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글: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ypergryph&no=41034
*
박사와 간단한 면담을 마치고 나서, 텍사스는 다시 무역소로 돌아가고 있는 동안에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과거는 지금에 와서는 무가치한 것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다. 라플란드도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주변의 직장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피하고 있지만, 언젠가 동료들이 상관없어지는 때가 오더라도 라플란드와 자신은 아무 관계가 아닐 것이라는 게 텍사스의 생각이었다.
자신의 가문이 사라진 것도 말이다.
지금은 지금에 집중해야 할 뿐이고, 그 지금에 과거가 필요하다면은 기꺼이 자신은 과거를 내보일 것이다. 그 일이 설령 큰 대가를 치뤄야 할지라도 말이다.
"엑시아, 왔어."
"어, 왔어?"
그러한 생각을 하던 텍사스는 무표정으로 가볍게 무역소 안으로 들어와서는 수주 받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엑시아는 그러한 모습이 참 텍사스답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러한 모습은 라플란드에게 있어서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모습이였다. 그래도 뭔가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평상시로 돌아온 텍사스의 모습에 라플란드는 약간 짜증이 났다. 자신은 이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대해 주는데, 텍사스는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가져주지 않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라플란드의 생각과 상관없이 텍사스는 늘 하던대로 초콜릿을 입에 문 다음, 일을 하려 했다.
라플란드는 텍사스의 초콜릿을 입에서 떨어뜨려 놓고는, 그것을 자신이 먹었다. 그 다음, 텍사스의 앞에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는 표정을 보였다.
텍사스는 라플란드의 그러한 행동에 눈길을 조금 주다가, 다시 초콜릿을 입에 물려고 했고 라플란드는 그것을 다시 빼앗아 먹었다.
엑시아가 보기에는 실로 이프리트나 지마같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할 법한 행동이었다. 저런 행동까지 해서 텍사스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냐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 초콜릿을 빼앗긴 텍사스는 라플란드를 계속 지그시 바라보았다. 라플란드는 처음에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지었지만, 텍사스가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점점 입꼬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라플란드는 여태껏 텍사스가 자신을 이렇게 길게 바라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무엇인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텍사스는 갑자기 라플란드를 벽으로 밀어붙이고는 라플란드 얼굴 옆의 벽에 손을 짚었다. 라플란드의 표정은 처음의 기세등등한 표정은 사라지고, 얼굴이 빨개져 있고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흥분과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얼굴. 그러한 라플란드의 표정을 확인한 텍사스는 벽에서 손을 떼고는 다시 수주 작업에 집중했다.
라플란드는 텍사스가 코 앞에서 사라진 후, 잠시 동안은 상황이 인지가 되지 않아 오묘한 얼굴이 되었으나, 텍사스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테, 텍사스!"
그냥 자신을 떼어 놓으려고 이러한 행동을 텍사스가 한 것을 알아챈 라플란드는, 일하는 텍사스에게 옆에 있던 엑시아가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쳤다.
"안 되겠어, 내가 오늘 너를..."
라플란드가 갑자기 말을 멈추자, 처음에 텍사스는 그 이유를 몰랐으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쿠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역소의 문이 열렸고, 텍사스와 라플란드에게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붉은 후드를 쓴 루퍼트 족 여성이 한명 들어왔다.
"박사, 들어왔다. 그럼, 보수, 받는다."
그리 말하고는 라플란드를 향해, 정확히 말하자면 라플란드의 꼬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라플란드는 여기서 최대한 달아나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재빠르게 무역소에서 밖으로 나갔고, 레드는 따라가려다 잠시 멈추더니, 아깝다는 얼굴로 텍사스의 꼬리를 바라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텍사스는 그러한 레드의 시선에 소름이 돋았다.
레드가 갑자기 들어와서 놀란 텍사스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엑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에, 엑시아. 이제 괜찮아. 일에 지, 집중하자."
"텍사스, 너 엄청 심하게 떨고 있다는 건 알아?"
엑시아의 말에 텍사스는 말 없이 몸을 부들부들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엑사아는 레드와 텍사스 등 루퍼드 족의 조우를 로도스에 와서는 종종 보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루퍼트 족들은 피하고, 레드는 그냥 그러한 행동이 아쉽다는 얼굴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라플란드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엑시아와 텍사스는 그것에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 들려? 엑시아, 텍사스.]
무역소와 지휘통제실 사이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지지직, 거리는 소음과 함께 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들려, 박사."
텍사스는 어버버한 표정으로 스피커를 바라보았다.
[어, 텍사스 깜짝 놀랐지? 미안, 라플란드를 쫒아내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어.]
"에, 그러면 박사가 레드를?"
[응, 맞아. 텍사스가 라플란드 때문에 일이 힘들다고 해서 어찌할 방법이 있나 찾아보다가 이러면 되겠다 싶었어.]
엑시아는 대충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그러면, 레드가 말한 보수라는 건 뭐야?"
[아, 그건 간단해. 레드에게 간단한 의뢰를 했어. 내용은 라플란드가 있는 무역소에 들어갈 것. 보수는 라플란드이 꼬리 만지기로 했어. 레드가 보수를 듣자마자 꼬리까지 흔들 정도로 좋아하더라고.]
박사의 말을 듣자, 텍사스는 레드에게 얼마나 떨었는지를 생각하면 *용문 욕*을 박사에게 박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텍사스의 기분을 모르는 박사는 기운차게 큼큼, 목을 가다듬고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텍사스, 힘들면 말해. 혼자서 끙끙 앓지만...]
"박사."
[으, 응? 왜?]
박사는 평소보다 배는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텍사스에게 살기를 느꼈지만, 그래도 자애로운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텍사스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말이다.
"이번 일은 켈시한테 말할 게. 아까 집무실에서 일어난 일도 말이야."
[켈시한테? 잠만, 그러면 안돼! 텍사스! 멈춰!]
박사의 목소리는 이미 밖을 빠져 나간 텍사스에게는 들리지 않았고, 박사는 지금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문 욕*, *용문 욕*됐다!]
*
"그래, 레드한테 박사의 부탁 또는 의뢰는 받지 말라고 말했고, 박사는 내가 확실히 처벌할게. 나 참, 돌을 그렇게 먹더니 머리도 돌대가리가 된 것인지 원."
켈시는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짚더니 한탄을 했다.
"고마워, 켈시"
그리 말하고는, 텍사스는 지휘 통제실을 나왔다. 라플란드는 지휘 통제실 문 옆에서 벽에 기대고 있었다가, 텍사스를 보고는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텍사스, 나 죽는 줄 알았어~ 후우, 어찌나 독하게 쫒아오던지 켈시의 방송이 들리지 않았으면 잡혔을 것 같다니까? 아, 맞다. 그리고 아까 꿈 이야기 했었잖아. 내가 널 처음 만났을 때 꿈을 꿨는데..."
텍사스는 옆에서 재잘거리는 라플란드에게 신경을 끄고는, 남은 일을 마저 하러 무역소로 향했다.
텍사스가 생각하기에는, 자신은 그래도 지금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지만, 라플란드는 아직도 과거의 자신을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텍사스였기에
"늑대에게 과거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겠지."
이리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텍사스는 오늘도 지금의 자신에 충실하기 위해 무역소로 향하고,
"어, 뭐라고? 잠만, 텍사스으! 같이 가!"
라플란드는 과거의 텍사스를 찾기 위해 오늘도 텍사스에게 향한다.
*
한줄요약: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