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어요, 헬레나" 
 
패트리어트는 자신의 '하나뿐인' 가족에게 돌아왔음을 알리고
 
그를 기다리던 '하얀 토끼'는 그가 바라던 대로 그를 맞이해준다
 
"어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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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가 자신에게서 옛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된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옐레나는 패트리어트가 불과 며칠전 처음으로 자신을 헬레나라고 부르던 순간을 회상해본다
 
그의 몸을 침식해가던 광석병이 마침내 그의 정신마저 좀먹어 가는 것인지
 
그동안 살아오면서 생긴 상처들이 채 아물기도 전에 새로운 상처가 덧씌워지면서
 
너무 많은 상처를 홀로 끌어안고 있던 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와서 어느 쪽이 원인인지 따져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자신은 그의 광석병을 치료해 줄 수도, 그의 상처를 아물게 해줄 수도 없으니까
 
다만...
 
 
"헬레나?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째서 자신은 그의 아내를 연기하고 있는 것일까
 
보통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고 하지만 지금 이 연극은 딱히 그런 복잡한 거짓말은 필요로 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있다는 사실은
 
어째서 우르수스를 떠나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가, 어째서 그의 아내는 집이 아닌 이런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가
 
어째서 자신의 몸은 광석병에 감염되고 이토록 망가졌는가, 어째서 그가 감염자를 위해 싸우고 있는가
와 같은 수많은 기억의 모순들을 낳지만
 
그는 아내가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사실에, 그에게 미소 지어준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이런 모순들을 외면하거나 엉터리로 납득해 버린 채로 넘어가 버린다
 
그러니 그의 아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는 앞으로의 모순또한 엉터리로 결론지으며 자신만을 바라볼 것이고
 
반대로 그런 불안정한 환상을 자신이 그의 아내라는 것을 부정하는 아주 간단한 말 한마디로 깨트리고 그를 다시 현실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은 그를 이대로 내버려두는 걸까, 외면해버린 현실을 강제로 직면하게 하면 그가 완전히 망가져버릴 것이 두려워서? 그게 아니라면..
 
 
"헬레나, 고민이, 있다면, 말해줘요, 난 언제나, 당신 편이니..."
 
 
자신이 느껴보지 못한 그의 순수한 감정이 너무나 애틋하기 때문에?
 
지금 그에겐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아내도, 비극적으로 죽어버린 아들도,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딸도 없다
 
그에 따라 자신이 항상 지켜봐온 그의 모습, 심지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서마저 느껴지던 그의 미련, 후회 그리고 죄책감과 자기혐오 또한 없었다
 
 
그런 그의 감정이 '유일한' 가족에게 오롯이 전달되는 것을 서리별은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 거부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비록 그 대상이 '옐레나'가 아닌 '헬레나'일지라도 그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리별은 이유가 어느 쪽이든 그의 손을 놓지 않기로 했다
 
'헬레나'에게 사죄하고, '그로와츠'에게 속죄하며, '옐레나'에게 사과하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그를 지켜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그의 손을 놓지 않으면, 그의 환상을 유지시켜주면
 
그의 죄도, 그가 걱정하는 자신의 고민 또한 없는 것이니까
 
 
"그런 건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설마 내가 당신에게 고민을 숨길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내가 당신을, 의심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 장난이에요, 그렇게 울상 짓지 말고 돌아가서 쉬어요"
 
 
그렇게 말하고 서리별은 패트리어트의 의기소침한 뒷모습을 지켜본다
 
잠깐 쏘아붙인 것만으로도 울상 짓고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과연 저 사람이 자신이 알던 괴물 같은 늙은이와 같은 사람이 맞을까 의심하게 될 정도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사람이었는데 저렇게 솔직하고 감정적인 모습이라니 
 
자신이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닳고 닳아가며 지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겠지
 
 
"조금... 외로웠겠네..."
 
 
역시 그에게 현실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잠깐이라도 그에게 안식을 취할 시간을 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리별은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힌다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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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 앞에서는 옐레나로서 그의 앞에서는 헬레나로서
앞으로도 이 연극을 혼자서 이어나갈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헬레나...?"
 
 
그가 먼저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불안정한 기억 속에서 방황하는 패트리어트가 시간이 흐를수록 '헬레나'에게 의존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자신은 또 그의 괴로움을 고통을 외면해 버린 것이다
죄책감이 가슴을 죄여오는 듯 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의 상태는 다른이들에게 알려져선 안된다
 
설괴소대와 그의 앞에서 '옐레나'와 '헬레나'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서리별은 황급히 그의 옷깃을 잡은 채로 끌고 가고, 패트리어트도 말없이 그저 그녀의 손길에 이끌려 자리를 떠났으며
 
그곳엔 설괴소대원들만이 덩그러니 남겨져있을 뿐이었다
 
 
 
 
"야, 요즘 어르신이랑 누님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냐?"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하던 일에 집중해 병신아"
 
 
"내가 듣기엔 방금 어르신이 누님 이름도 좀 이상하게 부른 것 같거든?"
 
 
"그건 니 귀가 이상한 거고"
 
 
"요즘 어르신이 누님을 대하는 태도도 좀 다른 것처럼 보이고"
 
 
"그건 니 눈이 이상한 거고"
 
 
"내 명석한 두뇌에 따르면 분명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일이 있다니깐?"
 
 
"그건 니 뇌가 이상한 거고"
 
 
"이 씹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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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 서리별 념글이 낳은 괴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