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려서 미안.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야스는 하겠지만 내용은 안 나오는 야설 아닌 야설이야...

참고로 혹시 보빔 원하는 애들 있을까해서 하는 말인데, 나는 그런 거 싫어하니까 보빔 생각하고 들어왔으면 포기해줘.




이번에는 라플란드의 발정기를 해결해주기 위해 그녀를 호출한다. 집무실 마이크로 라플란드를 호출 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라플란드가 집무실로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라플란드도 개인적인 일이 있으니 오는데 시간이 걸려도 별 문제는 없다고 이해해줄 수는 있었으나 30분 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은 문제 있는 게 확실했다.


방송을 다시하면 되는 것을 굳이 멍청하게 30분 동안 기다린 자신도 이상한 놈이라며 직접 라플란드를 찾으러 나서기로 했다. 어차피 발정기를 해결해주려면 으슥한 둘만의 장소로 찾아갈 필요가 있었으니까.

라플란드를 찾으러 나오기는 했지만 그녀가 있을 만한 장소 떠오르지 않아다. 다른 대상에게 물어볼까. 하더라도 라플란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텍사스 정도지만, 그녀라고 라플란드를 완벽하게 아는 것도 아니며, 마찬가지로 발정기 해결 파트너가 박사인지라 라플란드를 찾으려다 텍사스에게 덮쳐질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텍사스를 찾아가는 건 보류했다.


우선, 그녀가 있을만한 우선적인 장소를 찾고자 직감이 이끄는 대로 가보니 그녀의 숙소 입구까지 와서는 노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은 텍사스를 몰래 쫒아다니는 게 일상이라 지금 시간에 숙소에 있을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텍사스 주변을 찾아다니다가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섹스는 1대1로 해야지. 같은 편견처럼 들리겠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소설 같다고 해도 만화는 아니니까.


“라플란드, 안에 있어? 나야.”


대원이라도 개인적인 사생활은 누구나 있기 때문에 안에 누가 있던, 없던 노크가 기본 예의다. 세 번 벨을 누르고서 나서도 안에서 별 반응이 없자 한 번 더 벨을 누르고 반응이 없으면 돌아가려 했지만 인터폰에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이 나왔다.


“으응……들어와.”


평소에도 뭔가 음흉한 느낌이 들기는 했어도, 기본적으로 허물없이 대하는 게 라플란드다.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것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라플란드에게 미안함과 이 녀석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느끼며 대답을 듣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섰 박사.


숙소 문이 기계음을 내면서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라플란드의 상태를 보고 켈시 선생이 준 임무를 들었을 때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루퍼트족의 발정기가 심화되면 딱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플란드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침대에 기대서 겉옷은 다 집어던진 채로 하얀 팬티 한 장만 딱 걸치고 있었다. 그 마저도 팬티 한 장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열심히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용문에서 구입해 방금 전에 개봉한 3분의1 정도 마신 맥주 캔을 들고 있었다.

침대 위로는 노트북 한 대가 올라와 있었다. 노트북과 꽂혀있는 이어폰은 라플란드의 머리 위로 솟은 쫑긋한 루퍼트족의 귀에 꽂혀 있었고 시선은 노트북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영상 매체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고 동시에 술을 마시고 있는 그런 그녀의 행태를 보고 잠시 주춤했지만 이런 몰골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숙소의 방문을 기계음을 내며 닫혔다.


“하아……미안, 발정기라서. 이러고 있으면 그나마 괜찮아서.”


이어폰을 뽑으며 시선을 박사에게 돌렸다. 자신의 부끄러운 자태를 남자한테 보여주고 있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을 정도로 취한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러고도 아무렇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바닥에 깔린 카페트와 유일하게 입고 있는 팬티마저 그녀의 자위행위 때문인지, 술을 흘려서 그런지 몰라도 축축해진 상태였고, 몇 캔이나 비운 맥주캔과 옷가지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맥주를 얼마나 마신 거야?”


부끄러운 건 자신의 몫으로 돌아와 그 기분을 잊고자 대화를 시도했다.


“몰라, 도무지 참을 수 없을 때마다 마셔서 말이야..”


걱정도 들어서 해본 질문했지만, 라플란드의 시선은 다시 노트북으로 향해 있었고 대답은 굉장히 대충이었다.


“읏, 잠깐!”


라플란드의 손이 빨라지더니 이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신음 소리가 나오는 것을 참는 것을 보았다. 레드와 함께 관계를 가진 것 덕분에 알게 되었지만 절정을 참는 듯 한 행동이었다는 게 보였다.

발정기 때문이라지만 정말 별의 별꼴 다 보는 것 같다.


“하아……모자라.”


박사가 들어오기 전부터 시작해서, 몇 번의 자위로 위기 상황을 넘겼지만 지속된 행위로 인해서 내성이 생겨버렸다. 술 때문인지 자위행위 때문인지 붉어진 얼굴을 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투덜거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맥주 캔도 못 해도 10캔 이상은 마신 것 같았다. 조금 더 일찍 올 것 그랬나? 하고 후회하는 박사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라플란드를 위해서라도 더 빨리 관계를 맺는 수밖에 없다.


약한 절정 이후의 피로감을 느끼는 것인지 침대에 기대 축 늘어진 라플란드의 몸매가 유독 돋보였다. 광석병 환자이기 때문이지 드문드문 피부를 뚫고 광석이 자란 게 보이지만 이 마저도 중화제를 이용해 악화 시키는 걸 막은 상태다. 그것과는 별개로, 레드처럼 킬러로 활동한 전적 때문인지 몸매는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평소 두터운 코트로 배 이외에는 그다지 내놓지 않은 복장이라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팬티 이외에 이렇고 내놓고 있으니 가슴도 의외로 큰 편이었고 흥분해서 딱딱해진 유두도 앙증맞았다. 반면에 피부는 좋은 편임에도 광석병의 증상이 있어서 군데군데 딱딱한 돌이 튀어나와있다. 그런 점에서 레드 때와는 또 다른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한 눈에 보기에도 좋은 몸매는 본 남성을 흥분시키기 충분했고, 번식 욕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레드와의 경험이 해보기는 했으나, 그 경험의 기억, 쾌락에 대한 기억 덕분인지, 그 쾌락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다며 심장이 요동쳤다.


박사의 의무로서 발정기의 대원들을 도와주러 오는 것이지만, 개인적 심저을 느껴 라플란드를 자신의 품에 안고 싶었다. 그녀를 품에 안으면 어떤 느낌일까, 레드 때와 같은 느낌일까? 비교하는 건 미안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라플란드가 얌전히 안길 인물은 아니었기에,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하려던 찰나, 노트북을 탁 덮으며 박사를 지긋히 바라본다.


붉어진 얼굴로 늑대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슬쩍 보이며 웃는 라플란드.


“할 거야?”


꽤 적극적으로 나온다. 경험이 없다고 들었는데 다리를 팬티 속에서 손을 빼며 다리를 천천히 벌려 팬티로 가렸지만 그녀의 음문을 들이 내미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걸친 게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저러는 것이 술기운 때문이라고 보지만, 이대로라면 문제없이 라플란드와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박사의 인식이었다. 별 다른 거부반응 없이 협조적이면서 박사를 흥분시키기도 했지만, 평소 라플란드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미묘하게 거부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다.


라플란드도 레드 못지않은 킬러다. 하지만, 로도스 소속으로써 동료라는 인식과 조금이나마의 사회성은 있어서 누군가에게 함부로 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다만, 같은 루퍼트족인 텍사스와 관련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무슨 연유인지 그녀에 대한 집착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라플란드가 텍사스 몰래 숨어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거나 몰래 따라다니는 등, 전형적인 스토커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대원들에게도 발견되다보니 텍사스에게 집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플란드에 관한 이야기가 돌았다. 대표적인 것은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추측이 있다. 덕분에 텍사스도 관련해서 라플란드가 저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텍사스와 라플란드가 연인관계였었다……. 라는 말도 안 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라플란드의 행동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텍사스’가 많이 언급 되는 걸로 봐서는 완전히 틀리지는 않은 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만약에 정말 레즈비언이라면, 여성을 좋아하는 대상이 자신을 고른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 목적으로 오기는 했지만, 무턱대고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그럼 이리 와서 이야기라도 좀 할까?”


라플란드처럼 침대에 기대 슬쩍 앉는데, 술 냄새인지 아니면 자위의 영향으로 밖으로 뿜어나온 애액의 냄새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풍겨왔다. 심한 수준은 아니지만 무척 신경쓰이는 냄새다.

손에 있는 용문산 맥주를 한 입 마시고 박사와 함께 대화의 장을 펼쳤다.


“너도 마실래?”

“그래도 될 까?”

“물론.”

미리 꺼내놓은 맥주를 건네줬다. 시원하지는 않은 게 아쉽지만, 시작하기 전에 어색함을 없애는데 충분하다.

라플란드도 맥주를 꿀꺽이며 마시는데 왠지 이번 건은 좀 힘들 것 같다.

박사도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맥주는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던가, 용문의 맥주도 종류가 있지만, 이 맥주는 생각보다 맛이 별로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못 마시는 것도 아니었으나, 그렇게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며, 소믈리에 같은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난 미각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맛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안주하고 먹으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은 싱거운 맥주를 홀짝이며 라플란드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라플란드, 솔직히 말해서 네가 날 골랐다는 걸 못 믿겠어.”


솔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켈시 선생에게 발정기 목록의 대원중에 라플란드를 발견했을 때, 박사가 잘못 본 것이거나 그녀가 잘못 찍은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켈시 선생과의 대화와 아무리 술기운에 발정기라도 해도 이런 추태를 보여주면서도 박사 앞에서 참으로 인간적인 대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맥주를 사이좋게 마시고 있는 것을 보면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게 신기한 일인가?”


라플란드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녀가 호기심 찬 눈으로 바라보는 건 좀처럼 보기 어렵다.


“너한테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말이지.”


라플란드가 피식하고 웃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일상이라도 그 임무를 준 대상을 한 번 의심하는 거는 일상이지.”


씁쓸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근데, 전장에서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병사에게는 죽음뿐이지. 무능하지 않다면 말이야.”


맥주를 한 모금 꼴깍이며 삼켰다.


“그게 널 신뢰하는 이유야. 평소에는 좀 못 미덥기는 하지만, 우리 목숨 걸린 일이라면 등을 맡겨도 괜찮거든.”

“네가 여태했던 말 중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네.”


박사의 일상과 지휘 때의 차이는 명확했다.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소심하게 굴어서 이런 놈이 로도스의 지휘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정말 놀랐을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그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기에 서로 낄낄 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박사도 조금씩 술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라플란드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마신 것 같다.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야 할 차례이지만 둘의 수다가 도통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다고 서로 섹스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날 골랐다는 건……정말 못 믿겠거든.”

“좋아하지는 않아도 발정기 떄문에 내가 믿는 사람하고 섹스를 하겠다는데, 그게 이상한 거야?”

“어……그게…….”


텍사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가 좀 그렇다. 바람이 부는 날의 촛불처럼 굉장히 불안정한 라플란드인데, 굉장히 민감한 요소가 아닐까 싶었다.

불행히도 술기운 때문에 이성이 흔들려, 자기가 무슨 용감한 기사마냥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라플란드에게 꺼내고 말았다.


“네가 텍사스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잠시 후, 박사는 그런 말을 했던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서로 낄낄 거리며 웃었던 장난기 가득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싸늘한 표정을 한 라플란드를 보고 그제야 이성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듯 했다. 소름끼칠 정도로 빠르게 변한 표정과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했다.

뒤늦게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젠장!!”


라플란드가 신경질 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절반쯤 마신 맥주 캔을 던졌다. 벽에 부딪혀 찌그러지면서 내용물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튀어나오지 않고 남아있던 맥주도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불안정한 라플란드가 그런 행동을 보인다는 건 역린을 건드린 것과 다름없다. 아직까지 아군을 공격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뒷걸음질 치며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를 하였다. 그 와중에도 손에 라플란드에게 받은 맥주캔을 들고 있었다.


라플란드는 씩씩 거리면서 박사를 노려보았다. 이내 자신도 벌떡 일어나더니 벽에 걸려있던, 자신이 애용하던 두 자루의 칼 중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남성기의 비속어)됐다. 역시 역린을 건드린 것 같다. 대형 사고를 친 것을 직감하고 방문을 열고 도망치려던 박사였지만 훈련을 받은 킬러의 반응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박사의 머리 옆으로 차가운 날붙이가 빠르게 날아왔고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다.

당장 문을 열수 있게 문손잡이를 붙잡은 동시에 무언가 찌르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머리 옆으로 라플란드가 애용하는 검이 일자로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에 힘이 풀려 들고 있던 맥주캔을 떨어트려 바닥이 맥주로 더럽혀졌다. 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움직이지 마.”


주마등이 스쳐갔다. 입 조심해야한다고 하는데 그것 지키지 못한 자의 최후가 다가오고 말았다. 박사는 술기운이 돌아서 입단속 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면서 죽을 것이다. 그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겠지. 그래도 최소한 광석병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어나가지는 않으니까 그 부분에서는 축복을 받은 것 같다.


“라, 라플란드…….”


손은 언제 들었는지 머리 위로 손을 들어올려 저항할 의사 없다는 것을 보이며 그녀를 찬찬히 부르며 돌아본다. 추태나 다름없는 행동이지만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렇게 침착해질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현실적인 반응이라고 하더라도, 설마, 대원들한테 죽을 예상까지는 못했다. 협력 관계라 하더라도 항상 주의를 깊게 보는 게 일방적인데, 로도스 소속이라고 너무 방심한 것도 문제다.


살벌한 눈과 거친 호흡을 내쉬고 사람 피부 정도는 거뜬하게 잘라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꽉 물은 채 자신을 노려보는 것은 굉장히 오금이 저려왔다.

라플란드의 타겟이 되어 죽은 자들은 이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싸버릴 것 같은 굉장한 살기가 느껴졌다.


박사는 두 눈을 감았다. 이렇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죽일 거면 빨리 죽이라며 자포자기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칼에 찔리든, 베이던, 그녀의 검이 박사의 몸에 도달하는 것을 예상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나 괴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심장과 공포, 그리고 라플란드의 분이 잔뜩 실린 질문뿐이었다.


“뭐, 뭐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지 그녀는 성질을 내면서 다시 질문을 하였다.


“너도 그렇게 생각한 거였냐고!!!”


물어죽일 기세로 박사도 같은 생각이었냐며 항의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박사가 라플란드에게 무슨 생각을 가졌다고 이렇게까지 화를 낼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찾아보려 하지만, 딱히 짐작되는 것은 없었다. 박사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발견하자 친절하게도 먼저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너도 내가 텍사스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냐고!!!”


……그럼 아니었냐? 라고 물어보려던 걸 간신히 집어삼켰다. 그걸 말했다가는 정말로 물어죽일 것 같았다.


물 담은 주전자 올려놓으면 물이 끓어서 컵라면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머리 위로 김이 모락모락나는 걸 보니 라플란드가 정말로 열을 받은 모양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이 텍사스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는 이유로.


“내가 텍사스 그 년을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 근데 이 새끼고 저 새끼고 다들 나보고 텍사스 좋아하는 레즈비언인 줄 안다고!!!”


나름 근본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 하지만 라플란드가 이 정도로 항의하는 거 보니까 진심으로 느껴지기 시작으며 항의도 끝나지 않았다.


“난 그 녀석이 이전의 텍사스로 돌아서 내가 죽거나 그 녀석을 죽거나 둘 중 하나의 싸움을 하고 싶을 뿐이야. 그래서 몰래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고!”


광석병의 영향도 없지 않아서 그녀의 텍사스를 향한 집착은 꽤 강했다. 아니, ‘꽤’ 수준이 아니었다. 정신병원에서 평생 감금해도 모자랄 정도의 광기였다. 그런 것 치고는 텍사스 앞에서 강한 흥분을 하면서도 무언가 꾹 참고 있는 것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달려들어서 검을 휘두를 본능 같은 것이 분명했겠지. 덕분에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도 텍사스를 빼면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물론, 레드와 관련해서는 주의해야 했지만.


라플란드는 그마저도 억제하기 위해서 텍사스와 좀 떨어진 곳에서 스토킹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 이것을 발견한 둘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대원들이 라플란드가 텍사스를 좋아한다. 라는 인식이 퍼졌다.


술기운과 겹쳐서 본인은 무척 억울하다는 듯이 박사 앞에서 항의한다. 이제는 멱살까지 잡고 침이 튀길 정도로 가까이 끌고 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정말로 침이 튀어서 박사는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그녀의 항의는 한참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