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소설이어야 해. 현실이 이렇게 잔인할 수는 없잖아. 그런데 이게 현실이라는 게 더 씨발 웃긴 거지. 술잔을 입에 가져간다. 소주 한 병째. 목구멍이 따갑다. 익숙한 따가움. 2년 동안 매일 밤 느끼던 감각. 그런데 왜 익숙해지지가 않을까. 왜 술을 마셔도 그 새끼 얼굴이 지워지지 않을까.
민수.
이름도 흔하디흔한 김민수. 그 새끼는 2년 전에 죽었다. 자살이었다. 목을 맸다고 했다. 외식업 주방에서. 장사 안 되는 식당 주방에 혼자 남아서 의자 위에 올라가 형광등 철근에 줄을 걸고. 그렇게.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괴로운 걸까. 나는 그냥 친구였을 뿐인데. 그냥 보험 설계사였을 뿐인데. 친구 보험 하나 봐주려고 했을 뿐인데.
"사망보험금 얼마나 돼?"
그 새끼가 물었을 때, 난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보험 설계사답게.
"3억? 설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더 올릴 수도 있고."
그때 그 새끼 눈빛을. 나는 기억한다. 술을 마셔도 지워지지 않는다. 뭔가 간절한, 그러면서도 이미 결정을 내린 듯한 그런 눈빛. 그런데 그때 난 몰랐다. 정말 몰랐다. 설마 그 새끼가.
아니, 진짜 몰랐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신호는 있었다. 장사가 안 된다고, 빚이 늘어난다고,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그런 말들을 했었다. 그런데 난 그냥 "힘내라"고만 했다. "다 잘될 거야"라고만 했다. 씨발, 무슨 근거로 잘될 거라고 했던 거지.
***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고1 3월. 새 학기 첫날. 나는 교실 맨 뒤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일부러. 눈에 안 띄게. 선생들 눈에 안 띄면 집에도 연락 안 가니까. 아버지한테 맞을 일도 줄어드니까.
그때 민수가 옆에 앉았다. 마른 체격에 까만 피부. 교복은 헐렁했다. 형 거 물려받은 거 같았다. 처음엔 말도 안 했다. 그냥 조용히 앉아서 창밖만 봤다. 나도 말 걸 생각 없었다. 친구 만들 생각도 없었고.
그런데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나. 점심시간에 그 새끼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너, 밥 안 먹어?"
"돈 없어."
"나도."
그게 우리의 첫 대화였다. 웃기지? 돈 없다는 게 공통점인 새끼들끼리 친구가 됐다. 그 새끼도 나처럼 ㅈ같은 집안이었다. 아버지가 조폭이었다. 엄마는 민수가 초등학교 때 집을 나갔다고 했다. 더 이상은 안 물어봤다. 나도 내 얘기 하기 싫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점심을 굶으면서 친구가 됐다. 아니, 친구라기보다는 그냥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이? 말도 별로 안 했다. 그냥 교실 뒤에 같이 앉아서 창밖 보고. 점심시간엔 운동장 구석에 앉아서 딴짓하고. 그게 전부였다.
고2 올라가서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리 둘 다 알바를 시작했다는 거다. 택배 상하차.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학교 가기 전에. 하루에 3만원. 한 달이면 90만원. 처음 받은 월급으로 우리는 떡볶이를 먹었다. 평생 처음 먹어보는 떡볶이였다. 민수 그 새끼, 먹으면서 울었다. 나도 울었다. 씨발, 떡볶이 먹으면서 우는 고등학생이 어딨어.
그때부터였나. 진짜 친구가 된 건. 새벽에 같이 일하고, 학교 가서 졸고, 방과 후엔 PC방 가서 게임하고. 돈 없으면 그냥 편의점 앞에 앉아서 담배 피우고. 담배도 민수한테 배웠다. 그 새끼 아버지가 피우던 거 훔쳐온 거였다.
"야, 우리 나중에 떼돈 벌면 뭐 할래?"
민수가 물었다. 고3 때였나. 수능 끝나고 며칠 뒤. 우리는 한강 다리 밑에 앉아 있었다. 소주 한 병 사서 나눠 마시면서.
"모르겠어.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
"평범하게?"
"응.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나 회사 가고, 저녁에 집에 와서 TV 보고. 그런 거. 아버지한테 안 맞고, 돈 걱정 안 하고. 그냥 그렇게."
민수가 웃었다. 쓸쓸하게.
"그게 꿈이냐. 씨발, 우리 인생 참 ㅈ같다."
"그래도 뭐, 살아야지."
"살아야지."
그때 우리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힘들어도 살아야 한다고. 버티면 언젠가 나아질 거라고. 씨발,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그땐 몰랐다.
***
대학은 둘 다 지방 전문대를 갔다. 서울은 너무 비쌌다. 기숙사비, 생활비 생각하면 감당이 안 됐다. 민수는 부산으로, 나는 대전으로. 처음으로 헤어졌다. 5년 동안 거의 매일 붙어 다녔는데.
가끔 전화했다. 한 달에 한두 번? 별 얘기는 안 했다. "잘 지내냐" "응" "너는?" "응". 그게 전부.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민수 목소리 들으면 안심이 됐다. 아, 그 새끼 아직 살아있구나. 나도 살아있고.
졸업하고 취직했다. 민수는 부산에서 식당 주방 보조로 일했다. 나는 서울 올라와서 이것저것 하다가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영업직. 수당제. 불안정했지만 돈은 벌 만했다. 사람 만나는 게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굶지는 않았다.
몇 년 지났을까. 민수한테 전화가 왔다.
"야, 나 결혼한다."
"뭐?"
"진짜. 다음 달에. 너 올 수 있지?"
부산까지 내려갔다. 결혼식은 작았다. 하객도 별로 없었다. 민수 아버지는 안 왔다. 당연히. 신부는 조용하고 착해 보였다. 민수보다 두 살 많았다. 식당에서 일하다가 만났다고 했다.
"축하한다."
"고마워. 야, 나 이제 평범하게 사는 거지? 우리가 꿈꿨던 거."
민수가 웃었다. 행복해 보였다. 진짜로. 그게 마지막으로 본 민수의 웃는 얼굴이었다.
***
1년쯤 지나서 민수가 다시 전화했다.
"야, 나 가게 차렸어."
"진짜? 뭐?"
"치킨집. 작은 거. 처가에서 도와줘서."
"대박. 잘됐다."
"응. 열심히 해볼게. 너도 보험 일 잘되고 있지?"
"응, 뭐 먹고는 살아."
그때까지만 해도 다 잘될 줄 알았다. 민수는 가게를 잘 운영하고, 나는 보험 영업을 계속하고. 우리가 꿈꿨던 평범한 삶. 그게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1년 뒤쯤. 민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달랐다.
"야, 서울 올라갈 일 있어서. 밥이나 한번 먹자."
"그래, 언제?"
"이번 주 금요일?"
금요일 저녁. 강남역 근처 고깃집에서 만났다. 민수는 말랐다. 결혼식 때보다 훨씬. 얼굴도 어두웠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장사가 좀 안 돼서."
"아, 그래? 요즘 다들 힘들다던데."
"응. 배달앱 수수료도 ㅈ같고. 치킨값은 못 올리고. 재료비는 오르고."
민수가 소주를 들이켰다. 한 잔을 단숨에.
"처가에서 빌린 돈도 있고. 은행 대출도 있고. 씨발, 매달 이자만 백 넘게 나가."
"많이 힘들구나."
"응. 근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치?"
그때 민수가 웃었다. 억지로 짓는 웃음이었다. 나는 그걸 알아챘어야 했다. 그 새끼가 얼마나 힘든지. 그런데 난 그냥 "그래, 힘내라"고만 했다.
그리고 민수가 말했다.
"야, 너 보험 하잖아."
"응."
"나도 하나 들까 해서. 혹시 괜찮은 거 있으면 좀 봐줘."
"그래, 뭐 필요한데?"
민수가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
"사망보험. 그거... 얼마까지 들 수 있어?"
"사망보험? 아, 종신보험? 음... 나이랑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른데, 보통 3억에서 5억?"
"그럼 내가 죽으면 그 돈이 나오는 거야?"
"응. 수익자한테. 보통 배우자나 자녀로 지정하지."
"자살은?"
지금 생각하면 그때 멈췄어야 했다. 왜 자살을 물어보는지 물어봤어야 했다. 그런데 난 그냥 보험 설계사처럼 대답했다.
"자살은 가입 후 2년 지나면 보험금 나와. 2년 안에 하면 안 나오고."
"아, 그래?"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소주를 마셨다.
"그럼 하나 들어볼까. 아내 생각하면... 뭐라도 남겨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설계서 한번 뽑아볼게."
우리는 그렇게 보험 얘기를 했다. 나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보장 내용, 납입 기간, 월 보험료. 민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날 헤어질 때 민수가 말했다.
"야, 고마워. 너 만나니까 좀 나은 것 같아."
"뭘. 우리 사이에."
"진짜 고마워. 너라도 있어서."
민수가 나를 껴안았다. 우리가 껴안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15년 넘게 친구였는데. 민수 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난 그냥 등을 토닥여줬다.
"힘내. 다 잘될 거야."
씨발, 무슨 근거로 잘될 거라고 했던 거지. 왜 그때 더 물어보지 않았을까. 왜 그냥 보내줬을까.
***
보험은 들었다. 3억짜리 종신보험. 수익자는 아내. 월 보험료는 25만원. 민수한테는 부담되는 금액이었을 텐데 아무 말 없이 계약했다.
그리고 정확히 2년 하고 한 달 뒤.
전화가 왔다. 민수 아내한테서.
"저... 민수 친구분이시죠?"
"네, 그런데요?"
"민수가... 민수가..."
목소리가 떨렸다.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민수가... 죽었어요."
순간 귀가 멍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뭐라고요?"
"어제... 가게 주방에서... 목을 맸어요. 제가... 제가 아침에 찾았어요..."
전화기가 손에서 떨어질 뻔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니... 아니... 말도 안 돼..."
"장례식이... 모레예요. 올 수 있으시면..."
부산까지 내려갔다. KTX 안에서 계속 울었다.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신경 안 썼다. 민수가 죽었다. 자살했다. 목을 맸다. 이게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장례식장. 민수 영정 사진.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었다.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진짜였을까. 아니면 나처럼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었을까.
민수 아내를 만났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민수가... 유서를 남겼어요."
"..."
"저한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보험금으로 빚 갚고 새 출발하라고..."
그 순간 알았다. 민수는 처음부터 계획했던 거다. 보험 들고 2년 기다렸다가 죽는 거. 아내한테 빚 대신 돈을 남겨주려고. 그게 민수가 생각한 마지막 책임이었던 거다.
그리고 나는 그걸 도와준 거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2년 지나면 자살도 보험금 나와요"라고 말해주면서.
***
2년이 지났다. 민수가 죽은 지.
나는 매일 술을 마신다. 안 마시면 잠이 안 온다. 잠들면 꿈을 꾼다. 민수 꿈. 민수가 주방에 줄을 걸고 있는 꿈. 의자 위에 올라가는 꿈. 목에 줄을 거는 꿈.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 꿈.
"괜찮아. 이게 최선이야."
꿈속에서 민수가 말한다. 나는 소리친다.
"아니야! 이게 최선일 리 없어! 다른 방법이 있었을 거야!"
그런데 민수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의자를 찬다.
거기서 깬다. 온몸이 땀에 젖어 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시계를 본다. 새벽 3시. 다시 잠들 수 없다. 술을 마신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보험을 안 팔았어야 했나. 아니, 그럼 민수는 다른 보험 설계사한테 갔을 거다. 자살 얘기가 나왔을 때 물어봤어야 했나. "야, 너 설마 죽을 생각 아니지?" 그럼 민수가 솔직하게 대답했을까. "응, 죽을 생각이야." 라고?
아니면 더 일찍. 고등학교 때. 대학 때. 민수가 힘들어할 때마다 더 잘 챙겼어야 했나. 그럼 달라졌을까. 민수는 살았을까.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민수가 죽었다는 것만 확실하다. 내가 설명해준 보험금을 위해 2년을 기다렸다가 죽었다는 것만.
사람들은 말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민수가 선택한 거야." "너무 자책하지 마." 씨발, 알아. 머리로는 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거. 그런데 왜 이렇게 괴로운 거지. 왜 술을 마셔도 민수 얼굴이 지워지지 않는 거지.
보험 일도 그만뒀다. 못 하겠더라. 사람들한테 사망보험 설명할 때마다 민수가 생각났다. "자살은 2년 지나면 나와요." 그 말을 할 때마다 토할 것 같았다.
지금은 편의점 알바를 한다. 야간. 새벽 1시부터 9시까지. 사람 안 만나도 되고. 생각 안 해도 되고. 그냥 물건 진열하고 계산하고. 기계적으로.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또 술을 마신다. 안 마시면 견딜 수가 없다. 민수 생각이 미칠 것 같이 올라온다. 그 새끼가 마지막으로 뭘 생각했을까. 줄에 목을 걸 때. 의자를 찰 때. 고통스러웠을까. 후회했을까. 아니면 편안했을까.
***
오늘도 술을 마신다. 소주 두 병째. 머리가 어지럽다. 시야가 흐려진다. 그런데 민수 얼굴은 선명하다.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을 때. 택배 알바하면서 땀 흘리던 모습. 결혼식 때 웃던 얼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떨리던 몸.
"야, 민수야."
빈 방에서 혼자 중얼거린다.
"넌 지금 어디 있어. 편안해? 아니면 아직도 괴로워? 나는... 나는 씨발 너무 괴로워. 너 없으니까. 네가 왜 죽었는지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화가 나. 왜 혼자 결정한 거야. 왜 나한테 말 안 한 거야."
눈물이 난다. 술잔을 놓고 운다. 남자가 돼서 운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민수 죽고 나서는 자주 운다. 혼자 있을 때. 술 마실 때. 민수 생각날 때.
"씨발, 이게 뭐야. 인생이 왜 이래. 우리 뭘 잘못한 거야.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왜 그게 안 되는 거야."
대답은 없다. 당연히. 민수는 죽었으니까. 그 새끼는 이제 대답할 수 없으니까.
나는 소파에 누워 천장을 본다. 천장이 빙빙 돈다. 술이 많이 취했다. 이대로 잠들면 또 꿈을 꿀 거다. 민수 꿈. 그런데 안 자면 견딜 수가 없다. 민수 생각이 너무 선명해서.
눈을 감는다. 어둠 속에서 민수 목소리가 들린다.
"야, 우리 나중에 떼돈 벌면 뭐 할래?"
"모르겠어.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
"평범하게?"
"응.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나 회사 가고, 저녁에 집에 와서 TV 보고. 그런 거."
"그게 꿈이냐. 씨발, 우리 인생 참 ㅈ같다."
"그래도 뭐, 살아야지."
"살아야지."
그런데 민수, 넌 살지 않았잖아. 버티지 않았잖아. 나 혼자 남겨두고 갔잖아.
***
다음 날 아침. 숙취로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입안이 쓰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을 본다. 엉망이다. 눈은 충혈되고 얼굴은 부었다. 2년 동안 늙은 것 같다.
핸드폰을 본다. 부재중 전화 두 통. 민수 아내. 문자도 와 있다.
"오빠, 괜찮으세요? 민수 기일이 다가와서... 혹시 시간 되시면 같이 절에라도 다녀올까요?"
민수 기일. 벌써 2년. 시간은 빨리도 간다. 그런데 왜 고통은 줄어들지 않을까.
답장을 쓴다.
"네, 가겠습니다."
그리고 생각한다. 민수 아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보험금 받아서 빚은 갚았을까. 새 출발했을까. 민수가 바랐던 대로. 아니면 나처럼 아직도 그날에 갇혀 있을까.
일주일 후 부산에 내려갔다. 민수 아내를 만났다. 예전보다 말랐다. 그래도 화장을 하고 있었다.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빚은 다 갚았어요. 보험금으로. 민수가 남겨준 거로."
"...다행이네요."
"지금은 작은 카페에서 일해요. 아직... 아직 혼자 가게 할 용기는 안 나서."
"괜찮으세요?"
민수 아내가 쓸쓸하게 웃었다.
"괜찮은 척하려고 노력해요. 민수가 그렇게까지 해서 남겨준 건데. 잘 살아야죠. 그게 민수한테 할 수 있는 마지막이니까."
"..."
"오빠는요? 괜찮으세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거짓말할 수도 없었고, 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었다.
"오빠 잘못 아니에요. 아시죠?"
"..."
"민수가... 민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어요. 유서에."
"..."
"친구한테 고맙다고. 지금까지 곁에 있어줘서. 그리고... 미안하다고. 이렇게 갈 수밖에 없어서."
눈물이 나왔다. 참으려고 했는데 안 됐다. 민수 아내 앞에서 울었다. 남자가 돼서 남 앞에서 우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제가 뭐라도 더 했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오빠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민수도 알았을 거예요."
민수 아내도 울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죽은 사람을 위해. 남겨진 우리를 위해.
***
지금도 나는 술을 마신다. 매일 밤. 민수 생각하면서. 그런데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민수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 새끼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한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조금은.
인생이 너무 힘들었을 거다. 빚에 쌓여서 숨도 못 쉬었을 거다. 아내한테 미안했을 거다.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게. 그리고 아마도, 살아있는 것보다 죽어서 돈을 남겨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씨발, 그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모르겠다.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 민수는 그렇게 판단했고, 그렇게 갔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내가 그때 뭔가 다르게 했다면 민수는 살았을까. 보험 얘기를 안 했다면. 자살 보험금 얘기를 안 했다면. 아니면 더 일찍, 민수가 힘들어할 때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났다면.
그런데 결국 답은 없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민수는 죽었다. 그게 현실이다. 내가 아무리 후회해도, 자책해도, 술을 마셔도 바뀌지 않는 현실.
그래서 나는 살기로 했다. 민수가 못 산 만큼. 민수가 꿈꿨던 평범한 삶.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이제 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민수 몫까지.
편의점 알바는 계속한다. 돈이 필요해서도 있지만, 뭔가 하고 있어야 미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가끔 민수 아내한테 연락한다. 밥 한번 먹자고. 민수 얘기 하자고. 그렇게 민수를 기억하려고.
술은 조금씩 줄이려고 노력한다. 쉽지 않다. 안 마시면 잠이 안 온다. 그래도 조금씩. 매일 한 잔씩이라도 줄여보려고.
민수는 가끔 꿈에 나온다. 이제는 악몽만은 아니다. 가끔은 그냥 옛날 기억. 고등학교 때 같이 택배 알바하던 기억. 떡볶이 먹으면서 울던 기억. 한강 다리 밑에서 소주 마시던 기억.
그 꿈에서 민수는 웃는다.
그냥 내 경험을 각색해 봤어 씨발. 2주년이라 써봤어
가슴에 너무 외 닿는다 ㅆㅂ 퍼가도 돼냐? 허락 받고 퍼 갈께 영화로 만들어라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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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슨생님 필력 좋으시네요.. 마지막에 다 뻥이야 할줄알았는데 경험담이라니 ㅜㅜㅜ
경력 5년 이상 설계사들은 이런 경험 1번씩은 다 가지고 있음? 와 이러면 자책감에 겁나 힘들 것 같은데...
이런 경험있으면 멘탈 흔들리고 공황도 심하게 와서 보험일 못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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