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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등.
오래전 신촌 기차역 근처에 베이스캠프라는 곳이 있었다.
그 건물은 지금도 그대로 있으나 베이스캠프는 문을 닫았는데,
그곳은 당시 컨셉으로는 음악카페로, 뮤직비디오를 상영해주는 카페였다.
요즘 환경에서는 필요없겠지만 인터넷 사용자도 없고, 텔레비전에서도 뮤직비디오를 보기 힘들던 당시,
음악을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그곳은 당시에 음악에 푹 빠져있던 나와 친구들에게도 안식처와 같았다.
프로젝터로 쏘는 커다란 영상에서 우린 레드제플린, 퀸 등 우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고,
기타를 치던 나는 당시 혜성처럼 나타난 잉베이 맘스틴의 공연 영상을 보며 황홀해했던 기억이 있다.
우린 그곳에서 맥주 한 병을 손에 쥐고 다섯시간씩 앉아 있곤 했고 주인장은 우리 같은 손님에게 관대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은 당시 밴드를 결성하거나 연주 좀 한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오는 장소가 되었고,
어느새 섞여 앉아 듣는 음악을 넘어 존경하는 뮤지션의 연주를 본다는 사실 자체에 경탄해 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난 그곳에서 그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등을 보았다.
임재범.
친구는 내 앞에서 등을 보이며 제일 앞자리에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사나위의 보컬 임재범이라고 속삭였다. 넓고 커다란 그의 등은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스크린 속에 영혼을 빌려주고 기다리고 있는 육체처럼,
조금씩 미동을 할 뿐 마치 그날 상영되는 모든 음악을 들어야만 일어나겠다는 듯이 비석처럼 앉아 있었다.
우린 몇 시간 정도 베이스캠프에 있다가 일어났고, 난 이번에 ‘나는 가수다’에 임재범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여러분”의 감동적인 무대를 보는 순간까지 계속 그 때 보았던 그의 등을 떠올렸다.
중략.......

시인이자 세션인분이 쓴글인데 .. 이글로만도 갤주의
뮤지션으로서의 향기가 잘 느껴져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