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깡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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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보그를 점렴한 리유니온의 지휘관들이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억압받던 그들은 권력을 손에 넣었고, 그것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힘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체르노보그에는 물도 식량도 약도 의사도 부족했다.
또 하나 부족한 것은 기도였다.
우르수스인들에게는 교회가 필요하다.
리유니온은 교회를 싫어했다.
하지만 도시는 하나의 큰 짐승과 같아서 도무지 그들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노래?"
"네, 누님. 회당에 떼로 모여서요."
"염병하고 있네. 해산시켜."
"하지만 어르신께서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왜 또?"
"우르수스인들에게는 교회가 필요하다고."
"...개똥같은 소리."
"누님? 어디 가세요"
"영감쟁이 어딨어."
"그 회당에요."
"쯧."
"옐레나."
"여기서 뭐해."
"노래를 듣고 있다."
"교회라도 다닐 셈이야?"
"앉아라."
"여기서 대체 뭐하는 거냐고."
"예의를, 갖춰라."
"......"
"여기는, 평민들에게, 소중한 곳이다."
"......우르수스 교회가, 감염자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종교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그것은 저기 앉아 계신, 신부님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 말로 납득을 하라고?"
"납득할 수 없다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기를 그냥 두길, 바란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그들은 천 년 전, 오늘, 구세주께서 태어나셨다고, 믿는다."
"감염자야?"
"모른다. 천 년 전 일이라니까, 아무도 본, 사람은 없겠지."
"그게 무슨 소용이야 대체."
"구원은 분명, 칼과 아츠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위안을 얻고 싶은 순간은, 찾아온다."
"당신한테도?"
"그래."
"잘 됐네. 그 하느님이 감염자가 하는 기도도 들어줄 것 같진 않은데."
"기도를 한다고, 모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옐레나, 이건 알아둬라."
"뭐."
"이 교회에는, 감염자도 다니고 있다."
"......진짜 병신같아."
"노래는, 안 듣고 갈 건가."
"내일 아침 회의인 거 기억하고 있겠지. 적당히 놀고 오는 게 좋을 거야. 탈룰라랑 또 싸움이 났을 때 날 뜯어말리고 싶다면 말이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축복받은 밤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믿음을 증명하는 성가대 교우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들 드립니다.
오늘은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형상으로 이 세상에 내려오신 지 1096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구주께서는 우리를 찾아 오실 때, 황금의 의장을 두르고 마차를 타고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솜 한 톨 없는 마굿간에서, 가장 비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시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교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이 이야기를 다시 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기로 약속한 우리 교회, 그리고 제가 얼마나 그 분에게서 등을 돌렸는지 고해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선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형제들 가운데 가장 비천한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그렇다면 우리 자신을 돌아 봅시다. 우리 주변에 가장 핍박받고 곤궁에 처해 있는 이웃이 누구인가.
네. 감염자입니다. 우리가 감염자 이웃에게 저지른 일들이 곧 그리스도께 우리가 저지른 짓입니다.
주님 앞에 무릎꿇고 저는 제가 고통받는 형제들을 모른 체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 저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저희를 용서해 주시길 엎드려 청합니다.
주님은 사랑이십니다. 그 분께서는 사랑하시는 당신의 독생자를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세상의 박해에 내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죄많은 우리를 용서하셨습니다.
우리 또한 그래야 합니다. 우리 또한 오늘 우리에게 잘못한 형제들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오늘은 거룩한 밤입니다. 기쁜 날입니다. 더 큰 목소리로 노래합시다.
이 예배당에서 노래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그만큼 더 기쁘게 노래합시다.
하느님의 복음이 세상 끝까지 울려퍼질 수 있도록.
'거룩한 밤', 여러분도 속으로 따라 불러 주시길 바랍니다."
오 거룩한 밤 별들은 밝게 빛나고
우리 구세주께서 탄생하신 밤일세
오랫동안 죄악에 얽매여 여위어 있던 세상에
구주께서 나타나시니 영혼이 충만하네
지쳐 있던 세상이 희망에 떨며 기뻐하니
영광의 아침 동이 터온다
"리유니온 분이신가요?"
"맞습니다."
"곧 성탄미사가 끝나니, 그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면 고맙겠어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탈룰라라는 분께서 오셨습니다. 감염자들은 이 교회가 남아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셨지요."
"...저는, 그녀를 설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제가, 말해보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저 역시 오늘을 끝으로, 교회 문을 닫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째서지요?"
"사람의 힘으로 주님의 집을 닫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리유니온의 강요가 이유였다면, 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예배를 계속 드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는 더 이상 주님의 집이 아닙니다. 저는 주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황제의 명령을 받들었습니다.
우스운 일이에요. 제가 무시했던 이웃들이 저에게 등을 돌리고서야, 그 간단한 걸 깨닫게 되다니."
무릎을 꿇으라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라
오 거룩한 밤이여, 주님께서 탄생하신 이 밤, 성스러운 밤, 거룩한 밤
"사람들의 마음은 교회를 떠났습니다. 교회가 주님의 곁을 떠났으니까요.
이것은 제 응보입니다."
"아닙니다. 저는 신부님께서, 남몰래 진료소를 지원해 주시고, 당국의 눈으로부터 숨겨주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자젤에 대해 들으신 겁니까?"
"네. 장군님으로부터."
"허허, 비범하신 분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장군님이셨나요.
진료소는 어떻게 됐나요?"
"장군님께선 난리를 피해, 아이들을 도시 밖으로, 데리고 나가신 것으로 압니다."
"주님께서 그 분의 앞길을 축복해 주시길."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빛의 인도를 따라 동방의 현자들이 여기에 왔네
보라 왕 중의 왕께서 저 초라한 여물통 안에 누워 계시니
우리의 모든 시련 가운데 우리의 친구 되려 하시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냥 대위라고, 불러주십시오. 죄송합니다."
"그래요. 아까 함께 계셨던 여자분도 리유니온 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렇군요."
"그녀가, 싸우지 않기를, 바라십니까?"
"아니요, 아니요. 제게는 제 가치로 누군가를 재단할 자격이 없어요. 오직 주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죠.
전 그저 제가 이웃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새삼 깨닫고 있을 뿐이에요. 여러분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이렇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전 몰랐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정의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저 아이도, 싸워나갈 수 있습니다."
"정의..."
"동의하지, 않으시리란 걸 압니다. 이건 단순한, 선택권의 문제입니다. 감염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조여올 때, 그는 얼마나 참아야 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위님, 저는 일생을 주님께 바치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사랑이십니다."
"......"
참으로 주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 하는 법을 가르치셨네
그의 법은 사랑이고 그의 복음은 평화이니
주께서 모든 쇠사슬을 끊으시니 모든 노예들은 곧 우리의 형제일지라
주의 이름으로 모든 압제가 사라지리라
"대위님, 뭔가 망설이고 계신 거라도 있으세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글쎄, 그냥 알 것 같습니다. 저야 여기 부임하고 나서 이 때까지 망설이기만 했으니까요. 이젠 알 것 같아요."
"내일 아침에, 회의가 있습니다. 다음 작전을 위한, 회의입니다. 해방을 위한 싸움.
또 다시, 수천의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제 지시에 따라.
우리의 투쟁은, 정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체르노보그는, 리유니온은, 종잇장같은 얼음판입니다. 금이 가기 시작하면, 한 순간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전쟁에 나서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믿습니다. 자기 판단을. 자기가 옳다고. 그러지 않고는 그런 무저갱에서, 버틸 수가 없었어요. 저는요."
"전쟁을, 겪어 보셨습니까?"
"사람이 배가 고프면, 무슨 짓이든 하게 되죠.
전 병사였습니다, 대위님. 북쪽의 광산에 주둔하는.
무슨 말인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
"그런 짓을 하면서도, 전 자신을 믿었어요. 믿어지십니까?
군에서 나온 후로, 저는 의심병에 걸렸습니다. 제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됐죠. 그래서 주님을 믿기로 했습니다. 흔히 있는 일이죠.
대위님. 저처럼 되시면 안 됩니다. 언제 어느 때라도 약하고 박해받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세요. 주님께선 언제나 옳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축복하십니다.
대답이 됐나요?"
"...아니요."
"하하, 그렇죠? 정답 같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광산에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신부님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얘기를, 저에게, 하시는 겁니까?"
"성탄절이잖아요. 예전에는 이 날이면 전쟁도 멈추었다고 합니다. 제 과거 정도야 무슨 대수겠어요.
오늘은 축복받은 날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주이시니 오 그의 이름을 영원히 찬미하라
주의 권능과 영광이 세세토록 있으리라
주의 권능과 영광이 세세토록 있으리라
"끝나 가네요. 마지막 미사입니다."
"신부님, 정말 교회를, 닫아도 괜찮겠습니까."
"건물 하나 못 연다고 뭐 그리 큰일이겠어요. 주님은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계세요. 그 간단한 것을 지금까지 잊고 살았던 거죠."
"알겠습니다."
"답은 언제나 자기 마음 속에 있습니다. 대위님도요.
양심에 따라 행동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주님께선 언제나 빛을 비추어 주십니다. 그러기를 바라야죠."
"양심..."
"전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대위님.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주님께서 리유니온의 갈 길을 밝혀 주실 거라고 나는 말했다.
속보이는 거짓말이다.
주님은 사랑이시다. 그들은 주님의 길을 벗어나 악의 유혹에 자신을 내주었다.
그리고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들이 휘두르는 칼은 곧 그들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게 만들 것이다. 그들은 분노에 눈이 멀은 까닭이다.
내가 광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주님의 이름을 팔아 힘있는 자에게 아첨하고 있다.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내게 주님의 종은 과분하다.
그 대위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선한 인간이다. 그러나 시대는 때때로 변덕스러워서 선한 사람에게 악한 일을 하게 만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주님의 사랑은 무한하다. 그리스도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시길.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신 것처럼.
오늘은 축복받은 성탄절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벽장 구석에 쓰다가 처박아 놓은 흙손이 남아있을 텐데,
아직 녹이 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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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누가 기자 컨셉으로 소설 쓴 거랑 느낌이 비슷하네
그거나임 그동안발전한게1도없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