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리가 하나 잘려있던 넓적배사마귀 한 마리.
냅두면 그대로 죽을거 같아
그냥 냅둔다면 마음에 걸릴거 같아서
평소에 하지도 않던 짓을 해보기로 했었다.
곤충을 좋아하긴 했지만
맨 손으로 잡는건 무서워서
종이컵을 사서 사마귀를 담고서는 집에왔다.
키우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냥 실온에 넓은통이랑 매달릴 곳만 있으면 되더라.
물고기 키우던 25큐브 어항에 인조식물 큰거 작은거 넣어주고
밥은 1~2일에 밀웜이나 귀뚜라미 한마리씩 줬다.
앞다리 하나가 없는 영향인지 힘이 없는건지 사냥을 아예 못 했다.
잡지도 못 하는데 잡더라도 금방 놓쳤었다.
그래서 먹이곤충 머리를 딴다음에 직접 입에다 대주고 다 먹을 때 까지 핀셋으로 계속 잡고 있어줬다. 이걸 3달넘게 했다.
처음엔 좀 징그러웠다. 다리의 움직임이나 날개가 퍼드득거리는거나 썩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계속 보니까 어느 순간 귀여워보이더라.
아장아장 걷는 것도, 내가 주면 곧잘 먹는 것도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별의 순간이 왔다.
사실 사마귀 수명은 처음 검색했을 때 부터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줄은 몰랐다. 이제는 매달리지도, 사냥도 않는 그저 바닥에 누워 내 눈 앞에서 간신히 고개만 까딱거리는 녀석을 보내줘야한다. 알집도 만들길래 잘 사는줄 알았더니 원래 무정란을 만들면서 노쇠해진다고 하네.
울고 있다. 곤충 한 마리 때문에 울고 있다. 곤충한테는 정이 안 붙을줄 알았는데, 정말 그럴줄 알았는데 아니였던거같다. 내가 주워와서 조금 더 나은 삶이였으면 하는 이기심을 부려본다. 다음생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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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 앞에서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저 멀리 떠났다.

넓적배사마귀 사육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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