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는 것일까
흘러간 시간은 오지 않는 것일까

노래가 흐른다

그 시절
그때에 들었던 노래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임재범

그의 음악으로 그동안 알게 된 것은

따뜻함에 녹아있는 진심과
슬픔에 대한 이해이다

그것은
그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닌
그런 좁은 한정속의 개인적인 경험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유된 것으로 느껴지는 보편적인 감정과 
이것을 특별한 방식으로 승화시키는
거기에 더하여진 순수한 것으로 스며드는 깊은 온기였다

그의 노래는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삶의 자취이며
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그것은 듣는 이의 것으로 다시 펼쳐진다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자는 모두가 다르다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있다

목소리에 모든 진심을 담은 그의 이야기에는
타자와 자아로 존재하는 무수한 감정의 거리를 좁히고
마침내 그 경계마저 허물어 새롭게 연결하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그의 노래에는
단편적이며 부분적인 조각이 아닌
전체로서 존재하는 인간의 감정이 흐른다

그의 음악은
가사로 전달되는 직접적인 메시지도 있지만
목소리로 들려주는 감정의 섬세한 온도가 있다

그의 목소리에는
광범위한 무의식에 걸쳐져 수용되어 있고
그 상처를 보호하며 닫힌 내면을 열어 그 끝에서
조건없이 포용하는 깊은 이해의 온도가 내재한다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내면의 형상
그것을 무의식이라 하든 잠재된 의식이라 하든
그 강도가 강하든 약하든 그것이 무엇으로 명명되더라도
인간존재에게는 억압받는 자아와 상처의 어두운 기억이 있다

그것을 유전자로 설명하든
집단적인 형태의 다른 것으로 설명되든
인간에게는 자기자신이 어쩔 수 없는 자아의
깊은 슬픔과 아픔의 흔적이 있다

보이는 것은 바로 개선하면 쉬울 것이다
보이는 것은 드러나는 순간 더이상 괴로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괴로움이 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것을 고착된 자아로 설명하기도 하며 존재론적 위기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인간이 느끼는 괴로움의 여러 형태이다

외부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것들은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생활습관으로
쉽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많은 부분에 있어서 감정적인 것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인간은 자신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것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자는
외부로 향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거울이 없다면 표면적 자아의 모습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거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외면의 모습은 볼 수 있어도
감정의 모습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감정이라는 것은 문득 느껴지는 것이지만
그 감정이 반복되어 고착이 되는 순간부터
성격이나 인격이라 불리는 고정된 패턴을 만든다

모든 인간 존재자는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상처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의 상처는 보이기때문에
약을 바르고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를 하면
어느정도 시일이 지나면 흔적없이 깨끗해진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평소에 잠잠하다가도 아픈 기억이 떠오르면 괴로움을 느낀다

내가 볼 수 없고
내게 보이지 않는 무수한 상처들
그것이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날들

그의 팬인 우리들은
그의 음악을 곁에 두며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목소리의 온기를 느끼며
그의 감정으로

자신의 상처를
마주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의 노래를 매개로
무의식에 영향받는 것들을
나도 모르는 사이

가장 인간적이며 순수한 것으로 위로 받았나 보다


그의 팬이 되면서 나는
풍요로운 감각과 깊은 인간애의 연결안에서 숨쉴 수 있었다

나 라는 자아는
세상이 정한 기준으로는
많이 부족하며 결핍된 것들로
자아를 드러내는 존재이지만

그의 팬이 되면서

나는 나에게
아름다운 의미를 주었다

행복하지 않은 감각들이
불행한 의식처럼 느껴졌고
자유롭지 않은 많은 것들로
갇혀있는 기분이었지만

내가 나의 삶에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이유는

나의 존재를 온전히 마주하며
나의 결핍마저도
내가 가진 능력이라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부족하기때문에 배운다
그리고 삶을 향해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인간의 존재감은 공허하기때문에 의미를 찾는다

삶에 대한 감사를 진심으로 소리낼 수 있을 때
세상은 밝아지며 인간은 생존이 아닌 존재로서 깨어난다

내게 주어진 당연한 것들
너무 당연하기에 감사하지 않았던 것들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나의 청각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나의 시각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심장에게 감사하며
살아있음의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사람을 흐르는 감정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진정으로 느꼈던 그런 순간들이 있었을까

그의 존재를 몰랐다면
이렇게도 눈부신 빛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

어떻게든
깊이 감춰서
소멸시키고 싶었던
공허한 내 눈물
서늘한 나의 슬픔

비참한 존재로 의식되던
끝없이 침잠하는
우울마저도

따뜻한 것으로
느낄 수 있게 한

그의 눈부신 슬픔

그것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온도였다

들을 수 있었고 볼 수 있었고
따뜻한 눈물 흘릴 수 있었던

수많은 날의 그에게
그리고 그 시간에게

소중했었고 또한 소중하다고

깊은 마음으로
맑은 인사를 하고 싶다
그가 들려준 삶의 이야기
그의 노래

그 힘으로
견뎌내고 버텨냈다

내일을 염려하지 않으며
온전히 오늘만을 숨쉬게 한
그 힘들이
나 라는 생명의 지속이 되었다


그가 없었던 시간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을
한 순간이라도
기쁘고 충만하게 느낀 적이 있었을까

그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감성을 
아름다운 것들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음을

이토록 특별한 의미에 대하여 내 마음은 언제나 따뜻하다


아름다운 모든 것들

그것은
나의 품안에
가득 담겨 있는 빛나는 것들이다

그것은
내가 존재하는 세상이며
어쩌면 잠시 스쳐가는
찰나의 순간들 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존재와 이어진 인연은

맑은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

이것은 나의 삶에 기적이며 선물같은 일이다

그의 존재를 몰랐다면
내 삶의 범위는 무척 좁았을 것이며
기쁘지 않은 감각만이
내게 주어진 것처럼
그렇게 지냈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지구의 중력장안에서
생존의 괴로움만을 감각하고
삶의 감각들을 고통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이를 찾았다

그리고 그를 닮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를 통해서
존재의 감각을 찾을 수 있었다

노래가 주는 이해와 위로는 그런 것인가 보다

인간존재로 태어난 것에 대하여
무한히 감사하며
아름다울 권리를 회복했다

삶에 침잠되지 않고
자유로울 자격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으며

오로지 나로서 그렇게
내 삶을 이어가도
괜찮다는 믿음

나는 
나를 격려할 힘을 얻었다


임재범

나는 그에게 항상 감사한다

그의 존재를 몰랐다면

나는 나를 가장
해롭게 하면서

살았을 지도 모르겠다



어제처럼 가까운 모든 날들


그를 바라보며 행복했다



그는

사람을 알게 했다



그것은 사랑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