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자주 사용하던 무전기, 가방, 머리핀...

항상 급하게 챙겨 나가느라 어질러진 서랍까지, 그녀 자신을 제외한 그녀의 모든 것은 멈춰 있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내가 첸의 방문을 직접 여는 것은 처음이었다. 슬쩍 신발을 벗고 들어섰지만 그녀는 이미 없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항상 첸은 이 시간에 이미 샤워를 끝마치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임무 브리핑을 받고 있었을 터인데.

살면서 농담 한 번 허투루 듣지 않는 첸 경관나리께서 어쩐 일일까. 그러나 불을 켜도, 그대로 날이 밝아와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 로도스라는 곳에서 질 나쁜 농담이라도 배워 온 걸까.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그만 둬.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건 내심 예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첸은 한참 전부터 여기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가 언제나 성실하고,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조금씩 틀어지는것도 알아차리지 못 했다. 물론 이건 변명에 불과하다.

첸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녀의 삶에 있어서 나는 이야기의 조연ㅡ 아니면 고작 무대 장치였을 뿐일지도 모른다.

분명 싫어했겠지. 아픔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실없는 웃음거리나 던지는 꼬라지에서 첸은 탄식 외의 아무것도 건질 수 없었겠지.

그녀는 숨기고 있었지만 또한 자신의 처지를 언제나 행동으로 증명하려고 했다. 특히나 내 앞에서는 더더욱.


어째서 하필 나야? 첸에게는 믿을만한 친구가 훨씬 많았으리라.

그러나 그녀가 말한 대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라는 것이다.

그래, 첸은 이미 수많은 신호를 보냈다. 그 덕분에 슬퍼해야 하는 것은 내가 되어 버렸다.


아니, 이것은 첸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분명... 아닐거야, 그래. 나는 고작 이 정도로 그 녀석의 험담이나 하려는 게 아냐...

...싫어하거나 하진 않겠지. 다만 의아할 뿐이다.



사실 이 볶음 우동도 너 주려고 사온건데.

차라리 내가 볶음 우동을 배워서라도 네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어. 내가 그렇게 하기로 정했으니까.

그리고 근위국의 수많은 당면 과제들이나 그 골치아픈 뒷골목의 패거리들, 어쩌면 네 가족문제...

도와달라고 한 마디만 했어도 기꺼이 너를 위해 내 방패가 닳는 것을 마다하지도 않았을 걸.

물론 문제가 있었다면, 너는 그런 부탁을 하지 않는다는 걸 내가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부정했다는게 아닐까.


하하, 그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겨우 젓가락질 한 번으로 우동을 전부 건져가려고 하다니.

그래도 네가 꼭 먹어봤으면 하는 새로운 맛이 나왔거든. 나중에 만난다면 꼭 같이 먹으러 가자.



항상 말이지... 나는 타이밍을 놓쳐. 이렇게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지껄여봤자 들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는데...

나는 너만큼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나도 내가 이렇게나 멍청한 줄은 몰랐다.

왜 항상 네가 무리할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걸 알면서도 이번에도 알아채지 못한 걸까?

전투에서 복귀할 때마다 항상 나는 아직 멀었구나 느끼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너무 무력한 감각이야.


너를 잃는다는건, 나는, 나는......




......정신을 좀 차릴까.



얼굴을 씻어 내렸다. 나답지 않게 추한 모습을 보였다.

첸이 경찰로서의 가면에 눌려 결국 자신의 얼굴을 모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던 것처럼

나도 결국은 무언가의 이미지에 눌려서라도 남은 생을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첸과 함께 근위국에서 일했던 나날은 내가 죽을 때까지 나의 삶을 지탱하는 튼튼한 기둥이 될 것이다.

두번 다시는 만들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인생이니까 말야.




네가 로도스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때 근위국을 휘어잡았던 한 마리의 용도 단지 테라를 휘감는 거대한 그림자 앞에서는 희생양일 뿐이었다.


희미하게 먼 데서 두리뭉실하게 흐늘거렸던 모든 어둠이 갑작스레 현실이 되었다.

더 이상 "아가씨"와 다툴 일도 없겠네요, 돌아가신 첸 경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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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이 광석병으로 죽은 뒤의 호시구마가 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가 테마임

글자 제한은 없었으니까 N행시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