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신 대로 미국(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일본(1990년대 버블 붕괴) 등 해외의 뼈아픈 선례가 버젓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는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수억 원대로 늘리고, 심지어 정부가 전세금을 100% 대신 돌려주는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까지 만들며 링거를 계속 꽂았습니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바보라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경고등을 무시하고 폭탄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정치공학적 이유'와 '한국 부동산 시장의 독특한 인질 구조'가 있습니다.
1. 선거와 표심 : "당장 월세 살라는 거냐?"라는 저항정치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표'입니다. 전세대출과 보증을 줄인다는 것은 시장의 유동성(돈)을 죄어서 전셋값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조치입니다. 구조적으로는 맞지만, 당장 실행하면 과도기적으로 세입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습니다.
대출 보증을 줄이면, 서민들은 당장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강제로 월세 전환'을 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월세는 '매달 생돈이 사라지는 주거 형태'라는 인식이 강해 국민적 저항이 엄청납니다.
어떤 정부든 "서민 주거 안정을 하겠다면서 왜 서민들 대출을 막아 월세 난민을 만드냐!"라는 야당과 여론의 포화를 견디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즉, 치료(대출 축소)의 고통이 너무 커서 병을 키우는 진통제(보증 확대)만 계속 놨던 셈입니다.
MB 정부가 전세대출의 물꼬를 텄다면, 박근혜 정부(2013~2015년)는 이를 거대한 '부동산 부양책'으로 본격 활용했습니다.
당시 대출 보증 한도를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고, 소득이 없는 사람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문턱을 낮췄습니다.
이때 '안심전세대출(HUG)'이라는 상품이 나왔는데, 집주인이 떼먹을지 모를 전세금까지 나라가 100% 보증해 주는 보험 성격의 제도였습니다.
진짜 목적은 민간 자금(전세금)을 지렛대(레버리지)로 삼아 부동산 매매 시장을 떠받치는 것이었습니다. 세입자가 나라 보증으로 대출을 많이 받아 전세금을 올려주면, 그 돈이 고스란히 집주인(유주택자)에게 들어가 부동산 시장이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매매 대출(주택담보대출)을 엄청나게 규제했습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목적이었죠. 하지만 '서민 지원'이라는 명목 때문에 전세대출과 보증은 손대지 못하고 오히려 확대했습니다.
매매 대출이 막히자 투기 세력과 실수요자 모두가 전세대출 보증을 우회로로 삼았습니다.
서민 주거 안정하라고 만든 전세보증 100% 제도가,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와 결합하면서 "내 돈 한 푼 없이 전세금 받아 빌라 수백 채를 사는 빌라왕"들의 든든한 담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정부 보증이 사기꾼들의 신용등급을 보증해 준 꼴이 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와서 멈추기엔 판이 너무 커졌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전세대출 규모는 수년 전 이미 2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만약 정부가 "이 제도는 위험하니 내일부터 전세보증을 전면 폐지합니다"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입자들이 전세대출을 못 받으므로 전세 수요가 급감합니다.
전셋값이 폭락합니다.
집주인들은 다음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아 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배를 쨉니다.
전국의 수많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고, 집값이 동반 폭락하며, 은행들이 연쇄 부실에 빠집니다.
즉,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똑같은 금융위기가 한국판 전세발(發)로 터지게 되는 구조가 완성되어 버린 것입니다.
⚖+ 뒤늦은 브레이크 작동 중 결국 부작용이 전세 사기와 대규모 전세금 미반환 사태로 터지자, 정부도 뒤늦게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HUG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100%에서 90%로 축소하고, 대출 시 **세입자의 소득과 상환 능력(DSR)**을 따지기 시작하는 등 뒤늦게 '사금융화된 전세'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의 실패를 알고도 멈추지 못한 것은, 정권 유지라는 단기적 이익과 터지면 감당할 수 없는 부동산 거품의 공포 사이에서 역대 정부가 계속해서 폭탄 돌리기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냥 싹다 잘못했네
누락하고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