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억들



그것은
어제였고
또한 오늘이며
다가올 새로운 계절이다


그대여
그대는 아는가

그대가 보여준 세상

그것은

그대 목소리로
인생을 그려서 들려주는 노래였다


그것은

아버지의 신뢰할 의지이며
어머니의 자애로운 품이며

다정한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우리들은

그 의지로
삶을 넉넉히 견뎌낼 수 있었고

그 품 안에서
잠시라도
평화로울 수 있으며

그 온기로 지금까지 살아 있다


이것이 처음의 마음
그대에게 전하고 싶었던

가슴 깊이
담아둔 고마움

그 마음이다


처음의 그것은
사는 동안 갚아야 할 
빚진 마음이었는 지도 모른다


흙에 덮인
그 마음은

시간이 흐르며
새벽의 이슬처럼 맑아져서

계절이 꽃을 기다리는 동안 변화하였다


그것은
위태롭고 공허한 세상을
의미로 바라보게 하였으니

이 마음을 모아서 그대에게 전하고 싶다



그대여
그대는 아는가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는가

우리들의 계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계절이 시작되면 흐르는 우리들 그 기억들
겨울이 끝나면 다시 흐를 봄의 순환들

눈부신 봄을 보내야 하는
기약없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여도

우리들은

억겁의 세월을 두르고
무수한 날을 견뎌온
퇴적된 그리움으로

아무일 없는 듯이 기다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대는 언제든

우리들의 이 마음을 깊이 기억하기를


그대여
그대는 아는가

스쳐가는 봄날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유를

우리들 홀로 걸어온 봄은
그저 꽃들이 피고 지는
자연의 모습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대 존재를 찾지 못했다면

이 계절은 헛되이
어지럽게 흩어지는
덧없는 한순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봄의 날들이 어느 풍광으로 모여서
세상으로 스며들면

땅위의
나무

그 가지마다

깊은 꿈이
눈을 뜨듯

이름모를 꽃들이 가득 피어난다


그 향긋함의 순간

그것은

누군가의
그리움

누군가의
눈물

그것은
기쁨과 슬픔들

그것은

어제의
잠든 기도가
고요히 이루어진
우리들 인생의 이야기이며

찬란한 빛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날들이다



꿈처럼 피어난 계절

우리들은 꽃의 언어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꽃술의 눈썹끝에
맺힌 이슬방울은

우리들
향기로운 시선의
마주함


고운 꽃물로 번진 진심

가느다랗게 물든
혈관의 빛깔로

꽃들은 사랑할 준비를 하였다


향긋함으로 건네는
숨결의 순수

실핏줄 드러나는
보드라운
옅은 미소로

우리들은

연약한 첫인사를
이미 하였으니

우리들의 사랑은

눈물 빛깔 
닮았을까



이 세상엔

그대가 있고
우리들이 있다

지나온 계절 그 끝에서
우리들은 
살아 내었고

어느 한가지에 닿아서
주어진 생을 꽃 피워야 한다


봉오리에
감춰진
인내와 깨달음

삶의 흉터
꽃망울
멍든 아픔까지

향긋함이 되어 세상으로 흩날릴 때

그대여 이제는
우리가

사랑의 언어로 이야기할 시간이다


우리가 함께한
이 계절의 표정을

하나도
사라지지 않게
온전히 그대로 남기기 위해서


우리들은 더 소중하게

이 계절의 사랑을

아프지 않은
고운 빛으로 새겨야 한다 


우리들은
어둠이 내린 곳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아름다운 기억으로 새길 것이다



봄의 한날
그 하루의 밤은

어둠에 닿은 달이 삼킨
가장 황홀한 밤


우리들은

낮처럼 눈부신
그대를 만난다


그 순간은

그대의 두 눈과
우리들 두 눈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의미로 새겨지는
소중한 순간이다


태양보다 찬란한 시간

우리 함께 
있을 때


우리들은

촛불 하나의 불빛처럼
믿음의 불빛을 켜고서

별을 담은 눈빛으로

그대 존재를 비춰줄 것이다



우주의 질서와
순환의 섭리속에서
인연의 고리는 이어져

우리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을까

삶이 놓여있는
길 위에서

우리들은
서로의 존재를 찾았을까

우리들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도 우연도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만남은

간절함이
끝없이 닿고 싶어한

헤아릴 수 없는 밤의
모든 기도였다

그것은

흐려진 눈물로
끝까지 놓지 않았던

절박함
그 끝에 있던 희망의 끈이었다


우리들의 처음은
가장 어두웠던 밤

외로움과 고독

그 끝에서
만났을까


저 멀리 우주의
작은 조각들

별빛은 세상으로 흐르면서
꽃의 생명이 되었을까

빛을 가진 입자들은
세상의 빛깔로 물들어
계절의 색을 품고서

흙속에
뿌리를 가진
꽃으로 피어나는 걸까


어둠이 드리우고

수많은 날의
어제의 달빛이

다시 눈을 뜨면

봄날의
가장 눈부신

달빛 아래

꽃들은 빛을 입고서
축제처럼 향기를 켠다


남아있는 날들을
스스로 축복하듯

낮보다 풍요로운
향긋함을 쏟아내며


이 애틋한 봄빛의 날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우리들
피어난 이 계절을
간직하기 위하여


거역할 수 없는
부는 바람의
멈춤으로

잠시 머무는
꽃잎이라 하여도

그대와 우리 온가슴으로

최선을 다하여 사랑할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남아있다


우리들 향기로운 시간

그것은
한송이 꽃이 아닌

나무의
깊은 뿌리를 가진 
꽃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대여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그대를 향한 우리들의 마음을


우리들
작은 화병속
잠든 꽃이 아닌 이유를


하늘을 향한 나무의 가지마다
어여쁜 생명으로 살아 내어서

아름드리 향기로움과
풍성한 꽃그늘을 만들어

그대 머리위로
향긋한 빛이 되어


그대 존재를

가득 안기 위함임을


그대는 
또 알고 있는가

봄빛의 찬란한 날들이
계절속으로 사라진다 하여도 
우리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은

우리들은 함께
향기로운 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봄날마저

우리는
서로의 봄빛을 품고서

향기로 전부 쏟아낼 테니

말하지 않은 것까지
우리는 서로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간직한
가장 빛나는 것들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것일테니

그것은

계절마다 피워낸
우리가 가진 모든 것

사랑의 인사와 빛의 조각들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일테니


우리들은 이것을
항상 간직할 것이며

그대 또한
긴 세월이 지나도록

이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볕 아래
한낮의 일도

별 아래
한밤의 꿈도

우리들은

모든 생애처럼 소중하게
깊은 마음으로 남길 것이니

다음 봄이 따뜻하게 올 때 까지
온전하게 기억하며


우리는 꽃처럼
생을 반복하며

우리들의 찬란한 봄으로

다시 태어날 테니


만일 내가

슬프지 않은
목소리로

이 계절을 
남겨야 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봄날의 우리들이 되어
 
가장 아름다운
봄빛으로


연한

꽃잎같은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