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gall.dcinside.com/hypergryph/97452



그녀의 말을 끝으로, 다시 두 사람을 감싸는 공간에 섬뜩한 정적이 찾아온다. 가습기가 뱉어내는 건조한 바람과, 벽에 걸린 시계가 찰칵이며 넘어가는 초침. 그것들이 방을 장식하는 소리의 전부였다. 머리를 쓰다듬던 박사의 손이 점점 멀어진다. 그는 답장 대신 숨을 고르며 그녀를 밀어내고는, 건너편에 배치된 1인용 소파에 몸을 맡겼다. 박사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규율을 어긴 소금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따금 그의 손아귀 사이로 흘러나온 괴로운 신음이, 아미야의 시간까지 칠흑같이 물들였다.


대기를 타고 퍼지는 음산한 침묵이 아미야의 시선에 떨림을 덧입힌다. 그녀는 박사의 대답을 재촉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표정이 어땠을지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썩 즐거운 얼굴은 아니었으리라. 자신의 마음을 있는 힘껏 그에게 쏟아넣었지만, 돌아온 온기는 없었다. 더는 박사에게 내어줄 난기가 남아돌지 않았다.


시계의 가장 얇은 바늘이 수십 번을 움직였지만, 그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못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하다. 한 발짝 앞에 있는 선을 넘기에는 "양심"이란 이름의 철사 올무가, 그의 발목을 조여들고 있겠지. 박사가 침묵하는 원인이, 방금 전까지 몸을 섞었던 그 여자라고 아미야는 생각했다. 정적을 부수는 방책은 미리 준비해뒀다. 단 한 마디면, 박사를 주저앉히기 충분하다. 조금 미움은 받겠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한참을 꼼지락대던 아미야는 마음을 다잡고 박사에게 말을 걸었다.


"에이야 씨가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못 볼 테니까요."


"……뭐라고?"


"제가 치웠다고요, 박사님."


아미야는 태연하게 목을 긋는 시늉을 보이고는, 탁상 위에 발갛게 얼룩진 발을 올려놓았다. 박사는 아직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는 얼굴이었다. 힌트만 주자니 답을 영 찾지 못할 모양새였기에, 그녀는 정답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미야는 손 끝으로 자신의 발을 가리키며,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이 피, 제 거 아니에요."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사리분별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니다. 핏물을 단숨에 빨린 고깃덩이처럼,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하얗게 물든다. 박사는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며 아미야에게 달려들었다. 그 바람에 중앙에 있던 테이블이 엎어지며 아미야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목을 두 손으로 죄었다. 아미야의 시선에 들어찬 그의 두 눈동자는, 핏줄이 매섭게 선 채 시퍼렇게 타오르고 있었다. 호흡을 차단당한 가슴팍이 조금씩 수축하기 시작한다. 머릿속에 새하얀 빛이 몇 번이나 점멸했지만,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계속 말했다.


"박사님이 잘못한, 거예요…… 박사님이,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


"조용해."


"이제, 저도 죽이실, 거예요?"


"닥치라고."


"제가… 무서우세요?"


이제 박사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목을 더욱 세게 옭아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이성이 바닥난 교수대처럼, 기계적으로 아미야의 숨을 끊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품 안에서 눈을 감는 것도 괜찮은 결말이겠지. 하지만 그보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었다. 개인실에 가져온 물건이 그녀의 옷 주머니에서 애처롭게 달그락거린다. 아미야는 그것을 꺼내들어 그의 목덜미에 꽂아넣고, 엄지누름대를 눌렀다. 박사의 악력이 느슨해진다.


"뭘 주사한… 거야."


"일단은 진정하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사가 줄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껏 졸렸던 목이 자유를 되찾자, 고통을 호소하며 거친 기침을 토한다. 간신히 숨을 고른 아미야는 그의 목에서 덜렁이는 주사기를 조심스레 뽑고는, 그를 소파에 조심스레 뉘었다. 그녀는 바들거리는 박사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나 싶어서 챙긴 건데, 들고 오길 잘했네요."


"무슨 짓…이야."


"그 년이랑 붙어먹은 박사님이 잘못한 거예요."


아미야는 자못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박사의 허리춤에 올라탔다. 약물의 효과가 벌써 돌았는지, 돌핀 쇼츠 아래에서 무언가 빳빳하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입맛을 다시고는, 박사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대로 정지되어 버린 그의 얼굴을 그러쥔 채, 느린 속도로 낙하한다.


한 팔 정도의 거리가 한 뼘 길이만큼 짧아졌고, 그 다음은 중지만큼, 이윽고 서로의 숨이 뒤섞이는 간격까지 좁아진다. 깊이 숨을 삼키듯 아랫입술을 머금는다. 행인의 두터운 옷을 벗기는 태양처럼, 그의 여린 점막을 자극하며 굳게 닫힌 하얀 성벽을 비집고 들어간다. 씁쓸한 타액이 입 안에 스몄다. 박사에게서 전염성이 강한 열꽃이 피어오른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를 들으며, 아미야는 그의 안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혀 밑을 살짝 두드리는 콜레뇨, 까끌한 혓바닥 위를 스치는 하모닉스, 이후 데타셰를 거치다가 마무리는 치아 위를 톡톡 뛰어다니는 스타카토.


정전이 찾아온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직 감각 뿐이었다. 솜사탕처럼 지독하게 달큰했지만, 그만큼이나 쌉쌀한 맛. 밤에 커피를 마신 모양인지, 그의 입 안에서 산미가 짙은 원두 향이 물씬 올라온다. 그의 체취가 그녀와 뒤섞이고, 아미야의 향기가 박사의 날숨에 묻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샌달 우드 향이 잔뜩 배어있었다. 박사가 깨어있을 때 처음으로 한 키스였지만, 기쁘다는 감정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불쾌했다. 그녀가 입술을 떼자, 둘의 사이를 잇는 희멀건 선이 거미줄처럼 늘어지다 이내 모습을 감춘다. 아미야는 타액을 삼키고는, 박사의 머리를 뒤로 확 젖히며 경고했다.


"그냥 받아들여요, 제발…… 가만히 있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겨우 이런 이유로 사람을, 너 미쳤어?"


"겨우 이런 이유… 재밌네요."


아미야는 박사의 말에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그녀는 손가락을 직각으로 세워 그의 가슴팍을 꾹 누르고는, 아주 느리게 박사의 가랑이를 향해 선을 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맞닿은 허벅지를 타넘고 그의 요동침이 물씬 밀려든다. 아미야는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실실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이거보다 더, 시시한 이유로도 죽을 수 있어요, 박사님."


"우리 식구를 죽인 거라고!"


개인실에 틀어박혀 식음을 전폐할 때, 얼굴도 비추지 않았던 사람이.


우리 식구?


그의 고함에 살짝 심술이 생긴다. 아미야는 박사의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까끌한 그의 머리칼이 코 끝에 스치며 아찔한 향을 흘린다. 그녀는 박사의 귓볼을 살짝 깨물고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까불지 마요, 박사님. 자꾸 그러면 잡아먹고 싶어지니까……."


그에게 잔뜩 으름장을 놓던 아미야는 갑자기, 둔덕을 파고드는 기이한 촉감에 눈을 아래로 돌렸다. 박사의 가랑이 안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부풀어, 자신의 속옷 밑에서 움찔거리고 있었다.


약물이 들어가긴 했지만, 발현이 너무 빠르다. 설마 내 말에 반응한 걸까. 아무래도 자신이 깔고 앉은 이 사람은, 어지간히 피학적인 성향인 모양이다. 아미야는 새로 알게 된 그의 취향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박사님, 이거 뭐예요?"


"아미야, 좋게 말할 때 제발……."


"말 한 번 했다고 발딱 세우셨네… 박사님, 변태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맛이 도는 건 사실이었다. 굵직한 기둥이 속옷 아래서 움찔거릴 때마다, 치골 부근에서 전류가 짜르르 퍼진다. 이런 미동에도 배가 달아오르는데, 직접 문지르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한 번도 그의 몸을 이용해서 자위한 적은 없었으니까. 아미야는 허리를 더욱 내려 자신의 음부를 박사의 가랑이에 밀착시키고는, 조금씩 골반을 흔들기 시작했다.


전진과 후진, 다시 앞으로 치고 나간 후 느린 후퇴. 천천히 열이 오르는 아랫배의 온기를 음미하고, 박사의 쇄골을 핥은 후에 그와 혀를 섞는다. 당연히 손으로 욕정을 달랠 때만큼 신경이 날카롭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몸으로 욕구를 해소하는 중이니, 기분만큼은 최고조였다. 그러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상쇄로, 원점에 가깝다. 엄밀하게 말하면, 혼자 해결할 때보다 좋았지만.


속옷 위를 문지르며 한참을 예열한 결과, 몸의 감각이 천재가 지나간 폐허보다 엉망이다. 분명 여름의 새벽일텐데, 어째서 입김이 날까. 아니 어쩌면 머리가 흐물흐물 녹아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아서, 입에서 연기가 난다고 착각하는 걸까. 눈 앞이 방송이 끝난 텔레비전 화면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한껏 흥분한 심장이 북처럼 둥둥 울린다. 실어증 환자처럼 입에서 우스운 소리가 연신 터져나왔고, 머리는 고장난 타자기처럼 한 단어만을 연신 입력했다.


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박사님


이윽고 짧은 여운이 끝도 없이 몰려들며, 가슴 속 퓨즈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긴 채, 한참을 바들거리며 절정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간신히 되찾은 시야에 들어온 박사의 옷은, 흘린 기억이 없는 자신의 타액으로 물들어있었다. 허벅지는 굳이 체크할 필요도 없었다. 잔뜩 새어나온 애액 때문에 속옷이 질척였으니까. 아미야는 코 끝으로 박사의 콧날을 간지럽히며 입을 열었다.


"처음치고는, 꽤 잘하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낯간지러운 질문이었다. 칭찬받기 위해 주인 앞에서 헥헥거리는 강아지, 딱 그 정도의 심정. 물론 살랑거릴 정도로 긴 꼬리가 달리지는 않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자연스레 조바심이 생긴다. 아미야는 내면에 짙게 깔린 긴장을 애써 숨기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많이 연습했어요. 저, 잘했어요?"


"그래, 잘했어. 알겠으니까 제발 멈춰. 이건 아니야, 아미야."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의 말을 천천히 되짚어본다. 그래. 잘했어. 아미야.


합격점이라는 소리겠지. 그녀는 박사의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자고 결정했다. 아미야가 박사의 허리춤에 난 지퍼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그러자 힘겹게 구겨져있던 그의 물건이 속옷을 뚫을 기세로 솟아올랐다. 이미 회색 드로즈의 천 부분이 조금 젖어있다. 아예 속옷과 바짓춤을 동시에 잡아 밑으로 내리자, 그 곳에는 천장을 향해 딱딱하게 치솟은 박사의 물건만 애처롭게 남아있었다. 어지간히 흥분했는지, 벌써 귀두 끝에는 말간 물방울이 몽실 맺혀있었다. 손가락으로 그 끝을 건드렸다 떼어내니, 끈끈한 선이 늘어지다가 힘없이 끊어진다.


좁은 곳에 갇혀있던 음란한 향이 대기 중으로 퍼져나가며, 간신히 기워놓은 아미야의 이성을 잘라먹는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박사의 물건은, 예전보다 더욱 굵고 딱딱했다. 손으로 잡으니 예상은 확신으로 진화했다. 두 손으로 잡아도 벗어나는 길이와 굵직하게 돋은 핏줄에, 저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간다. 그녀는 음경의 뿌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쓸어올리며 말했다.


"역시 깨어있을 때가 훨씬 크시네요."


"그게… 무슨 말이야."


"몇 번이나 입에 물었던 건데, 그 정도는 알아요."


아미야는 박사가 잘 볼 수 있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혓바닥을 살랑살랑 놀렸다. 그리고 그 끝으로 박사의 기둥 밑 부분부터 천천히 핥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의 성기가 번들거리는 타액으로 점철될수록, 박사의 몸이 조금씩 부들거린다. 박사의 반응을 보며 장난을 치던 그녀는, 곧장 그의 귀두를 집어삼키고 천천히 입 안으로 받아들였다. 박사의 음경이 민감하게 돋은 혓바늘을 지나고, 목젖을 뭉근하게 억누르며 목 너머까지 넘어간다. 진득한 육향이 타액과 뒤섞이며 그녀의 입 안을 가득 메웠다.


오늘따라 더욱 커진 물건 때문에 숨이 턱하니 막혔지만, 그 정도는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망치로 못을 찍어누르듯 그를 집어삼킨다. 빼낸 후에는 다시, 뿌리가 목구멍에 닿도록 때려박는다. 이후 반복. 눈시울이 달아오르며 새벽녘의 유리창처럼 김이 서렸지만, 오로지 그의 정액을 쥐어짜는 일에 몰두한다. 이따금 컥하고 헛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박사의 성기에 짓눌리며 다시 폐 속으로 낙하한다.


자신의 욕정에만 충실한 기계적인 템포. 욱신거리는 아랫턱과 가빠지는 숨을 배제한 착정이었다. 이따금 박사의 얼굴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지만, 눈물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대신 거친 신음만이 아미야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무래도 그의 본능이 이성을 이긴 모양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박사의 성기를 구석구석 핥아주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숨이 한계에 이르렀을 즈음, 박사의 허리가 튀어올랐다. 그리고 성문을 두들기는 충차처럼, 아미야의 입 안에 몇 번이고 백탁액을 토한다. 갑작스런 사정이었지만, 그녀는 그의 물건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더없이 흥분했지만, 목으로 넘어가는 이물감을 차분하게 곱씹으며 박사의 배출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폭발에 가까운 사정이 멎은 후에야, 아미야는 물고 있던 음경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마저 삼키지 못한 정액이 침과 뒤섞여 실타래처럼 길게 늘어지다, 그녀의 손을 끈적하게 더럽힌다. 아미야가 자신의 아랫입술로 빠져나온 타액을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헤헤… 싫다고 하신 분이, 많이도 싸셨네요."


"이제 그만… 아미야 제발."


흐느낌에 가까운 박사의 말을, 애써 외면한다. 고막이 듣고 싶지 않은 단어를 필터링하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가 뱉어내는 음절 하나하나가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더는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몸을 더럽힌 냄새를 닦아낼수록, 그의 마음 한 켠에 틀어박힌 "에이야퍄들라"라는 이름이 더욱 진하게 향을 흩뿌렸다. 입술의 안쪽이 잘근거리며 비린 맛이 번진다. 통제할 수 없는 불안감이, 아미야의 신체 곳곳을 짓눌렀다. 그녀는 떨리는 입꼬리를 힘겹게 억누르며 말했다.


"그 년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당장이라도 발사될 것 같은 언어의 포격을 간신히 억제한다. 말투는 느렸지만, 부정의 농도만큼은 녹록지 않았다. 박사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힘겹게 조절하며, 다시 그에게 물어본다.


"왜 그 사람이에요?"


"아미야."


"진짜 그러는 거 아니예요 박사님."


"미안해."


"제가 훨씬 오래 봤고, 먼저 좋아했어요."


"미안해."


"그런데 왜, 제가 아니라 그 년이에요……."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지 마요,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심장이 하늘에서 고공낙하를 시작하고,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익사한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절망에, 아미야는 그의 옷자락을 붙들고 숨을 헐떡였다. 애정과 그것에서 파생된 증오, 유애와 애집. 그 모든 감정들의 끝자락은, 오직 슬픔 뿐이었다. 절망에 짓무른 눈물이 짧은 추락 끝에, 박사에게 떨어지며 산산이 흩어진다. 눈물기가 배인 짭짤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이럴 거면, 왜 저한테 잘해줬어요."


"아미야, 나는…."


"사람 가지고 노니까, 좋았어요?"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라고요!"


시퍼렇게 벼려진 울분이 터져나온다. 아미야의 손에 실린 북받치는 감정이, 박사의 뺨을 거세게 후려친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그의 얼굴이 충격으로 인해 슬쩍 돌아갔다. 맞은 부분이 붉게 물들었지만, 박사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그의 이마에 맞대었다. 눈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은, 내면이 도려진 채 무저갱을 떠도는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아미야가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님이 먼저 시작하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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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좆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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