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 전사: 머드락, 놈들이 남은 도주범들을 체포하고 있다.

살카즈 전사: ……분명 도망치게 놔둬서 산에서 자멸하게 놔둘 수 있었는데, 잡아간다는 건 도주범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거겠지.

살카즈 전사: 저짓거리를 하는 건 대체 인정이 많아서야 아니면 잔인해서야?


머드락: ……따라오지 않은 사람들은 전부 우리와 별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머드락: 놈들의 조사는 될 수 있는한 피하도록 하지. 우린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을 떠난다.

머드락: 벌써 추워졌군.


살카즈 전사: 여기 떠나면 또 어디로 가자는 거야?

살카즈 전사: 이렇게 오래 떠돌았는데, 결국 또 도돌이표인가? 우리에게는 언제쯤 좋은 날이 올까.


머드락: ……그럼, 고향으로 돌아가자.

머드락: 돌아가서, 조용한 숲 속에서, 우리끼리 살아가는 거다.


살카즈 전사: 우리의 투쟁은?


머드락: ……지금은…… 생존이 먼저다.

머드락: 살아남기 위해, 이 땅과 투쟁하는 거다.


무장 감염자: ……그래서 어디로 가려고? 고향? 누구 고향을 말하는 거야?


머드락: ……카즈델.


무장 감염자: 아……

무장 감염자: 하지만 우리는? 우린 살카즈가 아냐. 거긴……


머드락: 너희는, 살카즈의 동료다.

머드락: 다른 곳은 살카즈를 받아주지 않겠지만, 카즈델이라면 우리를 받아줄 수 있다.

머드락: 카즈델이 관용이 넘치는 곳이어서가 아니라, 그곳엔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드락: 카즈델은…… 도시나 국가를 나타내는 이름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즈델은 그저 한 지역일 뿐이야.

머드락: 고향이 없는 방랑자들의 땅이지.

머드락: 그곳은…… 돌아갈 집도, 고향도 없는 모든 이들의 종착지다.

머드락: 너희의 종착지가 되기도 하겠지.


무장 감염자: ……고맙다.

무장 감염자: 살카즈 감염자들이 모이는 카즈델이라면, 우리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살카즈 전사: 감염자들에 대한 라이타니엔의 온화한 태도는 그저 혈통과 아츠 보급 때문일 뿐, 그들이 진정으로 네 녀석들을 받아들인 건 아니었나 보군.

살카즈 전사: 그놈들이 가면을 벗어던지면, 가장 먼저 배척당할 것은 결국 감염자겠지.


무장 감염자: ……비단 광석병뿐만이 아니야. 나라는 번영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국민의 비참한 일면 따위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무장 감염자: 월루몽드의 비극 역시…… 귀족들의 시빗거리나, 상류계층의 안줏거리 정도밖에 안 되겠지.

무장 감염자: 우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참고 싶지 않았다.

무장 감염자: 떠날 거면 어서 떠나지. 카즈델이라, 너희의 고향이 어떤지 구경해볼까.


머드락: ……그러지.


살카즈 전사: 라이타니엔 놈들이 귀찮게 하진 않을까?


머드락: 그럴 수도 있겠지…… 실제 사정이 어떻든, 파괴된 도시에 나타난 살카즈 감염자 무리는 원흉으로 몰아가기 딱 좋은 희생양이니까.


무장 감염자: 세버린은 진상을 알고 있잖아. 설마 우리한테 죄를 뒤집어씌울까……?


머드락: 그는 그럴 사람이다.


무장 감염자: ……


머드락: ……그게 그의 방식이다…… 그는 언제나, 마을에 피해가 가장 적게 가는 쪽으로 판단을 내리지.


무장 감염자: 그럼 어서 여길 떠야겠군. 라이타니엔에서 우릴 수배할지도 모르니.


머드락: 그래, 최대한 빨리 대열곡을 지날 루트를…… 아……


머드락: 미안하군. 잠시만 기다려주겠나. 들릴 곳이 있어서……

머드락: 잠시면 된다.



그레이스롯: ……


폴리닉: 여기 있었구나.


그레이스롯: 폴리닉……


폴리닉: 아, 일어날 필요 없어. 가까이 가진 않을 테니까.

폴리닉: ……누군가를 기다리는구나, 그렇지?


그레이스롯: 응.


폴리닉: 리유니온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난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에 없었지만…… 너, 많이 변한 것 같아.

폴리닉: 소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거든.


그레이스롯: 소문?


폴리닉: 용문에서 어떤 정예 오퍼레이터랑 많은 일을 해결했다면서.


그레이스롯: ……정예는 무슨, 그냥 여기저기 무모하게 덤벼대는 바보 고양이지.

그레이스롯: 그리고 우린……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어.


폴리닉: ……고마워.

폴리닉: 다시 한 번 고맙단 인사를 하고 싶었어. 너와 리사가 없었다면, 내가 모두 망쳐버렸을지도 몰라.


그레이스롯: ……


폴리닉: 로도스 아일랜드도, 세버린 씨도, 리유니온마저도, 일이 이렇게 되길 바란 사람은 없을 거야……

폴리닉: 모두가 참극을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었지.

폴리닉: 아트로…… 아트로 언니는……


그레이스롯: 너무 마음 쓰지 마,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


그레이스롯: 이제는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자고.


폴리닉: ……우린 범인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지도 못했고, 아트로 언니가 지키던 이 마을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어.

폴리닉: 아트로 언니도 나를 탓하겠지.


그레이스롯: 널 탓하는 건 너뿐이야. 아트로는 사람이 밝아서 그럴 리 없으니까.

그레이스롯: 그래, 그녀라면 분명 네 어깨나 두드리면서, 함께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이나 마셨겠지.


폴리닉: 후후…… 그건 그래. 둘은 원래 잘 아는 사이였어?


그레이스롯: 난 그녀랑 뻗을 때까지 술 마시는 '정예 오퍼레이터'랑은 잘 알지.


그레이스롯: ……이 일을 덮어두기로 한 건 우리뿐만이 아냐.


머드락: ……


그레이스롯: 역시 왔군.


머드락: 여기, 새로 딴 들꽃이다……


그레이스롯: 당신도 지금 상황은 알고 있겠지. 임무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로도스 아일랜드는 곧 이곳을 떠날 테고, 월루몽드로 물자 지원을 요청할 거야.

그레이스롯: 하지만 그때……


머드락: 아무도 우리를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머드락: ……세버린을 탓하진 않는다. 귀족들에게 그렇게 보고하지 않는 이상, 불이익을 당하게 될 테니까……

머드락: 우린 이곳을 최대한 빨리 떠날 거다. 단지, 이곳에서 죽은 우리의 동료에게…… 작별 인사라도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


폴리닉: ……여덟 명의 감염자.

폴리닉: 하지만 지금 월루몽드의 사상자는 '여덟 명'의 몇백 배는 되겠지……


머드락: ……미안하군.


폴리닉: 아니…… 이건 당신 탓이 아니잖아…… 당신을 비난하는 게 아니야.

폴리닉: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자신을 되짚어보고 있을 뿐이야.

폴리닉: 좋은 일엔 무조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이런 식의 자멸은, 나도 거의 본 적이 없어.

폴리닉: 자신의 의지도 아닌 분노와 복수심 때문에 모든 게 망가질 뻔했어…… 심지어 나 자신도…..


그레이스롯: 아직도 자책하고 있네.


폴리닉: 아니……난 이미 진정됐어. 다만 '해내지 못한' 게 아니라, '해낼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폴리닉: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줄곧…… 켈시 선생님께 배워왔지만…… 난 해낼 수 없었어.


머드락: ……그 누구도 해낼 수 없었다.

머드락: 나도 그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막으려 해봤지만, 몇 번의 저지로 그들의 복수심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었다.

머드락: 그리고…… 결국 이렇게 됐지.


폴리닉: ……


그레이스롯: 이제 어쩔 생각이야? '리유니온'은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눈엣가시야. 그 표식은 철저히 숨기는 게 좋을걸.


머드락: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리유니온'이 사라지지 않았단 소문이, 이미 라이타니엔의 감염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머드락: 항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설령 그것이, 왜곡된 것일지라도 말이야. 하지만 우리도 지금은 한숨 돌려야겠어.

머드락: 나를 따르는 자들 중에는 전사가 아닌 자도 많다. 그들의 운명까지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 그들은 아마, 그저 평범한 생활을 꿈꾸고 있을 거다.


머드락: 그러고 보니…… 로도스 아일랜드, 빅 밥이란 자에 대해 알고 있나?


폴리닉: ……없어.

폴리닉: 만약 무슨 연관이 있는 거라면, 돌아가서 조사해볼게.


머드락: 아니,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내 친구라서……


폴리닉: 리유니온? 아니면 살카즈?


머드락: ……리유니온이다. 경험이 풍부한 바운티 헌터지.

머드락: 그들은 전사가 아니니 발을 뺄 명분이 있었지…… 그들은 압박을 피해, 컬럼비아의 황무지 개척자 무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을 거다……

머드락: 아…… 그러고 보니, 그들에겐 맥주 홉도 있었지.


폴리닉: 뭐? 홉?


머드락: 홉이란 걸 본 적이 있나? 그건 어디에 쓰는 거지? 맥주가 식물로 만드는 술인가?


폴리닉: 맞아, 대단한 식물이지…… 맥주의 거품과도 연관이 있고, 아, 방부제 역할을 한다고도……

폴리닉: ……아니, 이걸 내가 왜 열심히 설명하고 있어야 되는데? 내 전문 분야도 아닌걸.


그레이스롯: ……뭐, 유용한 정보였어.


머드락: 그렇군…… 정말 좋겠어.

머드락: 맥주 홉…… 거품…… 맥주……


폴리닉: ……갑자기 맥주에 정신 팔리지 말라고. 어쨌든 우린 적이니까.


그레이스롯: 뭐, 입장이 다르긴 하지.


머드락: 아…… 미안하군.

머드락: 하지만 너희는 전사다. 살카즈 역시 전사지.


그레이스롯: 그렇긴 하지만…… 네 언행에서 전사로서의 결연함이 느껴지진 않았는데.


머드락: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머드락: 우리에게 확고한 신념이 있거나, 지켜야 할 대상이 있다면, 우린 싸울 수밖에 없다.


그레이스롯: 싸움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머드락: 그럼…… 우리의 동포들은 뭘 위해 희생됐지? 평화로운 설득만으로, 그 악인들이 우릴 위해 집과 도시를 마련해 주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나?

머드락: 아니.

머드락: 우린…… 싸울 수밖에 없다…… 감염자 동포들을 위해서.


폴리닉: ……'감염자 동포'라.

폴리닉: 어디로 떠날 생각이야?


머드락: 카즈델.


폴리닉: 카즈델이라, 좋은 곳은 아닌데.


머드락: 우리도 그리 좋은 녀석들은 아니지, 로도스 아일랜드.

머드락: 진짜 '좋은 곳'은, 우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레이스롯: 선택지가 하나 더 있어, 머드락.


머드락: ……아니, 아직은 아니다.

머드락: 라이타니엔인과 살카즈는, 모두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머드락: 그들의 분노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고,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도 않지. 그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살아남겠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이야.


그레이스롯: ……유감이네.


머드락: 아니, 로도스 아일랜드의 제비여, 우리는 아마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감염자를 위해 싸우는 자니까.


그레이스롯: ……날 제비라 부른 리유니온은 당신이 두 번째네.


머드락: ……그런가.

머드락: 내가 여길 떠나면, 우리는 다시 적이 되겠지.

머드락: 아니면 라이타니엔이 너희를 의심이라도 하는 날엔,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을 거다.


머드락: 그러니까…… 적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는 마라.

머드락: 난 그저 꽃 한 송이 놓으러 왔을 뿐이니, 이제…… 가봐야겠군.

머드락: 행운을 빌겠다.


그레이스롯: ……


그레이스롯: 할 말 있으면 지금 해.


폴리닉: ……아냐, 없어.

폴리닉: 그냥, 계속 악몽을 꾸다가 머드락이 떠나니까 갑자기 잠에서 깬 느낌이야.

폴리닉: 이렇게…… 끝났네.


그레이스롯: 남 위로해주는 건 전문이 아니긴 하지만……


폴리닉: 나도, 사실 네 과거에 대해 알고 있었어. 너도 날 위로해줄 처지가 아닌데…… 미안해.


그레이스롯: ……슬픔을 끊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그게 좋은 일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타협해야지.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폴리닉: 얼마나 지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레이스롯: 나 같은 경우는…… 좀 길었어. 더 많은 걸 잃을 때까지 되게 오래가더라고.


폴리닉: ……


그레이스롯: ……

그레이스롯: ……이제 어쩔래?


폴리닉: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가야지.

폴리닉: 아트로 언니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