈은 라플란드와 텍사스가 처음으로 만난 순간이었다. 텍사스와 붙어있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첫만남 때의 꿈을 꾸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라플란드는 생각했다.


요즘들어, 라플란드는 과거에 관한 꿈을 꾸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다수는 텍사스에 관한 꿈이었다. 이러한 꿈에 대해, 라플란드는 자신이 그 과거를 매우 기억하고 싶어서 계속 꿈으로 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텍사스와 처음으로 만난 순간도, 그리고 그 이후도 전부 자신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과거이기 때문이다. 텍사스를 만나기 이전의 과거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라플란드는 누워 있던 침대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누워있던 곳과 그 주변은 온통 땀 범벅이었다. 아무래도 다음에 쓸 사람에게는 조금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라플란드는 그러한 사실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주변에 있던 외투를 챙겨 입고는, 숙소 밖으로 나갔다.

숙소 밖으로 나가자마자, 정면에는 게시판이 보였다. 게시판에는 각각 제조소, 무역소, 지휘 통제실로 갈 인원들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고, 라플란드는 자신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흠, 여기 있네."

게시판에는 엑시아, 텍사스, 라플란드는 무역소로 가라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고, 라플란드는 그 사실에 신이 나 콧노래를 부르며 무역소를 향해 평소보다 매우 빠른 걸음으로 갔다.

라플란드 자신도 로도스에 온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텍사스 주변에 갈 일이 별로 없었지만, 최근 들어 박사가 텍사스와 함께 무역소에 배치하는 일이 늘었다. 아무래도 텍사스말고 다른 사람들과 일하면 일에 대해 태만한 태도를 취해서 그런 것 같다고 라플란드는 생각했다.

무역소의 문을 여니, 엑시아와 텍사스는 이미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가장 늦은 것은 자신인 모양이었지만, 자신은 텍사스만 보면 되는 것이라 조금은 늦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테엑사아스으~!"

라플란드는 곧바로 텍사스를 향해 달려 갔고, 텍사스는 그런 라플란드를 잠시 썩은 얼굴로 보더니, 가볍게 피했다.

라플란드는 벽에 부딪힐 것 같자, 몸을 옆으로 틀고 발을 통해 벽을 밀어서 추진력을 얻고는, 텍사스에게 달려가 뒤에서 강하게 백허그를 했다.

엑시아가 보기에는 라플란드가 껴안은 텍사스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썩어있었다. 사실, 평소라면은 싸우자는 말만 1시간 정도 반복하다가 텍사스의 철벽방어로 인해 지치서 나가 떨어지는 게 일상이었던 라플란드였지만, 오늘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보였는지 꼬리까지 흔들며 텍사스에게 붙어 있었다.

"오늘 꾼 꿈이 말이야, 너하고 처음 만났던 꿈을 꿨는데~"

"엑시아."

"응?"

"잠깐만 박사에게 다녀올게. 일 관련한 거라서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어, 어. 알겠어."

엑시아는 여태까지 일을 하는 동안에 다른 일을 한 적이 없었던 텍사스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에 매우 당황했고, 그것은 대답에 드러났다. 텍사스는 엑시아의 대답을 듣는 라플란드를 강제로 떼어놓고 무역소를 나갔다.

"쳇, 재미없게."

라플란드는 꼬리를 흔들던 것도 멈추고 무역소의 일에 신경을 돌렸다.

"하, 하..."

어색한 웃음을 내던 엑시아는 왠지 오늘 하루는 쉽게 지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텍사스가 박사가 있는 집무실로 가는 동안, 박사는 집무실 안에서 떨어질 이성을 채우기 위해 돌을 먹을려 하고 있었다.

오늘은 간단히 하나만 씹자는 생각을 한 박사는, 옆에 있던 몇 백개 가량의 돌 중 하나를 골라서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이성이 없었던 박사는 책상 위에 올려진 돌을 어떻게 먹어야 좋을 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씹는 것은 이제 진부하다는 생각에, 박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한다.

옆에 있던 망치를 집어들고는, 돌을 향해 조준하고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돌은 반으로 갈라졌고, 그 반으로 갈라진 돌들을 박사는 대장간에 있는 대장장이의 마음으로 계속 내리쳤다.

내리치기를 몇십 번 반복하고 나니, 돌은 고운 가루가 되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느낌을 받은 박사는, 망치를 옆으로 휙 던지고는 주머니에서 빨대를 꺼내 코에 갖다대고 가루를 코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흐응, 핫으응..."

돌을 흡입하기 시작한 박사는 마치 발정이 난 암컷처럼 신음소리를 내고는, 몸을 비비 꼬았다. 박사가 이런 행동을 거리낌없이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박사는 오늘은 집무실에 비서 외엔 올 사람도 없었거니와, 비서도 지금 시간이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으러 갔기에 몇십 분간은 안 올 것이다. 그렇기에 편하게 신음 소리를 낸 것이었다.

"박사, 무역소 인원 편성에 관해서 말할 것이..."

"흐앙, 기분 조앗! 가버려...어?"

박사는 신음 소리를 내며 돌을 흡입하다가 문이 열리는 쪽을 향해 바라보았고, 문이 열려있는 곳에는 텍사스가 서 있었다. 텍사스는 처음에는 상황이 인지가 되지 않아 평소대로의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박사가 마치 자기 위로를 하는 것처럼 신음 소리까지 내며 돌을 흡입하는 것을 보고는 약간 썩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박사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빠르게 집무실 의자에 착석한 뒤에, 텍사스에게 물었다.

"...어, 무역소 인원 편성이 왜."

텍사스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앉은 박사에게 매우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앞으로 있을 부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에 참기로 했다.

"...라플란드와 나를 따로 편성해 주었으면 해서."

텍사스는 여전히 썩은 얼굴이었지만, 박사에게 부탁을 하러 온 것이라고 머리 속에 되새기면서, 텍사스 입장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박사에게 말했다. 얼굴은 여전히 썩은 채였지만 말이다.

"음, 어, 그게 말이야... 사실 라플란드가 너하고 편성을 안하면, 일을 거의 안하다시피 해서."

"하지만, 라플란드하고 나를 편성하면 내가 일을 길게 못하잖아."

박사는 그것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 엑시아가 잠시 파견을 나갔을 당시에, 텍사스, 라플란드와 야토를 무역소에 보냈지만, 텍사스는 평소보다 일을 길게 하지 못하고는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다.

"그것도 맞기는 한데, 엑시아하고 너를 편성하면, 네가 일을 오히려 너무 길게 해서 로테이션이 잘 안 돌아가. 그래서 라플란드와 엑시아를 너와 함께 편성하는 거야.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같은 느낌이지."

하아, 하고 텍사스는 한숨 소리를 냈다. 효율과 관련된 문제였기에 텍사스는 그다지 할 말이 없었다. 만약, 사적인 이유였다면은 끝까지 따졌겠지만 말이다.

"어, 라플란드가 계속 달라 붙어서 그래?"

"맞아."

박사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뭔가가 떠올린 얼굴로 텍사스에게 제안을 한 가지 했다.

"아니면, 라플란드가 계속 달라붙는 이유가 네가 안 싸워주니까 그런 거 잖아. 그러니 한 번만..."

"그건 안돼."

단호하게 거절의 표시를 받자 박사는 어깨가 축 쳐졌다.

"...미안, 박사. 시간만 잡아 먹었네. 갈게."

"...아니야, 나도 다른 방법을 찾아 보고 있을게."

텍사스는 박사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박사는 다급한 어조로 텍사스에게 말했다.

"그리고 아까 봤던 건 잊어줘야 해?"

"...그래."


아마 알려지면 박사는 로도스에서 매장당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텍사스는 다시 일에 전념하기 위해 무역소로 돌아갔다.



*



라댕이 텍댕이 비벼비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