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씨 제가 할 말ㅇ..."

"내 능력에 대해 벌써 궁금해할줄은 몰랐는데? 그렇게나 내 능력이 신기했나?"

박사의 말을 듣지 않고 무감정하게 받아치는 더스크의 모습에 박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박사의 모습을 무시하며 더스크가 뒤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자신의 검을 한번 크게 휘두르면서 말을 이었다.

"내 능력의 원천은 아츠와는 달라. 오리지늄의 힘이 아니라 내 몸 자체에 존재하는 능력이지. 박사는 용문의 신화에 대해 알고 있어?"

"대충은..."

"신이 다루던 능력에 대해 용문의 고학자들은 아츠라고 추측을 하고 있지만...나는 생각이 달라. 그 신이 다루던 능력은 우리가 쓰는 능력이랑 같은 능력이야."

더스크가 뭐라뭐라 설명을 하고 있고 박사는 어느새 그녀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과를 하러 온 것 같았지만 더스크가 진지하게도 설명하는 통에 박사는 말 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나는 그 중에서도 문을 만드는 능력과 공간을 만든다고 해야되나...아무튼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 능력의 원천은 나도 몰라. 나도 기억할 수 있는 처음부터 능력을 다룰 수 있었으니까."

"그렇군요...아 더스크ㅆ....."

"개인적으로 능력의 한계에 대해 시험해본적은 없는데...지금 해볼까?"

"예?"

여전히 박사의 말을 완전히 무시해버리곤 더스크는 검을 꺼내 박사에게 다가왔다. 박사가 뒷걸음질치자 더스크는 더 다가가 박사의 팔을 붙잡았다.

"설명하는것보다 직접 보여주는게 빠르겠네. 박사 너도 이 푸른 하늘의 끝에 어두운 하늘이 있단건 알고 있지?"

우주를 고상하게도 설명하는 더스크를 보며 박사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박사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는 다른 팔로 검을 휘두르자 눈 앞에 먹이 퍼져나가면서 무언가 모이는듯하더니 문을 만들어냈다. 박사가 쳐다보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새도 없이 더스크가 입을 열었다.

"꽉잡아 박사. 내가 놓치면 박사 영원히 못돌아와."

더스크가 툭 던진 말에 박사가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것도 모르고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했다. 박사는 당황하며 더스크에게 황급히 말했다.

"그 죽을 각오 하라는게 이런 의미였나요!"

"응 그럼 당연하지. 자기도 잘 모르는걸 배우기 위해선 당연히 실전으로 배우는게 최고 아니겠어?"

아무리봐도 박사한테 화풀이하는듯한 더스크의 행동에 박사가 비명을 지르려던 것도 잠시, 금세 펼쳐진 어두운 공간이 그들을 압도했다.

"그래도 위치는 잘 맞췄네. 너무 밑이었으면 끌려내려간다고? 운이 좋았어."

라고 더스크는 말했으리라. 그러나 박사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더스크는 몰랐겠지만 박사는 알고 있었다.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그렇게 박사는 잠깐 주위를 둘러보았다. 발 아래에는 테라가 푸르게 빛나고 있었고, 눈 위에는 눈부신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장엄하게도 아름다운 광경이었기에 박사는 말을 잃었다. 그러는 틈에 더스크는 다시 문을 향해 나아갔다. 무중력의 환경에서 더스크가 움직이는 방식을 박사가 봤다면 또다시 놀랐겠지만, 그는 우주에 압도당했으므로 그녀를 바라보질 않았다.

더스크가 다시 박사를 중력의 영역으로 끌어냈다. 박사는 내려온 이후로도 한동안 그 황홀했던 광경을 잊지 못한듯이 멍해있었다. 더스크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박사? 장엄한 광경이었던건 알겠지만 이제 정신 차리지? 아직 알려줄게 많아."

더스크가 말을 했음에도 박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가 그녀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뇨, 괜찮을거 같습니다. 지금의 저희가 이해할 범주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사가 달관한듯한 표정으로 더스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더스크의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가 용솟음쳤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수준의 분노가.

"아니."

"예?"

"박사 마음대로 그만둘 문제가 아니야."

더스크가 박사의 말을 거부하고는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바다의 제일 밑까지 가볼까?"

박사도 방금까지 우주의 장엄함을 느끼고 있었으나, 더스크의 말에 냉정을 되찾았다. 더이상 더스크의 마음대로 휘둘려줄순 없었다. 박사가 잘못한 상황이긴 하나, 이건 더스크의 화풀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박사는 문을 만들어 열려는 더스크의 손목을 잡았다.

"이쯤 하시죠. 어리광 받아드리는것도 한두번이죠."

박사의 말에 더스크가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 속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마치 방금 보았던 우주와 같았다.

"어리광? 내가 지금 박사한테 짜증이라도 부리고 있다는 말이야? 박사가 내 능력에 대해 알고싶다며?"

"마음대로 화내시고 저한테 개인적으로 화풀이하시는 거잖습니까."

"제정신이야? 마음대로 화를 냈다니? 박사가 먼저 나한테 적당히 하라며? 그래서 능력 뻥뻥 써주는 중이잖아. 궁금하다며? 연구해. 언제든지 응해줄테니까."

더스크는 그 말을 끝으로 박사를 가볍게 밀었다. 박사가 뒤로 밀려 넘어지고 다시 앞을 쳐다보았을때는 이미 더스크의 모습과 그녀의 방은 사라지고 로도스의 복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누군가 다가왔다.

"실패했구만. 더스크가 뭐라든?"

니엔이었다. 박사는 그녀의 표정을 쳐다보았다. 아까의 표정은 온대간데 없고 생글생글 웃는게 평소의 니엔이었다.

"아...니엔씨....더스크씨ㄱ....아닙니다. 일 다 끝나고 말해드리죠."

"? 그래 그럼. 나중에 약속은 꼭 지키고!"

고개를 끄덕이며 니엔이 박사를 일으켜세웠다. 박사는 또다시 로도스의 복도를 향해 나아갔다. 그런 박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니엔은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내뱉었다.

"너도 그만 용서해라 더스크. 박사가 힘들어하잖냐."

그 목소리를 니엔의 뒤에 있던 문 뒤에서 훌쩍이던 더스크가 들었는지는 모르나, 그녀가 훌쩍이던걸 넘어 펑펑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더스크씨...대체 어디에... 로도스는 다 뒤져봤을텐데..."

"나를 찾았어 박사?"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로도스 내부를 모조리 뒤져봐도 박사는 더스크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결국 지쳐서 로도스의 외딴 복도에 앉아 쉬고 있던 무렵에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더스크씨..."

"할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 박사. 아까처럼 타이밍 못잡지 말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박사는 잠깐 멈칫했다. 운자국이 선명한 얼굴. 박사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더스크의 얼굴을 만지려했다. 더스크는 그런 그의 손을 쳐내곤 입을 열었다. 울먹이는걸 간신히 참는 얼굴이었다.

"또 울거 같으니까 빨리. 제발."

"...죄송합니다. 더스크씨. 절 생각해주신것도 모르고 제가 마음대로 행동했습니다....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나도 미안해, 박사. 박사가 그러는걸 보니까 나도 심란해져서 마음대로 그랬던거 같아..."

"아뇨 그 부분은 제가 먼저 짜증을 냈으니까요."

"아냐 박사 그건 내가..."

서로 사과하며 시간을 질질 끌고있었다. 서로 부끄러워서 누가 먼저 끝낼지를 눈치싸움하고 있었다. 그러다, 박사가 먼저 입을 뗏다.

"그럼 더스크씨...내기는 비긴걸로 할까요. 내걸었던 조건 둘 다 들어주는걸로 하죠.

"...그럴까."

더스크가 간신히 말했다. 또다시 감정이 북받쳐오르는듯이 그녀는 얼굴을 숙였다. 박사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갔다. 더스크는 박사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게 로도스의 조용한 복도에서 둘은 한동안 서로를 의지한채 훌쩍이는 목소리만을 남기며 조용히있었다.

.
.
.

"....그래서 그게 이렇게 된 계기라고?"

니엔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맞잡은 두 손은 탁자 위에 올려져있었고, 부끄러운듯 얼굴을 긁적이는 더스크와 후드에 가려져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대놓고 긴장한듯한 박사가 있었다. 니엔은 그런 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 예 둘이 백년해로 하세요. 그걸 왜 나한테 보고를 해 저리가! 훠이훠이."

니엔은 귀찮다는듯이 손을 휘젓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더스크와 박사도 일어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걸 본 니엔이 한마디 거들었다.

"야 근데 니들 둘이서 하면 자식은 나온대냐? 나 조카는 보고싶긴 한데."

"언니!"

더스크가 얼굴을 붉히며 니엔을 향해 소리질렀고, 니엔은 웃으며 받아쳤다. 박사가 씩씩대는 더스크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니엔에게 고맙다는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다시 니엔에게서 멀어져갔다.

"눈꼴시려운 한 쌍이야...그래도 보긴 좋네."

니엔은 알고 있었다. 박사는 길어도 100년을 못살 것이고 더스크는 그 뒤로도 억겁을 살것이란것을. 그럼에도 그녀는 그들을 축복했다. 동생의 행복이 오랜만에 찾아왔음에, 동생이 기나긴 세월을 거쳐도 찾지 못했던 바깥에서의 즐거움을 찾았기에. 붉은 용은 그렇게 생각하며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저 먼 하늘을 응시했다.

오늘따라 매운 음식이 땡기는 하루였다. 그러고보니 박사에게 음식 사준다는 약속을 받았었다. 그걸 실행할 날이 오늘인것 같았다. 오랜만에 동생과 외식할 생각에 들뜬 그녀가 박사의 등짝을 후려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쓰다보니까 왕창 길어지네. 주최자한텐 미안하다. 전에 올린 글은 삭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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