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많은 일들이 지나간 것 같다
하지만 변함없이
여전히 한결같이 갤주를 응원한다

뉴스룸 화면으로
갤주의 은퇴소식을 접하고는
한동안 멍한채 몸에 힘이 빠지면서
내 몸의 한부분이 사라지는 것처럼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살면서 은퇴라는 말이 이렇게 슬픈 말인지 처음 알았다

지금은 거의 어느정도 안정화 되었지만
갤주의 은퇴소식은 
나의 가족에게서나 느낄법한 무척 슬픈 감정의 강도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사라진 것은 없는데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는데
가장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고 또 흘러 내렸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소중하게 아꼈고 사랑했나 보다
나의 소중한 아티스트를

언제든 하늘을 보면 바라볼 수 있는
내 머리위에서 항상 비춰주던
가장 눈부신 별하나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봐
두려워지는 밤을 보냈다

그 며칠동안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시계초침처럼
길고도 긴 세월처럼 느껴졌다
어딘지도 모를 몸 어딘가가 아파지고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고 서러웠다
허전하고 공허하고 허무했다
헤어나올 수 없는 차가운 계절에 갇힌 것처럼
가슴이 시리고 아렸다 온 몸이 추웠다

이 세상에서 찾은
너무 아름답고 귀한 사람
늘 곁에 머물고 싶은 오랜 친구같은 존재
말없이 기대고 싶은 어른같은 존재

몰랐었다
그의 존재감이
이토록 커다란 자리일 줄을

지금도 간간이
눈물이 나고는 하지만
며칠동안은 너무 많이 슬프게 울었다
깊이 잠들 수 없고 울다가 잠이 들고
아침에 깨어나면 눈물이 또 흘러내렸다
머리가 무겁고 눈이 붓고
얼굴 근육이 뻐근할만큼
처음 며칠은 누워있어야 될 정도로
온 몸에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다시 일어났다


그는 그동안 내 삶의 큰 힘이었다

삶이라는 것은
만남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살면서 이별을 했던 적 있고
상실감도 많이 경험했지만

이 기분은
그 어떤 상실감보다도
많이 아프고 슬프게 다가온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할 수 없이 허전한 눈물만이 흐른다
사랑했었나 보다
내가 모르는 내가
그를 많이 사랑했었나 보다

노래로는 가깝지만 그는 항상 멀리 있는 존재라서
무대위의 그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가까운 자리인데
이제는 그 자리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토록 슬펐을까

그는 그 누구보다도
무대위에서 가장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인데

그 아름다운 빛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남은 날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미리 겪는 두렵고도 크게 느껴지는 상실감이었을까
전혀 경험하지 않은 날들을 견뎌낼 자신이
아직은 없는가 보다

그를 위해서 일까
나 자신을 위해서 일까

잃기 싫다

아름다운 그 모습을 도저히 잃고 싶지 않다

그의 존재의 자리가 이렇게나 컸구나
생각해 보니 나는 그를
한편으로는 아버지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아주 넓은 어깨를 가진 어른으로 인식하고 있었나 보다

언제나 든든하게
나혼자 삭히는 모든 외로움과 슬픔을
그의 노래에 의지하며 살았었나 보다

그게 뭐든 어느 한 곳에 마음 잘 두지 못하는 내가
한 존재에 대해서 팬이라는 내 자리 한 자리를 지키며
그 세월을 따라서
나는 미약하지만 진심으로 응원하며
내 시간을 그에게 집중했다


처음의 끌림은
그의 맑은 눈빛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내가 만나본 적 없는 순수

이 세상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그 맑음에
내 마음도 따라서 어느덧 맑은 강물의 흐름이 되었다

영혼이라는 말을 써도 되는 존재를
어쩌면 처음으로 나는 현실에서 만났다
그는 영혼이 맑은 사람이구나

상상으로만 그려본 예술가의 모습
그는 예술이라고 느껴왔던 많은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들을수록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노래를 들었을 뿐인데
사람의 감정이 소리가 되어 내게 다가온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사람의 목소리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가 롹을 해서 좋아한 것도 아니다
그가 가수여서 좋아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그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그의 존재를
그의 목소리를
나는 아주 많이 미칠듯이 사랑했다

가끔은 그의 힘듦이 느껴지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뒷걸음치기도 했다
때로는 극도의 예민함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내 알았다

그는 특별하구나
그는 정말 특별하구나

나는 그의 예민함을 사랑한다
그 예민한 감각이 따뜻함을 품으면
얼마나 눈부신 아름다움이 되는지
그의 무대와 그의 모습과 그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여리고 보드랍다
그의 표현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작은 아이처럼 순수하며 말할 수 없이 따뜻하다

나는 사람에 대해서
고독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에게 고독이라는 것은
거의 관념적인 것이었다
그런 감각을 사람을 통해 처음 느꼈다

그건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단단하고 견고한
오래된 성같은
그의 영역이었다

그 영역을 함부로 바라볼 수도 없었지만
문득 느껴지는 그것은 슬픈 존재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는 그토록 슬프게 태어난 존재 였을까
투명하게 맑은 물빛의
순수한 영혼의 사람

그의 고독은
칠흑같은 어둠이었지만 환하게 눈부셨고
그것은 인간의 외로움에 깊이 닿아 있었다

나는 그의 고독을 바라보며
내가 외로웠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래는 존재의 어떤 감각 같았다

그저 노래인데
사람의 목소리일 뿐인데

내가 모르는 그 공허함이
나의 외로움의 감각이었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어느새 나는
그의 고독에 닿아 있었다
그의 어두움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어두움은 아름다웠고 온기처럼 따뜻했다

그의 고독은 아이를 안아주는
어른의 팔처럼 느껴졌고
나는 나도 모르는 내 외로움으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커다란 어른을 느꼈나 보다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항상 쉬운 느낌의 것이 아니다
그 살아감이 가끔씩 많이 힘들어 질때면
나는 그가 부른 그 노래의 품에서 위로받고 있었다

그렇게 한해 두해 
계절이 흐르는 동안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충만했고
그의 팬으로 계속 머무는 동안 
나는 외롭지가 않았다

그가 은퇴를 말했다
세상 하나가 사라지는 듯한
그 기분은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어했던
너무도 두려운 것이었다

아무도 그 누구도
그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 사람만이 그 사람을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를 이해하는 마음이 되어 며칠을 지냈다

누군가 그랬다
그 사람을 전부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또 누군가 그랬다
사람은 하나의 자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 사람 안에는 여러 자아가 존재한다고
그에게는 평범한 이들보다 더 여리고 섬세한 자아가 있을 것이다

마침내 내린 나의 결론은
그의 은퇴를 존중하며
그가 그의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과거의 그의 존재
과거의 시간에 존재하는 음악의 결과물
그것이 그에게 무거움이 되고 족쇄가 되고
넘을 수 없는 벽이 된다면 그래서 혹여라도 감옥처럼 느껴진다면
그것들과의 모든 비교와 대중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부터 자유로웠으면 한다

그의 팬이라면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하며
그가 혹시라도 마음 다칠까봐 그저 염려할 뿐이다
진심으로 그의 세월에 스며든 팬이라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지 않는다

그는 그의 계절에 맞게 어울리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해 왔으며 그것으로 이미 그는 완전하다
우리들은 그와 함께 하면서 또한 그를 마주보면서 그 시간의 그를 깊이 느끼고 싶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시작점인 그 시간대의 그를
현재의 그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고음을 구사하는 높은 음역대에서 느끼는 그 청춘의 희열보다도
세월에 익어가고 쌓여가는 그의 이야기와 그의 곁에 함께 있는 우리들과
항상 맞이하는 현재의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과 지금의 우리들이 좋다

연약하면 연약한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힘들면 힘든 그 모습조차도 
우리들은 서로의 결핍과 상처로 부터 따뜻하고 순수한 인간애를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가 열어둔 고독의 좁은 틈 사이로 우리는
우리들의 생채기를 보듬어 끌어 안을 수 있었고
아주 따뜻하고 깨끗하게 치유 받고는 했다

그가 그동안 보여준 모든 모습의
그의 무대로 부터
그의 노래로 부터
그의 소리의 강도와 밀도로 부터
그의 단단함과 견고함 그 모든 형태로 부터
그 모든 억눌림과 부담감으로 부터 한없이 그가 자유로웠으면 한다

그는 무대 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공연전날 밤이면 잠을 이룰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렸고
매번 긴장감의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
이제는 그가
그 두려운 그 강박으로 부터 제발 부디 자유로웠으면 한다

그저 공기처럼 가벼이
하루를 살아갈 숨처럼 소중하고 귀하게

규모가 큰 장소의 무대가 아니어도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모든 빛나는 곳에서
그가 가진 것들과 그의 존재감이 더 아름답게 빛났으면 한다

그리고
은퇴와 더불어
가장 편안한 모습의 그가 되어서
그의 삶을 우리들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했으면 좋겠다

그는 우리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다

이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굳이 힘든 걸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에게 필요한 휴식의 시간을 온전히 갖더라도
우리들 곁을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임재범 이라서
그 사람이기때문에
충분한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그 존재인 것을

우리들이 그를 사랑한 모든 순간은
어쩌면 그의 연약함이었고
또한 우리들의 연약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고독과 우리들의 외로움이
이 세상에서 더는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 끝의 순간까지
우리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와 함께하길 원하고 있으며

음악이 숙명인 아름다운 그의 영혼
그가 아니면 안되는 우리들에게
그가 신으로 부터 받은 소리의 달란트로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며 그 기쁨보다 그가 더 많이 존재의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의 많은 것을 느끼고 싶어하지만
그가 더 많이 우리들의 따뜻한 진심어린 응원을 느껴주었으면 한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의 모든 것을 아끼며 존중하며 사랑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그와 연결된 것을 잃기엔
우린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어느 것 하나라도
그와의 연결을 놓을 수 없을만큼
우린 서로를 놓아 버린 채 그렇게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더 많이 사랑해서 아플지라도
더 많이 사랑해서 눈물흘릴지언정
다만 끝없이 사랑하고 싶다

사랑한다 오직 그것 뿐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게
오래오래 아주 오랫동안 따뜻하게 사랑하고 싶다

아직은 헤어질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계속 사랑해야 겠다

그래서 계속 응원해야 겠다
팬의 자리 한자리
이 자리를 지키며


임 재 범

그를 더 많이 사랑해야 겠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