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없음 길어서 짜른거라


그는 깜짝 놀랐다. 아니 놀랄 수 있겠냐만은 하필 타이밍이 타이밍인지라 거듭 당황을 반복했다. 그녀가 물고 있었던 사탕이 입 안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충격은 실로 놀라웠다. 박사는 세상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굳어 서 있다.

“…박사 군빨리 와야해? 알겠지?”

퍼퓨머는 발그스름한 얼굴을 한 채로 시선은 저만치에 둔 채 부끄럽다는 것 마냥 다리를 비비 꼬고 있다.

“…좋아해요 레나.”

정신이 번쩍 든 박사는 짧게 대답하고 그 빌어먹을 일을 빨리 해치우려 정원 문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한 걸음 째. 두 걸음 째. 세 걸음 째. 네 ㄱㅓㄹㅇㅡ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암흑만이 가득하다. 깊고 깊은 어둠만이 눈 앞에 있을 뿐이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하며 조금씩 힘이 다시 붙는다.

“…”

박사는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찬찬히 뜬다. 적당히 어두운 방에 은은한 붉은빛이 맴돈다. 여기가 어디인가. 지금이 몇 시쯤 됐는가. 마지막 기억은 신나서 달리다가가 끝이다. 필경 과로로 픽 쓰러졌겠거니 하며 앓는 한숨을 내쉰다. 새벽인가? 다음날 아침만 아니었음 좋겠다. 빌어먹을 그 늙다리 할망구가 어떤 꼽을 줄지 모르니 말이다. 그는 찬찬히 시선을 아래로 내려다보다 경악한다.

동생 군? 일어났어?”

퍼퓨머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딴 걸 제쳐두고 자신이 왜 알몸으로 침대에 묶여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왼쪽 팔뚝엔 링거와 연결되어 알 수 없는 약물이 제 몸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온몸을 비틀며 일어나보려 해도 관절단위로 단단한 밧줄이 묶여져 있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신세라는 걸 알아차린다.

레나? 레나! 이게 무슨이것 좀 풀어줘요!”

으으응. 그럴 순 없는걸.”

?!”

그녀는 가운 하나만 걸치곤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그녀가 들고 있는 철제 쟁반에는 주사기와 약물이 담긴 작은 병, 포장을 뜯지않은 알코올솜과 압박용 고무줄 등이 담겨 있었다.

젠장! 레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당장 그만둬요!”

진정하렴. 이제부터 넘치는 게 시간이니까…”

퍼퓨머는 주사기 봉투를 찢고 바늘을 약물병에 꽂은 채 밀대를 잡아당기며 천천히 약재로 주사기 내부를 채운다.

레나레나!”

자초지종을 설명해 줄 게. 업무니 뭐니 이제 동생군을 괴롭히는 것들은 없으니…”

팔에 고무줄을 묶고. 알코올솜으로 찌를 부위를 닦고, 능숙하게 약물을 투여한다.

끄윽…”
어디까지 기억나니? 사탕 맛은 어땠어? 난 그때 좋아서 하늘을 날 듯 했단다.”

끄억허어억…”

한 세 시간쯤 지났나 봐. 걱정마렴. 클로저에겐 박사가 안 간다고 전해 놨으니까. 열한 시 메디컬 체크 전까지는 들킬 일 없을 테야.”

허억허억…”

박사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녀가 투여한 약엔 최음제와 정신착란을 유발하는 여러 약초들이 섞여 들어가있다. 덧붙이자면 퍼퓨머의 약재는 몸에 매우 빠르게 도는 편이다.

이제 동생 군은 나랑 평생 같이 살 거야. 먹고 싶은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

후우우후우우…”

그의 의지가 전혀 섞이지 않은 발기가 시작된다.

최음제는 두 시간 주기로. 아참! 건강한 생활을 위해선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단다. 저 시계로 12시가 되면 수면제 한 알 먹기다? ?”

끄윽…”

동생 군, 키가 181cm79kg 맞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머리가 너~무 아프면 꼭! 꼭 말해야 한다. 알겠지?”

하악…!”

후후역시 동생 군은귀엽다니까…”

퍼퓨머가 입에 거품을 문 채로 눈을 뒤집은 박사의 볼을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렇게 박사와 퍼퓨머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 박사가 약물 중독으로 심장마비를 겪기 전까지 말이다. 그 와중에도 박사와 퍼퓨머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환풍구 앞에 놓인, 흰색 가루로 가득찬 포대기 몇 포가 바람에 날려 퍼드득대는 소리만이 그나마 로도스 내부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