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지 외곽, 오후 12시 7분경
"대원 블레이즈와 익스큐터를 제외한 전원이 현장에 배치되었다, 독터. 앞의 둘은 적의 병기가 확인되는 대로 전장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독터, 케오베와 같은 대원은 이번 작전에 부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그녀의 돌발행동은 질서에 반한다. 그녀의 퇴각을 엄중히 고려하도록."
딱딱한 브리핑만이 이어진다. 공기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지만 기분이 좋을 정도의 온도는 아니다. 모두 각각의 위치에서 전투 준비를 위한 최종 확인을 마쳤다.
리유니온도 우리의 움직임을 대충 파악한듯 하다. 중앙 야산에서 리유니온 쪽으로 많은 병력들이 집결하고 있다. 그들을 이끌고 있는 수장격의 인물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들 앞에 선다.
"또 우리를 방해하겠다는 건가..로도스. 왜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우리의 항쟁이 어디가 그릇되었다고. 허나 이 증오의 사슬도 여기서 끊어질거다. 저것들만 준비된다면... 로도스 따위 초토화 시키는 것은 시간 문제지..."
케케묵고 먼지가 잔뜩 낀 듯한 노인의 목소리. 분노는 적지만 오만과 확신은 가득 차 있다. 흉측하게 괴사한 오른쪽 눈과 저는 다리, 그것을 보조한 지팡이. 축 내려간 어깨임에도 나오는 연륜과 전쟁의 무게감, 말에서 묻어나오는 고양감은
리유니온의 사기를 증진시키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제 1선, 돌격하라."
"글라우쿠스 보고, 적 제 1선 접근 중. 소수의 원석충들과 함께 사냥개 무리가 접근중. 현재 우측로 진입."
"메테오라이트 확인, 이쪽에서 처리할게."
"제 2선, 가라."
" 파이어워치, 다수의 리유니온 부대가 좌측에서 접근함을 확인했다. 독터, 전술 폭격은 준비되어 있다.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 총으로 응전하겠다."
"어, 저기 독터? 여기 브리즌데 말야? 이 케오베 라는 애, 원래 이렇게 막 뭘 집어던져? 아니아니, 별로 큰건 아니고 이런 건 좀 부담스럽다고 해야해서...."
"..브리즈 라고 했던가..? 내가 작전 시작 전에 준 허니 쿠키, 그걸 주면 네 말도 잘 들을거라 생각해. 그걸로 컨트롤 해보는 걸 추천해.."
곳곳에서 빗발치는 무전은 일상이지만 늘 혼란한다. 리유니온의 대다수는 두 저격 대원들의 재빠른 처리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튼튼한 중갑병들도 무식하게 날아오는 어느 도끼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역시 예상대로 야산에 숨었구나...쥐 떼같은 놈들. 기술관, 무기는 준비됐나?"
"예! 하지만 현재 양 무기 각각 한 발씩만 장전되어 있습니다. 다음 탄환의 준비는 약 30 퍼센트 입니다."
"그정도면 됐다. 가동해라, 내 작은 친구 를 소개할 때가 온듯하군. 제 3선, 탐지드론을 대동해 야산을 밝혀라. 찰나라도 좋다. 적의 위치만 파악해내면 된다."
수많은 날개회전 소리가 하늘을 매운다. 마치 집을 공격받은 벌 떼 처럼 군집하고 있다. 추진력 강화를 한 듯 속도도 여느 때와는 달랐다. 급속도로 전진하며 어느덧 중앙 야산의 상공을 지나간다.
"제 3선, 진군."
"글라우쿠스 보고, 대규모의 드론 병력을 확인. 역제전자 펄스의 방출을 요청할게, 독터."
"승인. 저격 대원들은 드론의 움직임이 정지했을 때 빠르게 처리해줘."
무기를 어깨높이로 들어올려 가동한다. 광대한 범위를 향해 강력한 파동이 퍼져나간다. 지상병력에게도 피해가 가지만 이는 드론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드론의 통신체계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드론병력은 모두 일시정지 했어. 난 다음 파동을 준비ㅎ..
파이어워치 씨! 메테오라이트 씨! 뒤에!!"
허점이 생겼다. 드론 무리에 숨겨져있던 방어드론들 뒤에 탐지장치가 붙어있었다. 일전의 파동을 드론 무리 외곽에 자리잡아 일부러 다른 기체들의 고장으로 인한 폭발을 반동삼아 더 멀리 튕겨 나갔던 것이다.
파이어워치와 메테오라이트 둘다 빠르게 대응했다.
"늦었구나, 그 때 그 애송이들. 발포해라."
"아직 안늦었을 거에요. 어서 드론을 처ㄹ-!"
"엎드려! 사일런스!!"
통신기 너머로 대원들의 보고 대신 강력한 전자파와 함께 굉음이 울린다. 작전지를 비추던 카메라들도 순간 먹통이 되고 만다. 화면과 무전이 일부 돌아왔다. 하지만 전장에 나가있던 이들로부터의 무전이 들리지 않는다. 회선이 고장났다.
"어흑, 콜록콜록. 파이어워치 씨, 괜찮습니까? 어디 계신거죠? 파이어워ㅊ, 세상에..! 파이어워치 씨!! 정신 차리세요!! 머리에서 피가....!"
"끄으윽..그, 글라우쿠스 씨!! 무, 무무, 무기가...!"
"메테오라이트, 살아있다면 응답해라, 어서! 생존 확인을 위해 무엇이라도 답해라! 신음소리라도 좋다, 비명이라도 좋다, 생존을 알려라!"
"독터, 블레이즈와 난 단독행동에 나서겠다. 상황을 정리, 보고한다. 방금의 포탄에 의해 전장의 세 야산이 모두 괴멸당했다. 불길이 치솟는다. 포탄은 일반 포탄과 다를게 없었지만, 고열로 달궈져 있었다. 용암을 던졌다고 표현하겠다.
현재 대원 파이어워치와 대원 메테오라이트의 생존 사실이 불투명 하다. 대원 글라우쿠스의 무기가 큰 손상을 입은 듯 하다. 의료 대원들이 저마다 치료를 감행해야 한다."
"그리고 우린 방금 그 포탄의 궤적을 바탕으로 녀석들의 비밀 병기가 어딨는지 알아낼 듯 해. 너와 양방향 수신이 가능한 건 전장에 있지 않던 우리 둘 뿐 인듯 해.
현장에 있던 대원들 간의 통신은 우리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들은 너에게 수신을 할 순 있지만 송신은 불가능해. 아무래도 이번 작전은
그들의 역량 그 자체에 맡겨야 할지도 몰라."
냉철한 상황 보고와 분석의 뒤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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