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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돌이켜보면 순수하고 결정적인 낙하였다. 춤추며 노래도 곧잘 하던 소녀는 등장 이후 예상치 못한 색으로 우리를 물들여 왔다. 또렷한 가치관을 노랫말에 담는 싱어송라이터의 알을 깨고 나왔고 3단 고음의 목소리도 뜻밖에 연기자의 대사로 변성해 희로애락을 전한다. 훗날 이 기적을 추종하는 신도들 뒤 붙은 ‘병’이라는 시기 질투의 칭호는 연보랏빛 신화를 직접 구상한 자에게 뒤따른 가장 인간적인 수식어다.


완성형 아티스트는 자신감과 겸손의 균형이 만든다. ‘분홍신’과 같은 미디어 스토리텔링에도 열성을 다했던 아이유는 대중가수로서도 출중했지만 근시안적인 히트곡만 남발하지 않았다. 김창완과 다시 부른 ‘너의 의미'는 국내 포크를 향한 존경의 표현이고, 윤상, 김현철, 최백호와의 동행은 기성세대를 향한 수줍고 당돌한 노크. 내면에 태동하는 문학성이 빛나고 있었음에도 서정성과 팝 선율을 차별 없이 갈고 닦은 까닭은 자아를 내세우면서 지켜야 할 미덕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거닐기 좋은 조화로운 화원이었다. 한국 가요 리메이크 시리즈 < 꽃갈피 >는 계절마다 만개했고 내는 음반마다 싱그러운 가지와 줄기가 되었다. 누구나 이곳에서 금요일을 기다리다 하루의 끝을 맞았고 봄, 사랑, 라일락을 떨구다 나른한 가을 아침을 즐겼다. 그가 세운 목차는 곧 세대의 성장이다. 그를 따라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간다. ‘스물셋’의 도도한 도발이 ‘팔레트’의 후련한 체념이 되고, 손수 쓴 ‘밤편지’를 띄우다 ‘삐삐’를 외치며 쏘아붙이는 법도 나란히 깨달은 지 십여 년. 숱한 굴곡을 함께 하며 넉넉하게 청춘을 잃었다. (손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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