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에 구워진 엘리시움과 쏜즈는 그대로 의료부서로 이송됐고, 거기서 의료 대원들에게 한소리 들었다. 대체 몇번째 여기 오는거냐고.


엘리시움과 쏜즈는 이번에는 자기들이 그런게 아니라고 열심히 해명했지만 평상시 실험실 폭발, 간식 절도, 수도관 폭파와 같은 다양한 일을 저지른 둘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편 로프는 점심 즈음에 기분좋게 일어나서 사내식당으로 향했다. 뒷골목을 전전하던 시절에는 먹을 수 없었던 다양한 음식들이 매일 새롭게 나왔다.


옛날에는 썩은 사과라도 감사해야 했는데 이제는 뭘 먹을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니, 삶이란 알 수 없단 말이야? 그녀는 피식 웃으며 메뉴를 정했다. 연어 구이에 흰 쌀밥, 짠지와 된장국이였다. 가리는 음식은 없었지만 오늘은 극동식으로 먹고 싶었다.


그녀는 혼자 구석에 자리 잡아서 밥을 먹으며 다음 간식은 뭘로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 옆옆 자리에는 엘리시움과 쏜즈가 억울함을 주위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었고, 레이즈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그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레이즈는 저 둘이 훔쳤다고 오해하고, 앙금이 안풀린것 같았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범인은 이렇게 여유롭게 연어를 입에 넣고 있는데, 그녀는 속으로 이 상황을 즐기며 음식을 해치웠다.


식판을 돌려주고, 소화도 시킬겸, 일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로도스의 훈련장은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평범한 1대 1 대련, 다대다 전투, 호위, 강습, 공성전, 시가전, 인절전과 같이 정말 다양한 사태에 대원들을 대비시킬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 정말 제약회사 맞을까? 그녀는 가끔 훈련장에 오면서 생각했지만, 뭐 좋은 일을 할려면 힘도 필요한거겠지 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준비된 인원이 모이자 도베르만 교관이 오늘 훈련 내용을 설명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된 전투대원들에게 여러가지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였다. 로프는 여기서 대원들을 기습하고, 장비와 물건을 훔쳐서 교란시키는 담당이였다.


칼을 든 대원 하나, 창을 든 대원 하나, 방패를 든 대원 하나, 그리고 치료 아츠를 가진 대원 하나. 총 넷이였다. 장거리 공격이 안된다는 것 빼면 나쁘지 않은 조합이였다. 물론 특수한 공격을 하는 적들에게 대비가 되어있다면 말이다.


시가지를 통과하는 훈련을 위해 그들은 나란히 걸어가면서 목표지점을 향해 갔다. 한편 로프는 건물처럼 꾸민 큰 컨테이너 박스 위에 앉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녀를 비롯해 몇몇 특수 대원들이 단검과 활을 조준하고 기다렸다.


반대편에서 활을 조준하며 기다리던 대원이 로프에게 신호를 보냈다. 로프는 갈고리가 결속된 밧줄을 휘둘러 재빠르게 의료 대원을 노렸다. 이쯤은 예상했는지 창을 든 대원이 밧줄을 쳐냈다. 그러나 이것은 실책이였다. 창에 밧줄이 묶인 그는 속수무책으로 무기를 뺏겼다.


"좋아, 하나 가졌고."


그와 동시에 나이프를 든 대원 하나가 검을 든 대원을 기습하고, 활을 든 대원은 방패를 든 대원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만약 칼로 정확히 그녀의 밧줄을 잘라냈다면 아마 나이프를 든 대원의 기습도 더 힘들었을 지도 모를 것이다.


나이프를 든 대원은 칼을 든 대원을 상대로 우세하게 싸우고 있었고, 방패를 든 대원 또한 미처 막지 못한 곳을 찔려서 고전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마 신입 대원들의 패배로 끝나겠지만 그녀는 심심해서 조금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밧줄을 크게 휘둘러서 의료 아츠를 시전하던 대원을 잡아 끌고, 끌어 올렸다.


"자, 잠깐만요!"


그녀와 같은 카우투스 종족의 대원은 버둥거리며 로프에게 말했다.


"헤헤, 하나 더 추가!"


치료 아츠마저 끊긴 덕분에 신입 대원들은 완벽하게 패배했다. 도베르만 교관이 모두를 모아 사후강평하는 동안 로프는 그걸 받아적고 있었다. 매사 진지하진 않지만 더 강해지는걸 싫어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훈련과 저녁식사까지 끝내니까 어느새 밤이였다. 낮 근무가 끝난 대원들은 슬슬 자러 돌아갔고, 밤 근무인 대원들은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날 시간이였다. 로프는 자기전에 간식 하나는 먹어줘야겠지 라고 생각하며 휴게실 냉장고로 접근했다.


CCTV가 어째 더 설치된 것 같지만 그녀에게는 상관없었다. 오랜 절도와 침투 훈련 덕분에 CCTV 쯤은 우습게 회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각을 오가며 살금살금 냉장고로 접근했다. 혹여나 경보장치가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재빠르게 주변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냉장고를 열었다. 다행히도 고압 전기,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음따윈 없었다. 부드럽게 열린 냉장고 안에는 여전히 간식이 가득차 있었다. 몇몇은 잠금장치가 되어 있고, 내용물 확인이 안됐지만, 어떤 것은 그저 메모로 먹지 말아달라고 써져있었다.


그중에서 그녀는 초콜릿바 하나를 슬쩍 꺼내고, 다시 CCTV의 사선쪽으로 달아났다.


방에 도착해서 장비와 옷은 던져놓고, 훈련의 피로를 샤워로 씻어낸 뒤, 잘 마른 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아까 가져온 초콜릿바를 집어들었다. 그 위에는 깨알같이 뭐라고 적혀있었는데, 피곤하고 알아봤자 딱히 상관없겠거니 싶어서 껍질을 까서 입에 집어넣었다. 평범하디 그지없는 초콜릿바의 맛이였다. 정확히는 냉장고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종류였다. 대체 왜 그걸 냉장고에 넣어둔건가 싶었지만 딱히 알 필요는 없었기에 초콜릿의 은은한 단맛만을 즐겼다.


그냥 잘려고 했지만 이빨이 썩으면 가비알에게 얻어맞고 기절한채로 치과에서 치료받는 것이 분명할 것이라는 무서운 믿음 때문에 재빠르게 양치질을 하고 잤다. 가비알이 들으면 억울했을 것이다. 적어도 의자에 눕히고 기절시키지, 기절한채로 끌고가진 않는다고 말이다.



다음날, 가볍게 아침식사를 끝낸 그녀는 간식의 주인 반응이 궁금하여 휴게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리베리 한명이 냉장고를 열어서 빤히 무언가 찾고 있었다. 그녀는 스노우상트였다. 갈색과 회색이 섞인 푹신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머리카락이 등까지 닿아있었고,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준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근검절약의 화신 답게 꽤 말라있었다. 잘 못먹고 자란 로프보다도 더 말이다.


"초, 초콜릿바가 없...네..요...."


냉장고 앞에 무릎 꿇은 스노우상트, 그녀의 영혼이 빠져나갔다. 그녀가 정말 아끼고 아끼고, 길에 떨어진 동전도 하나하나 아낌없이 줏어서, 아주 기분 좋은 날에 먹을려고 손을 덜덜 떨며 사뒀던 초콜릿바가 냉장고에서 증발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기 냉장고에 넣어두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는 로도스에서 알아주는 절약가였다. 냉장고 따윈 없었다. 심지어 자기 월급에서 전기비가 나가는 것도 아니였는데 말이다.


스노우상트가 냉장고 문을 닫고 터덜터덜 자기 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로프는 측은하게 여겼다. 자기가 어제 먹은 초콜릿바가 아무래도 스노우상트의 것이였던 것 같았다. 대부분의 대원들의 것이야 슬쩍해도 별 티가 안났지만 스노우상트는 달랐다. 그녀가 절약에 힘쓴다는 것은 로프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기 전에 초콜릿바를 하나 사주는게 맞겠다고 로프는 생각했다. 물론 자기가 훔쳤다고 말하면 그 노란머리 기린이 자신한테 번개를 날릴 것이 틀림 없으니까.


로프는 자판기에 용문화 한장을 넣고, 초콜릿바를 하나 샀다. 그러고는 스노우상트에게 하나 쥐여줬다.


"그... 뭔가 안타까운 일인데, 하나 사줄께."


진실은 말할 수 없지만 로프는 미안함을 느끼면서 말했다.


"아, 괘, 괜찮아요. 간수못한 제 잘못이죠..."


스노우상트가 거부할려하자 로프는 스노우상트의 주머니에 초콜릿바를 쑤셔넣어주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스노우상트 성격상 자립심이 강했기에, 대화로는 끝날 기미가 안보였기 때문이다.


로프는 앞으로는 글씨는 읽고 간식을 슬쩍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근무를 위해 잠시 방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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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로프 좀 꼴리는거 가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