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ypergryph&no=852441

2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ypergryph&no=852536




로프의 오늘 근무 내용은 로도스 아일랜드 선박 내에서 순찰을 도는 것 이였다. 경비팀도 당연히 존재했지만 다양한 전투경력이 있는 대원들이 따로 순찰하면서 혹여나 있을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게 싶어서 전부터 근무 내용에 추가됐었다.


로프는 근무복과 장비를 챙겨서 문 밖으로 나왔다. 밧줄 끝에 달려있는 갈고리를 휘휘 돌리며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낮에 그렇게 북적였던 복도는 한산했고, 이용하지 않는 시설의 불은 꺼져 있었다. 간간히 근무를 끝내고, 녹초가 되어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대원들에게 인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음 고장난 곳은 없어 보이고, 뭔가 이상한 흔적도 없고...."


중요 지점마다 메모를 하며 걸어가는 로프, 그때 어떤 필라인 여자아이가 쪼그려 앉아서 우는것을 발견했다. 보아하니 대원은 아니였다.


"꼬마야, 무슨일이니?"


로프는 같이 무릎꿇고 쪼그려 앉아서 꼬마애를 바라봤다. 꼬마애는 울면서 자기 엄마, 아빠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음, 같이 찾아보자!"


뭐, 크게 근무에서 벗어나는 일도 아니니까. 로프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고, 꼬마애는 로프 뒤를 졸졸 따라갔다. 아마 밑층의 난민 수용팀이 아이의 부모를 찾아줄 것 같았다. 어쩌다가 위층까지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로프는 꼬마아이를 볼때 부모 없이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던 때가 떠올랐다. 그렇기때문에 아이를 돕고 싶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로프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얘, 어쩌다가 여기 오게 된거니?"

"크고 무서운게 떨어져서 부모님이랑 집을 나왔어요. 그...훌쩍.."


최근에 로도스 대원 몇명이서 근처 마을에 떨어지는 재앙을 경고할려고 갔던 작전이 기억났다. 누구였지, 리스캄이였나 프란카였나, 둘 중 하나가 로프에게 말해줬을 것이다. 평범한 철수작전이였을테지만 재앙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서 긴급 대피작전으로 바꼈고, 아슬하게 전원 대피시켰었다고 했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아이에게는 트라우마가 될만한 내용인거 같았다. 금세 다시 훌쩍였다. 로프는 당황하면서 어떻게 아이를 달래줄까 싶어서 가방을 뒤적였다. 운좋게도 예전에 슬쩍해둔 사탕 하나가 있었다.


"자, 언니랑 엄마 아빠 찾아보자. 맛있는거 먹으면서!"


사탕 껍데기를 까서 입에 물려주자, 금세 웃는 얼굴이 되었다. 역시 아이는 웃을 때 더 보기 좋았다. 밑층에 내려온 로프는 아이와 함께 난민 수용팀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야간 근무중인 직원 몇명이 컴퓨터 작업 중이였고, 테이블에는 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작성하거나 직원과 대화중이였다.


"저기, 길 잃는 아이를 찾았는데~"


이곳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 들어간건 처음이라 로프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한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때 테이블에 있던 필라인 족 남녀가 뛰어와 아이를 번쩍 들었다. 그들은 로프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로프는 할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만약 가난한 집이 아니였다면 어땠을까, 다른 곳이였다면... 의미없는 가정일 뿐이였다. 로프는 씁슬하게 웃으며 다시 윗층으로 돌아가 복도를 순찰하러 나섰다.


몸이 편안해지는 향이 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로도스의 실내정원인 것 같았다. 전에도 방문했지만 역시나 마음이 나름 편안해지는 곳이였다. 나중에 근무가 없을 때 가봐야겠다 하고, 계속 걸어갔다.


그때 복도 멀리서 몇명의 인영이 보였다. 자세히보니까 예비작전팀 A4였다. 여기저기 검댕이 묻은 카디건이 모두의 쓰다듬을 받으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A4 팀의 작전에서 카디건이 꽤 활약한 듯 보였다.


"아, 모두 오랜만~"


로프는 반갑게 인사했다. A4의 멤버들도 인사를 했는데, A4의 팀장인 멜란사가 말을 걸었다.


"아 로프씨, 안녕하세요. 근무 나가나요?"

"오늘은 순찰이야. 다들 작전 끝나고 돌아오는 길인가봐?"

"네, 물자 호위 임무였는데, 다들 활약을 잘해줘서 무사히 끝났거든요."


카디건이 손을 번쩍 들고 방방 뛰었다. 로프의 추측대로 카디건이 열심히 활약해준 것 같았다.


"내가 잘 막아줬어!"


A4 팀에게 이야기를 듣자하니, A4 팀과 몇몇 다른 대원들이 물자 호위에 나섰는데, 도적단들이 숲에서 기습을 가했던 모양이였다. 카디건이 재빠른 동작으로 폭발성 화살을 장전한 쇠뇌수를 방패로 쳐내서 호위중이던 대원들이 휘말리진 않았지만 이미 아츠를 발동시킨 찰나였기 때문에 쇠뇌에서 튕겨져나간 화살이 그대로 폭발해버린 것이였다. 다행히 카디건은 약간의 검댕 빼면 무사했지만 말이다.


"메리, 그래도 너무 무모했어."


카우투스 의료대원인 안셀이 지적했다. 그러다 카디건은 모두를 위한 일이였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데, 아직 근무중이여서 이만~"


로프는 A4 팀을 지나치면서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근무 종료를 사무실에 알리고, 방으로 돌아갈려고 했지만 그녀의 버릇은 다시금 휴게실로 가게 했다.


잠시 후, 그 휴게실에 도착했다. 근무 끝난뒤에 먹는 디저트란 정말 달콤한 일이기에 오늘도 하나쯤 댓가로 지불받을려고 했다. 그런데 한밤 중의 휴게실 치고는 사람 목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뭔가 싶어서 로프는 코너쪽에서 이야기를 엿듣기로 했다.


"그러니까 누가 자꾸 간식을 가져간단 말이지?"

"몇몇 대원들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고 하네요."


냉장고 주위로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각양각색의 종족의 사람들이였는데, 그중 한명이 눈에 띄었다. 검은색 머리는 어깨까지 왔고, 빨간색 눈에 뾰족한 귀가 인상적이였다. 흰색 셔츠에는 데포르메된 악마 표시가 그려져있었고, 검은색 겉옷은 붉은색 안감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다양한 공구들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바로 클로저였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고위급 간부, 시스템 엔지니어, 기계 정비와 기반시설을 훤히 꿰뚫고 있는 살카즈였다.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이 무언가 생각했다. 잠시후,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후후, 재밌는게 생각났어...."


귀를 쫑긋여서 목소리를 좀 더 들을려고 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를 죽여서 조근조근 말했기 때문이다. 잠시후, 놀란 듯한 반응과 재밌다는 반응이 반반 갈렸다.

그러고는 클로저는 냉장고 주위에 무언가를 설치하고, 자리를 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흩어져서 제각기 방으로 돌아갔다.


로프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클로저씨가 무언가 냉장고 주위에 설치했다는 것은 경보장치거나 그것보다 강한 것일거라고. 그래서 저번보다 더욱 조심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CCTV 위치도 확인하고, 혹여나 있을 와이어 트랩, 숨겨진 카메라, 압력식 경보장치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냉장고 앞에 도착한 로프는, 냉장고 앞에 서있지 않고, 그 옆 자판기에 바짝 붙었다. 그러고는 '작업용 도구'를 꺼냈다. 주위에 있는 카메라와 와이어를 확인하는 로프만의 수제 도구였다. 예상대로 반응이 하나 있었다. 냉장고 뒤쪽 벽 위에 카메라가 교묘히 숨겨져 있었다.


마치 프로처럼 로프는 카메라를 검은색 테이프로 가렸다. 다른 곳에 침투했다면 아예 부쉈겠지만 불필요한 파괴까지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였다.


마침내 냉장고 문을 연 로프는 안에 있는 간식을 재빠르게 확인했다. 개중에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집어들고, 재빠르게 휴게실을 이탈했다.


방에 도착한 로프는 오늘도 장비와 옷을 던져두고, 간단히 목욕을 마친 뒤, 내용물을 확인했다.


메모지에는 "먹지 마시오, 수르트." 라고 적혀져 있었다. 수르트..수르트.. 누구지? 기억이 애매했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아이스크림은 디저트에 정통하지 않은 로프가 보기에도 퍽 고급스러워 보였다.


아이스크림은 약간의 밝은 갈색을 띄었는데, 땅콩버터의 향이 감돌고 있었다. 한 입 떠서 먹어보니, 부드러운 땅콩버터의 맛이 유지방 가득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밀려들어왔고, 약간의 짭짤한 소금맛이 단맛을 상승시켰다.


"으음, 이거 맛있는데!"


척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아이스크림이라서 아껴먹을까 했지만 일단 맛있으니까 계속 먹기로 했다. 한입 두입,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맛은 로프의 혀를 자극했고, 그녀의 뇌는 좀더, 좀더 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이스크림은 마지막 한입을 끝으로 사라졌다.


"아... 아쉬워..."


다음에 혹시 이 아이스크림 브랜드랑 종류를 아는 대원이 있다면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알까... 소심하지만 돈이 많은 제시카? 소위 말하는 여고생적인 문화를 잘 아는 우타게? 뭐 그건 내일 생각해볼 문제였다.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은 로프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잠에 들었다. 내일은 또 근무가 없으니 느긋하게 돌아다닐까 아니면 훈련이나 더 받아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녀가 아이스크림의 바다를 꿈 속에서 해매고 있을 때, 휴게소에서는 어떤 여성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야! 내 아이스크림 가져간거!"


살카즈 특유의 검은 뿔, 붉은 색 머리카락은 곱슬하게 어깨까지 닿아있었고, 보라색의 눈동자는 마치 자수정과 같았다. 어깨까지 파여있는 옷과 큰 가슴은 모두의 시선을 끌만했지만 그보다도 그녀의 키보다 더 큰 칼에 시선이 모이게 했다.


로프가 먹은 아이스크림은 불행히도 고급 브랜드의 한정판 아이스크림이였다. 1년마다 특정 달에만 파는 아이스크림으로 인기가 엄청 좋은 종류였다. 수르트도 박사에게 부탁하여 간신히 하나 챙겨온 것이였는데, 도둑이 있는지도 모르고 냉장고에 넣어둔것이 화근이였다.


도둑을 찾아서 희생당한 아이스크림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도적단의 아지트를 습격하는 작전이 있었기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 도적단은 일전에 A4 팀을 습격했던 그 도적단이였기에 로도스로써는 이들을 뿌리뽑아 물자 수송 루트를 안정시키고자 했다. 그렇기에 특별히 섬멸전에 강한 대원들을 파견시키기로 했다. 거기에는 수르트도 있었다.



훗날 결과 보고서에서는 평상시처럼 시니컬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분노에 차서 도적단 뿐만 아니라 주변 숲까지 모조리 불사를 뻔했다고 했다. 다행히 다른 대원들이 말려줘서 숲이 불타는 일은 없었지만 그녀의 분노에 희생당한 도적단들은 큰 칼에 두동강나고, 분노 만큼이나 뜨거운 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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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겐다즈 생각해서 썼는데, 고디바나 밴앤제리가 더 비싸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