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마감을 치고 퍼져있다가
문득 나는 다른대회 출품을 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내가 나름 설정을 깊게 팠어도
3만원선에서 끊을 수 있는 요리를 못찾겠다는거였다
꿀쿠키는 꿀이 비싸고 오븐도 필요하고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가
예전에 썼던 단편소설이 생각났는데
크림스튜..
그러고보니 나는 크림스튜를 먹어본적이 없다
그 지브리영화나 서양판타지 보면
스튜를 끓여서 먹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요리의 ㅇ도 모르지만
막 요리같은걸 해본적 없는 떠돌이 검사도
채소 좀 있으면 뚝딱 만들어내는 요리.. 라고 소설에서 읽었다
이건 나같은 뉴비에게도 안성맞춤이구나
그래서 굳이 따지면 3차창작으로
불칸이 만든 크림스튜에 도전해보았다
재료총합은 2만4천원선
버터도 살 생각이었는데 사는순간 가격이 폭등하더라
그래서 이대로 시작했다
일단 채소껍질을 벗기고 잘라서 한입크기로 만든다
먼저 집에 있는 필러를 써서 감자를..
어...
이거 어떻게 쓰는거지
아니 분명히 집에 있는건 그 Y자에 가운데 그게 있었는데
갑자기 처음보는 놈이 집에 있네? 누구세요?
멘붕에 빠진 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나의 머리에
번뜩하고
예전에 집밥 백선생을 본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감자껍질은 숟가락으로 팍팍 긁는게 잘 벗겨져유'
'와! 정말 잘 벗겨져요 선생님!'
어떻게 해결했다
어깨는 존나게 아프지만
그리고 다시 야채들을 손질하고(재료 많아서 이렇게 올림)
팬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갈빗살을 넣고 볶는데
이 사진은 못 찍었다
고기를 잘랐던 도마위를 칼로 긁어서 넣었더니
도마에 있던 물기랑 달궈진 기름이 만나 폭발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기엔 주변으로 총탄과 포탄이 날아다녀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
결국 불을 끄고 새 팬에 다시 볶았다
어우씨 기름 좀 뜨겁더라고..
그리고 잘라뒀던 야채를 웍에 투척!
.. 이거 못해도 5인분 나오는 대형웍인데?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러는 사이에 옆에서는 다른 일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일단 보통 스튜에 쓰는 루는 밀가루, 버터를 볶은건데
나는 그러기엔 너무 똥손이라
시판 크림스프를 사오고
거기에 다른 요리갤에서 조언을 얻어
치킨스톡이랑 우유를 부어 국물을 만들었다
뭔 말인고 하니
이 씨불것의 가루가 존나게 안풀리고 엉겨붙는데
옆에서는 엄청난 양의 채소가 볶지도 못할 정도로 넘쳤다
결국..
그냥 때려붓고 존나 휘저었다
문득 동화속 마녀가 왜 그리 솥을 젓고있는지 깨달았다
이거 안 저어주면 다 엉겨붙어서 좆되버리니까
그 이유 외에는 없을거다
그래도 버섯이랑 양파는 볶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두 재료를 볶았다
이거도 부피가 엄청나더만
그래도 볶을 정도는 되서 중식 웍질하듯이 해줬다
그리고 한 5분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왼손으로 웍질하고 오른손으로 냄비젓고
그 와중에 바람이 존나 불어서 문간에 불이 좀 옮겨붙었던
그 정도만 기억 날 뿐..
그리고 적당히 볶다가 그냥 한꺼번에 부었다
그래서 이건 조졌구나 하고 있었는데
? 냄비 속 상태가? 꽤 괜찮다?
????
그래서 안에 안볶고 넣은 감자, 당근이 있으니까
푹 익으라고 10분간 강불로 놓고 존나 저으면서
맛을 보니까
존나 짜 ㅅㅂ
생각해보니 스프가루도 소금간이 있고 치킨스톡도 있다
그래서 물을 부을까, 붓고 조지면 맹탕인데.. 하고 고민하다가
만화에서 회상씬에 들어가듯이 집밥 백선생이 떠올랐다
'짜면 물 넣고 밍밍하면 끓이면서 증발시키면 되유'
'쫄지 마세유!'
선생님..!
그래서 물 조금씩 부으면서 완성시켰다
불칸이 만든 크림스튜!
짜거나 맛이 개판 아닐까 하면서 먹었는데
이거 맛이 꽤 괜찮다, 아니 맛있다!
약간 채소 특유의 향이 남아있지만
부드러운 스프와 살짝 노곤하게 익은 속재료들이
입안을 따스하게 감싸고 뱃 속을 채워준다
싱글벙글하면서 완식했다
배부른채로 천천히 생각했다
소설에서는 방랑검사가 대충 썰어만든 스튜를
주인공에게 대접하는 그런 장면이 종종 있는데
그런 고수도
이런 전쟁같은 요리를 정성스레 만들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하고 던져주듯이 건네줬겠지..
이새끼 츤데레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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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 급하게 만들었고
초보의 실력으로 엉망진창 만들어낸 요리지만
그래도 대회에 참여해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자 한다
이 영광을 tv프로그램으로 멘토링 해주셨던
백종원 선생님과
크림스튜라는 음식을 떠올리게 해주었던
불칸과 케오베에게 돌리고싶다
그럼 이제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집을 홀라당 태워먹을뻔해서
부모님한테 조져질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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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짝
고마워요 백선생?
등짝엔딩 ㅇㄷ
진짜 불효자였노
효자(불속성)
게이는 요리를 지마식으로 하노ㅋㅋㅋ
요리하는 지마 따먹고싶다
막줄추
일단 살아야하니까 렌지닦아서 점수따자
너 좋은 생각이야 - dc App
크림스튜는 불칸식인데 왜 요리는 케오베가 하노 ㅋㅋㅋㅋㅋㅋ
콘ㅅㅂㅋㅋㅋㄲ
케오베의 크림스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꽃효자ㅋㅋㅋ - dc App
와 가스렌지 너무 오랜만에봄
필력 흥미진진하네ㅋㅋㅋㅋㅋㅋ
스튜랑 카레같은게 원래 존나 많이해서 뭉근히 오래 끓이는거긴 해 ㅋㅋㅋㅋ 우리나라 김치찌개, 곰탕 포지션임 처음 할땐 귀찮지만 잔뜩 해놓고 할때마다 대워먹는.. 개인적으론 고기랑 양파 마늘만 먼저 색내서 볶고 나머지는 다 때려넣고 끓이는게 편함
어쩐지 내가 잘못한게 아니구나
엇쉬 내가할라했는데 뺏겼네 난 마터호른젖으로 만든 크림스튜해야하나 - dc App
님 대회 2시간 남았는데 가능함?
조땠네 포기 - dc App
먼소설임 그래서?
스노우상트의 야식탐험 - dc App
케오베가 슨상이한테 꿩아 이지랄 한 적이있었나? 싶었는데 소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