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제 4편을 올렸어야 했는데 몸이 맛이 가서 뻗어 있느라 못올렸네요 ㅜㅜ
그런고로 4화입니다!
-------------------------------------------------------------------------------
(PC의 경우 우클릭으로 반복재생 가능)
-----------------------------------------------------
<이전 작품 바로가기>
[창작] 목련 - 아미야랑 박사가 서로 따먹는 소설 上[창작] 목련 - 아미야랑 박사가 서로 따먹는 소설 下
/ 6
“엄마!”
멀리서 달려오는 딸아이를 리스캄은 한껏 안아주었다.
“리리카, 이런 곳에서는 뛰면 안 돼. 위험하잖아.”
“으응, 잘못했어요.”
곧바로 사과하는 리리카를 토닥이면서 리스캄은 다시 아이를 내려놓았다. 안는 건 한 번만으로 충분하다. 한창 뛰어다닐 나이라 그런지, 오히려 너무 길게 안아주면 싫어했다.
“잘 끝났니?”
“응. 있지. 뭔가 다들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어.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럴 지도 몰라.”
“엄마의 친구라던 프란카 씨의 이름도 있었어! 프란카 씨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가장 멋지고 중요한 사람이랬어!”
리리카는 눈을 한껏 빛내면서 리스캄을 올려다보았다. 그 아이는 씩 웃으면서 리스캄의 손을 잡은 채로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엄마, 프란카 씨는 어떤 사람이었어?”
리스캄은 순간적으로 두통을 느꼈지만 이내 내색하지 않고 살짝 웃어 보였다. 그녀는 리리카에게 좋은 사람이었지, 라고 얼버무리고는 나중에 더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화제를 돌렸다. 리스캄은 딸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박사로부터 사전에 연락을 받았었다. 헌정식이 끝난 이후에 잠시 켈시와 상의 할 일이 있으니 리리카를 봐 달라는 것이었다.
정원 저편에서 박사가 누군가와 이것저것 의논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리스캄은 로도스에서 일을 하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새삼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녀가 있던 응접실을 지나, 작게 한쪽 구석에 마련된 탕비실,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휴게실을 넘어 3층의 제조소나 1층의 무역소 등을 리리카와 함께 걷는다.
그렇게 딸과 걷고 있다보면 또 다시 누군가가 리스캄을 향해 인사를 했고, 반가운 얼굴이 있어 자기도 모르게 좀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리리카가 얼른 가자며 칭얼댔기에 어쩔 수 없이 오랜 전우와 헤어지고 그녀는 다시금 빛바랜 추억이 가득한 옛 직장을 걸었다.
리스캄은 리리카의 손을 잡은 채 걷다가 어느 덧 발걸음이 멈추었다. 3층 숙소에서 오른쪽 모퉁이 앞. 작은 소화기가 놓여있고 낡은 자판기 한 대가 가동음을 내면서 돌아가고 있다.
훈련이나 임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그 애와 함께 음료를 마시던 곳이었다. 하루는 프란카가 먼저 콜라를 건네왔길래 캔따개를 땄더니 콜라가 치솟아서 얼굴에 던졌었지. 리스캄을 그런 생각을 하고는, 스스로 혐오감을 안았다.
이제 와서.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한 듯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그 애는 죽었고, 돌아오지 않는다. 오해였는지, 진심이었는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고 자신은 혼란에 파묻힌 채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것이 어느 덧 8년째에 달했다.
리스캄은 자판기를 지나 모퉁이를 돌았다. 다섯 걸음도 지나지 않은 곳에서 멈춰 선다. 딸인 리리카가 엄마의 손을 잡은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B동 3층 312호실.
여기는 트윈룸이다. 다른 방보다 곱절은 넓으며, 거실에 방도 두 개나 달려 있다. 꽤나 깔끔한 디자인으로 모두가 욕심 내던 그런 방이었다. 추첨을 통해 이 방을 얻어왔을 때, 그 애가 얼마나 좋아했었던가.
리스캄은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에 이름표가 없었다. 공실이라니? 여긴 로도스 내부에서 제일 좋은 방으로 평가가 자잘한 곳인데.
불현듯 미치는 생각이 리스캄을 좀먹는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두려워졌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리가……!
도어락을 위로 밀고는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0……….
3…….
2….
4.
찰칵.
잠금이 해제 된 도어락을 바라보며 리스캄은 마른 침을 삼킨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프란카가 자주 쓰던 8년전의 그것과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312호실의 문을 열었다.
먼지가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방 안은 여러 생활용품이 가득했다. 식기류, 침구, 그리고 TV와 전등. 일부러 방을 화사하게 꾸미겠다고 들여놓았던 액자와 그녀가 자주 쓰던 책상 등. 그곳에는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았다. 심지어는, 프란카와 리스캄이 찍은 사진까지. 아주 깔끔이 정리되어 있는, 그런 공간. 하지만 사람의 온기만큼은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8년 전과.
리스캄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문을 열었을 때 누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맞이해주지 않을까 하고.
그런 애틋했던 과거가 펼쳐져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 사소하고도 막연한, 헛된 바람을 품었다.
정적을 깬 것은 전화벨 소리였다.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박사로부터였다.
「아, 리스캄. 미안해 여기까지 오고는 애 보게 해서. 이제 곧 끝나가. 십분 정도 뒤면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 네…….”
「리리카는 좀 어때? 말썽 피우지 않고 있어?」
“문제 없어요. 워낙 활기차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아이니까. 그보다 박사님.”
숨을 삼킨 채로 묻는다.
“312호실 말인데…….”
「일부러 안 치웠어.」
박사는 리스캄이 질문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그런 대답을 돌려주었다. 리스캄은 순간적으로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지금, 뭐라고……?
「내 권한으로 치우지 않고 있었어. 분명, 네가 로도스에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박사님!”
리스캄이 부르짖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리리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스캄을 바라본다. 리스캄은 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고는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박사를 몰아 부쳤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제가 분명 로도스에서 나가기 전, 사직서를 쓰면서 말했잖아요. 필요 없는 물품은 전부 치워 달라고.”
「그랬지. 근데 내가 보기에 필요 없는 물품은 없어 보이더라고. 게다가 그 때의 나는 네가 언젠가 로도스에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네가 있을 자리를 남겨두고 싶었어. 뭐, 내 개인 휴게실이라는 명분으로 비워 두고 있어. 처음으로…………억지를 좀 부렸지. 권력이란 게 이럴 땐 참 좋아.」
“박사님, 그런 배려 필요 없어요.”
「리스캄.」
“지금 당장, 여기 있는 물건 치워버려도 되죠?”
「……………….」
박사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침묵은 불편함을 동반했다. 리스캄은 마음이 무거웠지만 동시에 터질 것 같은 분노를 한껏 억누르고 있었다. 두 번 다시 그 애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런데 이제 와서, 다름 아닌 박사님이……!
「꼭 그렇게 해야겠다면 그렇게 해. 네가 원한다면 말리지 않을 거야.」
“그럼 오늘 중으로 전부 처리하겠습니다. 늦어질지도 모르니 오늘은 리리카와 먼저 돌아가세요.”
「그래. 그럴게.」
리스캄이 전화를 끊으려던 그 때, 박사가 다시 한 번 나지막이 리스캄의 이름을 불렀다.
「프란카랑은……분명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야. 그 애 성격은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박사의 말에 리스캄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찬찬히 숨을 내쉬었다.
“박사님도 제 방패를 보셨었잖아요.”
「그래. 봤어. 틀림없이 테르밋 블레이드에 의한 상흔이었어. 정말로 프란카였겠지. 너를 의심하지는 않아.」
“박사님.”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박사를 불렀다. 어딘가 차가운,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프란카는 저를 버렸어요.”
리스캄은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 때 그 일이 있기 한 달 전, 저와 프란카는 헤어졌어요. 우리는 남이 된 채 남이지도 못한 사이인 채로 그렇게 시간을 보냈죠. 그리고 제 단독 작전 당일 다름 아닌 작전장소에 프란카가 나타났고, 저를 죽이려 들었다구요.”
「리스캄. 나는 너와 그 애를 모두 믿어.」
“죽을 고비에서 겨우 살아 돌아오고, 너덜너덜해지고 녹아 내린 제 방패를 보시고도 프란카를 믿을 수 있다구요?”
「리스캄.」
박사의 목소리는 한없이 차분했다. 점점 더 감정이 격해져 가는 리스캄과는 대조적으로 박사는 점점 더 가라앉아갔다. 어째서인지, 리스캄은 박사의 목소리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마지막에 내게 전화 했었어.」
“…………네?”
「AC지점 840.040.96400.」
“블랙스틸에서 쓰이던 좌표지수잖아요.”
「어딘지 알겠어?」
“……제 마지막 작전 지역이요.”
「거기에 네가 있을 거라 했어.」
리스캄은 박사의 말에 더욱 더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8년 전의 그 날, 진심으로 그녀를 죽이려 하던 것은……다름아닌 프란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로도스에 알려줬다? 게다가 그건 블랙스틸의 임무였는데?
박사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마지막으로 리스캄의 이름을 불렀다.
「미안. 켈시가 부르는군. 이 회의만 끝마치고 보자. 다시 연락할게.」
박사의 목소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들으면서 리스캄은 착잡한 기분에 빠졌다. 그녀는 박사에게 야속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딸인 리리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쥐어 주었기에……리스캄은 애써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얕은 두통과 메스꺼움과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가슴 안쪽에 답답함을 안은 채로 그녀는 방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그 애와 찍은 사진부터 먼 옛날 블랙스틸에서 프란카가 받았던 우수 대원 증정 메달 같은 기념품까지.
하나씩 하나씩.
리스캄은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간다.
리리카는 엄마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게 좋았던 걸까?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눈을 한껏 빛내고 있다. 거실에 있는 물건을 어느 정도 정리했을 때 리리카가 부르는 목소리에 리스캄이 고개를 들었다. 리리카가 있는 곳으로 가자 리스캄은 잠시 숨을 삼켰다.
……프란카의 방이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프란카의 방은 여전했다. 말괄량이 같은 성격과는 대조적으로 꼼꼼했던 그녀였던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방과 한쪽에는 책상, 필기구 등이 놓여있고 반대편에는 얼마 되지 않는 화장품이 몇 개 놓여있었다.
탁상 위에는 잡다한 필기구만 놓여있었고 리스캄의 사진은 없었다.
이전에는 그녀와 둘이 찍은 사진이 항상 프란카의 책상을 장식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와 리스캄은 분명히 헤어졌었으니까.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어느 날부터 프란카가 리스캄에게 거는 말도 태도도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했고 이내 관계는 파탄났다. 리스캄은 프란카와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달래고 더 잘해주며, 때로는 화를 내기도 했지만.
프란카는 돌아오지 않았다.
“…………?”
리스캄이 아득한 과거의 일을 상키시키던 도중, 문득 책상 위쪽에 있는 첫번째 서랍이 눈에 들어왔다. 다이얼식으로 되어있는 잠금 서랍이다.
이런 게 있었던가?
그 애가 자주 쓰던 비밀번호가 뭐였지? 귀찮다고 나에게 간단한 은행 업무까지 맡길 정도이긴 했는데…….
빛 바랜 감상을 안은 채로 리스캄은 기억 저편에 있는 사실들을 끄집어 내어 맞춰보았다. 생각나는 비밀번호, 프란카가 자주 썼던 것을 입력해본다. 하지만 다이얼은 헛돌기만을 반복했고,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프란카는 프라이버시를 나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비밀번호 정도도 한 두 가지쯤은 있겠지. 리스캄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 번 더 다이얼을 돌렸다.
…………1.
………0.
…3.
0.
역시 서랍은 열리지 않았다.
프란카의 생일은 비밀번호 아니었던 듯 하다.
“………….”
문득 리스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에 그녀는 넌덜머리를 내었다.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하고는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한다.
5월 18일.
리스캄 자신의 생일이다.
다이얼을 맞추자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행여나 그렇다 하더라도, 뭐가 달라진다는 말인가. 미처 비밀번호를 바꾸지 못했을 수도 있을 터다. 이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천천히, 느릿한 동작으로 서랍을 당긴다.
“…………………왜.”
서랍은 거짓말처럼 열려주었다. 내용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서랍에 리스캄은 다시금 두통을 느꼈다. 괜히 열어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광경은, 너무나도 옛 생각을 나게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끔찍하기 그지 없는 과거를.
왜 아직도 그런 애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무것도 아닌 마냥 다 잊고, 통한도 분노도, 서러움도 속상함도 모두 잊고 살면 될 것을, 왜 자신은 그게 안 되는 걸까.
리스캄은 혀를 차면서 서랍 속의 내용물을 살펴본다. 책……이라기보단 두툼한 노트가 두 권 들어있었다.
이게 뭐지?
“아…….”
노트를 펴보자 리스캄은 금세 내용물을 알 수 있었다. 프란카의 일기. 하루는 그 애가 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을 때 믿을 수 없다며 놀렸었지. 보여달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절대 죽어도 안 보여준다며 악을 쓰고 거절했었다. 하기사 원래 일기란 보여주는 게 아니지만, 호기심이란 정말 무서운 병이다.
리스캄은 프란카의 일기를 두고, 그것을 조심스레 다시 서랍 안에 넣었다.
“………….”
넣기 직전. 어째서인지 손이 멈춰버린다. 이제 와서 그 애를 떠올려 봤자 뭐하겠다고. 죽은 사람의 일기다. 예의를 차려서 좋을 게 뭐람? 리스캄은 자신의 안의 욕망과 도덕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시 노트를 집어든다. 그녀가 그렇게 과거의 산물을 더듬고 있을 때 리리카는 커다란 여우 인형을 부둥켜 안고 뒹굴 거리는 도중이었다.
언젠가 프란카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물건이었다.
딸 아이의 행동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 리스캄은 노트의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래. 어차피 프란카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 그녀를 향한 이 정도의 복수는 스스로가 허락해도 될 것이다.
‘빌어먹을 우등생. 콱 죽여버리고 싶다.’
그녀는 첫 문장을 읽고 벌써부터 기분을 잡쳤다. 망할 년이. 이미 뒤진 주제에 산 사람한테 욕하고 있어. 리스캄은 아주 오랜만에 자신의 안쪽에서부터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느끼며 내용을 읽어 나간다.
‘개짜증나. 임무 갔다온 뒤에 너무 피곤해서 냉장고 열어봤더니 라켄라츠 아이스크림이 있지 뭐야. 무려 세 개나! 너무 맛있어서 한 개 집어먹고 두 개 집어먹고 세 개 집어먹었더니 우등생이 돌아와서는 영혼 잃은 얼굴로 내 안면에 바오밥나무 탄을 쏴댔어. 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여친한테 그거 하나 못 줘? 내 존재는 라켄라츠 3개만도 못하나? 쪼잔이 팔푼이 좁쌀만한 콩떡 같으니!’
개소리다. 그 때 사온 건 한정판으로 나온 민트초코였다. 한 사람당 3개씩인 것을 긴 줄을 기다린 다음에야 구할 수 있었고 당연히 프란카도 줄 생각으로 가져온 것이다. 임무 나가기 전에 분명히 말했었다. 하나쯤은 남겨 놓으라고. 그런데 그 빌어먹을 년은 갔다 온 뒤에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다느니 하는 변명만 늘어놓았으니…………이쪽도 화내는 게 당연한 얘기잖아.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쬐깐하니까 키도 쌀벌레 똥자루만하지.’
“씨발년 진짜.”
리스캄은 아주 오랜만에 육성으로 욕을 하면서 자기 안쪽에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 개같은 년아. 넌 천벌 받은 거야. 이를 갈면서 페 이지를 넘긴다.
‘진짜 쥐똥만한 게 잔소리는 더럽게 심해가지고는. 앞뒤가 콱 막혀서 융통성이 하나도 없다. 그런 주제에 허당끼는 왤케 많은지 오늘도 나가기 전에 자기가 신으려고 식탁에 놓아 두었던 양말도 못 찾아서 나한테 찾아달라고 했다니까? 완-죤-미친 거 아님??’
리스캄의 입에서 다시금 욕설이 새어나온다. 으드득, 하고 이가 갈린다. 잘났네요, 아주. 넌 정말 잘 뒤진 거야.
‘똑똑한 것처럼 보여서는 망충해, 아주.’
‘쓸 데 없이 잔소리만 심해.’
‘융통성 1도 없다니까.’
‘같이 살면서 깨달은 거지만, 나랑 진짜 180도 달라. 너무 달라.’
‘……그래서 좋아하나봐.’
“………….”
그런 때가 있었다. 프란카 또한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때가. 이제 그 모든 것은 빛 바랜 과거의 잔재가 되어 리스캄의 가슴속에 응어리 진 채 남아있을 뿐이었다. 리스캄은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콱 막혀 있는 것을 느끼면서 다음 페 이지를 넘겼다.
- 5화에 계속
----------------------------------------------------------------------------
분량 조절을 맞추기 위해 이번 화는 살짝 짧습니다 ㅜㅜ
내일 다음 화로 돌아오겠습니다 ㅎㅎ
짤은 제 최애짤...^___^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