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무미건조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가 단숨에 싸늘해졌다.

"바, 박사님?!"

놀란 아미야가 당황해하며 그를 불렀고,

"뭐하자는 태도지?"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켈시가 있었다.

"통운은 무너졌고 이제 다 끝났어. 그러니 더이상 일 안 해. 다 꺼져."

박사는 둘을 처다보지도 않은 채, 무미건조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로도스의 박사는 이제 없어."

"같잖은 어리광은 그만 부려.."

켈시가 한심함이 크게 묻어나는 말투로 그를 타박하려 했다.

"아가리 닥쳐 좆같은 년아!"

박사가 말을 끊으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 소리쳤다. 놀라는 아미야, 얼굴을 찡그리는 켈시를 마주하며 박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넌 씨발 그토록 나를 혐오하는 년이 내게 더럽게도 많은걸 바래! 뭐? 날 죽도록 미워한다고? 그럼 꺼져줄게!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아! 내가 과거에 어떤 인간이었는지 나는 몰라! 그런데 넌 날 과거의 나라고 생각하며 나를 갈구는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알아?! 모르겠고 이해도 하지 않겠지! 그러니 날 이렇게 대하는 걸 테니까!"

"박사님, 일단 진정하시고.."

아미야가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끼어들었지만,

"넌 내게 일을 시키면서도 나에대한 태도는 좆같이 변함없지.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달라! 날 인정해주고 잘 대해줘! 내가 왜 시발 날 인정해주는 사람이 아닌, 너 같은 년의 말을 듣고 밑에서 명령받고 살아야 하지?"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서린 박사의 일그러진 얼굴 앞에서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개의 후장을 빠는 년아, 애비가 돼지에게 싸질러 태어난 잡종 년아. 더이상 네년의 자기씹질하는 소리 듣기엔 못 참겠어. 이제 끝이야."

켈시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당황이나 놀람이 아닌 경멸과 혐오감에 굳은 표정을 유지하면서 대꾸했다.

"그래서, 네가 로도스를 나갈 수는 있을 것 같아?"

"실례하지."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거리낌없이 들어온 남성의 목소리에 켈시는 순간 당황스런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맹우여, 이야기는 모두 끝났는가? 헬기는 이미 준비된 상태라네."

실버애쉬의 등장에 놀란 켈시를 뒤를 한채 박사는 실버애쉬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오늘부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아니 그렇게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그대는 나의 맹우. 나와 동등한 존재이니, 그리 쉽게 고개를 숙이지 말아다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사는 사무실을 나서기 전, 무언가 깜빡했다는 듯 입고있던 로도스 대원복을 벗어 땅바닥에 내리찍듯 던졌다.


"잠깐만요! 이제 무슨 행동이죠? 왜 박사님이...!"

이런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얼빠져있다 정신을 뒤늦게 차린 아미야가 소리쳤다.

"말 그대로, 오늘부로 맹우는 나의 칼란 무역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네. 이미 계약은 전부 끝난 상태이고."

실버애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벙어리가 되어 자신들을 바라보는 켈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한 광대는 '잘하는게 있다면 공짜로 해주면 안된다'고 하였지. 그리고 사람을 부릴 때는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한 보상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 법. 그런 기초적인 걸 무시하며 함부로 사람을 대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많이 일어나겠지. 이 일로 배우기를 바라겠네."

실버애쉬는 가볍게 목례하며 이미 사무실 밖으로 나간 박사를 뒤따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