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잔인한 달인 7월, 그리고 사람을 글러먹게 만드는 오후의 집무실. 박사는 마지막 남은 인내심을 그러모아, 보고서와 일생일대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를 잘 아는 대원이 본다면, 당장 구매부로 달려가서 복권을 구매할 만큼 희귀한 모습이다. "박사를 찾고 싶다면 우선 휴게실부터." 라는 행동 지침이, 당직 대원의 인계서 최상단에 기재될 수준으로.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타이핑. 욕. 타이핑. 욕. 욕. 백스페이스. 욕. 백스페이스. 욕.
싸구려 의자에 앉아 자판을 두들긴 지 몇 시간이나 지났지만, 화면의 검은 수직선은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활자로 분대를 편성하여 잠깐 진격하면, 그만큼 뒤로 밀려난다. 손해만 잔뜩 쌓인 참호전이었다. 관자놀이를 타고 저릿한 피로감이 올라온다.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 손바닥으로 눈두덩이를 지그시 문지르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다. 오히려 입이 쩍 벌어지며 긴 하품이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기에, 박사는 책상 주변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졸음 깨는 껌? 진작에 깡통이 되었다. 옆에 두었던 머그컵에서는, 각얼음만 잔뜩 남아있다. 커피 포트도 바닥을 드러냈다. 아니 그러기 이전에 필터는 청소했는지 의문이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열어본 서랍에서는, 먹고는 치우지 않은 스낵 봉지만 발견되었다.
한 마디로 축약하면,
좆됐다.
비장의 카드는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 참는다면, 자기 스스로가 흐물거리는 액체 괴물처럼 데스크에 들러붙을 지경이다. 숨을 가다듬고, 박사는 책상 너머의 소파에 뻗어있는 수르트에게 말했다.
"수르트, 아이스크림 남는 거 있으면 하나만."
아이스크림에 꽂혀있던 붉은 시선이 자신에게 쏘아진다. 고해성사를 하자면, 눈길조차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언젠가 수르트가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싫어하는 TOP 3를.
3위. 아이스크림 달라는 놈.
2위. 아이스크림 훔치는 놈.
1위. 아이스크림 먹는데 방해하는 놈.
1위와 3위를 동시에 석권하는 영광을 차지했음에도, 아이스크림 막대가 날아오지 않은 것만 해도 크나큰 성과다. 이제 수르트가 한숨을 내쉬면서, 냉장고에서 하나 가져가라고 말만 해준다면...
순간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반응은 무시도, 거절도 아니었다.
존나 뻣뻣하게 솟구친 중지, 그것이 수르트의 대답이었다.
"이 씨발년아!"
수르트, 제발 하나만 양보할 수 없을까?
어이가 없다. 속내와 꺼내야 할 말이 혼동을 이룰 만큼, 박사의 혈압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씨발 저 년이 지금 쳐먹고 있는 존나 큰 하프갤런도 내 사비에서 뜯겨나간 피 같은 아이스크림이다. 그렇다고 하루에 한 통만 먹냐? 그것도 아니다! 저 싸가지 없는 년은 아침 점심 저녁마다 하프갤런을 먹는다! 저 년이 어떻게 불의 마검을 다루는지 알 수가 없다! 저 씨발년은 분명 혈액 검사를 하면 바닐라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 흐를 것이다!
"뭐? 박사, 지금 나한테 씨발년이라고 했어?"
"그래, 이 씨발년아! 아이스크림으로 월급 탕진하는 미친 년아!"
"이 씨발! 민트초코라도 주려고 했는데... 뭐? 미친 년?"
"미친 년아! 민트초코 먹을 바에 혀 깨물고 자살한다, 씨발!"
"이 씨발 박사, 야 개새끼야! 오늘 레바테인 맛 좀 봐야 정신을 차리겠다?"
"좆까! 씨발! 나 뒤지면 넌 씨발 하프갤런은 고사하고, 비비빅 먹을 돈도 없는 거지깽깽이잖아!"
"이 씨발새끼야!"
레바테인!
로도스는 그렇게 멸망했다.
7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