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정채연의 다이아 재합류에 이어, 김세정과 강미나도 젤리피쉬 걸그룹에 합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처음 IOI 멤버들이 다른 그룹으로 데뷔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말도 안 되는 루머라고 생각했다.

YMC가 호구가 아닌 이상 그런 계약을 맺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비활동기의 개별활동이란 화보나 광고 촬영, 다른 가수의 피쳐링이나 콘서트 참여 정도일 것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계약이 정말 그렇게 되어 있었다. 정채연이 다이아에 합류할 거란 소식이 전해졌을 때 YMC는 문제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대응했다. 

그리고 원 소속사 연예활동에 대해서 “‘프로듀스101’ 출연 당시부터 이미 합의된 내용”이며 “각 기획사들이 ‘프로듀스101’ 출연할 때부터 개별 활동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엠넷이 이를 수용했다. 우리로선 양측의 합의를 존중해줄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http://sports.donga.com/3/all/20160512/78068990/3



계약이 그렇다면, 기획사들을 비난할 법적 근거는 줄어든다. 그들은 정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긴 하다.

남는 의문은 대체 왜 이런 계약을 맺었는가이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였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1. 엠넷

엠넷 입장에서는 IOI가 잘 되는 것 이전에 <프로듀스 101>이라는 프로그램이 흥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수한 연습생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작진들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습생 101명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전한다. 때문에 미등록 기획사도 포함시켰으며, 심지어 배우 기획사에서도 섭외를 해왔다.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프로듀스 101이 성공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자기네 연습생들을 내보내기가 껄끄러울 수 있다. 그래서 대형 기획사들은 불참하기도 했고. 개별활동 허용은 그런 기획사들을 유혹하기 위한 조항이었을 거 같다.



2. 각 소속 기획사

기획사 입장에서는 프로듀스 101이 흥할 줄, 또 아이오아이가 인기를 끌 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다 성공으로 드러났지만,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 지을 당시에는 폭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만약 이런 가정을 해보자. 프로듀스 101이 시청률 1% 이하를 한참 밑돌며 망했다. 11명이 데뷔했지만, 음반은 안 팔리고 예능은 안 불러주고, 심지어 공중파 음방 출연도 못한다. 작은 행사나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계약 때문에 1년은 활동을 해야 한다. 자기네 연습생이 이렇게 1년을 버리길 바라는 기획사는 없을 것이다. 개별활동 허용 조항은 기획사들에게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하며 이런 조항을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때는 프듀와 IOI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3. YMC

YMC는 사실 그냥 엠넷과 기획사들의 계약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난 이 사실을 알고 YMC를 다시 봤다. 지금의 계약은 YMC에게는 불리한 계약이다. 이 계약상 YMC의 역할은 단지 4번의 음반활동을 '대행'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내년 1월까지 전적으로 위탁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원 소속사의 활동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다. 저런 조건의 계약을 수용하는 것은 상당한 양보다. 역시 여기서도 YMC가 계약을 받아들였을 땐 프로듀스101이 시작하기 전임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엠넷으로부터 어떤 반대급부는 받았을 거 같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엠넷은 프로듀스 101에 여러 기획사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개별활동 보장 등의 유리한 조건들을 제시했을 것이다. 기획사들은 프듀가 망했을 때 선발된 연습생들이 발목 잡히는 일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양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금처럼 느슨한 계약이 맺어졌으리라 본다. 엠비케이나 젤리피시는 지금 그 조항을 활용해 개별 데뷔를 하려는 것이고. 난 기획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만약 개별 그룹 활동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엠비케이와 젤리피시는 아예 연습생을 안 내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데뷔해서 활동중인 정채연, 기희현이나 데뷔조에 들어있던 김세정, 김나영 등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프로그램에 굳이 안 보냈을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그들을 처음 보고 애정을 쏟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프듀 2기가 제작된다면 그때의 계약 내용은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보다 많은 기획사가 관심을 보일 것이며, 그룹의 성공을 믿고서 더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미래의 전망이 지금 흔들리는 팬들의 마음을 결코 달래주진 못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