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b9d932da836ff036e885e341827c642ab2eb32f1026a10a0ea7c4ef21ad6e00e024c



저 아랫쪽에서 서울 왔다 가는 길이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상황이 안 좋기도 하고 미리 숙박 준비도 못해서
무작정 고속버스 표만 끊어서 올라옴

평생 안 가본 찜질방 구석에서 추위에 덜덜떨며 날밤새고

아침에 쫓겨나와서 잠실 거리를 네다섯시간 정처없이 유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갤주 덕분에 유우명한 사우론의 눈도 봤다.


3fb8c32fffd711ab6fb8d38a4683746f79cb95c4845f58c579fd51042f76074c05e05ffb9205bd93f7bf9395b7

크고 아름다워.

(들어가보진 않음)



서울은 좀 특별하지

공연장도 특별하고 음향도 특별하고 양일 콘이고


무엇보다 은퇴선언 하고 첫 공연이라

그래서 이번엔 무슨 노래가 어땠네 분위기가 어땠네 의상이 어땠네 이런 것은 줄이고

개인적인 팬질 역사와 엮어서 감상을 얘기할까 한다.


한때 셀털하는 자들 고나리 겁나 했었는데 뭐 갤이나 내 덕질이나 이렇게 된 마당에 그냥 좀 더 자유롭게 나눠보자 싶다.




난 정말 이상하게도 이전 최애들 3명이 다 내가 덕질 하는 도중 불의의 사고 등등으로 요절하셨다.

지금 진짜 본진은 임재범 한 명이고,

임재범의 빈자리를 채울 덕질대상을 거의 10년째 찾고 있는 중인데 아직 없다......
원래 있던 차애들도 별로 정이 안 가서 접었다


2010년 김정은의 초콜릿으로 입팬했고
갤주가 뜸하게 활동했듯이
나도 내 인생에 바쁜 일 있으면 뜸하게 팬질함

그래도 집에다가 임재범 제단 꾸려두고
내 인생에서 제 1 아티스트로 극진히 모시고 있었지.



난 아마 나이가 어린 축에 들 거다.

처음 임재범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뭐였더라..


초딩때 원래는 흑인색 짙은 알앤비를 좋아했었는데
첫 최애인 모 미국 가수를 하늘로 보내고

적적한 마음을 락으로 달래다가 영국 아티스트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분도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음


완결된 작품을 계속 복기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계속 응원하며 우리 형으로 모실 분도 필요했기에
최애를 찾고 있었지


마치 영국의 U.2나 오아시1스처럼
8090년대의 레거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역이면서 10대20대도 열광할만한 세련된 간지가 있는
한국 락스타를 찾고 있었음.

(한마디로 뽕삘이 없는...
그 음악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내 취향은 뽕끼 제로임)

그때 내 마음에 교통사고처럼 들어온 게 신ㅎ철과 임재범이었거든

그런데 신ㅎ철님도... 힘들게 떠나보냈고

이제 내게는 임재범만 남았던 거지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작년 대구와 인천을 신나게 다녀와서

유튜브 영상으로 은퇴선언을 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그냥 올것이 왔군 하면서 덤덤했다
(애초에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한 사나흘 지나니까 여기저기 탈덕소식 들리고 하니

가슴 한 부분이 찌뿌둥하고 답답했는데

그게 어떤 감정인지 정의하지 않고 덮었음


몰?루?  갤주가 회피형이라서 나도 회피형인가보지





아무튼 은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가


어제 갤주를 딱 봤는데 처음으로 기분이 묘한거야.


우리 부모님보다 갤주가 나이가 훨씬 많음

그래서 난 아직 아버지 사진 노래 듣고 내 일처럼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그럼에도 어제 갤주를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고


우리 엄마 아빠가 힘들어 하는 것처럼 갤주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물며 갤주는 책임지는 것이 더 많을 테니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그 짐이 크겠지.




은퇴는 당장 말 못할 이유가 더 있겠지만,
껄끄러운 어른들의 사정도 있겠지만



팬들에게 글을 쓰는 그 순간의 마음만큼은 100% 진심이었을 것이기에

'좋을 때 아름다울 때 물러나는 게 마지막 자존심'이란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늘 보고 온 임재범도 이전과 같이 좋고 강하고 아름다웠음. 분명 섹시했고.


늙고 추한 임재범이란 건 지금으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 전혀 상상 안 됨

나도 그런데 본인은 얼마나 더 그런 모습이 보여주기 싫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쇼비즈니스가 허상을 파는 업계라지만
언젠가 먼 미래에 더이상 좋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데 꾸며내서 그런 척 하는 건 용납하지 못하겠구나 싶다.


그래서 나는 '은퇴에 반대하지 않는다'로 마음을 정했다

어제오늘 공연이 너무너무 좋았음에도....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지켜주고 싶다.




뭐 사실 내가 반대한다 만다 한다고 이미 정해진 수순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약속된 공연이 더 이상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고
미정의 상태가 되는 것이고

그 후에 어떻게 살아갈지는 갤주 마음이지

뭘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애초에 사생활 보여주는 거 싫어하고 그냥 지하철 타고 다니는 거 좋아한다는 아저씨니까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으면 좋겠다

근데 행복했으면 좋겠다.

천직을 하면서도 행복하다는 말보다 힘들다 고통스럽다 하는 말을 우리한테 더 많이 들려줬으니까

퇴직 후 삶은 아무튼 행복하게 꾸려봤으면...



--


후기를 빙자한 일기가 더 길어졌네 ㅋㅋㅋㅋ
부산부터는 정상적인 후기 쓸거다


어쨌든



토요일에 내눈엔 120% 쓰는 것 처럼 보였는데
80% 썼다고 하는 걸 보면 갤주가 인자강은 맞아


일요일은 허스키해져서 다른사람인줄...
본인이 상태 인지하고 평소보다 음 하나하나 정확하게 찍어 부르는 정성이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음

그래서 일요일 1부 모든 곡이 진짜 완벽 그 자체였음.....

난 그런 모먼트가 좋더라  22년 광주 때처럼....
한글자 한글자 전심을 쏟아서 빚는다는 느낌

인사때쯤 가니까 양일콘의 여파로 목이 쉬었을지언정 또 이전이랑은 다른 방법의 소리로 완성하는 거에서 감동받았어




아무튼 이모 음향 너무 좋았고

오늘 플로어 정중앙에 앉았는데 그냥 전율이 일었음
임재범 콘서트 다니면서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음.

내견날 이또지 여행자 비상 너를위해 뭐뭐 좋았던 것을 말하려면 그냥 세트리스트 다 써야됨



일요일 사랑 도입부에 음정 안맞은거랑 고해 외에 전체적으로 그리 크게 이상한거 없었는데 갤주는 그거 하나를 엄청 마음에 걸려하더라 엄청 죄송해하고 좀 주눅들어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사실 삑실수 정도는 갤주가 얘기한 소위 "날라댕길 때"도 종종 그랬었는데 뭐 ㅇㅅㅇ
;위로가 안 되는 말일 수도 있겠군요 죄송합니다)



오늘 나가면서 사람들 말하는거 들었는데 만족 못한 사람 아무도 없더라!

서울이라는 특성때문인지 머글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다들 멋있다 멋있다 하고 돌아가던데!


이무튼 차라리 당당했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했잖아!!!


누가 봐도 갤주 최선 다 한거 아니까 괜찮아

그리고 실제로 잘 했어



서울에서는 은퇴선언 후에 첫 공연이다보니 조심스럽고 그랬겠지만

부산에서는 즐겁게 당당하게 무대위에 선 모습 보고 싶다.

그렇게 갤주부터 우리를 웃는 모습으로 보내주면 좋겠어.





한 줄 요약 : 죄송금지!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