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P.M. 날씨/맑음

로도스 함선, 제 3 선실, 특별 감금실 내부




"..."


"자, 자! 뭐해~! 이 쪽 보라니까~"


조금 전부터 클로저라고 불리던, 어느 살카즈가 카메라 한대를 들고 이쪽으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상대의 목소리는 분명 천진난만한 말투였으나, 그 이면에는 쉬이 눈치 채기 힘든 격앙이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그렇겠지. 저 아이도 로도스의 일원일테니. 내게 원한이 있는건 당연하겠지.

탈룰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심문이라도 하려는 건지 대화를 여러번 시도했었지. 하지만 내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으니 대화를 이끌어낼 방법을 바꾼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말 할 수 없어.


"..."


라며 탈룰라는, 무언가 불편하기라도 한건지 오른쪽 허벅지를 들어 왼쪽 허벅지 위에 포갰다.


그 미묘한 장면을 클로저는 놓치지 않았다.


"어이, 탈룰라씨~ 너 슬슬 아까전부터 허벅지를 가만 냅두질 못하던데에~"


클로저가 내심 즐겁다는 듯 히죽거리며 내뱉었다.


"..."


로도스에게 패배한 후, 포박당한 채 수송기에 실려와 이 자들의 함선 내부의 아츠 차단 기능이 있는 감옥에 갇힌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첸도, 이들의 우두머리인 카우투스 소녀도 찾아왔지만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직 재판도, 죽임도 당할 수 없었다. 이것은 나 자신의 이기적인 보신을 위한것이 아니다.


분명한 건, 이 대지에 화염을 퍼뜨린 자로서의, 그리고 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업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모는와 고통은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충분히 견디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강인한 그녀의 의지와 달리, 그녀의 [방광]은 그러지 못했다.


"...읏"


탈루라의 방광은 점점 빠른 속도로 통증이 더해지고 있었다. 아랫배에 힘을 주기도 힘들어 허벅지를 슬쩍 들었다 모았다 하며 견딜 수 밖에 없었다.




이건 혹시 클로저란 자와 함께 찾아온 박사란 자의 농간인가...

탈룰라의 불타는 듯한 눈동자가 클로저 옆 의자위에 태연히 앉아있는 남자를 응시했다.

...저 남자는 클로저와 함께 문을 열자마자 대체 어디서 구한건지 모를 리유니온 시절 제복을 가지고 들어와 느닷없이 갈아 입으라고 했었지


--자기가 보는 앞에서 말이야.


그리고 자신들은 범죄자 신분을 존중한다는 둥, 위선인지 진심인지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건강에 좋다면서 퓨어스트림의 천연수를 마시라고 내밀었다.

아니, 사실상 강제로 마시게 한거나 마찬가지.


그 결과가... 지금...


'못 참겠어'


그녀는 결국 두 손으로 국부를 틀어 막으면서 까지 오줌을 참았다.

쿡쿡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자존심이고 뭐고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몇 분 안에 실수해 버릴 것 같은 초조함, 저 살카즈가 들고 있는 카메라.

...확실한 건 나에게, 패배한 리유니온의 리더에게 확실한 수치를 안겨주려는 것.


박사라 했던가. 그 유명하신 살카즈 학살자... 하, 그 악명높은 괴물의 취향도 참...


탈룰라는 속으로 조소했지만 정작 수치를 당할 대상은 자신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해결법을 알려줄까"


탈룰라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박사를 쳐다봤다.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가 이래봬도 상당히 자원이 쪼들리는 회사라서 말이지... 더군다나 네 덕에 수 많은 인재가 죽어 버렸지"


대단히 골치아프다는듯 관자놀이까지 눌러가며 박사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젊은 인재들을 육성하는 과제가 시급해"


"..설마 날 더러 너희 햇병아리들을 훈련시키기라도 하라는 거야?"


"끊지말고 들어봐. 네가 [봉사]할 방법은 많이 있으니깐"


무엇을..?


훈련..? 아츠?... 자...원... 설마...!


무엇을 시키려는지 이해한 탈룰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그녀의 하얀 얼굴은 수치로 물들어 갔다.



클로저가 가져온 바구니에서 유리캡슐을 하나 집더니 박사는 탈룰라가 가장 원치 않던 행동을 지시했다.


"너도 감염자인 이상 신진 대사가 오리지늄의 영향을 받을 터"


--안돼


뾱! 하며 박사는 유리 캡슐을 분리하고 한쪽 면을 탈룰라에게 내밀었다.


--하지마


클로저는 흥얼거리며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다. 곧이어 박사의 사형선고가 떨어졌다.


"지금부터 여기다 아케톤을 담아 줘야겠다."










며칠 뒤, 박사와 아미야는 복도를 거닐며 드넓은 대지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위기협약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 많은 아케톤 응집체... 그것도 무려 번들! 이 많은 번들이 어디서 나셨어요?!"


"덕분에 작전 인원을 분배해 용문폐 수집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순진무구하게 기뻐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박사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헬라그에게 먹이... 아니 육성하고. 내일은 또 첸에게 먹이고...


오리지늄 원석밖에 먹을게 없던 박사도 새 간식이 생겨 내심 즐거웠다. 한 두개씩 슬쩍해도 없어질 걱정은 없었다.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