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만, 선생님. 제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요?”

“그 반응 보니까 제대로 들었네. 몇몇 루퍼트족의 발정기가 왔어. 그 녀석들 발정기 좀 해결해줘. 발정기의 상태로 나가면 리유니온에게 일방적으로 학살 당해도 할 말 없잖아? 발정난 루퍼트족을 어떻게 하면 해결되는지는 알고 있겠지?”


발정기,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겠지만 사람이 돌변하는 기간이다.

테라의 선주민들은 종족별로도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1년에 한 번씩 발정기가 찾아오며 그 때가 되면 남자도 여자도 모두 파트너가 필요해서 그 과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성관계, 즉, 섹스를 해야 했다.

로도스 아일랜드 내에서도 언젠가 이런 문제가 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 날이 오기는 했지만 로도스 전체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보통은 대원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는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대원들도 대거 존재했다. 다른 대원에게 파트너를 빼앗겼다거나, 그냥 마음에 드는 파트너가 없다거나등의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에 따라서 켈시 선생은 대원들 간의 불화 제거 및 효율 상승 목적으로 아예 대원들을 하나하나 조사해 발정기를 대비한 플랜을 작성했고, 파트너들을 선별해 발정기가 오게 되면 그 플랜에 따라서 발정기 문제를 해결하게 했다.


그리고 그 플랜 중에서는 ‘박사’도 포함되어 있었고, 마침 루퍼트족의 발정기가 오자 박사에게 이 업무를 지시하려 했다. 문제는 켈시 선생이 그것을 박사에게 말해주지 않았기에 박사가 그런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단 것이다.


그렇기에 박사 자신이 발정기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들 듣고 이해할 수 없었다.


“서, 선생님. 전 못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자마자 거부하는 박사.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소심하고 자존감 낮은 박사가 대원들하고 관계라니.

“이미 그 애들이 정한 일이야. 너 말고는 꺼려진다고 하더군.”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지 오래된 후였다. 그들에게는 선택이자 의무였고 박사에게는 의무였기에 그에게 거부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저 의외로 신뢰받고 있었던 겁니까?”


묘한 부분에서 기뻐하는 반응을 보이는 박사.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품었기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리더와 보스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 보스가 리더에게 명령을 하고 리더는 대원들을 이끌어나갔다. 그리고 보스는 언제나 박사였다. 수뇌부 소속이기에 기억을 잃었음에도 대원들이 자기 말에 따르는 것은 순전히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며, 대원들이 자신의 말을 따라주는 것이라고,


직급이 낮은 대원들 입장에서는 광석병에 대해서 별다른 진도도 없이, 뒤에서 명령이나 내리는 자신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자존감 낮은 성격 때문에 어깨를 자주 움츠리고 다녔던 그였다.


“지휘하는 사람은 대원들의 목숨을 언제나 생각해야하지. 너는 언제나 그런 것을 고려해서 작전을 짜는 거고, 내 말이 틀린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서 대원들이 널 신뢰하는 거야. 다른 건 몰라도 지휘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인정해. 그 중에서 너한테 호감을 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


자존감 낮은 생각을 가지던 박사도 자기에 대해서 평가가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고 기분이 좋아져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신뢰받는 다는 것은 기분 좋기도 했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껴지는 일이었다. 덕분에 이번 일에 대해서도 조금씩 책임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대원의 발정기……대놓고 말해서 대원들과 섹스를 하라니, 기억을 잃기 전이라면 한 번 정도는 해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지금은 경험 한 번 없는 동정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그도 남자이기에 그런 것에 호기심이 없지는 않지만 막상 하라고 하니 굉장히 꺼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발정기 해결은 저보다 더 나은 대원들이 있지 않을까요?”

다시 자존감이 낮아진 박사는 켈시 선생에게 대꾸를 했다.

“아까 말했듯이 내가 너한테 부탁한 이유는 그 애들이 너를 선택했기 때문이야. 다른 대원은 싫다고 했어.”


사람마다 취향이 있지만, 취향이 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했고, 그래도 박사를 선택해준 이상 다른 대상으로 돌리기는 어려웠다.


“혹시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거기에 나온 애들도 전부 경험 없는 애들이거든.”

“그렇게 들으니까 더더욱 제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처음 하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는 약간의 편견이 담긴 박사의 말. 물론, 이 말은 박사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사랑하는 사람’부분에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켈시는 계속 소극적으로 나오는 박사가 못마땅했다.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미간을 찌푸리며 간만에 긴 대사를 내뱉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야. 너도 기분 좋고 대원들도 고통에서 해방되는 거라고. 발정기라고 해서 그냥 흥분만 하는 것 같아? 아무리 약한 것이라도 지속되면 저주 수준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란 말이야. 박사, 너는 광석병을 치료하려고 여기 있는 거라고. 그런데 눈앞에 있는 대원들도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데 그렇게 머뭇거릴 거면 광석병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박사를 몰아 세우며 켈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도 여전히 머뭇거렸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켈시 선생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웠다. 애초에 거부권도 없었고 결국에는 해야 할 일을 뭐하러 피하려 했던 걸까.


“알겠습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해보도록 하죠.”


거의 강제적으로 업무에 들어가기에 내키지 않은 일임에도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얼굴이 붉어졌다. 사람의 성적인 흥분은 참 신기한 현상이었다.


켈시 선생이 건네준 봉투 안에는 어떤 대원들이 발정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봉해있는 서류 봉투를 열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가볍다 싶었는데, 안에는 사진이 몇 장 들어있었다.


과연, 누가 찍혀있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인을 하니, 첫 번째 사진으로는 많이 봤던 대상이 찍혀 있었다. 하얀 머리에 눈에 흉터가 있는…….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진짜 못하겠어요.”


다시 볼 필요도 없이 확신할 수 있었다. 박사가 본 사진 속의 인물은 라플란드였다.


단지 그것만 봤을 뿐인데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전투와 텍사스 말고는 자신을 포함해 많은 것에 관심 1도 없었던 그 라플란드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모두 환상이라며 현실도피하기 직전이었다.


켈시 선생이 얼굴을 찡그렸다.


“다시 말하는데, 그 안에 있는 녀석들, 모두, 너를, 선택했다고.”


박사를 노려보는 켈시 선생. 이 이상 거절하면 때릴 기세였다. 박사가 불안한 얼굴로 무언가를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기세에 눌려 다시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서류에 들어 있던 사진 모두 꺼내 확인해 보았다.


첫 번째 사진으로 나온 것은 아까도 봤던 라플란드.

두 번째 사진으로 나온 것은 레드.

세 번째 사진으로 나온 것은 텍사스.

마지막 사진으로 나온 것은 프로방스.

사진 속 인물들을 차례대로 볼 때마다 방망이로 후두부를 강타한 느낌이 들더니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대상들이 자기를 선택 했는데 심장이 굉장히 떨리는 일이었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제가 진짜로 안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대원들이 참다못해서 너한테 달려들어 못 푼 거 다 강간하면서 풀 걸? 상상이상으로 힘들 걸?”


변함없이 석상처럼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노골적으로 말하는 켈시 선생이지만 그 말이 사실일 게 뻔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그럴 것 같은 인물들이었다.

아무리 발정기라도 대원이 박사를 덮치는 건 양쪽으로 안 좋은 영향 끼쳐 한동안 로도스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한 일이었다. 그런 건 사양이었다. 의무인 이유가 다 있는 것이었다.


……그보다 켈시 선생은 상대방을 덮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할 수 밖에 없네요…….”

“좋아, 아, 맞다. 한 가지 이야기 더 해주는데, 굳이 순서대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켈시 선생은 이제 자기와는 관련 없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박사에게 전할 중요한 업무를 전해주었고 필요한 말은 모두 해주었다. 이후로는 박사가 켈시 선생의 말에 따라 그들과 관계를 가져야 했다.


시작하기에 앞서서 준비를 시작했다. 발정기 문제 해결이 필요한 인물들 중에 감염자들이 섞여 있지만 단순 접촉이나 성관계로 감염되었다는 결과는 나온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중화제로 응급처치로 감염을 막을 수 있으니 걱정은 없다.


피임약과 도구등도 준비 해야 한다. 그 외에는 더 필요한 게 없다. 장소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애들도 아직 경험이 없는 것을 보면 세상을 살고 봐야 한다지만, 대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을 해봐야 했다. 프로방스는 성격이 밝은 편이니 상대하기 편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셋은 업보가 다 있고 성격적인 면에서도 다가가기 쉬운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남자가 접근 안 하거나 관심 안 가진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누구부터 할 거야?”


준비가 대충 끝날 때 쯤 들려온 켈시 선생의 질문. 이제 남은 것은 박사의 마음의 준비였다. 박사는 눈을 감으며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책상 위에 올려놓은 네 장의 사진 중 한 장의 사진을 골랐다.


박사가 가장 먼저 고른 인물은…….





프롤로그는 다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본 편은 아직 미완이야. 저 4명 중에서 누굴 먼저 보고 싶은지 모르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