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이 마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생리적 욕구를 느낄 때면, 고민도 없이 그에 대한 해결법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싸면 된다.
더스크의 고민은 그러나 거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곳에 있었다.
나는 과연 그 오줌을 어디에 싸면 좋단 말인가.
"곤란하군......."
더스크는 발디딜 틈도 없이 바닥에 놓여진 그림들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른다. 밤낮 같은 걸 신경쓰지 않고 되는대로 눈을 붙이는, 늘상 실내에 틀어박힌 히키코모리의 고충 중 하나이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더스크에게 있어 말하자면 잠에서 깨어난 뒤로, 오늘은 그녀의 컨디션이 이상하게 좋은 날이었다.
머릿속에서 그림이 잘 그려졌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심상을 그대로 도화지에 꺼내놓는 작업이, 놀라우리만치 순조로웠다. 손이 그려내는 선이 오히려 머릿속의 멈춰있던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오늘은 되는 날이다-
그렇게 직감을 받은 그녀는 그래서 그 뒤로 지금까지 쉴 틈 없이 그림을 그렸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평소 같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은 북북 찢어버렸을 터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마음에 쏙 드는, 스스로가 내세운 엄격한 기준에도 들어맞는 걸작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니까 더더욱 문제였다.
이 많은 작품들 사이를 뚫고 화장실로 걸어가야 하는데, 더스크는 지금 조금만 움직여도 쌀 것 같은 한계상태에 내몰려 있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이런 상태가 되어있었다.
조금만 더, 한 획만 더 그리고 가자며 진작에 반응이 왔었는데도 꿋꿋히 참은 결과 이렇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목이 탈 때마다 물을 마시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뒤늦게 후회해보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어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뇨의는 점점 더 강해져만 간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아마 지리겠지. 방광이 부풀어오른 것이 느껴질 정도로, 지금의 더스크는 한계에 직면해있었다. 이런 곤경에 처한 게 대체 몇 백 년만일까. 아니, 비교적 최근에 겪었을지도 모른다. 로도스 입사 테스트랍시고, 무식하게 운동을 강요당한 그날의 일이 떠오른다.
그때는 머리에 산소가 부족해서 기절할 뻔했지. 헛구역질을 몇 번이나 한 그날의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지금 이 순간의 위기에 비하자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우웃."
다리를 베베 꼬며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보려 했으나, 그 순간 위기는 찾아왔다.
지렸다. 큰일났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지리진 않았다. 아니, 어쩌면 찔끔, 한 방울 정도는 새어나왔을지도 모른다.......
'큰일이다.......'
더스크는 고개를 들어 저 앞, 고작 열 걸음도 떨어져 있지 않은 화장실의 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리다.
지금의 더스크에게, 저곳까지 걸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지가 뒤집어지고 우주가 역전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한 방울은커녕 1L 이상 새어버릴 것이다. 바닥에 널부러진 그림들은 물론 존엄성까지 망가져버리는 건 덤이겠지.
지금 이 순간 더스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그림들을 무사히 지켜내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수치도 감내해낼 의사가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에게 어떤 방법이 존재한단 말인가. 생수를 가득 채워두었던 물병은 목이 타서 마시려고 했을 때 안이 텅텅 비어있자 신경질적으로 멀리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 위치는 방 입구에 가까워, 심지어 화장실의 입구보다도 멀리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더스크는 자신의 구명줄을 스스로 날려버린 것이었다.
물병이란 무엇인가. 물을 담아둘 수 있는 병이다. 입구를 잘 맞추기만 하면, 분명 이 상황에서 더스크의 곤경을 없애줄 훌륭한 문명의 이기로써 작용할 수 있었겠지. 그러나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지금은 그저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그래!"
그 순간 퍼뜩, 더스크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물병이 없으면, 만들어내면 된다. 그를 위한 도구는 있지 않은가.
눈앞에 있는 빈 도화지와 붓을 잡아챈 더스크는 망설임 없이 곧장 그곳에 물병을 그려넣었다. 그녀가 그린 그림은, 질감이 있어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변한다. 그것을 통해 더스크는 산과 바다를 그리고, 자신만의 비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원리 같은 건 더스크조차 잘 모른다. 그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어떤지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림을 그렸을 때 그렇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만이면 충분했다.
-지금까지의 더스크에게는.
도화지에 허겁지겁 물병을 그린 더스크가 멈칫, 손을 멈췄다. 그런데, 과연 여기에 입구를 잘 맞추고, 볼일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물병 안에 물이 차는 걸까? 정말로? 그저 도화지 위에 대고 소변을 누는 꼴이 되는 건 아니겠지? 아니, 애초에 나는 왜 물병 같은 걸 그린 걸까. 처음부터 화장실이라던가, 아예 흐르는 강물을 그렸으면...... 아니, 그런 건 됐다. 터질 것 같아-
"아아앗!"
나는 바보! 바보 멍청이다! 더 고민하지 않고 오줌을 싸려고 했을 때 순간 물병의 뚜껑을 그려버린 것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이제 소변은 바깥 세상의 공기와 접하기까지 일보직전이었다. 이미 반쯤은 새고 있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찰나의 순간 더스크에겐 도화지에 대고 둥그렇게 원을 그릴 힘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녀가 이미지한 것은 구덩이.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다. 그것을 어찌어찌 바닥에 깔고, 그녀는 그 위에 엎어지듯 무너졌다.
'아... 팬티... 내리지 않았다......'
쪼르르륵....
따스한 무언가가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를 후끈하게 적셨다. 후덥지근한 냄새는 그 뒤에 올라왔다.
최악이다. 이런 부끄러운 꼴... 누군가에게 보인다면 더는 방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더스크가 마지막 순간 대충 그린 동그라미는, 훌륭히 구덩이로써 이 세계에 인식된 모양이었다. 더스크의 소변은 비록 팬티에 흡수되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흠뻑 적셨음에도 도화지 바깥으로는 조금도 새어나오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하자, 안심한 더스크는 그 즉시 몸에서 모든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림을 우선하는 자신이, 어쩐지 글러먹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조금은 자랑스럽다. 그런 자부심이, 오줌싸개가 가져도 될 마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아아......"
오랫동안 참았던 소변은 사실 기분이 좋았다.
자칫하면 버릇이 되어버릴 정도다.
더스크는 그 원초적인 쾌락 속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이미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도 없다.
하반신에서, 요도에서 모든 긴장을 놓아버렸을 뿐이나, 더스크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속박하던 무언가를 던져버린 것 같은 자유를 느꼈다.
이런 건 조금 많이, 변태 같으려나... 하지만 기분 좋아.......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더스크......?"
더스크는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어느새인가 열려있는 방문,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박사였다.
어째서? 노크도 없이? 왜 여기에? 순식간에 패닉상태가 되어버린 더스크였지만, 오히려 너무나도 놀란 탓에 말은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나오고 있는 건 소변 뿐이다. 졸졸 나오고 있다. 쪼르르르륵. 더스크가 그린 구덩이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게 아니었던가? 물이 수면 위로 떨어지는 소리만 경직된 방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여기... 내 집무실인데......."
박사가 무엇이라고 말했으나, 더스크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 끝났다.
모든 게 다 끝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오줌은 끝나지 않는다. 어디까지 나올 셈이냐, 너는. 하지만 계속해서 나온다. 더스크의 머릿속에서도 무엇인가가 주륵주륵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사이 더스크의 눈에서도 물기가 맺혔다.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뺨과, 그렁거리는 눈을 발견한 박사는 더스크와 동일한 생각을 했다. 아 이건 끝났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더스크가 흐읍하고 숨을 들이마신다.
이 뒤에 있을 일이 무엇인진,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날, 박사의 집무실에서 들려온 더스크의 비명소리는 그 외에도 많은 오퍼레이터들의 귀에 닿았으나, 다행히 박사가 곧바로 굳게 문을 걸어잠근 뒤 필사적으로 변명한 끝에 어영부영 마무리될 수 있었다.
더스크의 수치스러운 이날의 추태가 중인들의 시선 속에서 공공연히 노출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거다.
물론 수상쩍어 하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박사가 이후에 설명하길 더스크가 여느 때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데 열중해 박사의 방인 줄도 모르고 그곳에서 밤을 새다가, 아침이 되어 옷을 갈아입는 와중에 박사가 들어갔다-
고작 그 정도의 사건으로 소문이 났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 뒤로 더스크는 로도스 아일랜드 내에서 한동안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 대신 이후 로도스 아일랜드 내에선 함내에서 평소에 그 자리에 없었던 것 같은 화장실이 발견되거나, 길을 걷다가 용도를 알 수 없는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린다거나 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박사는, 그 뒤로부터 종종 화장실에서 나올 때 기묘한 표정을 짓게 되었는데, 익명의 신원을 요구한 한 카우스트 소녀가 증언하길 "황홀한 표정이었지...." 하고 중얼거린 박사의 목소리를 우연히 들었다고 한다.
과연 그날의 진상이란 무엇이었던 걸까?
최근 두문불출하던 니엔이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여기저기서 무언갈 캐묻고 다닌다고 하니, 조만간 그녀의 입으로부터 진상이 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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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크 오싯꼬구멍에서 나오는 노란성수 한방울도 안흘리고 박아마시고 싶다 분명 시큼한 향이 느껴지는 짭조름하면서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적당한 온도의 따뜻한 체액이겠지
오줌 꼴잘알
몇천살씩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쉬아를 못가리는 더스크 눈나 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