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에서 가장 핵심은 흔히 말하는 인간 찬가라는 주제나 스탠드 배틀이 아니라 호러라고 생각함. 이는 아라키가 각 에피소드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음. 많은 경우에
1)괴상한(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2)그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3)마지막에 반전으로 (말도 안되는) 지혜를 짜내서 주인공즉 팀이 그걸 이겨내는 식임.
특히 스탠드라는 개념의 도입으로 1부나 2부처럼 흡혈귀나 파문이라는 테마에 한정된게 아니라, 훨씬 넓은 범위에서 아이디어들을 추가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게 되었음. 특히 3부를 보면 초중반은 (특히 스티븐 킹의) 7-80년대 호러 영화의 오마쥬의 연속임. 아라키는 독자를 깜짝 놀리키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 혹은 괴상하게 생긴 엑스트라들이 적 능력자의 스탠드 능력에 의해 기묘하게 끔살당하는걸 넣는걸 굉장히 많이 하고, 또 엄청 즐기는 것 같음. 4부에서 안젤로가 공원에서 똥사는 개 얼굴 뜯어먹고 개 주인 아저씨한테 입으로 먹이고 끔살시킨 존나 웃긴 장면을 생각해봐. 스스로도 엄청 즐기는거 맞음.
사실 죠죠를 모방하는 여타 능력자 배틀물이 죠죠만의 매력을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호러 요소의 부재에서 온다고 생각함. 헌터헌터는 조금 예외라고 보지만, 동시에 헌터헌터의 호러 취향이랑 죠죠의 호러 취향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도 생각함. 가령 비교하자면 헌터헌터가 보다 직접적으로 일본적인걸, 그리고 그로테스크하게 성적인걸 가져오는 편이라고 생각됨. 게다가 (아니메)오타쿠적인것(점프, 세일러문, 등등)을 헌터헌터는 가져오지만, 죠죠의 경우에는 엄청나게 많이 배끼기는 하지만 그 인용 대상이 굉장히 비오타쿠적이고 많은 경우에 서양 작품에 한정되어있음(호러영화, 미켈란젤로, 르네상스 명화/조각, 홀, 팝아트, 현대미술 등등...).
헌터 헌터의 호러는 힘에 대한 과시적인 면이 큼. 가령 손발이 잘리거나 목이 잘리거나, 누군가 잔인하게 살해당한다던가. 기생수나 시구루이처럼 잔인함 자체에 내재된 미학을 좋아하는 편이지. 그런데 아라키는 유혈묘사는 좋아하지만, 항상 과장되게 표현하기 때문에, 포커스는 잔인함의 미학보다는, 호러 상황에서 혼란스러움을 전달하는 것에 있음. 쉽게 예를 들자면 헌터헌터의 경우에는 면도칼로 누군가를 "자르는 것" 자체에 조명을 준다면, 죠죠의 경우에는 면도칼이 목에 박히고 꽤애애애애애액하면서 오버 리액션하면서 우갹-하면서 죽는 것에 조명을 줌. (아라키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잔인한건 싫어한다고 했음) 가령 살인마의 표현에도 차이가 있는데, 헌터헌터의 살인마들은 살인 그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살인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곤 하지만, 죠죠의 경우에는 가령 키라 요시카게의 예를 들어보자면, 살인은 그냥 터트리는걸로 끝내고, 대신 손가락을 핥거나 아니면 손에 발기를 하거나 그런식으로 트로피와 그것에서 오는 쾌락에 집중하는걸 보여줌. 즉 토가시는 "잔인함"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아라키는 정신이상이랑 또라이 자체에 관심이 있다고 보면 됨. 스탠드사들중에서 또라이 아닌 새끼들이 없는걸 생각하면 됨.
성적인 심볼리즘의 도입에서도 아라키랑 토가시는 차이가 꽤나 있음. 앞서 말했지만 토가시의 경우는 성적인 심볼리즘을 엄청나게 도입하는 편임. 서비스신 그런 차원에서 말하는게 아니라, bdsm이나 난교, 남성기, 여성기, 그런 변태성욕이나 도착증적인 요소들 도중도중에 등장하는걸 말하는거임(가령 유유백서의 경우에는 암흑투기대회의 입구는 여성기 모양임, 그리고 유유백서가 영향받고 그 일부분이었던 버블시대 오컬트가 이런 성향이 강했음, 다른 예로는 여신전생의 카네코 카즈마가 있음). 근데 죠죠의 경우에는 미학은 가져오지만, 섹슈얼리티랑, 모에랑은 거리를 가진 작품임. 가령 아라키가 그린 트러블 축전에 자기도 이런걸로 괜찮냐고 농담으로 쓴 코멘트, 혹은 키시베 로한이 가슴 큰 여주 안나오면 판매량이 적다고 닥달이는 편집장을 욕하는걸 보면 알 수 있음. 8부의 경우에는 에로티시즘을 아라키가 시도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잘 안된거 같았고. 8부 초반에는 죠스케 쿼드코어나 아니면 발기 그런 이야기 나오지만 야스호 스탠드 각성한 이후로는 그런 묘사 전혀 안나오는걸 생각하면 됨.
이렇게 호러가 포커스이다보니까, 다른 점프 작품들이랑 다르게 노력이나 재능, 혹은 경쟁에 대한 레퍼런스가 전혀 없음. 이런 점에서도 배틀물로써 흥미로움. 호러가 포커스이기 때문에, 딱히 능력의 우위를 가릴 필요 없는거임. 중요한건 정신병자들이 기행하고, 일반인들이 기묘하게 끔살당하는걸 그리는 것이지, 독자층의 (점프적인) 욕망을 대리충족해주는게 아니니까. 다만 독자들도 동시에 정신병자들이 기행하고, 일반인들이 기묘하게 끔살당하는걸 보는걸 즐긴다면, 거기에 빠져들어가게 되는거고.
아라키에 대해서 데즈카 오사무가 "이단"이라고 표현했음. 그리고 죠죠도 결국 이단적인, 사도적인 인간들의 이야기임. 하지만 이들은 가령 최근의 예를 들자면 나히아처럼 등장인물들이 폭 넓은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음. 그냥 자기 꼴리는 대로 살아가는 인간들임, 그리고 딱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도 아님. 진여신전생의 악마화백 카네코 카즈마랑 아라키가 인터뷰를 했던게 있는데, 카즈마가 아라키보고 유복하게 자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게, 이거랑 아예 관련없지는 않을거임. 죠죠의 등장인물들에게 흔히 일본 만화에서 보이는 열등감이나, 뒤쳐진다는 두려움이라던가 그런 정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음. 그 누구든 결국 굉장히 목적 지향적인 인간들임. 딱히 감상적이지 않아도 일상 차원에서 부터 기행하고 이상한 옷 입는 기인들이니까, 자기 목적, 그리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서로랑 지혜 대결을 하는 것만 남는거임.
다르게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룰이 강조되는거임. 스탠드사들은 무법자들이고 사회 바깥에서 존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나, 그들의 사회가 오히려 무법 사회이기 때문에 자기들 집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동시에 스탠드로 일반 사회의 일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암묵의 룰이 만들어지는거임. 이는 범죄 사회가 오히려 자기 나름대로의 강한 룰을 가지고 있다는걸 생각하면 됨. 가령 7부랑 8부에서 공정한 결투가 많이 강조되곤 하는데, 결투만큼 무법 지역을 잘 나타내는 세레머니도 없겠지? 결국 중요한건 자기만의 룰, 자기만의 규칙을 스스로가 따르는거임.
인간 찬가의 부분을 이제 말해보자. 먼저 말할게 있는데 나는 인간 찬가라는 테마를 싫어함. 설정상 인간 아니지만 인간이랑 행동이랑 사고방식 차이에서 별 다름 없는 이종족 가져와서 이 이종족을 이길 수 있으니까 인간은 강하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게 굉장히 게으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그런데 죠죠는 다른 게으른 인간 찬가랑은 차별을 둠. 왜냐하면 인간 찬가를 "패배"와 "상실"을 통해서 나타내기 때문임. 가령 1부에서 체페리 사망, 2부에서 시저 사망, 3부에서 이기, 압둘, 폴나레프 사망, 그리고 4부에서 시게치, 5부에서 부챠리티, 아바키오,(나란차는 개사기 스탠드 못쓰게 하려고 죽인거에 가깝다고 생각되고...) 그리고 6부에서 파티 전멸을 생각하면 됨. 근데 이게 다른 일본 만화에서 보이는 어떻게 보면 역겹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자살돌격 그런 식은 아니고, 더해서 이런걸 남용하지도 않음. 딱 쟤네들 죽겠네, 혹은 죽어야겠네 생각될 때 죽이고 넘어감. 희생만큼 남용하면 내러티브의 무게감을 망치는 요소는 없다는걸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런 상실을 너무 질질 끌지도 않음. 2부에서 죠셉이 와무우랑 싸움에서 시저 죽이고, 절규를 한번 하지만, 와무우와의 대결 끝에서는, 너도 시저에게 경의를 표했으니 나도 너에게 경의를 표하겠다고 대답하고 피 주는는걸 생각하면 됨. 그런 죽음의 비극성, 그리고 숭고함은 강조되지만, 막 슬픈 피아노 멜로디 연주하면서 과도하게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에서 독자쪽에서 다행을 느끼게 되는게 있음. 이건 6부에서 더욱 강조되는데, 아예 죽은 죠타로 일행의 시체가 썩는걸 보여주는걸로 확인사살을 함. 게다가 바로 푸치랑 메이드 인 헤븐으로 인해서 온갖 동식물이 우주에 떠있고, 눈부신 빛과 함께 우주가 일순하는걸 보여주는 개쩐 장면으로 넘어가고. 즉 감정적인 장면이어도, 절제의 미를 지키는거임. 카쿄인 도넛되었을 때 막 죠타로나 죠셉이 질질짜고 카쿄인이 관객들 듣기 좋은 명대사 내뱉었으면 얼마나 좆같았을지를 생각해봐. 17년의 고독, 50일의 우정 이렇게 나레이션으로 딱 깔끔하게 넘기고 오라오라/무다무다로 넘어가는게 오히려 맞는거임.
죠죠가 이런게 좋음. 굳이 독자들을 위로하거나 그런걸 하지 않음. 호러가 중심에 있으므로 죠죠는 등장인물에게 자기이입이나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보는 작품이 아니게 됨.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대리만족만큼 저급한게 없음. 오히려 기인열전 보는 식으로 보다가 마지막에는 자기도 모르게 흑 존나 멋지다 나도 괴상망측하게 옷을 입어야겠다라고 다짐을 하게 되는거임. 이것만큼 고전적인 인간 존재에 대한 찬가는 없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생각해봐. 처음부터 끝까지 병신짓하지만 독자는 돈키호테가 쳐맞는거에 쪼개면서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돈키호테는 광기속에서 살았지만, 제정신으로 죽었다라는 말에 동감하게 됨. 이는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음, 첫번째는 그가 실제 의미에서 제정신을 찾았던거고, 두번째는 오히려 정상적으로, 제정신적으로 사는 것이 광기이며, 돈키호테처럼 꿈을 위해 사는 것이 진실적인 의미에서 미치지 "않았다는거지".
죠죠의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임. 4부의 시게치를 생각해봐. 아군 멤버였으면 일단 너무 개사기이기도 하고 비호감이라 좆같았을거야. 근데 시게치가 죠죠에서 가장 정신병자인 캐릭터가 절대로 아님. 얘는 죽어서 독자들이 씨발 시게치 욕했는데 내가 개새끼였구나!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임. 그래서 죽는게 맞는거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얘네들의 죽음을 통해서 독자들은 처음으로 얘네들과 같은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거임. 왜냐하면 죽음이랑 상실만큼 근본적인 인간 경험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죽은거에 슬픔을 느껴도 이미 물은 엎지러진거지, 이미 캐릭터들은 무대를 영원히 벗어났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죠죠는 정신병자들이 기행하는 만화임. 하지만 그런 정신병자들에게 인간 경험의 본질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죠죠의 힘이 있는거임.
이 상실의 강조는 스토리텔링이 보다 나아진 7부랑 8부에서 더욱 강조됨(6부는 미국 소설 하나를 너무 많이 배꼈음, "홀"이라고 찾아봐). 쟈이로가 구하려고 했던 애는 감기 걸려서 죽고, 죠니는 자기 아내 살리려다가 자기 아들 죽일뻔해서 자살함. 8부에서 죠스케가 그렇게 구하려던 홀리는 작중 내내 토오루한테 이용당하다가 허무하게 사망하고. 일부러 안티클라이매틱한 요소를 가져오는거임. 그런데 여기에서 과도한 "희생"은 강조되지 않고, 딱히 상실에 전전긍긍하지도 않음. 걍 잃으면 잃은거임. 죽은 사람도 자기 갈 길 가고, 산 사람도 자기 갈 길 가는거지.
너무 좋은 분석이다
야 재밌었다 잘읽었다
머장님이 호러영화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
글잘쓰노 - dc App
이게 념글이지
3부 폴나레프 사망 안하는데