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한 로도스 근처 공터에서 고독하게 쇠뇌 한자루를 벗삼아 임무도 없는데 자청해서 순찰도는 불시계와 함께 걸으며 엘라피아 아가씨의 걸음소리는 꽃사슴보다도 조용한데 걸음걸이는 엘크 같군, 자네같은 병사들로 꾸려진 두 개 중대가 소싯적의 내 휘하에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카지미에시 주 상업 블럭 한복판에서는 제국의 깃발이 펄럭였을 걸세 하면서 칭찬해주는 영감님이 보고싶다

초장에는 노친네 재섭다면서 은폐와 속보로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손바닥만큼이나 훤히 꿰뚫은 숲속인데도 전혀 떨쳐내지 못하자 결국 포기하고 보름달 아래 이슬내린 초롱꽃밭과 거뭇한 나무 사이를 노인장과 나란히 걸으며 전쟁과 삶과 동료들을 잃고 생긴 흉터에 익숙해지는 이야기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불시계가 보고싶다

쏟아질듯이 내리는 별빛과 반딧불이의 세례에 잠겨든 불시계를 곁눈질하며 슬슬 지금쯤이면 할애비 아픈데는 녹용이 직빵이라는데 뿔 좀 쾌척하지 않으련 이라고 말해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콜 해주지 않을까 각재는 할라그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