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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꽤나 보기 힘든 왕잠자리를 보았다


경계가 심해 사람 곁에 좀처럼 안오는 녀석인데


힘이 다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죽은줄 알았건만 건드리니 꽤나 세찬 날갯짓을 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에도 상당한 기개이다


그의 일평생을 패자로 하늘을 호령하며 살았기에


그는 아직 그의 시간이 다했다는 것만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허물을 벗어내 새 삶을 취한 것처럼


마지막 시간과도 싸워 이겨낼 수 있다 믿고 있을 것이다


왕잠자리는 그 덩치에 걸맞게 보통 잠자리보다 더 큰 활동 반경을 갖는다


몹시 호전적인 성격이라 자신보다 더 큰 장수잠자리나 


여타 곤충들에게도 곧잘 덤벼들고 공격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단순히 사투하는 것뿐 아니라 말벌, 사마귀, 새, 인간, 자동차, 비행기 등


그가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것들 역시 다분하다


그는 수많은 위기의 날에서 모두 살아남아


천수를 누려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하늘을 난 것인데


이것을 천운이라 생각할지


모든 것을 이겨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남았음에도


기다린 것이 구원이 아닌 얄궃은 죽음이란 사실에 절망할지


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그가 죽는 그 순간까지


그는 다시 일어나 날갯짓하길 바란다는 것은 나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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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뜻을 존중하여


그를 풀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제왕은 굳은 몸에서 마지막 힘을 내어


그 발톱을 풀잎에 박는다


그러나 거꾸러져가는 그 몸을 막기엔 부족하다


그는 스러져간다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