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싱글 내고, 5월 단독 공연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고해'와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부른 가수 임재범(48)은 가요계에서 서태지와 함께 대표적인 신비주의 가수로 꼽힌다. 방송과 언론 노출이 없고, 최근 몇 년간은 공연 무대에서도 그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불러 최근 히트시킨 KBS 2TV 드라마 '추노'의 삽입곡 '낙인'이 새삼 그의 존재를 각인시켜줄 뿐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멋지게 수염을 기른 임재범을 만났다. 내달 말 후배가수 윤하와 듀엣한 싱글 '사랑에 아파한 날들'을 내고, 5월 1-2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대강당에서 '산책'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할 그는 "언론 인터뷰는 6년만"이라며 멋쩍어했다.

1986년 시나위 보컬로 데뷔해 외인부대, 아시아나 등의 록그룹을 거친 그는 '사고뭉치', '불편한 사람'일 것이라는 세상의 선입견과 달리, 나긋한 음색으로 행간에 유머를 섞어가며 요즘 일상부터 얘기를 풀어놓았다. 간간이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이순재 성대모사를 하며 큰 웃음도 줬다.

"가수의 삶보다 아빠, 남편으로 사는 데 70%를 치중했어요.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지금은 육아 상담을 할 수 있을 만큼 아이 키우는 방법을 꿰고 있죠. 요즘 사교육 열풍이지만 저는 딸이 땅을 밟고 흙장난도 하고 자연과 벗하며 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겸손하고 소박하게 사는 법을 배우도록 방과후엔 딸을 학원 대신 공부방에 보냅니다."

가정주부처럼 말하는 그와의 대화는 시작부터 반전이었다.

◇록그룹 시절은 그리운 첫사랑

"음악 활동이 뜸했던 것은 신비주의였느냐"고 묻자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눈치다. 그런 얘기를 자주 들었단다. 그는 의도적으로 신비주의 마케팅이라는 미명 아래 활동했다면 인기, 명예 등을 챙겼을 것이라며 자신의 성장 배경부터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는 "친척 중 내 또래 없이 혼자 자랐다"며 "어린 시절 소꿉장난과 인형놀이를 즐겼는데 초등학교 때 '인형의 나라'라는 글로 상도 받았다. 아버지는 '밥 먹었니, 공부했어'라고 명령투로 말씀하셨고 그런 환경에서 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사랑과 애정을 느끼는 데 익숙하지 않아 스스로를 소외시켰다"고 말했다.

이때 만난 것이 바로 록음악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야밤에 듣는 라디오는 그의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는 해방구였다. 스콜피온스, 딥 퍼플, 블랙 새버스 등 초기 하드록은 제목도 모르고 들었지만, 이 음악들이 그의 삶에 가수라는 직업을 선물했다.

"사촌 형님 중 한 분이 신촌 독수리다방 DJ였어요. 제게 해적판 록음악을 들려주곤 했죠. 록음악이 녹음된 테이프를 애지중지 보물처럼 여겼죠. 공부는 등한시하고 학교와 멀어졌어요. 록그룹 시절은 그리운 첫사랑이고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지만,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시기죠."

그가 록그룹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떨어지는 순간은, 1989년 기타리스트 김도균과 영국에서 4인조 밴드 '사랑'을 결성해 활동하던 시절이다. 그는 1988년 외인부대를 끝내고 1989년 프로젝트 음반 '록 인 코리아(Rock in Korea)'를 낸 뒤 영국에 있던 김도균의 엽서 한통을 받고서 건너갔다고 했다.

 

"도균이와 라면 끓여 먹고 부부같이 지내며 영국 클럽에서 공연했어요. 해외에 나가니 애국심이 발동해 한복을 입고 기타치고 노래했어요. 사우스웨일즈의 클럽 '포스트오피스'에서 연주할 때 너무 긴장해 무대 오르기 전 토했던 기억도 나네요. 영국 작은 동네의 아주머니들이 앙코르를 외쳐주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개런티가 없어도 기쁘고 행복했어요."

◇솔로로 얼굴 알려지자 오대산 칩거

영국에서 귀국한 그는 1990-1991년 김도균과 록그룹 아시아나로 활동했지만 1991년 솔로로 전향한다. 1집은 판매량이 꽤 됐다. 그러나 방송 한번 출연으로 얼굴이 알려지는 게 감당하기 힘들었고 기자들도 무서웠다고 한다.

그는 "그 삶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니었다"며 "어린 아이처럼 혼자 음악을 듣는 게 좋았던 사람이기에 유명해지면 벌어질 일을 상상하지 못했다. 이때 나는 프로 의식 없이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래서 임재범은 1집을 낸 뒤 강원도 오대산으로 들어가 칩거했다. 잘 나가던 시기였기에 사람들은 그에게 미쳤다고 했다. 그곳에서 그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산도 타고 장작도 패고 주민들과 어울리며 살았다. 다시 보통 사람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1년간 산에서 산 그는 바다가 보고 싶어져 경포대에 갔는데 문득 사람이 그리웠다고 한다. 마침 베이스 치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서 산에서 내려왔다는 게 하산 이유.

2001년에는 결혼도 했다. 당시, 결혼식 사진 속 임재범이 머리를 삭발해 화제가 됐다. 그는 결혼식 사진은 율 브리너의 '왕과 나'가 콘셉트라며 지금도 집에 사진이 걸려 있다고 웃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온 차에 2005년 공연 도중 아내를 무대에 올려 팝송 '유 아 소 뷰티풀(You are so beautiful)'을 부른 에피소드를 물어봤다.

"저는 로맨틱한 남자가 아니에요.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었죠. 앞줄에 아내가 있기에 순간 애드리브로 손을 잡았는데 완전 얼음이더라고요. 평상시 제가 그럴 사람이 아니니 아내가 당황할 수밖에요."

◇딸 덕에 아이돌 그룹 음악 즐겨

임재범은 다시 음악 활동에 의욕을 갖게 된 건 방황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자신 때문에 풍족하지 못했던 아내와 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그는 타고난 재능에 비해 가수 생활은 화려하지 못했다.

그는 "내 방황 탓에 외적인 경력을 축적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며 "하지만 인기, 명예를 이제 누리고 싶다는 게 아니다. 동네 아저씨, 형 같은 마음으로 이 분야에 있는 분들과 둥글둥글하게 살다가 죽고 싶다. 영국 갈 때처럼 '난 록으로 세계를 정복할 거야'라는 마음으로는 이제 살 수 없지 않나"라고 웃었다.

그는 성경을 탐독할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천이 되면서 마음속 짐을 덜어내고 평안을 찾았다고 했다. 사실 지금도 원시인의 불타는 마음이 있지만, 종교를 통해 방황을 자제하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낼 싱글 '사랑에 아파한 날들'은 윤하와 듀엣한 곡으로, 앞으로 낼 정규 음반의 전초전이자 예고편이다.
"과거 박정현, 테이와도 듀엣했는데 사실 누구와 노래하겠다고 고집 피우는 성격이 아니에요. 소속사의 추천으로 윤하와 녹음했고, 이후 들어보니 나이와 음색 차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더군요. 잘 어울렸죠."

그는 한때는 록만이 진짜 음악이라고 우기던 편협한 시절도 있었지만, 음악은 어떤 장르든 사람들이 즐기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입에서는 2PM, 2AM,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등 아이돌 그룹은 물론 그룹 멤버들의 이름까지 줄줄이 나왔다. 2PM의 '하트비트' 때 옥택연이 선보이는 심장이 뛰는듯한 퍼포먼스도 흉내내 보였다.

"딸이 소녀시대를 좋아해요. 요즘 아이돌 그룹 음악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무척 새롭고 훌륭해요. 저도 아이돌 그룹 음악을 찾아 듣죠. 포미닛 현아의 '체인지'도 무척 좋더군요.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하지만, 임재범은 후배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요즘 아이돌 가수는 몸을 만드는 것에 치중하는 것 같다"며 "남자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긍정적이지만, 가수의 근간은 뮤지션이니 노래 연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싱글을 낸 후 내달 중순 SBS TV '초콜릿' 등 방송 무대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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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주 이전 2005년 공연 사진 찾다가 다시 보게된 인터뷰 기사

"하지만 인기, 명예를 이제 누리고 싶다는 게 아니다. 동네 아저씨, 형 같은 마음으로 이 분야에 있는 분들과 둥글둥글하게 살다가 죽고 싶다. 영국 갈 때처럼 '난 록으로 세계를 정복할 거야'라는 마음으로는 이제 살 수 없지 않나"

ㅠㅠ 평행 우주에는 은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간혹 공연도 하고 노래도 내시며... 계속 그렇게 살아가시는 갤주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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