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괜찮은 글을 봤는데 혼자 알기 아까워서 써봄. 다른데 제출한거랑 내용이 좀 겹치긴한데 뭐 그거 보이면 같은 놈이라 생각하셈


전문적인 게임 연구는 한국에선 없는건 아니라도 좀 보기힘들고 비평이 제대로 구축된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전혀 없는것도 아닐거라 생각함


그래서 논의를 발전시켜보고자는 바람도 있고해서 gamestudies.org 에서 본걸 옮기는 건데, 번역은 아니고 걍 내맘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거 요약하고 정리한거.


그래서 틀릴 수도 있긴한데 걍 이해한만큼 써봄


여기서 '게임적 숭고'라고 쓴건 ludic sublime인데 뭐 다른 적절한 번역이 있는지 모르겠다



-----



플레이어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게임이 결과지향적이라기보다는 과정적이라는건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과정성은 적절히 실천되지 않거나 과소평가 되고 있음



학습 단계(튜토리얼 이상으로)와 레벨디자인을 체스를 배우면서 행마법을 익히는 수준으로 여기는건 게임이 다른 스포츠나 보드 게임이 아니라 '디지털' 게임임을 간과하는 것임


게임성을 내세워 다른 예술 미디어, 특히 영화와의 독립성을 위해 시스템과 상호작용이라는 요소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게이머들 (특히 고전 rpg팬들중에) 사이에선 특히 그런 경향이 있는듯함



여기서 중요한건 이 게임을 컴퓨터를 통해서 구현한다는 것인데, 그건 입출력 사이의 계산을 우리가 하는게 아니라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한다는 뜻임


그런데 여기서 처리 과정이 숨겨짐. 체스 말 옮길 때처럼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게 아니라 그냥 이거누르면 이거 나간다 정도로 기능만 알 수 있는거임


이걸 '블랙박스'라고 부르는데 당연히 우리가 아는 자동차에 달려있는 그건 아니고 내용물을 모른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씀. 컴퓨터 말고도 공학이나 과학쪽에서도 쓰는 말인거같음



7ce48276f5ca758462bed5be14de3c7328304969f6186ea3e57f3d6b7378dc40bcdf


아무튼 이 블랙박스가 중요한건 게임 시스템을 직접 알 수 없고, 소스코드 직접 열어본다 해도 실질적으로 플레이할 때 (예시로 든 체스의 룰을 아는 것과 다르게) 그 모든걸 온전히 이해하고 판단한다는건 불가능함.


사실 컴퓨터가 나서서 대신 해주겠다는 일인데 굳이 직접 할 필요도 없긴하지




이런 성질은 단지 결함으로 남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동안 항상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거임


기존 보드게임에서 예측 불가능성은 같이 하는 다른 플레이어나 랜덤성(주사위로 상징되는)에 있지만 디지털겜은 거기에 더해 본성적인 미스터리를 갖고있음


알아내고 찾는게 중요한 어드벤처 장르는 사실상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봐야겠지


그게 게임이 시스템이나 구조 자체가 아니라 직접 플레이하는 과정에서만 경험될 수 있는 이유가 되는거임


로그라이크나 이머시브심 처음 할 때의 당혹스러움도 룰을 먼저 알아야 제대로 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듯함


그 시스템만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이 경험과정에서 본 걸로 '어떻게 시스템을 해석하는지'의 문제는 소거됨



적어도 다크소울은 이 점을 잘 활용하는 게임으로 보임. 북방의 수용소가 튜토리얼 설계면에서 인상적인 구역이지만


그냥 조작법을 알려주는것만이 아니라 게임 전반적으로 이런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알아내야할 것들이 있음


그걸 플레이어가 발견해야 되는 거임. 그 과정이 디지털게임에서만 가능한 '탐험'도 되는겠지


플레이어 입장에선 다소 수동적인 장면 연출이나 아이템 설명같은 특유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런 개념과 영합하는 것임


다크소울에서는 경험적으로 알게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쓰임. 당장 템만해도 어디다 어떻게 쓰는건지 모호하게 알려주는게 많지





미야자키가 좋아하는 ico 개발자의 딴겜 '라스트 가디언'은 나는 안해봐서 걍 저 gmtk 영상만 보고 말하는거긴한데


저기 나오는 트리코라는 묘하게 생긴 동물은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이고, 그 점을 연출로 활용함


그 핵심은 '어느정도 예측할 순 있지만 완전히 알 수 없는 작동방식' 때문일 거임. 실제 동물들이 그런 것처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컴퓨터의 기계성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단지 추상적으로 그려져서 상상되는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상으로 드러날 수 있음




처음에 게임적 숭고(ludic sublime)라는 개념은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 풍경을 두고 한 말인데


오픈월드는 풍경이 그냥 배경이 아니라 실제로 전부 시뮬레이팅된다는 점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게임 세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주고 그 전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숭고하다'고 함


오픈월드 겜에선 이게 '풍경'으로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만 다른게임들도 결국 세계 전체를 상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함


여기서 숭고는 칸트 미학개념의 숭고를 따름



그런데 '모른다는 점'에서 이런 숭고함이 드는 것이라서 게임을 알아갈 수록 점점 약해지는건 있음


다크소울도 흑기사 글레이브 빠르게 얻는 루트로 가면서 효율 따지며 스피드런을 할 수 있는 식으로.


점점 질서가 잡히면 알아가는 느낌은 줄어들고 전체적인 공간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거임


이렇게 '무궁무진한 세계'에서 '일상적인 놀이'가 되는 변화는 다크소울1 후반부 맵 자체의 구성에도 있다고 말함


후반 지역들은 탐험해야할 세계라기보단 플레이를 하는 공간으로, 서비스로서 존재한다는 관점임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숭고함은 남아있는 거라 봄


전에 다크소울 참여한 개발자가 방송하면서 이 상자에는 왜 인간성이 들어있고 재는 왜 저러고있고 이런거 하나하나 설명해주던거나


고전게임 이스터에그가 십몇년 지나고나서야 발견된다든가 하는 경우가 일단 그렇겠지


꼭 그런거 아니더라도 우리가 게임에서 보는 것들을 그대로 코드로 치환할 수 없는한 웬만큼 질서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상상적인 것일 뿐임


그러니까 완전히 아는게 불가능하다는 본질이 중요함



이 숭고함 때문에 게임은 시스템 자체로 환원할 수 없고 과정적이라는 본질을 가짐


다크소울이 다른 겜에 없는 숭고함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정도의 차이라고 보는게 맞는듯함


리마스터 나온 시점에 다크소울은 이미 웬만큼 다 알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음


당시에 쓰여진 글(마지막 출처)에서는 이런 비유를 함.



"다크소울이라는 게임은 2011년 출시된 이후로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로드란에 돌아오는 매 순간은 망자화를 벗어나고 의미를 찾아 새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원문들

http://gamestudies.org/1103/articles/martin

http://gamestudies.org/1501/articles/vella

http://gamestudies.org/2004/articles/welsh




세 줄 요약


1. 디지털게임은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시스템을 완전히 알 수 없다

2. 그 모르는 부분은 플레이하면서 과정적으로 유추할 수만 있다

3. 그 과정에서 게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느껴지는 것이 '게임적 숭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