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새싹이 막 돋아날 무렵이었다.



자는 은재요, 호는 오바인 선비는 동방의 우루수수라는 마을에 명성이 드높은 무인인 할라구라는 사람에게 가르침을 구하러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가는 길에 한 노인이 보기에도 족히 백은 넘는 도적 떼들을 대적할려는 것이 아닌가. 은재가 당황하여 말하기를,



"보통의 노인이라면 죽을 터인데, 어찌 저리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은재는 그 모습이 매우 기이하다고 여겨 나무 뒤에 숨어서는 도적 떼 앞에 선 노인을 훔쳐보았다.



과연, 그 노인은 노인의 키보다 더 큰 검을 뽑아 들고는 그들을 상대하려는 것이 아닌가.



노인의 기백이 백두산의 호랑이보다 더하여 도적 떼들은 머뭇거렸으나, 이윽고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도적 떼들은 달려들 것처럼 노인에게 다가가더니, 세 명 정도가 팔이 베였지만 한 명을 제외하고 다 노인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기이한 그 모습에 은재는 막 도적 한 명을 처치한 노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노익장께서는 어찌 한명만을 상대하시는 것이오. 노익장의 기백이시라면 능히 저 도적떼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터인데."



"44년 동안 검에 몸을 담아왔지만, 그 세월동안 한 명 밖에 상대할 수 밖에 없었네. 그러니 두 명 이상을 상대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은재는 노인의 말이 기이하여 묻기를,



"그러면 세 명을 베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오? 어차피 한 명을 상대할 것인데, 뭣하러 세 명을 벤단 말이오."



그 말에 노인은 호랑이같은 기백은 어디가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은재에게서 도망쳤다.



훗날, 은재는 그 노인이 할라구라는 것을 알아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혼자 수련하여 진은참이라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리하여 은재는 진은참 덕분에 무과에 장원급제하여 무인으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고, 동방의 로도수라는 섬에서 박사라는 참한 아내를 얻어 그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